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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이 종료된 다음날. 사령관이 직접 하치코와 펜릴을 불러들였다. 두 바이오로이드는 정말 요안나의 섬으로 가거나 쫓겨날까 두려워했다.
“저희를 버리려는 건가요 주인님?”
“앞으로 주인님이랑 언니.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말 잘 들을게요.”
사령관과 콘스탄챠. 그리고 리리스가 각자 하치코와 펜릴. 켈베로스의 눈을 안대로 가렸다.
“버리지 마세요. 주인님!”
펜릴과 하치코. 켈베로스는 자신들이 오르카 호에서 내릴까 불안해하면서도, 평소처럼 달아나거나 날뛰지 않았다.
만약 그대로 도망가거나 해봤자 지금은 깊은 바닷속 아래에 잠겨 있고, 오르카 호의 인원들이 자신을 못 찾아낼 일도 없었다. 괜히 사령관에게 미움을 사 봤자 쫓겨나는 게 전부일 것이다. 아무리 하치코와 펜릴이라도 그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결국 세 바이오로이드는 사령관에게 애원하는 것조차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눈을 가린 펜릴과 하치코. 켈베로스 셋이 사령관과 리리스. 콘스탄챠의 손에 한참 동안 이끌린 끝에, 갑작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한다 하치코. 펜릴!”
“켈베로스 그동안 둘하고 어울리느라고 고생했어!”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셋 다 크게 놀랐다.
“어 이건?”
동시에 사령관과 리리스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눈을 가렸던 안대가 사라졌다. 동시에 세 바이오로이드는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둘이 끌려온 곳은 바이오로이드 모듈 해체실 같은 게 아니었다. 컴패니언 시리즈 소속 숙소로, 여기저기 화려한 장식이 덧붙여진 상태였다.
숙소에 이런 인테리어가 들어가는 건, 사령관의 편애를 받을 정도로 전공을 세운 발키리 외에는 받은 적이 없는 특혜였다.
벽에 붙은 램파리온과 기간테스의 포스터. 마법 소녀들이 직접 그린 마스코트 일러스트. 천장에는 알바트로스와 로크의 모양을 그대로 본딴 모빌. 컨테이너 안에 들어있는 컴패니언 가족들을 닮은 미니 사이즈 인형.
방 한가운데에는 펜릴이 좋아하는 고기 요리. 켈베로스가 좋아하는 기름진 파스타와 볶음면. 튀김과 빵 종류. 하치코가 좋아하는 미트 파이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둘 다 잔뜩 겁먹은 강아지 꼴이군. 아 진짜로 강아지 바이오로이드였지.”
이전부터 은근히 하치코와 어울려 다니던 로크가 음침하게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힘든 임무를 성공시킨 것을 축하한다 켈베로스.”
뒤이어 램파리온이 켈베로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켈베로스는 얼떨결에 램파리온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생일 축하해 하치코. 펜릴!”
방 안에 있던 모두가 두 바이오로이드의 생일 축하 인사를 했다.
“축하해 이건 내 선물!”
“이 프린세스가 너희 둘에게 선물을 하사하겠노라!”
그리고 LRL과 알비스가 각자 초코바와 참치캔을 둘에게 건네줬다. 다음은 페로와 리리스가 하치코와 펜릴에게 개껌 모양의 쿠션을 하나씩 줬다.
“생일 축하한다 하치코. 펜릴.”
그러나 정작 둘은 생일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다.
“생일?”
“그거 뭐야 주인님. 먹는 거야?”
“너희 둘 정말 잊어버린 거니?”
사령관이 피식피식 웃으면서 하치코와 펜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펜릴이 뭔가 떠올렸다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대답했다.
“아 맞다! 며칠 전에 주인님 생일이었잖아.”
“응 맞아. 그때 난 미트 파이를 구워 드렸어.”
사령관은 하치코가 미트 파이 얘기를 하자마자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하치코가 특별히 생일이라고 구워준 미트 파이는 안에 민트가 가득 들어 있어, 한 입 먹자마자 깜짝 놀랄 정도의 향이 풍겨왔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난 아껴 먹으려던 육포!”
펜릴이 뒤이어 한마디 하자, 사령관은 큰 소리로 웃어댔다. 펜릴의 잇자국이 여기저기 남은 육포를, 그녀와 함께 짐승처럼 뜯어먹었던 기억은 웃지 않고 못 배길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갑자기 생일인가요 주인님.”
“그게….”
사령관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만 생일을 챙겨 받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거든. 너희들도 모두 나와 똑같이 귀한 사람들이니까. 너희가 없으면 나도 여기까지 살아있을 수도 없었고.”
그 방 안의 바이오로이드와 AGS는 사령관의 대답에 미세한 불안 따위는 씻어낼 수 있었다. 뒤이어 사령관이 여태껏 둘의 생일 준비를 해준 바이오로이드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다들 갑자기 생각한 한마디에 이런 일을 준비해주다니, 너무 고마워 모두. 우리가 언제까지 살아남을지는 모르지만, 오늘 하루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그 한마디를 신호로 하치코와 펜릴의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사령관은 처음으로 자신의 생일을 맞이했을 때를 기억했다.
“너희들 대체?! 이런 걸 언제 나 몰래 준비한 거야?”
수다스러운 탈론 페더. 스프리건. 브라우니. 아직 어린애 같기만 한 메이와 LRL. 알비스. 하치코나 펜릴 마저도 감쪽같이 입을 다물었다. 그 탓에 사령관은 파티 장소에 들어갈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사령관은 너무도 황송한 모습에 그 한마디를 꺼냈다.
“너희들이 내게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어째서? 오히려 나야말로 너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아니에요 사령관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희도 여기까지 올 수 없었으니까요.”
콘스탄챠가 먼저 의견을 내고, 뒤이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만장일치로 찬성한 결과라고 했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감사인사를 한 다음, 기억을 되찾은 후 처음으로 연 생일 파티를 즐겼다.
파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즈음. 사령관은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콘스탄챠에게 질문했다.
“그게…. 내 생일이 왜 하필 그 날이지?”
“그 날이 저희와 사령관님이 처음 만난 날이니까요.”
확실히 그랬다. 자신이 언제 태어났는지, 그리고 냉동 수면에서 언제 다시 일어났는지도 불분명했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자신과 콘스탄챠가 처음 만났던 그 날이 먼저였다.
그리고 사령관은 그날이야말로 진짜 자신의 생일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나 콘스탄챠에게 하나 더 물어봤다.
“그러면 너희들의 생일은 언제라고 해야 하지?”
사령관의 질문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아마 본인들도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은 모양인 것 같았다. 사령관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을 둘러봤다.
“저기, 그건….”
사령관은 문득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라, 그 자리에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한마디 했다.
“좋아 그렇다면….”
사령관이 그렇게 옛날 생각에 잠겨 미소를 짓는 동안, 콘스탄챠가 하치코와 펜릴에게 갑작스러운 생일 파티의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래서 시범으로 생일이 뭔지 물어본 하치코와 펜릴 씨부터 생일을 치르기로 했어요.”
“그랬구나!”
“고마워 주인님! 역시 주인님이 최고야.”
그렇게 말한 뒤, 하치코와 펜릴은 사령관에게 달려들어, 그의 뺨과 근육질 팔을 마구 핥아댔다. 그러다가 두 바이오로이드는 갑자기 누군가를 떠올렸다.
“아 그러면 잠깐!”
“펍헤드의 생일은 언제가 되는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아지 외장을 입힌 펍헤드가 걸어들어왔다. 아직 수복 중인지 앞발과 꼬리. 그리고 배 부분에 접착용 테이프를 붙인 상태였다.
“사령관님. 펍헤드도 둘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꼭 가고 싶다고 해서 말이죠.”
“그동안 고생 많았네 켈베로스.”
펍헤드가 한마디 하자 켈베로스는 펍헤드를 안아 들고 헤헤 웃어댔다. 뒤이어 펍헤드는 오늘의 주인공인 하치코와 펜릴에게도 축하 인사를 했다.
“하치코. 펜릴. 생일 축하한다네. 여태까지 이걸 숨기느라고 꽤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말이지. 만만치 않더군.”
그때 엉뚱하게도 펜릴과 하치코는 펍헤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펍헤드랑 켈베로스의 생일은 언제가 되는 거야?”
“어 나 말이야?”
“저 말입니까?”
켈베로스와 펍헤드는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켈베로스가 먼저 환하게 웃으면서 둘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야 제조된 날을 생일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내가 태어난 곳도 오르카 호니까.”
확실히 하치코와 펜릴도 오르카 호에서 제조된 날을 생일로 잡았다. 켈베로스가 자신이 만들어진 날을 생일로 정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세 바이오로이드는 펍헤드의 생일을 언제로 할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펍헤드의 음성 모듈에서 예상 외의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저는 오르카 호에 구조될 때를 생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펍헤드의 한마디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 펍헤드가 어떻게 오르카 호의 일원이 되었는지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랬지 펍헤드는 여기서 제조된 게 아니라, 구출되었으니까.”
“오르카 호와 사령관님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즐거운 삶을 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날이 제 삶이 제대로 펼쳐진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러면 그동안 수고해준 켈베로스와 펍헤드의 생일을 바로 챙겨줄게. 역시 앞으로는 서프라이즈 파티 같은 건 하지 않아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사령관은 하치코와 펜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펜릴과 하치코가 사령관에게 달려들어 그를 꽉 끌어안았다.
“나도 매일매일이 즐거워 주인님.”
“엥 치사해 펜릴만 매달리고! 나도 할래요!”
“나도!!”
졸지에 하치코와 켈베로스마저 사령관에게 매달렸다. 펍헤드는 한참 동안을 고민하다가, 사령관의 등에 올라탔다.
“저도 오늘만큼은 저 셋처럼 강아지가 되고 싶군요.”
사령관은 오래간만에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크게 웃어댔다.
“하하 하하하 너희들 하하.”
그 모습은 마치 강아지 여러 마리가 주인에게 달라붙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 지금은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사령관은 며칠 전에 봤던 ‘멸망 전 인류’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영상자료에 나왔던 하치코와 켈베로스의 기억을 되짚자, 어둡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사령관님. 지금은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 거랍니다.”
콘스탄챠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찰떡같이 달라붙은 강아지 셋. 아니 넷 덕분에 복잡한 생각이 지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 오르카 호의 식구들이 있으니까.’
사령관은 차례대로 하치코와 펜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켈베로스의 머리로 손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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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추석 연휴 직후에 내는 원고까지 마무리되었네요. 다음 편은 예고했던 그것. 스파르탄 부머의 장갑기병 보톰즈 패러디입니다. 히로인은 원작(보톰즈)처럼 실험용으로 제작된 프로토타입 바이오로이드가 나올 예정입니다. 또한 멸망 전 시대의 이야기이므로 당분간 오르카 호 식구들은 못 볼 것 같네요. 그러면 다음주를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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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길게 갈 시리즈를 하나 기획해야 하겠네요. 긴 시리즈가 있어야 쉬는 일 없이 쭉쭉 써나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20.10.11 18: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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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에서 자꾸 매운 맛을 치니까 팬픽이라도 훈훈하고 행복한 게 역시 땡기네요. 그래도 여러모로 고생한 한 편이었습니다. 어린 아이에 동물. 훈훈한 이야기와 과격한 전투가 빠진 이야기. 평소 저 자신을 반성해볼만한 글이었습니다. | 20.10.11 20: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