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모래에 싹이 텄나
사장님이 애를 뱄나
이 좋은 토요일 잔업이 없단다
이태리타올로 기름 낀 손을 닦고서
작업복 갈아입고 담배 한 대 붙여 물면
두둥실 풍선처럼 마음이 들떠
누구라 할 것 없이 한 잔 꺾자며
공장 뒷담 포장마차 커튼을 연다
쇠주파 막걸리파 편을 가르다
다수결 두꺼비로 통일을 보고
첫딸 본 김형 추켜 꼼장어 굽고
새신랑 정형 얼러대어
정력에 좋다고 해삼 한 접시
자격증 시험 붙어 호봉 올라간
문형이 기분 조오타고 족발 두 개 사고
걸게 놓인 안주발에 절로 술이 익는다
새벽에 안 서는 놈은 빚도 주지 말랬는데
잔업에 곯다 보니 요게 새벽까지 기척도 안 해
일주일째 아내 고것 곰팡이 슬겠다고 킬킬거리고,
이제 신혼 한 달째인 정형 새 신부
토실한 히프 모양이 첫아들 날 상이라며
좌우삼삼 일심구천 김형 5단계 노하우 전수에
헤 벌리는 놈, 심각한 놈, 키득대는 놈,
한 잔 두 잔 술잔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녹아들어 하나가 되어
송형은 문형에게 감정풀이 화해주를 청하고
서씨는 전기과 박형과 찜찜했던 오해를 털어놓고
노씨는 왕년에 광빨나던 시절 타령이 시작되고
장단 맞추는 김형, 만주에서 개장수하며 독립운동하던
뻥까는 야화가 기세를 올리면 부산 자갈치 공형,
야야 치라 치라 벌써 백 번째다 마
내 한 곡 뽑제, 니 박수 안 치나
두만강을 노 저어 오륙도 돌아
개나리 처녀 미워 미워
울고 넘는 박달재로 발길을 돌려
젓가락 두드리며 주전자 뚜껑 드럼에도
어깨 우쭐, 방뎅이 들썩,
쿵다라 닥닥 조코 ↗커
영자야 안주 한 사라 더 주라 잉
2차 가자 집에 가자 고고장 가자는 걸
알뜰꾼 신씨가 눌러 앉히고 한 병 두 병 더할수록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 같은 노무과장, 상무새끼, 쪽발이 사장놈,
노사협의회 놈들 때려 엎자고
꼭 닫아둔 울화통들이 터져 나온다
문형은 간신자식들 먼저 깨야 한다며
벌겋게 달아오르고
정형은 단계적으로 구내식당부터
시정하자고 나직이 속삭인다
상고 나와 기름쟁이 된 회계담당 김형은
외상장부 넘겨 가며
계산을 한다
냉수 한 사발 돌려 마시고
자욱한 연기 속 포장마차 나서면
어깨를 끼고 비틀비틀
일렬횡대로 서 담벽에 오줌 깔기고
ㅆㅍ, 내일도 휴일특근 나온다며
리어카 장수 떨이쳐 딸기 천 원어치씩
옆주머니에 꿰차고
작별의 손 흔들며 잔업 없는 오늘만은
두둥실 토요일 밤을 흥얼거리며
아내가 기다리는 집을 향한다
박노해
노동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