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개선에 대한 건
TV 방식에서 체험형 필드 맵으로 바뀌면서 스토리의 네러티브를 맵 기믹으로 풀어나가는 양상이 매우 감소하였고 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카툰 컷 씬의 활용 빈도가 늘면서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요소들도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그리고 기믹과는 다른 이유로 스토리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우리는 "TOPS"와 "칭송회"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 없습니다.
TOPS는 펄만이 등장하던 1.0~1.4까지는 부유한 그림자의 역할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1.6에서는 휴고의 서사를 위해 Tops의 세계관에서의 역할에 대해 나오는데 그다지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Tops가 가진 비밀스러운 그림자 역할이 휴고에 의해 빛을 받으며 재조명되었고 그 형체가 두드러지면서 가지고 있던 신비주의 이미지가 제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그들의 부유한 그림자 역할은 더 이상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Tops의 시장의 개입은 페어리의 역할을 이어받을 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MK.2버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남아 있는 와중에 Tops의 칭파이 하이츠 재등장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Tops = 칭송회로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2.0에서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으며 유저들에게 탈력감을 주었습니다.
칭송회는 1.4에서 브랑그의 역할이 어느정도 이야기 진행의 실마리가 되며 뉴에리두의 과거와 주인공 남매의 목적을 명징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의 등장과는 다르게 지금의 칭송회는 그저 타겟이 되는 삼류 악역의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1.2 "불지옥 라이딩"에서 잠깐 등장했던 "루시우스"가 현재의 칭송회보다 더욱 악역다운 악역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우리는 등장인물 모두가 미야비처럼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미야비는 1.4버전에서 크게 성공한 캐릭터입니다. 어두운 과거사와 내면의 강함, 세계관에서 공허사냥꾼의 역할 등 많은 부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임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현재 1.4 이후 출시되는 모든 캐릭터의 스페셜 에피소드, 캐릭터 스토리들이 모두 "미야비"의 카피에 지나지 않고 있습니다. 외형이 다르고 게임 내에서의 역할이 달라도 유저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스페셜 에피소드는 결국 시작점만 다를 뿐, 모두 미야비의 서사방식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 밝고 쾌활한 시작 - 진행에 따라 세계관의 어둠 강조 - 캐릭터의 불행한 과거사 - 내면의 어둠을 이겨내고 사건 해결-
미야비부터 시작되어 이블린, 라이터, 트리거, 0호 엔비, 비비안, 휴고, 의현, 심지어 귤복복까지 이런 양상입니다.
영웅적 서사는 그 서사에 알맞는 캐릭터에게 반영될 때 그 효과를 충실히 수행합니다. 모두가 삼국지에서 관우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젠레스 캐릭터의 스페셜 이벤트는 모두를 반드시 관우로 만드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서 관우와 같은 캐릭터만 나온다면, 과연 인기있는 이야기가 되었을까요?
우리는 트리거에서 그녀가 눈을 잃은 스토리에는 관심이 있지만 그녀의 과거와 연관된 악역이 내세우는 퀴퀴한 철학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휴고의 이야기에서 리카온과 어떤 관계인지에는 궁금하지만 그가 내면세계에서 겪는 과거의 고통때문에 대사가 많아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귤복복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를 보고 싶을 뿐이지 그녀가 호랑이 일족으로써의 역할과 존재의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확히 반대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버니스 화이트"의 이야기를 보면 이런 낡은 플롯 없이도 충분히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각종 커뮤니티에서 "버니스 댄스"를 유행시킨 에너지와 힘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입니다.
우리는 파에톤자매의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생각할 것은 "젠레스 존 제로"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고심해봐야 합니다. 유저는, 우리는 젠레스 게임만이 가지고 있는 "쾌활함, 명랑함, 청량함"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풀어나가는 방식이 TV던지, 오픈필드인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불지옥 라이딩"에서 카이사르와 버니스, 루시, 파이퍼, 라이터가 문제를 쫓아가면서 겪는 캐릭터들의 에너지를 보고 싶습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런 양상을 아주 잘 보여주는 레퍼런스입니다. 상공 몇 백m에서 비행기가 갈라져도 낙하산 장비 없이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등장하고 악역의 몸매를 보며 눈에서 팝콘을 쏟아내는 누가봐도 바보같은 연출이 나옵니다. 그런데 모두가 거리낌 없이 세계관을 받아들이며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느낍니다.
이전에 비슷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버니스가 펄크라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와중에도 그녀는 펄크라의 꼬리를 쓰다듬으며 여유를 보여줍니다. 아무런 맥락없이 일단 니트로퓨엘로 사건의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어떤 설명 없이도, Tops의 개입없이도 버니스와 카이사르, 파이퍼, 루시는 그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의현과 귤복복, 그리고 이전의 휴고와 비비안은 이에 비해 설명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목표를 정했다면 그 부분에 집중해야합니다.
많은 개발 시간을 투자한 TV 시스템을 과감히 걷어낸 것도 그 목표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스토리에도 반영해야합니다. 잘하는 부분은 확장하고 못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젠레스 존 제로의 스토리는 어두운 부분을 강조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선 매우 서툴고 아마추어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세계관의 신비스러움을 해체하고 분해하여 하나하나 열거하며 설명하느라 유저의 진을 빼놓고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여고생들이 왜 총을 쓸까요? 왜 광륜이 있을까요? 의문은 있지만 게임 스토리에서는 편린만 남길 뿐 절대로 자세히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신비스러움이 세계를 지탱하는 힘임을 개발진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답변 말고도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우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스토리가 너무나도 도식화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갓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1.2 외환선 이야기를 쓸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거 쓴다고 한 시간정도 걸렸네.
시스템 개선 제안서 썼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PTSD올뻔했음.
사부님 이쁘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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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번역 관련해서 할 말 많은데 한번 보고서급으로 써야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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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번역 관련해서 할 말 많은데 한번 보고서급으로 써야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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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고! | 25.07.04 15: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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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젠존제의 문제점은 그냥.... 게임시스템 자체의 한계라고 봄. 미호요가 현재 스타레일,젠존제 중심으로 엄청 빡세게 푸쉬하는게 느껴지는데 젠존제는 한계가 너무 명확함. TV시스템의 공백이 너무나도 큼;;;;;;;; | 25.07.04 15: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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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글에도 적어놨지만, TV시스템 때문이 아님. TV는 단순 네러티브 전달의 목적일 뿐이고 오픈필드, 미니맵 방식으로도 충분히 전달 할 수 있음. TV가 직관적인 2d 그래픽이라서 그렇게 느낄 뿐이고 "마침 잘 나가던 시절"은 모두 TV가 있었어서로 생각함. 이 차이를 잘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해. 명조와 다른 필드형 게임들이 플레이 진행 방식 때문에 스토리가 나빴거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아니라고 생각함. TV는 단순 플레이 방식에 따른 것이고 단순히 TV -> 필드 방식으로 바꾸면서 개발딜레이가 생기면서 스토리에 쓸 공력이 분산되었다고 봄. 그러나 1.5 이후 몇 버전이 지났는데도 개선이 안되고 오히려 고착화가 된 거라면 그냥 스토리 감독이든 작가든 머리가 굳어버리니까 그런 스토리밖에 못낸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 | 25.07.04 15:3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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