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시를 썼다 1
―나주별곡
낯선 도시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낯선 도시에서 시를
쓰는 걸 누구도 알지 못햇다 나는 낯선 도시 이외의 곳에
있지 않았고 낯선 도시에 있다고 추정되지도 않았다 낯
선 도시에서 시를 쓰는 나는 부재중이었다 낯선 도시에
서 나는 자연스러운 척했다 낯선 도시에서는 줄곧 생소
함이 유지되었다 낯선 도시의 묵묵부답이 마음에 들었다
낯선 도시에도 커피숍이 있었다 낯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았다 별거 아닌 건 아니었다 낯선 도시의 사람들은 모
든 것이 익숙한 듯 천천히 걸었다 낯선 도시는 천년 전에
도 있었다 이따금 낯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낯
선 사람이었다 이 도시가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다들 뜨
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낯익은 문자가 왔고 그 문자
는 씹혔다 낯선 주자창에 익숙한 차들이 어지간히 차 있
었다 낯선 도시의 일몰은 아름다웠다 낯설게 우뚝 솟은
먼 산이 낯익은 수묵화처럼 검게 변해갔다 낯선 주차장
의 차들이 웬만큼 빠지자 낯익은 오렌지빛의 가로등이
켜졌다 낯선 도시의 가로등 밑에서 모기와 함께 시를 썼
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빛과 이름
성기완, 문학과지성 시인선 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