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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분의 원래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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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오늘치 운동을 시작해 볼까요? 어...그런데...”
마이티는 레오나의 표정이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 좋은 신호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운동하는 자들은 으레 이런 얼굴이 된다.
“....그래도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시긴 하는 모양이군요. 좋습니다.”
그러면서 대견하다는 듯 씩 웃는 마이티의 얼굴에 레오나는 총알을 박아넣고 싶어졌다.
“저기, 마이티”
“운동 중에는 트레이너님이라고 부르세요”
“.....트레이너님. 저기, 오늘은 운동 쉬면 안 될까?”
순식간에 그 사람 좋던 마이티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네? 무슨 소립니까. 안 돼죠. 안 돼죠. 안 돼죠. 절대로 안 되어요. 다들 그러다가 시나브로 운동을 포기하게 되고 결국 다시 돼지로 돌아간다구요”
‘돼지’라는 말에 레오나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도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어제 요가 하다가 다리를 삐었단 말야”
“정말이에요? 뭐 하다가요?”
“그...요가...다리 찢는 거...꺄아아악!!”
마이티는 레오나에게 다가가,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레오나의 골반과 이어진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하늘이 - 아, 오르카 내부니까 보이는 건 천장이구나 - 노래질 것 같은 천둥벼락 같은 고통이 레오나를 엄습하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연약한 여자애 같은 갸날픈 비명을 질렀다. 별로 발할라의 지휘관기다운 위엄 있는 모습은 아니었기에 그녀의 자존심에는 또 한 번 스크래치가 났다. 이 망할 헬창1녀가! 그러나 레오나의 그런 살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마이티는 고개를 갸웃하고 말을 이었다.
“그렇네요. 부었어요. 오늘은 유산소랑 하체 못 하겠네요”
일순 레오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그러면 오늘은 쉬는 거지?”
“무슨 소립니까. 하체 못하면 오늘은 상체 조지면 되죠.”
“응?”
마이티의 의욕 넘치는 순수한 웃음이 가장 사악한 악마보다도 더 악랄해 보였다.
“유산소만 하면 근육에 안 좋아요. 마침 잘 되었네요, 오늘은 상체 조집시다”
“무...무슨 소리야? 마이티, 나 근육 키울 생각은....”
“어허어허. 트레이너님이라고 부르랬죠? 그리고 원래 몸 가꿀려면 당연히 근력운동도 병행해야 하는 거에요”
그리고 마이티는 거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표정을 짓는 레오나를 끌고 바벨이 놓여 있는 벤치 프레스로 데려갔다.
“걱정마요. 처음이니까 가벼운 거부터 합시다.”
“저...정말이지?”
이 체육관에 들어온 후부터 레오나의 자존심은 철저히 무너졌다. 이제는 잔뜩 쪼그라든 채 마이티에게 비굴하게 곁눈질하는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해 보였다.
“그럼요...처음이니까, 음, 양쪽에 100씩 해서 200부터 합시다”
“......”
레오나는 거의 죽은 눈이 되어서 마이티를 바라보았다. 이 망할 헬창은 너무 세상을 자기 기준대로만 본다.
“왜요? 설마 못 해요? 브라우니들도 240정도는 들어요”
“이..이이익....”
그 말이 레오나의 최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물론 브라우니는 최전선에서 구르는 강인한 병사들이고 그래서 애초부터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타부대, 그것도 마리네 부대의 최말단 사병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문 레오나가 잠자코 벤치 프레스 밑으로 기어들어가자 마이티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다루기 쉬운 언니네!
“하나아....”
“끄으으응...!”
“두우우울....”
“으으으으윽...!”
“세에에에에엣....”
“점점 세는 게 길어지는 거 아니야? 좀 빨리 세면 안 돼?”
“말하지 마요. 팔에 힘 빠지면 잘못하면 바벨 놓쳐요.”
철혈의 레오나.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 발할라의 큰언니이자 지휘관으로서의 권위, 태생적으로 타고난 기품에 그에 자연히 따라오눈 위엄과 오만이 그녀가 젖 먹던...아, 바이오로이드니까 젖 먹던 시기가 없구나. 영양 먹던 시절의 힘까지 다 끌어모아 바벨을 들게 만들었다. 직접 전투용 바이오로이드는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군용 바이오로이드는 군용 바이오로이드였고, 오리진더스트가 주입된 소체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닌지라 그녀는 어떻게든 바벨을, 간신히, 온 힘을 끌어모아, 위태위태하긴 해도, 들어올릴 수는 있었다. 이건 기적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게 얼마나 오래 갈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지만.
“여서어어어엇...”
“아아, 아으윽!”
“일고오오옵...힘 줘요, 힘! 바벨 놓치면 잘못하면 죽어요!”
“으흐으으윽!”
“여더어어얼...조심해요, 바벨 놓치면 진짜로 위험해요! ”
“아흐, 아흐으윽!”
다른 이 앞에서라면 절대로, 실수로라도 내뱉지 않을 창피한 소리의 탄식들이 레오나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이 얼마나 없어보이고 나약해보이는, 부끄러운 신음이란 말인가. 사령관과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낼 때나 나올 법한 소리가 아닌가. 누가 들으면 바벨을 들면서 절정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녀는 지금 정말, 정말로 눈 앞에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눈 앞이 아련하고 사랑하는 자매들의 얼굴과 사령관의 얼굴이 휙휙 지나가는 걸 보니 진짜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라는 걸 그녀 본인도 잘 알 수 있었다.
“아호오오오옵...”
“아윽, 으으으으윽!!”
이제, 이제 한 번이다. 이제 한 번 남았다. 이것만 마치면 이 고통스러운 고문해서 해방될 수 있다!
“아호오오오오옵...”
“!? 으끄으응, 으꺄아아으윽!!”
“아호오오오오옵...”
이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왜 끝나지 않는가. 왜 아홉이 반복되는가. 왜 열 번째가 영영, 마치 눈보라 너머 머나먼 발할라 마냥 오지 않는 것인가. 수천가지 의문이 땀과 고통과 피로로 범적이 된 레오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열 번째' 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니, 이...망할...트레이너...!!!
“끄으으으응! 저기, 마이티?”
“트레이너님이에요. 아호오오오오옵....”
“아흑! 으으으윽! 어, 언제 끝나?”
“아호오오오오옵....”
“저, 저기, 트레이너님, 아아악!”
“!? 고갱님!”
눈 앞의 희망, 이제 끝이 보인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팔에 힘이 빠졌다. 다음 순간 레오나가 본 것은 그녀의 눈앞으로 떨어지는 무식한 쇠봉이었다. 눈 앞에 불빛이 번쩍했다. 눈물이, 핑 하고 돌았다.
“......!!!!”
너무, 너무도 아파서 뭐라 말하고 싶은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무거운 바벨이 그녀의 가슴 위에 비스듬히 누워 그녀의 흉곽이 숨쉬는 걸 막고 있었다.
“아이고! 그러니까 팔에 힘 빼지 마시라니깐요!”
다행히 마이티가 바로 옆에 있었고, 숙련된 헬창답게 그녀는 순식간에 그 바벨을 치워 주었다. 레오나는 겨우 숨을 다시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게 크헥, 케헥, 하는 기침이 절로 나오는 레오나의 자존심마저 다시 회복시켜 준 것은 아니었다.
“크윽, 윽...”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나는 바벨에 맞은 얼굴이 얼얼한 걸 느꼈다. 그녀는 제발 얼굴에 멍이 들지 않았길 바랬다. 멍들면 그 우습고 못난 꼴을 다른 지휘관기들에게, 발할라 자매들에게, 그리고 사령관에게 어떻게 보여준단 말인가. 그 멍이 든 경위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마, 마이, 아니, 트레이너님, 나 얼굴 괜찮아? 멍 안 들었어?”
“네? 아 네, 어...안 들었어요. 코피는 나지만.”
“코...코피...?”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의 입 안으로 찝질한 쇠맛이 찾아드는 것을 느꼈다. 황급히 체육관 거울로 얼굴을 돌린 그녀는 자신의 형편없는 몰골을 그대로 마주해야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머리는 떡지고 헝클어졌고, 땀에 절고 먼지가 붙은 자신의 얼굴을.
최후까지 힘을 쓰느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일그러졌던 그 얼굴을.
그 비참한 면상에 흐르는, 한 줄기 코피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가장 초라한 더치걸과도 비견될 만한 바로 그것이었다. 그 꼴이 되고서도 실패한, 마리네 브라우니들도 든다는 바벨조차도 못 들고 실패한, 추하게 패배한 여자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흑......”
그 순간, 참아 왔던 서러움이, 그녀가 자존심의 댐 안에 억지로 가둬 놓고 있던 그 억하심정이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조금 전에 잠깐 핑 돌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는 폭포가 되어 레오나의 두 눈에서 쏟아져 내렸다. 억지로 다잡으려 해도 한 번 무너진 자존심의 댐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포기하고 말았다.
“흑....흑.....으흑....”
“어, 어, 고갱님?”
“으흑, 으흐흑...흐어어어어어엉---”
레오나가, 그 북방의 암사자가, 그 냉철하고 근엄한 철혈의 레오나가 체면이고 뭐고 다 벗어던지고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진귀한 광경이다. 아마 오르카 내에서 최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이티는 더더욱이나 당황해야 했고, 또 갑자기 와락 후환이 두려워졌다. 발할라 자매들 귀에 이 사건이 들어가면 가만 안 둘 애들이 좀 이을 것이다. 아니, 당장 여기 있는 레오나 본인부터가 자신이 추하게 우는 모습을 본 그녀를 살려 두려고 할까?
“저, 저기, 못 들어서 분하신 건 알겠으니까, 좀 더 쉬운 걸로 합시다, 그럼.”
“그놈의, 그놈의 살이 뭐라고, 흐어어어어엉---”
“울지 마시구요. 제가 좀 너무 의욕이 앞섰나 봅니다.”
“나도, 이런 몸 갖고 싶진 않았다고! 흑, 근데, 근데 난 왜, 흐으으흐어어엉----”
“자, 여, 여기 아령부터 합시다. 자, 뚝! 뚝 그쳐요! 울면 지방이 이놈! 합니다!”
“히끅, 끄윽! 흑, 윽...”
마치 장난감을 쥐어주는 유치원 교사처럼 마이티는 목놓아 꺼이꺼이 우는 레오나의 손에 아령을 들려주었다. 눈물범벅에 코피까지 섞여서 완전히 못 볼 꼴이 된 레오나의 얼굴은, 그러면서도 버릇처럼 아령을 든 팔을 움직이는 그 모습은 솔직히 우스웠지만, 마이티는 웃지 않기로 했다. 후환이 두려운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의지가 꺾인 이를 비웃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대신 그녀는 레오나의 등을 토닥여 주기로 했다.
“자, 자, 고갱님은 지금까지 잘 해 왔어요. 중요한 건 그걸 꾸준히 하는 거죠. 솔직히 여기 등록하러 왔다가 도망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어쩐지, 드높고 지고한 오르카의 지휘관이 아니라 어린애를 어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는지 레오나의 울음은 한층 잦아들었다.
“누구나 다 한번쯤 실패는 해요. 실수도 하고요. 그런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난, 난...항상...최고의 모습만 보여줘야 해. 실패는 용납...못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자매들에게, 그리고...사령관에게. 그녀는 항상 뛰어나고 우월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멋진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 흠결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의 근거요 우월함의 근거다. 단 일점의 뱃살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번쯤 실수한다고 누가 뭐라 안 해요. 계속 해나갈 수만 있으면 되죠. 이게 뭐 목숨 걸린 전쟁도 아니고.”
“아니, 전쟁이야. 내 자존심이 걸린 전쟁. 내 명예가 걸린 전쟁! 실수하면...안 돼.”
이거 정말 애를 다루는 느낌인데. 그 레오나에게 이런 유치한 면이 있었나? 마이티는 머리를 한 번 짚고는 안쓰러운 꼴이 된 발할라의 지휘관의 목덜미에 수건을 덮어 주었다. 아마도 그녀에게 주어진 중압감은 엄청났으리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자매들에게, 사령관에게 항상 최고의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뭐...전쟁에서는 그렇다 칩시다. 그건 내 분야가 아니니깐. 하지만 여기선 아니에요.”
“?”
“여긴 내 체육관이라고요. 어...스카디랑 티에치엔도 여기 꾸밀 때 지분을 내긴 했지만,”
그리고 마이티는 레오나의 어깨를 짚었다.
“여긴 체육관이에요. 연습하는 곳이라고요. 연습은 으레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실수를 해도 되니까 연습인 겁니다. 아시겠어요?”
우느라 붉게 충혈된 레오나의 눈이 떨렸다.
“여기선 어차피 다들 실수하고 다들 추해져요. 티에치엔은 맨날 백보신권 열에 다섯을 실수하고, 운동하다보면 다들 땀투성이가 되어서 더럽게 되고 땀냄새 풍기죠.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요? 여기는 그러라고 있는 곳인데. 끝나고 씻으면 되죠 뭐.”
마이티는 티슈를 꺼내 레오나의 코피를 닦아 주었다. 눈물로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눈가도.
“중요한 건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해나가는 거에요. 전쟁은 죽으면 끝일지 몰라도, 운동은 아니거든요? 자, 팽, 합시다!”
레오나가 팽, 하고 코를 풀자 그녀의 코 안에서 덩어리져 있던 핏덩이가 흘러나왔다. 완전히 달리다 넘어져 코피 난 우는 애를 돌보는 보모 역할이 된 마이티는 자신이 보속의 마리아가 된 것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운을 추스른 레오나가 다시 자존심의 댐을 복구하는 데 성공한 탓이다. 여전히 눈물기가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피식 웃었다.
“읏,,,훗, 재미있네, 당신. 솔직히 살빼는 거 빼곤 당신한테 배울 거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 지금까지 다 살 빼는 얘기만 한 거에요”
“그래. 하지만 유익했어. 인정하지. 도움도 되었고.”
그리고 레오나는 일어났다. 삔 다리가 아팠는지 비틀, 했지만, 확실히 장신의 금발 백인 미녀는 본연의 도도함을 다시 회복한 것 같았다....코에 휴지심을 박아서 그 도도함이 반은 빛이 바랬지만.
“그런데 다음부턴 좀 고객 눈높이에 맞추는 게 좋겠어. 아까 등록하러 왔다 도망가는 애들 많다고 했지? 말 나온 김에 솔직히 물어보지. 그녀들에게도 오르카 300바퀴 같은 거 시켰지?”
마이티는 우물쭈물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뭐, 상관없었다. 마이티 말마따나 중요한 건 그만둔 애들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느냐, 계속 해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니까. 그리하여, 마침내 그 지긋지긋한 지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럴 생각이었다.
“오늘은 좀 고생했네. 못 보여줄 꼴도 보였고.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야, 약속하지, 트레이너”
“저기, 님 짜 붙이세...”
“그리고.”
레오나는 고개를 돌려 불타는 듯한 눈초리로 마이티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악의는 없었으되 북극의 냉기보다 더욱더 차가운 살의와 위협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마이티는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오늘 내가 운 거...어디 가서 발설하기만 해봐.”
그녀는 엄지손가락을 펴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소문이라도 퍼지면 당신인 줄 알겠어”
오늘 운등올 마친 레오나가 떠나가자 마이티는 진지하게 체육관 문을 닫고 도망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오르카 내에서 레오나의 체형이 눈에 띄게 향상된 걸 가장 처음 알아차린 건, 오르카 내의 의상을 담당하는 오드리였다. 오드리는 원래도 훌륭히 밸런스 잡힌 - 조금 살집이 있긴 했어도 - 몸매를 가진 레오나가 이제는 나이트앤젤 다음가는 몸매를 갖게 되었다고 - 이상하게도 그 서식을 들은 나앤의 눈에서는 오히려 피눈물이 흘렀다 - 칭찬했고, 그건 곧 지휘관기들의 눈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휘관기들은, 사령관과 동석하는 전술회의에서 그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어, 레오나, 요즘 운동이라도 하나봐?”
“사령관, 그건 갑자기 왜 물어봐?”
도도한 태도로 차갑게 맞받아쳤지만 그 안에 담긴 기쁨과 자랑스러움은 여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간 레오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 레오나가 싫다기보다는, 그냥 말 그대로 딱히 터치할 것이 없어서 - 사령관이 그녀의 몸에 관심을 갖자 그녀의 가슴은 만족과 두근거림으로 터져나갈 것 같았다. 물론 언제나 냉기 풍기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녀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냥...몸에 힘이 넘치는 게 느껴져서.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어, 체형도 아주...각잡힌 거 같고”
“사령관, 그거 잘못하면 성희롱이야. 그리고 지금 전술논의에 그게 중요해?”
핀잔을 주듯 쏘아붙였지만, 다른 지휘관기들은 레오나가 여자로서의 기쁨에 차서 그 어깨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키 큰 금발벽안의 백인 미녀의 신체에 밸런스가 잡히자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돌아볼 만큼 조각 같은 굴곡이 몸에 드러나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비결이 뭔가?”
전술회의가 끝나고 나서는 길에, 마리가 슬쩍 레오나의 뒤로 다가와 작게 물어보았다. 마리 역시 키 큰 백인(프랑스계)여성의 몸을 하고 있다. 비슷한 몸을 가진 레오나가 그토록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비밀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사령관과의 사이에서 이 북방의 암사자에게 선수를 빼앗길지도 모르리라.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바꿔 말하면, 마리는 지금 자신의 잠재적 라이벌에게 자존심을 굽히고 정보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레오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흠, 나는 육군 총책임자일세. 사령관께서 담당하는 구역 이외의 작전지에서 어느 지상군 부대가 어디에 배치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지. 필요하다면...한 번 정도는 그대의 의향에 따라주겠네”
그건 고마운 일이다. 사실 레오나의 비결이 뭐 엄청나게 비밀스럽거나 대단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녀는 그 정도면 거래를 할 만하다고 느꼈다. 문제는....
‘아, 이거 말하기 창피한데.’
요가 하다 다리 삔 이야기, 바벨 들다 코피 터진 이야기, 그래서 거기 트레이너 앞에서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목놓아 울어버린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가. 그녀는 혹시라도 그 생각하다가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서 붉어지진 않았는지 마리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 그녀는 알아차린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레오나는 그냥, 짧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자전거”
“음? 자전거 말인가?”
“체형을 가꾸는 데에는 유산소 운동이 제일이야. 그런데 그냥 자전거만 갖다 놓으면 꾸준한 운동을 하지 않게 되니까 발전기를 연결해봐”
마이티가 해주었던 말을 그저 앵무새처럼 똑같이 따라한 거지만 마리는 거기에 꽤 감명받은 듯했다.
“그렇군...자전거라...발전기가 달린...고맙네. 참고하도록 하겠네.”
뒤돌아서서 사라져가는 마리의 키 큰 뒷모습을 바라보며 레오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몇 주간 참으로 고생했다. 정말로 힘들었다.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다시는 귀 긴 년들 따위의 말은 믿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깐프년들의 뽐뿌질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래도...그 고생 속에서 분명 얻는 것은 있었다. 생각지 못했던 교훈도. 아무도 보지 않는 오르카의 복도 위에서, 레오나는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 아름답고, 균형 잡혔으며, 훌륭한 곡선을 자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미소지었다. 눈보라 속에서 명예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마리가 오르카 내 스틸라인의 전 생활관들에 자전거를 설치하도록 지시하고, 브라우니와 레프리콘과 실키와 (분노와 짜증에 악이 받친) 이프리트들이 매일 그 자전거를 타면서 오르카의 전력난 해결에 매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는 건, 조금 미래에 일어나는 나비효과다.
<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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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물은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사실 매운맛보다 더 좋아하는데 그걸 못 써서 맵게 쓰는 겁니다), 제가 잘 못 써서요.
그래도 연습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재미있게 읽으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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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후일담으로 썼었어도 재밌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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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븐의 장난으로 스틸라인이 고통받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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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 20.10.26 1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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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븐의 장난으로 스틸라인이 고통받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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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 20.10.26 1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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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기의 차이는 의지력의 차이인가 나앤: (한숨) | 20.10.26 1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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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후일담으로 썼었어도 재밌었겠네요. | 20.10.26 1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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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랑 베라 죽는 소리 벌써부터 들리는군요. 발키리는 171에 48이라 더 살 뺄만한 곳도 없어보여 괜찮을거같은데... 샌드걸은 차이가 좀 심하니 금속골격이 다른 캐릭들과 차이나서 그렇다쳐도 실제론 어떨지 모를일이고. 스킨보면 그리 찐거같진않은데. | 20.10.26 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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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죽는건 그렘린일것 같음. 겜순이라 운동같은거 전혀 안할것같은 느낌ㅋㅋㅋ | 20.10.26 1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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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렘린은 발키리 상세설정에서도 인정한 색정적인 면이 강한 캐릭이라 다이어트 운동 다른건 못한다고 징징거려도 써니의 요가는 어떻게든 하려들지않을까싶어요. 다양한 체위를 위해? | 20.10.26 1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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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렘린도 159에 41이니 생각보다 날씬하긴하네요. | 20.10.26 12: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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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구상은 윗분 아이디어라 가급적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 ㅎㅎ | 20.10.26 13: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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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후, 이프리트는 오르카 전력 생산에 있어 스틸라인 내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지대하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하사가 되었다. | 21.11.15 14:5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