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공기가 작가의 살을 스치고, 수마에 빠진 의식을 일깨운다.
장장 72시간에 걸친 대작업을 완료하고 32시간 만에 잠든 작가가, 무려 30시간의 시간을 거쳐 일어났다. 무슨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도 아니고, 에너지 저장이라도 하는 건지 하루종일 자고 있던 그를 깨우는 이는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글 쓴답시고 컴퓨터를 붙든 시간이 2주임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었다. 며칠간 제대로 잠도 자지 않고 글을 쓴 것을 아는 그의 가족들은, 1인분의 식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깨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작가를 포기해서 그런 게 아님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눈을 비비며 일어난 작가는 우선 8시라는 시간에 깜짝 놀랐다. 12시 조금 넘어서 잠든 그였다. 이틀 밤을 샌 것 치고는 빨리 일어났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날짜 표시가 긔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오 마이 갓. 젤나가 맙소사. 별의 아이시여. 날짜는 1월 16일. 그는 꼬박 24시간 하고도 8시간을 더 잔 것이다. 경악한 것도 잠시, 놀랄 것 없다고 자신을 안심시키는 그.
대회는 무사히 마쳤다. 혼신의 기합을 넣은 웨딩드레스도 다 그려 넣었다. 장미가 더럽게 힘들었지만 어쨌든 그렸다. 댓글에 달려 있을 닥터 팬 여러분의 말씀이 두려웠지만, 아무튼 그는 모든 걸 쏟아낸 뒤였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달은 그는 이제 조바심내지 않는다.
12시 마감 직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기적이었다. 20페이지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던 후일담은 라이트노벨 한 권 분량이 뽑힐 정도로 길어졌고, 그는 단 14일 동안 작가들이 3달간 봅아내는 분량을 써야 했다. 물론 구상을 늦게 한 작가의 잘못이지만, 그는 자신의 노력을 부정하고 싶진 않았다. 아무튼 노력은 했다. 대회에 입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면 그는 만족한다.
그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글에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을지 기대하며 컴퓨터를 켜는 그. 세수를 하고 오는 게 먼저지만, 글쟁이라고 자부하는 그는 이 순간만큼은 늦출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평을 남긴다. 그것보다 기쁜 일은 작가에게 없으며,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어 만든 글이 호평을 받는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그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그가 컴퓨터를 켜자마자, 컴퓨터에서 불길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지금 올라와서는 안 돼는 문장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워드 프로세서의 강제 종료 경고문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질 뻔 한 그였으나, 멀어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았다. 날아간 파일이 무엇이든 큰일이다. 얼마 전부터 쓰기 시작한 신작 기획이건 무엇이건 간에, 그의 파일 중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었으며 하나하나가 자신의 머리카락보다 소중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날아간 파일은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워드 프로세서에는 이런 기능이 달려 있어서 참 편하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 글이 잘 올라가긴 한 걸까.
그는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어 감을 깨달았다.
황급히 파란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연다. 댓글 알림이 와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글이 올라가긴 한 모양이었다. 아주 다행히...
하지만 거기서 작가의 뇌리에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일러스트를 넣었던가.
그는 이 순간만큼 행동이 빨라진 적이 없었다. 알림창을 클릭한다. 2개 와 있다. 기대보다는 적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아예 안 달리는 게 아님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무튼 그는 미숙한 글쟁이니까.
알림창에 뜬 해당 글을 클릭한다. 처음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글은 떠 있었고 링크도 걸려 있었다. 어라. 하지만 그는 그 직후 무언가 문제를 알아차렸다.
스크롤 바가 좀 작다.
이내 그는 절망에 빠졌다.
파일을 잘못 올렸다.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84283 문제의 그 글입니다... 현재는 제대로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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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죠 첨엔 끊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서 일부러 그러시는 걸줄 알았습니다ㅎㅎ 그래도 올려주신 그리신 그림이랑 소설까지 다 재밌게 보았습니다 펜리르랑 리리스가 나온 걸 보먄사 리리스 이야기는 어떗을까 하다가 며칠간 잠도 못 주무신 작가님 건강을 생각해 줄이시는 게 잘한 거 같습니다 피곤하셔서 마지막에 검토를 못하신거라 갠적으로 생각하는데 좋은 작품을 봐서 즐겁지만 담엔 너무 무리하시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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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 21.01.17 1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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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죠 첨엔 끊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서 일부러 그러시는 걸줄 알았습니다ㅎㅎ 그래도 올려주신 그리신 그림이랑 소설까지 다 재밌게 보았습니다 펜리르랑 리리스가 나온 걸 보먄사 리리스 이야기는 어떗을까 하다가 며칠간 잠도 못 주무신 작가님 건강을 생각해 줄이시는 게 잘한 거 같습니다 피곤하셔서 마지막에 검토를 못하신거라 갠적으로 생각하는데 좋은 작품을 봐서 즐겁지만 담엔 너무 무리하시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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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죽는줄 알았지 말입니다 | 21.01.17 11: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