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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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머 분대는 간신히 네오딤에게서 벗어나, 부머를 수복하기 위해 베이스 캠프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부머 일행이 지나가는 곳마다 AGS 부대가 그들의 앞을 막아왔다.
“젠장 또 적인가.”
부머 분대는 지금 AGS 부대의 포위를 세 번이나 뚫고 지나간 상태다. 시아누크의 강화복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고, 기간테스의 방패는 반쪽이 나 버렸다.
“우리는 지금 잔탄도 얼마 없고, 남은 무기도 미덥지 못한 상황인데 저런걸?”
브라우니 역시 빈 소총을 내다 버리며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았다. 적은 폴른 열 대에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여럿으로 구성된 분대.
넷이 무장 상태나 컨디션만 좋았다면 금방 뒤집어엎을 수 있을 병력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도망가는 것도 벅찬 상황이었다.
“헤헷 부머. 이제야 빚진 걸 갚아야 하겠네.”
“기간테스. 먼저 달아나. 우리가 길을 열어둘 테니까.”
시아누크와 브라우니가 거의 목숨을 걸 작정으로 나이프를 뽑아 든 순간. 폴른 부대 방향에 고압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과 바이오로이드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채 일 분도 되지 않아 비명이 끊어지고 인간들과 바이오로이드 병력은 새까맣게 타들어간 숯덩어리가 되었다. 물론 폴른 부대 역시 회로가 끊어져 죄다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설마?!’
부머는 이번에야말로 레이시가 자신을 도와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시아누크와 브라우니 역시 저런 고압 전류를 사용하는 바이오로이드가 자신의 용병단. 더 넘어가서 국민군 쪽에는 없다는 걸 확실히 기억해냈다.
“뭐지? 국민군에서 바이오로이드를 새로 들일 여력은 없을 텐데?”
“그렇다고 황국군 내부의 배신자가….”
시아누크와 브라우니는 배신자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었다. 황국군에서 바이오로이드를 대하는 걸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자체는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어있어, 브라우니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국군이 허술하게 복종 모듈을 조절하진 않았을 것이고.”
그때 부머의 음성 센서에는 익숙하고 그리운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머? 당신 괜찮나요.”
그리고 부머는 이제야 그녀가 자신을 몰래 지켜봐 왔고 계속 도와줬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레이시?! 네가 어떻게 여기에?”
부머가 레이시라고 외친 그 순간. 머리에 전극 같은 게 붙은 금발의 바이오로이드가 부머 분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레이시! 레이시!”
부머는 레이시를 애타게 찾았고, 부머에게 이름이 불린 레이시는 바로 부머 03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잠시 후 둘은 서로 손을 잡게 되었고 부머 03은 차갑고 딱딱한 몸이나마, 레이시를 조용히 안고 레이시 역시 부머의 품에 자신의 몸을 기댔다.
“아름다워.”
브라우니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보자마자 다른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시아누크 역시 자신의 의무를 위해 놓치고 말아버린 소완을 떠올리면서도, 순수하게 레이시와 부머 03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부머. 당신은 정말 변한 게 없군요.”
부머는 레이시가 웃으면서 그를 반기자, 평소의 무감각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나는 AGS다. AGS가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레이시 너야말로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아름답다.”
부머 03의 한마디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직 안전한 상황이 아닌지라 주변부터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도망가요! 여러분. 제가 벌인 행동은 황국군 측에 알려지면 굉장히 좋지 않으니까요. 다들 서둘러요!!”
레이시의 입에서 황국군 얘기가 나오자, 부머 03은 또 한 번 그녀와 엇갈려오게 된 걸 확신했다. 그때 레이시는 부머의 모습이 심히 낙담한 것처럼 보여, 그녀 역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기 부머?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제게 정리할 일이 남아있으니까. 그 일만 끝나면 부머 당신 옆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게요.”
“레이시. 나도 기다리고 있겠다. 그러니 반드시 돌아와다오.”
브라우니는 부머와 레이시의 모습에, 감동에 가득 찬 눈물을 흘렸고. 시아누크 역시 자신과 소완이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 다음에 다시 만나요 부머.”
그렇게 레이시는 부머 분대에게서 멀어지게 되었고, 부머는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굳히며 분대원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퇴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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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피아에 신작 연재중입니다. https://novelpia.com/novel/10279에서 닌자 소재의 블랙코미디 소설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쪽에도 부디 관심과 추천 선작 늘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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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는 그렇게까지 악랄하지 않습니다. | 21.04.08 19: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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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부머와 레이시의 만남은 매니저 일행이 가장 기뻐해주겠죠. | 21.04.08 23: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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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 | 21.04.08 23: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