<양이에게 분묘가 토굴당하다니!!>
<영종첨사 심효철과 포수들이 그 일당을 격살하였으나, 소체는 끝내 회수하지 못하였다고 하옵니다...>
대원군은 옷을 찢으며 통곡했고, 대소의 신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흙빛. 양란 이래에 한 차례도 없던 굴분소체의 화가 왕실을 덮쳤다.
<내 이 금수같은 양이들과는 절대 한 천하를 이고 살지 않으..>
어금니가 사라질 기세로 이를 갈던 대원군 앞에 파발이 무례를 무릅쓰고 튀어나왔다.
<합하! 이.... 이양선 두척이... 강화 나루 앞에서....>
충격적인 소식에 어수선하던 조정이 한 순간에 침묵에 빠졌다.
<함부러 총통을 겨누다간 남원군의 운구가....>
고뇌에 빠진 대원군 앞에서, 파발이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그것이.... 이양선들이 서로 죽일듯 치더니, 한 양이가 다른 양이를 포박해 알현을 정중히 요청하였나이다....>
<.......?>
아직 물음표가 전래되지도 않은 조선 땅 대신들의 머리 위로 대문자 물음표가 튀어올랐다.
<그리고 이런 서신이....>
대원군이 분노에 떨리는 손으로 양이의 편지를 쥐었다.
<대원군 합하의 성덕이 망라사방하시길 바라오며 침통한 시기 조야한 글을 보내옵니다.
소인은 덕국의 가난한 장사치 오패륜으로, 이들이 조선에서 굴릉(능을 도굴함)의 흉악한 죄를 짓고도 이를 돈 벌 궁리로 자랑하며 다가오니
천리를 어긴 이들의 행패에 비분강개하여 죽을 각오로 싸워 생포해 바치옵니다
저희 덕인들이 명률에 무지하여 운구를 정중히 모시기만 하는 중이오니 이장의 채비를 귀국의 예로 다할수 있도록 하해같은 가르침을 주시길 삼가 바라옵나이다>
그제야 대원군은 묵은 체증이 가신듯 이 갈기를 멈추었다.
<실로 천행이로다.....>
<아버님의 운구를 구한 그 양이를 들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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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밖에서 무릎을 꿇고 알현을 기다리던 오패륜은, 돈화문이 열리고 알현을 허락하는 전교가 내려오자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를 안내하는 조선인들은 분노가 아니라 경외감을 담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편지와 동봉되어 압송된 양이.... 아니 오패륜의 사업파트너는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채로 비명을 질렀다.
(오페르트 이 씹려나!!! 무덤 파면 얘내가 돈줄거라며!!)
오패륜과 그의 역관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Ich kann nicht anders, mein Freund. Die Leute hier kennen kein Deutsch...>
(꼬우면 해명해봐 도굴범 양반... 이곳 사람들이 독일어를 알아듣거든 말이지...)
그렇게, ㅈ간질 호감작과 함께, 10년 빠른 개항이 황혼의 조선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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