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1독 박멸
동성연애는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빠른 시일 내로
제자리로 돌아가라
꿈꾸었음
동일한 문장으로 시를 쓰지 않는다
저승으로 향하는 꿈이었음
꿈속에선 너와 나
다정한 연인 되어
화장실에서 동성 캉캉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말에는 분명히 다른 의미가 있다
너는
자신을 측은하게 만드는 방식을 자신도 모르게 깨달은 사람
나는 개의 나이로 몇 살일까
우리는 막 핥았음
네가 나를 쫓아와
나를 막 패기 시작할 때 꿈에서 깼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개꿈이려니 생각했는데,
방금 야 이 개새1끼야로 시작하는
문자를 받았다“
꿈에서 우리는
자연인이 되어
텅 빈 모래사장에 대형 하트를 그렸다
이토록 뚫고 뚫리는 기분
개운해
속시원해
무의 뭉 젓가락을 찔러넣듯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고 해보고 그
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입니다 여러분
이렇게 약올리면
너희들 용용 죽겠지
왈왈 막
핥았다 우리는
모든 게 저승이 아니라
저승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음
꿈을 꾸었음
이 시는 그즈음을 위한 것
기차에서 내려
볕이 부서지는 바닷가로 갔다
너 혼자 남사스럽게
겨울 모래사장에
그려두었다
♡
“병운, 병운이, 병운아
조개껍질 아래 묻어두고 왔다
우리 둘이 가지고 놀던 사랑의 장난감
박수 소리
여름 느낌
하트 뿅뿅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가고
올라오라고 하면 올라갈 텐데
예수 천국 불신지옥
겨울 무를 깎아줄 텐데
우리를 다시 핥으면 풍부한 맛이 날 텐데
무의 무의미한 맛처럼
우리가 헤어질 때 한 말
‘이 개새1끼야’
‘너는 너만 불쌍하지?’
동성애는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안 그런 사랑도 있나
하나를 그리고 나면 옆으로 하나씩 더 생겨나는 선한 사
마리아인 하트다 하트
하트가 하트와 손을 잡는 해변에
꼭 한 명씩 있다는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며 남의 사랑전선을 지우는
미련한 사람
한번 더 안 자고 싶은 사랑도 있나
내가 싼 사랑의 똥은 내가 치우기“
돌아서서 걸어가서
눈 비비고 눈 떠
옆에 누워 잠든 사람을 보았고
속삭였음:
내가 꾸는 꿈은 이토록 투명하구나
구운 無떡 레시피
1. 무는 한입 크기로 썬다.
2. 믹서에 썰어놓은 무와 물 여섯 큰술을 넣고 곱게 간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볼에 간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두 큰술씩 넣어 동
그란 모양으로 만든다.
5. 중약불에서 앞뒤로 사오 분씩 노릇하게 굽는다.
남자 둘이 남사스럽게
무떡을 찢어
서로의 입에 넣어주는 걸 꿈꾸다가
남자 둘이 떡을 치는 시
생각났다 내 사랑, 황인찬
고소하고 비릿한 인절미맛은 너의 것
기름에 티겨내듯 지진 맛은 내거 하자
내꺼 하자 라는 노래는 원곡보다
박상민 버전이 남다른 맛
남다른 맛 하니 떠올랐음
자기야 자기 요즘 정말 자기 멋맛대로 시를 쓰네
안 그런 자기도 있나
이 시는 그 어딘가에서 멈추길 원해
원해는 두 번 말해야 원해
꿈에 어제 꿈에 보았던
이 시는 그럴 수 있어, 하는 이 시
“자기야, 여보야, 개새1끼야
어젯밤에 네가 보낸 문자르르 자꾸만 핥다가
알게 되었지
우리 사랑의 레시피
♡에 혀를 넣었다 뺐다 하다가
손가락을 깊숙이 넣어
살살
주여 기도를 들어주소서
사랑과 은혜와 성령이 이곳에“
이렇게 구리게 안 끝나는 사랑도 있나
너는 언제쯤
병운이와 헤어지고 내게로 올까
병운이는 껍질뿐
소리낼 뿐
반짝일 뿐
훠이훠이 어이타
캄캄한 이승에서
무를 어슷하게 썰다가
무의 맛을 보았음
동일한 문장으로 시를 쓰려거든
만물은 있음에서 없음으로 없음에서 있음으로
이렇게 끝내면
이토록 무미할 수가
너희들 어리둥절하겠지
똥입니다 여러분
빠른 시일 내로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것이 내 사랑 내 시의 레시피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김현, 문학동네시인선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