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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편젤다입니다.
전편모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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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레이가 그런 얼빠진 목소리를 뱉었을 때,
“엑.”
하고, 사령관은 손목이라도 삐끗한 건지 애매한 표정으로 떨어진 주사위를 보았다.
5...
잠깐만, 5?
“8이다.”
“8이네.”
리코리스와 그레이스의 태평한 목소리가 들린 직후.
“어, 잠깐... 어?! 아니, 왜?! 분명히 스냅은 제대로 들어갔는데?!”
“애 상대로 대체 무슨 짓이냐고...”
“하하하. 운은 우리 편이었군그래.”
레이의 어이없다는 듯한 시선을 받는 사령관이 낭패라는 듯 게임판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손목 스냅이 현란하긴 했지?
쓴웃음을 지은 칸의 눈앞에서 사령관이 뒤통수를 긁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허이구. 내가 쓰던 꾀에 내가 당할 줄은...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진다고?”
“인정하지 그러나.”
“아니, 이 앞에 우리 땅만 4갠데...”
“아깝네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 세이렌의 옆에서 쓴웃음을 터뜨리는 사령관은, 허탈한 듯 어께를 추욱 늘어뜨렸다.
“항상 시도하는 입장이라 몰랐는데 당하면 엄청 허탈하구나, 이거...”
“그걸 이제 아셨어요...?”
사령관의 말을 들은 그레이스의 목소리는 뭔가 맺힌 게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당했구나. 그레이스도...
“이겼어?”
“응. 이겼어.”
사령관에게 놀이 지폐 다발을 받아 들고서 고개를 갸웃하는 소녀에게 칸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자그마한 소녀에게 빙긋 웃어 보이자, 그제서야 리코리스는 방긋 웃으며 와아. 하고.
“재미있었어!”
하며.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왜인지 목이 탁 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표정도 지을수가 있었구나...”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무심코 새어나온 속내를 고개를 저으며 감춘 칸 대신 사령관이 살짝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뭐어... 아무튼. 이긴 건 이긴 거니까. 자! 소원수리권. 약속한 1등상.”
씩 웃으며 건네준 그 종이를 소녀는 금방이라도 신나서 뛰어오를 듯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지금 쓸래?”
“지금?”
“응. 뭐든 말해봐.”
칸에게도 종이를 건네주는 사령관이었지만, 시선은 리코리스를 향해 있었다.
어떤 말을 하려나. 하고. 소냐에게 잠깐 시선이 모여들었지만. 소녀는 잠깐 고민하는 기색이더니.
“이거, 나중에 써도 돼?”
“엉? 나중에?”
하고, 고개를 들어 사령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의외라면 의외였다. 곧장 무언가 말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뭐어, 상관은 없지만. 나중에 쓴단 거지?”
“응. 나중에 쓸래.”
“알았어. ...칸은 어쩔래?”
“음?”
무슨 생각이 있는 걸까... 싶어 소녀의 옆모습을 바라본 칸이었지만, 사령관의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으음... 그럼 나도 아껴두도록 할까. 사령관에게 뭘 시킬지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제 능력 안에서 부탁드립니다.”
“뭘 그리 생색을 내고 그러나. 전용기 하나쯤은 사 줄 수 있는 양반이.”
“진짜로 그걸 사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니지?”
“글쎄.”
“칸, 나 진지하거든?”
“뭐든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하여간 안절부절못하기는.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며 천연덕스레 사령관의 애원을 무시한 칸의 눈앞에서, 그레이스가 해맑게 손을 들었다.
“이번엔 뭘 할까요?”
“나 이거 해 볼래!”
즉시 반응하는 소녀에게 이끌려 자리에 앉으면서, 이미 9시를 가리킨 시계를 보고 살짝 탄식했다.
11시 전에 자기는 글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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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건 어떻게 하냐면~”
그레이스의 활달한 목소리는 멈출 줄을 모르고.
“이익...?! 또 졌어?! 이 내가?!”
사령관의 절규는 계속되었으며.
“애 상대로 좀 적당히 하지 그러나.”
“맞아요. 사령관님.”
“아니 뭐... 항상 전력을 다한다는 건 듣기는 좋지만요. 이런 때까지 그러시는 건 좀...”
칸과 세이렌, 레이의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 역시 계속되었고...
“다음은 이거 하자!”
그리고 소녀의 즐거운 목소리가 가라앉는 일도. 없었다.
새벽 내내 계속될 것만 같던 시간이 끝난 건 1시가 가까워진 야심한 시각이 되어서였다.
여전히 놀고 싶어 하는 소녀와 그레이스를 어르고 달래-사실 칸 역시 속으로는 더 놀고 싶었으나-겨우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족히 3명은 눕는 침대 2개를 붙였지만... 왼족부터 레이, 그레이스, 세이렌, 리코리스, 칸 순서로 눕자 자리가 좁게 남아, 사령관은 당연하다는 듯 소파에누웠다. 세이렌이 자기가 내려가겠다며 말렸지만, 사령관이 그런 걸 허락할 리도 없고.
리코리스와 세이렌이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고, 그레이스가 레이를 꽉 껴안고-레이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 잠을 청하고. 칸은 미소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밤은 조용히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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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언가 품 속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어 칸은 눈을 떴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눈을 떠 눈앞을 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은 곤히 잠든 세이렌과 그레이스, 그리고 여전히 구속당한 채 끙끙거리는 레이.
...응? 잠깐만. 리코리스는...
한순간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한 칸이었지만, 품 속으로 파고든 체온을 깨닫고 안도했다.
눈높이 아래에 있어서 보이질 않았군.
고개를 내리니 어두컴컴한 밤인데도 선히 보이는 선명한 금발이 눈에 들어왔다.
온기를 원하듯 자신에게 안겨드는 작은 소녀를 보고 쓴웃음을 지은 칸이었지만...
“...어라?”
쓴웃음은 이내 의문으로 바뀌었다.
떨고 있어?
왜?
“리코리스?”
마치 무언갈 두려워하는 것처럼, 태풍을 맞은 어린 나무마냥 심하게 떠는 소녀를 조심스레 부르자, 리코리스는 흠칫 몸을 움찔하고는 칸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동자에 희미하게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칸은 놓치지 않았다.
“언니?”
“그래. 나다. 왜 그러지?”
칸이 당혹스러워하며 물어보았지만, 소녀는 공포에 떨듯 다시 칸의 품에 얼굴을 파묻을 뿐이었다.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어쩔 수 없이 그 자그마한 등을 토닥토닥해 주며 안심시키려 했다.
“무슨 일이야. 리코리스?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건가?”
“...응...”
“괜찮다. 꿈은 꿈일 뿐이야.”
아이를 어르듯, 등을 토닥이며 속삭여 주었다.
레이는 원체 잘 울지 않는 아이라 이런 적은 손에 꼽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아 주면 금세 진정되곤 했다.
3분 정도 지났을까. 괜찮다며 달래는 칸의 차분한 목소리에 겨우 진정되었는지, 떨림이 멎은 리코리스는 고개를 빼꼼 내밀며 작게 말했다.
“...미안해. 깨워서...”
“괜찮아. 나는 원래 잠이 적거든.”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녀에게 살짝 웃어 보인 칸은, 소녀의 몸을 안아올려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다시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돌아눕는 소녀에게, 칸은 작게 말했다.
“무슨 꿈을 꾼 건지, 물어봐도 괜찮을까.”
흘끗 시계를 보니 3시 언저리. 칸의 등 뒤인 테이블에서는 여전히 사령관이 서류를 넘기는 중인지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칸의 질문에 소녀는 잠깐 침묵했다.
청록색 눈동자와 회색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칸은 소녀가 겁내지 않게 천천히 손을 들어, 그럼에도 움찔한 소녀의 머리카락을 쓴웃음과 함꼐 쓰다듬었다.
“말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 괜찮아. 지금은 나도 있고, 언니들도, 오빠들도 있으니까.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떨지 않아도 된다.
“응...”
칸의 손길이 어색한 듯 몸을 움츠리는 리코리스에게 슬며시 웃어 보였다.
-어머니. 어머니.
-왜 그러니. 레이.
-무서운 꿈을 꿨어요.
-잠을 못 자겠어요.
머리색도. 체구도 성격도 성별도. 눈동자 색도 다르지만.
왜일까... 칸의 눈에는 소녀가 그 시절 자신의 아들과 겹쳐 보였다.
“...괴물이 나오는 꿈을. 꿨어.”
“괴물?”
“응... 괴물이 날 잡아서, 막 소리를 지르고. 잡아먹을 듯이...”
띄엄띄엄 이야기하는 소녀와 눈을 마주본 채, 칸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몸도 아프고 귀도 아프고... 무서워서 우는데... 아무도 없고... 계속 아프고... 너무 무서워서, 눈을 꽉 감았다가 뜨니까.... 그때. 깬 것 같아.”
“...그래...?”
소녀가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으리라는 건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잘 모르는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리코리스에게 스트레스였던 건지도 모르겠군...
“무서웠겠구나.”
“...응...”
“괜찮다. 그 괴물은 여기 없으니까. 있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언니오빠들이 있으니, 우리가 쫒아내 주마.”
“쫒아내?”
“그래. 리코리스는 잘 모르지만 여기 있는 언니오빠들은 다들 강하거든. 무슨 괴물인지는 몰라도 금방 없애줄 테니 걱정 마.”
“...”
등을 토닥여 주며 안심시키려 하자, 리코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칸을 보았다. 그 시선에 살짝 웃는 걸로 대답해주니, 소녀는 포옥 하고 칸의 품에 다시 안겨왔다.
“...엄마는...”
“음?”
“...엄마는... 그런 말... 안 해 줬는데...”
얼굴을 파묻은 채 말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살짝 억눌린 목소리에, 칸은 소녀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지금 칸의 표정이 어떤지. 보여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러냐.”
“...이렇게. 안아 주지도... 않고.”
하고 싶은 말들을 속으로 삼키며 간신히 “그래?” 라는 말만을 토해내고, 약간만 힘주어 끌어안았다.
등 뒤에서 사령관이 깊은 숨소리를 내었다.
“...있지. 우리 엄마는, 맨날 놀러만 다녀. 그럼 나는 집에 혼자만 있으니까. 심심해.”
“그럼 집에만 있는 건가?”
“응. 나가고 싶어도, 나가면 혼나니까. 참아야 해.”
“...심심하지 않으냐?”
“...괜찮아. 혼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없이. 한동안 안딘 채 말이 없던 소녀는 조금 뒤 주저하듯 천천히 말했다.
“...오늘은. 재미있었어.”
“그래? 무섭지 않았나? 다들 모르는 사람뿐이라.”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조용히 칸의 품에 파고들고, 소녀는 간격을 두고 말했다.
“...이제는 안 무서워.”
“다행이구나.”
사령관이 들으면 기뻐하겠군.
다른 아이들도...
“저 오빠가... 언니 아들이라고 그랬지?”
“음? 아아. 맞아.”
“언니도 엄청... 어려 보이는데?”
“... 하하. 나는 신인류거든. 겉보기엔 이래 보여도 벌써 오랜 시간 살아왔지.”
“그럼 저 오빠도 신인류야?”
“...”
리코리스가의 말이 향한 쪽은 서류를 책상에 놓고 눈을 마사지하던 사령관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사령관을 소개할 때, 레이의 아버지라고 소개했었지.
사령관 역시 겉보기에는 20대 초중반이므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이봐?”
사령관이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그의 정체를 알리는 건 저어되어 사령관 쪽으로 돌아보며 슬쩍 눈치를 묻자, 사령관은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알리지 않고 싶은 모양이었다.
고개를 까닥인 칸은 다시 돌아누워 말했다.
“...저 남자는 일단 신인류는 아니야.”
“어? 그럼 구인류야? 저렇게 어린데?”
“젊다. 라고 말하는 게 좋겠구나. 어디 보자... 저 남자는 구인류도 아니야. 아마 나중에... 때가 되면 알게 된 거다. 저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사령관이 바라지 않는 시점에서 그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건 사령관이 꽤나 난감해하는 행동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숨기고 있을 때는 더더욱.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굳이 사령관이 난감해지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모호하게 말하자 소녀는 납득하지 못한 듯 했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이건 말해 줄 수 있겠구나. 아까 소원수리권을 받았지?”
“응.”
“그걸 썼을 때. 네가 말하는 게 무엇이건 간에 들어 줄 수 있을 정도로는 대단한 사람일 거야.”
“...저 오빠가?”
미심쩍다는 시선을 받은 사령관이 “아이코” 하며 소리 내어 웃는 소리가 들려와, 칸 역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하긴 지금 사령관은 그를 아는 이가 보아도 ‘머리색만 좀 특이한 동네 백수 삼촌’ 정도로 보일 테니...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을 텐데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그 재주에 감탄한 것도 잠시. 리코리스는 “...그래...?” 하며 여전히 미심쩍다는 눈치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 본인이 휘감은 분위기도 원인이긴 하겠지만. 아마 그가 보여준 아무 생각 없는 행동거지가 문제일지도...
살짝 쓴웃음을 지은 칸에게, 여전히 애매한표정인 채인 소냐가 말했다.
“...우리 엄마, 아직 찾지 못했다고 그랬지?”
“음?”
살짝 움찔한 칸이었지만, 사령관이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금세 대답했다.
“음.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힘들다더구나. 그래도 내일쯤엔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어.”
“내일...”
소녀의 표정은 여전히 잘 알아볼 수 없었다.
희미한 조명에 약간의 원망을 느끼며, 칸은 소녀를 안은 팔에 살짝 힘을 주었다.
아무 말이 없는 소녀를 끌어안고서 잠시 눈을 감았다.
...네가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 준다면... 나도, 사령관도. 너를 도와줄 수 있을 텐데.
“...리코리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칸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어머니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하지만, 칸의 말은 거기서 뚝 끊겼다.
“...쿨.”
“...금방. 잠드는군.”
쓰게 웃은 칸의 눈앞에는 그 짧은 사이에 잠에 빠져든 소녀가 조용히 고른 숨소릴 내고 있었다.
“...”
방금 잠든 소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쓰다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마치 그 한숨을 듣기라도 한 듯, 소녀의 등 뒤에서 그레이스 쪽으로 누워 있던 세이렌이 몸을 돌리고선 리코리스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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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서 급하게 썼습니다ㅣ 언제 또 누워버릴지 몰라요
아마 다음편이 완결일겁니다 제 체력이 이따구라서 확신은 못하겠습니다만은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나에게 가호를 주세요으으으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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