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연안에서는
고대 로마 때부터
바다 비단(Sea silk)이라는
최고급 섬유가 생산되었다.
황금도 아니고
비단도 아니지만
황금처럼 빛나고
비단처럼 부드러워
매우 희귀했다.
바다 비단의 원료는
지중해에 서식하는
피나 노빌리스(Pinna nobilis)라는
커다란 조개에서 채취한다.
피나 노빌리스는
바다 밑바닥의 바위에
몸체를 고정하기 위해
족사(足絲)라는 가늘고 질긴
섬유다발을 내뿜는데,
이것을 가지고 실을 자아서
옷감으로 방적한 후
레몬즙으로 처리하면
바래지 않는 황금색으로 빛난다.
한눈에 보기에도
제작에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이 바다 비단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황금빛과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특징 때문에
고대 로마 시대부터
황제나 교황과 같은
권력자들만 향유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교부 중 한 사람인
카르타고의 테르툴리아누스(160~220)는
당시 로마인들이 입던 옷인 토가 대신
로마인으로부터 그리스인들이나 입는 옷으로
멸시받은 팔리움을 입자고 주장하며
"투니카를 만들 재료를 빗질하고
바느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옷을 만들려고 낚시도 해야 한다.
(바다 비단은) 이끼 낀 털실이 뭉쳐진
매우 거대한 조개가 있는 바다에서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바다 비단의 사치스러움을 암시했다.
군인 황제 시대에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재위 284~305)는
제국을 덮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01년 최고가격령을 선포했는데,
그 중 양모에 관한 가격령 제25장에
바다 비단도 등장한다.
로마인들이 입던 상의인 투니카의 경우
일반 투니카는 200데나리우스였으나
바다 비단으로 만든 투니카의 가격은
그 240배에 달하는
48,000데나리우스로 명시했다.
이러한 바다 비단의 유명세는
지중해 세계를 넘어서
바다 양털이라는 이름으로
아랍과 중국에까지 전해졌는데,
9세기 아랍의 지리학자 알 이스타크리는
"바다 양털로 지은 겉옷 한 벌이
금화 1,000개 이상을 호가했다"고 기록했으며
중국의 후한서, 삼국지, 구당서 등에는
"바다 양털로 짠 고운 천이 있어
이를 해서포(海西布)라 불렀다"고 기록했다.
↑ 이탈리아 타란토의 바다 비단으로 짠 장갑,
19세기 후반 제작 추정.
2천 년 가까이 명맥이 이어지던 바다 비단은
원재료인 거대 조개 피나 노빌리스가
남획, 해초지 감소, 바다 오염으로
개체 숫자가 급감하며 멸종 위기에 처하자
유럽연합이 채취를 전면 금지하면서
극소수의 장인만이
매우 적은 양을 생산하는
박물관 속 유물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 바다 비단과 관련해서
포항공대 황동수 교수(위 짤) 및
이기라 교수, 최지민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키조개에 주목했다.
키조개는 피나 노빌리스처럼
족사로 바다 바닥에 몸체를 고정하는데
피나 노빌리스와 키조개의 족사가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키조개의 족사를 가공해
바다 비단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2025년 6월 26일 언론에 밝혔다.
연구팀은 그밖에도
바다 비단이 전설적인 섬유로 불리게 된
'바래지 않는 황금빛'의 비밀도 풀어냈다.
황금으로 칠하거나
염료로 염색하지 않았음에도
바다 비단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건
포토닌(photonin)이라는
동그란 모양의 단백질이
여러 겹으로 겹쳐 쌓이면서
빛을 반사하는 구조색 현상 때문이었다.
나비의 날개나 비눗방울처럼
물질의 구조 그 자체로써
색을 만들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흐르더라도
쉽게 변색되지 않았던 것이다.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ma.202502820?af=R)
그동안 버려지던 키조개 족사를
고부가가치 섬유로 탈바꿈시켜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은 물론
새로운 섬유 소재 개발의 단초를 열었는데,
이에 대해 황동수 교수는
"구조색에 기반한 섬유는
변색되지 않고 색이 오래가기에
친환경 패션 산업과
첨단 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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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라고둥을 죽여서 아름다운 자주색을 얻으면 되겠다
(IP보기클릭)218.233.***.***
조개가 쓰는 일종의 근섬유같은걸 떼서 실 짜고 레몬즙을 바른다고??? 진짜 가끔 보면 미래인이 와서 가르쳐준 게 아니고는 어떻게 나왔는지 상상도 안가는 것들이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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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연구 신기하다 저 '뿌리' 실같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진짜로 실이 짜 질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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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로 만드는거니까 저거때문에 비싸지진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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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품: 보라색 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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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의 원수 로마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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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키조개가 비싼 키조개가 되면 먹을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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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남자사람
부산물로 만드는거니까 저거때문에 비싸지진 않을듯? | 25.06.26 23: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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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연구 신기하다 저 '뿌리' 실같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진짜로 실이 짜 질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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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라고둥을 죽여서 아름다운 자주색을 얻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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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가 쓰는 일종의 근섬유같은걸 떼서 실 짜고 레몬즙을 바른다고??? 진짜 가끔 보면 미래인이 와서 가르쳐준 게 아니고는 어떻게 나왔는지 상상도 안가는 것들이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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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도 결국 누에고치에서 풀어낸 단백질섬유니까 비슷한결 아닐까 | 25.06.26 23:3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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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횟수와 축적된 시간이 만든 거라고 봐야함 복어는 어디를 먹을 수 있는가 이런 거 처럼 | 25.06.26 23:3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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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기술 이전 고대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얕보지 마라 | 25.06.26 23: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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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둥 껍질을 수만개 갈아서 겨우 손수건 하나 염색하는 수준 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 25.06.26 23: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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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로마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기 전에 저 보라색 옷을 입혀 조롱했다는게 이해가 안감. 저 비싼걸 그런데에 썼다고? | 25.06.26 23:4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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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황금 양털은 다른 해석도 있더라. 사금 채취로 양털을 썼다는 설이나 염색한 양털을 금이랑 교환했다는 설. | 25.06.26 23:4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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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쿠냐는 그래도 상업적으로 물건이 나오는데 저건 문화재로 명맥만 잇는 수준이라 일단 팔면 비싼걸론 저게 더 비싸지 않을까... | 25.06.26 23:4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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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쿠냐 찾아보니 계명구도 고사성어에 나오는 호백구 생각나네. 동서고금 할거 없이 옷이 사치 부리는 기술(?)의 절정이었구나. | 25.06.26 23:4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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