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월은 쉬는 날이 많았지요?
저도 많이 쉬었습니다.
격주 단위 연재였는데 쉬는 날이 겹치면 쉬어야 한다는게 제 모토라서...
그래서 이번 화는 좀 깁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수정 26.02.28 - 마지막 부분 추가, 수정했습니다.)
무림대회 한 가운데, 알 수 없는 무색 무취의 독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며 알고 있던 사람들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무림대회를 꾸린 풍우산. 풍우산의 주인, 금향궁.인간도.그녀들을 공격하던 무리들은 서서히 체내에 쌓여가는 독의 낌새를 모르고 온몸을 불사르며 움직였다. 혈관은 확장되고, 피의 흐름은 급격히 빨라져 독의 효능이 점점 가속화되었다. 어느덧 어느 검객이 어지러움을 느끼고 검을 쉽사리 들지 못하여 이들과 대적하던 인간도의 여성들은 잠시 주춤였다. 함부로 공격하지 않았다. 주춤이는 것도 잠시, 그녀들은 최대한 급소를 피해가며 공격을 주저하던 자들을 공격했고, 하나 둘씩 제풀에 쓰러져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그때 상관(上官)의 가주, 상관준(上官準)이 금향궁주 온부인을 상대하다가 주변의 쓰러지는 동지들을 확인하고는 크게 일갈했다.[[ 무림의 동지들이여! 인간도가 대회에 독을 풀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말지어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허둥대기 바빴다. 용왕도의 상관준은 온부인의 뻗어 들어오는 일격을 가볍게 흐트러놓고는 중요한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서둘러 달렸다. 그때 마침 온부인은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무림대회의 시작 전,상관세가의 대표로서 아침부터 온부인을 알현하러 왔던 여식이 있었다. 그녀의 언동이나 몸짓, 표정들이 모두 몸에 당연하다는 듯이 배어 있는 깔끔한 모습이 너무나 인상깊었던 여성이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기에 그 장면이 온부인의 머릿속에 다시금 펼쳐졌다.'상관세가의 상관형(螢). 금향궁주 온부인을 알현하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본 녀가 아비의 이름을 드높이고, 고명하신 온부인의 눈에 들고 싶어 이렇게 가문을 대표하여 예를 올리러 왔습니다. 강호의 어린 후배가 인사를 드리니 부디 받아주시기를 청합니다.'온부인이 그녀의 당차고 예의바르며 곧은 모습에 감탄하며 물었다.'상관세가의 예는 현질녀에게서 본 궁이 극진히 받았습니다. 본래 그대의 아비인 상관준 대협께 직접 받기를 바랐으나, 대협께서 그대를 직접 보낸 이유가 따로 있었군요. 현질녀의 품행과 예의범절 또한 그에 준하는 것이었기에 본 궁도 참으로 감복받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가져오신 예물은 본 궁이 받기에는 은혜가 두터워 받기가 어려우나, 현질녀의 지극한 정성에 본 궁은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이상한 말씀을 들어 본 궁이 질문컨대, 어째서 일반인이신 현질녀께서 강호의 후배라 칭하신 건지 당최 모르겠군요. 상관 대협의 뒤를 잇는 무림인은 아닌줄로 알고 있거늘 어찌 후배라 칭하는 것입니까?'상관형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온부인의 눈을 함부로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미간에 두어 귀족적인 위풍스러운 면모를 보이려 노력했다.'본 녀는 과거, 남(南)숭산(嵩山)과도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에 닿아서 여러 대사 분들께 불법(佛法)과 고뇌권(苦惱拳)을 사사했습니다. 숭산의 고명한 무공 중에서도 왜 하필 고뇌권이냐 하심은, 고뇌권이 생각 이상으로 본 녀에게 잘 맞고 효력이 탁월하여 오로지 이것만 수련한 적이 있습니다.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래서 부족하지만 고뇌권을 배우고 실전성도 스스로 증명하였으니, 이는 무림인으로서의 발을 담구었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무방합니다. 본 녀의 가문에는 창방(滄幇)이라는 방파가 늘 제 곁을 지켜주지만, 그들이 부재한다고 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신이 있습니다. 하여, 본 녀는 감히 온부인께 무림 강호의 후배라는 표현을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온부인은 상관형의 당당한 면모와 빈틈없는 풍채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흡족한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상관준의 콧대와 무력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호랑이와 같은 기개가 있어 절대 남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여식인 상관형은 겸손함과 예의범절까지 갖추었으니 결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인상으로 온부인에게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그리하여 온부인은 상관준의 다급함을 바로 알고 그녀에게 가려 한 것을 붙잡으려 한 것이었다. 온부인은 되려 그녀에게 미안할 짓을 해버렸지만 이마저도 금향궁의 살길을 위한 가혹한 조치였다. 상관준은 자신의 앞길을 막는 온부인의 기세에 굳어버렸다."제 아무리 콧대 높으신 상관어르신께서도 걱정되는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싸움 중에 갑자기 허겁지겁 발길을 옮기다니요. 이상하군요. 지금 당신의 상대는 본 궁입니다만?"상관준은 이가 갈렸다."더러운 술수를 쓰는구나, 타락한 여우야.""뭐, 상황이 이렇잖습니까? 당신들은 다수, 우리는 소수입니다."상관준은 그녀의 대꾸에 어떠한 망설임이 없었다."니교를 척살하는데 다수가 문제더냐? 네년은 여덟다리 달고 땅바닥을 기어서 다가오는 벌레를 잡을 때 구충해야 한다고 생각치는 않는 것이냐?""벌레라는 표현이 이토록 시리고 가혹할 줄이야. 하지만 방금전 결정난 바로는, 현 무림맹의 맹주는 남궁 대인입니다. 그분께서도 이러라고 하셨습니까?"상관준은 온부인을 깔보듯 호통쳤다."나는 나라의 신하이니라!"온부인은 상관준의 그릇된 자신의 표현에 이골이 났다."그것은 거짓이지요. 기회주의적인, 아주 얄팍한 술수 중의 하나입니다. 당신의 행적은 딱히 세간에 밝혀지지 않았지만 본 궁은 그것마저도 함구하며 비밀을 지키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이리 소인배적인 행보가 가당키나 한 줄로 착각하시는 겁니까?"상관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닥쳐라!!"상관준의 용왕도는 크게 휘둘러져 검기를 쏟아냈고, 온부인은 비파를 이용해 음파공으로 검기를 와해시켰다. 하지만 상관준의 쾌호같은 검기는 젊을 적에나 지금에나 위력은 여전했다. 세월의 흐름도 무심하게, 은퇴한 무림인으로서 결코 볼 수 없는 수준의 중후함이 묻어난 독한 기운이 섞였다. 그런 온부인의 음파공은 오로지 그것을 막는데에만 사용되었으니, 와해되는 순간의 파동에 비파를 쥔 온부인의 손이 저릿저릿할 정도였다.이를 악문 온부인의 입에는 한줄기 선혈이 떨어져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보이고 있었다. 온부인은 서둘러 입을 가려 선혈을 닦아내고 크게 심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무림대회에 독을 준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용할 생각은 없었지요. 저는 단순하게 금향궁을 해체하고 은퇴하려 했을 뿐입니다. 안그래도 끝이 안좋아 비장의 수로 남겨두려고만 했지요.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소문 하나에 우리는 벼랑 끝에 남겨졌고, 쓸일 없던 독은 결국은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들의 이야기는 니교라는 이유로 듣지도 않고 마치 정해진 것 마냥 우리를 농락하고 공격했으니, 그 바람에 바람이 극렬히 불어 독이 사방천지에 퍼지게 만든 것은 그대들 탓이 아닙니까?"상관준이 일갈하며 반박했다."그렇게 걱정된다면 조용히 오라를 받들고 체념하면 될 것을, 쓰지 않을 독이라고? 천하가 비웃겠구나! 소영향, 독을 풀어버린 당신이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오!"온부인도 필사적이었다."한낯, 니교라고 불리는 자들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가족의 목숨은 소중한가 보지요?""일반인과 니교인, 그리고 무림인을 동일선상으로 보시는거요? 어찌 그리 타락했소, 영향!""타락이라뇨?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전 무림의 공적이되어 사매, 제자들이 죽게될 텐데 어찌 그들을 위해 보험 하나 들지 않겠습니까? 저는 악기(樂妓) 소영향이란 한 사람이기 이전에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금향궁주입니다!""쓸데없는 핑계를!!"그때 온부인은 서둘러 돌아가려는 상관준의 발목을 잡는 것을 그만둔 듯, 제자리에 멈춰 그를 응시했다."제가 어쩔 수 없이 독을 푼 것은 완전히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본 궁은 그저 나를 따르는 이들이 상처입고 목숨을 다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독은 그저 연막일 뿐. 하지만 인간성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도 선택할 수 있고, 저들을 구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 사방에 퍼진 무주공독(無主供毒)의 해독제는 본 궁에게 있습니다. 뒷일은 잘 한 번 생각해 보시지요, 상관 나리."상관준은 자신을 바라만 보고있는 온부인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상관세가의 진영으로 돌아갔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상황이 어수선한 때. 당문은 중립을 지키며 그저 상황을 보고 있었다. 물론 중립을 지키는 세력은 당문 만이 아니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때 바깥의 정세를 살피던 당문의 소선풍(小旋風) 당삼은 공기가 폐를 타고 들어오자 몸의 변화를 느꼈고 자신의 팔을 유심히 바라보았다.'뭐지? 이건 독인데. 게다가 이 발진. 이사형 당쟁의 독 아닌가?'낌새가 이상한 것을 느낀 당삼은 서둘러 진영으로 들어가 조활에게 보고했다."조 사형. 뭔가 이상합니다.""무슨 일?""무림대회 쪽입니다. 바람이 우연히 이쪽으로 불어서 영향권에 진입할 정도로 거세졌는데 왼팔의 발진이 눈에 익습니다. 마치......"조활이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당삼의 팔을 바라보았다. 틀림없었다. 이것은 당쟁의 미완성 독인 무주공독(無主供毒)이었다. 치사량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코 부근의 혈관을 약하게 만들어 출혈을 일으키는, 알려지지 않은 독이었다. 당문의 사형제들에게는 익숙한 독이라 발진 만으로 그칠 수준의 독이었지만, 독을 수련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현기증과 빈혈, 코피를 쏟는 독이다. 그나마 미완성 독이었기에 출혈로만 그치는 수준이었지만, 혹여나 일반인이 섞여있다면 쉽게 쓰러질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그래. 맞는데 어째서 무림대회에 독이?""무언가 짚이는 것, 없습니까?""당쟁이 이곳에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림의 공적이자 우리의 배신자니까. 풍우산 내에 당쟁의 기운도 낌새도 없어. 없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어째서......"그때 조활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차 싶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단은 니교인 인간도 척살의 건. 분명 온부인은 별고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오랜기간 무림에 몸 담은 고수였고 궁주였다. 만약 정말로 뒤를 살피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을 상정했다면, 금향궁의 전멸을 피할 길이 없을 확률이 컸다. 거기서 조활은 촉이 발동했다."설마.""조 사형, 혹시 알 것 같소?"조활은 조심히 당문의 세력 안에서 사매들의 위로를 받으며 울고있는 용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 조활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아무래도...... 궁주님의 계책인듯 싶다.""궁주님이? 아니, 인간도의 일은 그렇다쳐도 만약에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이사형의 미완성 독은 어떻게 설명 되는 것이오?""......나도 알 방도는 없다. 애초에 당쟁이 궁주님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이 되지 않다. 어디서 연결고리가 묶인 것인지 모르겠군. 알 수 없어...... 응?"그때 누군가가 조활에게 바깥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당삼이 움직이려 했으나 조활이 막아섰다."아서라. 내 손님인 것 같으니.""아... 그러시오."당삼은 사태를 파악하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조활은 마른 침을 삼키고 조용히 걸어갔다. 걸어가면 갈수록 익숙한 모습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어? 당신... 은?"......"벌써 날 잊은게냐? 네 사저 화선아 이지 않느냐."조활은 간만에 보는 사저의 얼굴을 보았지만 좋은 낌새로는 보이지 않았다. 기운이 무언가 많이 달랐다. 아니, 달랐다기 보단 자신을 숨기고 있는 티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것은 바로 얼마 전에 금향궁의 진영에서 보았던 사람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활은 다가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화선아는 어울리지 않게 웃고 있었다."후후. 재밌구나. 그새 나를 알아차린 것이냐?""당신. 화선아 사저가 아니지?""음... 그 질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무슨 말이오?"화선아는 특유의 건들거림과 함께 조활을 바라보고 있었다."말 그대로다. 나는 화선아가 맞으며 동시에 화선아가 아닌 셈이지."그때 조활의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는 한가지 단어가 있었다."설마... 그 유명한 천면인마(千面人魔)가 당신이오?"화선아는 웃었다."촉이 좋구나, 조활. 분명히 처음 네녀석을 봤을 때는 별것도 아닌, 쓰다남은 찌꺼기에 얼굴마저 볼품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더니 어느덧 고수의 반열에 들고 의료에 까지 통달했지. 게다가 내 귀여운 상 사매까지 데려가고는 이리도 훌륭하게 장성한 모습을 보이다니. 네 사저로서 감복하고 감복했도다."조활은 머릿속에서 이미 계산이 끝이났다."......그렇군. 당문과 금향궁. 두 문파의 이중, 아니 극락교의 삼중 첩자인건가."화선아는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붙잡고 뜯어냈다. 인피면구(人皮面具)였다. 그녀가 숨겼던 얼굴은 바로 이전에 만난 화중선의 얼굴이었다."그 모습은 금향궁의 화중선이었던가?""맞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하자꾸나, 사제. 난 둘다 나의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청초한 인피면구라는 것을!"여전히 그녀의 자애(自愛)심은 굉장했다. 당문에 있을 적에도 스스로를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다닐 정도였으니, 그녀의 성격은 본래 성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조활은 너무나 익숙했기에 그녀의 말에 그리 동요치 않았다. 별 반응이 없자 기분이 식어버린 화중선은 한숨을 푹 쉬었다."뭐, 네가 반응이 없다는 것은 성장했다는 말이겠지. 그럼 본래 내 얼굴을 보여주마. 이건 참고로 당쟁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화중선은 그리 말하곤 자신의 얼굴을 또다시 뜯어냈다. 그러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그동안 봐왔던, 하찮고 그림같은 얼굴이 아니었다. 마치, 그녀의 모습은 온부인과 은근 닮아있었다. 이전 화선아의 얼굴이나 화중선의 가짜 얼굴은 매우 평범하거나 화풍자체가 세계와 동떨어진 모습을 했기에 이제서야 좀 맞는 듯한 얼굴을 보이니 조활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쉽게 말해서 그녀의 외모는 경국지색의 미모였다.조활은 식은 땀을 흘려가며 물었다."그, 그게 진짜 본 모습이오?"화중선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후후. 나는 극락의 천면인마다.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너무 쉽사리 믿지는 말거라.""큭...!"쉽게 사실을 알리려 하지 않는 화중선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서서히 굳어져갔다."그러나 나는 이 얼굴이 그리 좋지는 않구나. 남들에게 너무 눈에 띈다. 너무 쉽게 이목을 이끄는 외모이지. 마음에 안든다."조활은 그녀의 허탈한 이야기에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왜 굳이 인피면구로 아름다움을 가리는 겁니까?""......너도 참,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 없구나. 얼굴이 추하면 마음가짐도 추한 줄 알았는데. 과거의 너는 딱 그런 모습이었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노력은 하더구나. 가상하긴 했다. 덕분에 지금 당문의 구심축이 되었지. 참으로 오래살고 볼 일이다.""......그렇게나 추해보였습니까?""얼굴이 그러니 하는 행동이 그래보였다. 착각일 수 있겠지만, 사람의 편견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의존을 많이 한다. 하물며 네가 웃는 얼굴조차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으니 편견은 쉽사리 내 눈을 유혹하더구나."조활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냥 넘어가버렸다. 늘 그랬다. 추한 얼굴이 원망스러웠지만 그것에 연연해서는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주변의 눈초리를 있는대로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는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는 사건이나 후회스러웠던 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을 잘 인내하여 지금의 조활을 만들어냈으니 세월이 감지덕지였다.화중선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내가 지금 너에게 온 연유를 알겠느냐?"조활은 그녀의 이야기에 잠시 머리를 굴렸다."삼중 첩자라는 것을 굳이 밝히려고 한 것은, 극락교로서 나에게 또는 당문에 적의를 드러내기 위함은 아닐 것이오. 굳이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치켜세우는 것은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것 또한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금향궁의 화중선으로서의 일 일거라 생각됩니다.""역시, 눈치는 있구나.""지금 금향궁에서 사용한 독은 당문의 독입니다. 대체 이 독을 어떻게 얻어낸 것입니까?"화중선은 두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광주 당문에서 습격하고나서 당쟁이 배신하고 도망쳤지?""사저도 같이 겪지 않았소??""나는 언제 사라졌지?""그러니까!... 어? 그, 그러고보니......"화선아는 광주 당문이 당문 본파에 쳐들어오고 모든 정리가 끝날 시점에 종적이 사라졌었다. 조활은 단순히 어디 일이 있어 나간 줄 알았다. 화선아는 당시 어딜가서 언제 돌아와도 이상할 리 없던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삼중 첩자의 배경을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 정도였다.
"그... 그러면, 그때 당쟁하고 함께 사라졌다면...??""영리한 줄 알았더니, 아직 멀었구나. 쯧쯧.""그렇다니......아니 그러면 당쟁은 대체 어디ㅡ"그때 화선아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채 쉿 하며 말을 끊었다."한시가 급하구나.""도망치지 마십시오!""슬슬 나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한다.""......갑자기 무슨?"화중선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금향궁은 무림계에서 니교, 인간도로 떨어져버렸다.""그, 그건 어쩔 수 없던 것 아닙니까? 궁주님의 의지는 오로지 조용히 은퇴하는 것이었건만 훼방꾼이 무림대회를 흐트려놓았지 않습니까?""하지만 아직 방법은 있다."화중선은 갑자기 온몸과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기골이 느닷없이 접히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기괴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화중선은 '화중선'이 아니게 되었다. 조활은 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큭... 역용술(易容術). 그러면 지금 이 모습은 대체 뭡니까? 무슨 의미를 내포한 것이지요?""나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한다.""아니 그런데 그 모습은 대체 뭡니까??"........."궁주님이 아닙니까??"화중선의 모습은 어느새 온부인, 금향궁주가 되어있었다. 자애스러운 모습. 굳게 다문 입. 냉정한 눈. 그것은 그야말로 소영향, 온부인이었다. 바로 앞에 닥친 현실을 마주한 조활만이 그녀가 금향궁의 화중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활은 그때 위화감과 불안감이 닥쳐왔다."설마...... 이것도 궁주님의 의지입니까??""언니는 너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알려주라 하였다. 그만큼 너를 신뢰한 것이겠지. 그리고 내가 너를 보았을 때도 느꼈다. 너는 충분히 이 모든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그, 그럼 대체 궁주님으로 모습을 바꾼 이유는ㅡ""조, 조 동생!!"그때 뒤에서 용상이 다가왔다. 용상은 온부인으로 모습을 바꾼 화중선을 바라보았다. 잠시 굳어버렸다."스, 스승님...... 아니야."용상은 알 수 있었다."당신. 스승님이 아니야. 누구냐!!""......"화중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마치 온부인의 마지막을 보여주려는 듯, 쓸쓸함을 내비쳤다. 용상의 마음은 흔들렸지만 이상한 그 모습을 보고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화중선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그 자리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용상은 사라지는 그녀를 보고 잡으려 했지만 조활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끌었기에 자리를 이탈할 수가 없었다."......조 동생?""누님. 아무래도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 같소.""무, 무슨 말이야? 이 상황에서 더 놀라야 할 일이 있다는 거야?"조활은 화중선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금향궁은 니교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금향궁은 본래 '완전히' 니교로 전락해버렸다, 라는 전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방법은 있다고 했다.아마도... 그것은......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무림맹의 본진, 남궁세가의 진영.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원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모든 무림맹들은 금향궁을 인간도라고 칭하며 니교의 사멸을 위해 그녀들과 싸우고 있었지만, 남궁원의 생각은 달랐다.그녀가 그럴리가 없다. 그녀가 인간도 일리가 없다.남궁원은 이 사건의 원흉인 자신의 암덩어리 같은 막내 아들, 남궁천을 가문에서 폐하고 사라지라고 했다. 남궁천은 자신이 원치않은 탄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남궁세가와 무림맹에 크게 이바지하고자 공공의 적인 니교를 몰아내기 위해 이 사단을 냈다.하지만 남궁천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아버지 남궁원과 온부인 소영향은 과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남궁원은 그녀를 떠나게 되었고, 소영향은 그런 자신을 버린 남궁원을 증오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남궁원은 일평생을 소영향에게 미안해하며 당시의 상황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소영향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일평생 사랑하겠다는 남궁원의 약속은 하루아침 사이에 크게 갈라져 어긋나버렸고, 소영향은 모든 것이 싫었다. 모든 것을 갈라놓은 상황과 천지신명을 증오했다.그리고 지금에와서 남궁원은 당시의 결단을 후회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온부인이 된 소영향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린 소영향을 돌릴 수는 없었다. 소영향은 여전히 남궁원을 증오했고, 남궁원은 그리워했다.남궁천은 사생아였다. 원치 않은 자식이라 그만큼 남궁원은 남궁천을 싫어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나름 잘해주려고 노력은 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라서 남궁천에게는 그 영향이 매우 미미했다. 첫째 아들인 남궁심이 그에게 뭐라고 해도 오히려 남궁심을 격려하고 치켜세웠으며, 하인들이 그를 괴롭혀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지만 남궁천은 아버지에게 환심을 사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항상 좋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의 원망을 사고, 미움받으며 마음은 피폐해져 갔다.그러나 그때 극락의 원무헌이 남궁천에게 접근했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된다. 금향궁은 인간도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금향궁이 니교이며 인간도라는 사실을 무림대회에 공표해 그 세력을 척살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다면 분명, 아버지의 마음을 되돌릴 것이라고 굳게 믿었으며 그것을 실천했다.하지만 남궁원은 온부인 소영향이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 대노하여 남궁천을 꾸짓고 그를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러나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무림대회의 모든 무림인들은 금향궁을 적대시하며 곧바로 그녀들을 척살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무림맹주로 추대된 남궁원은 곧바로 이들을 말리려 했지만 제지당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오자 식은 땀을 흘리며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눈동자는 흔들렸으며, 이가 갈렸다. 심장은 속수무책으로 뛰고 있었고 다리는 동동 구르며 떨고 있었다.소영향.그에게는 그녀가 그럴리가 없었다.무림대회라는 큰 행사에 독을 뿌린 금향궁. 아니, 인간도. 그녀들은 온 무림의 공적이 되어 공격을 받고,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 죽어가고, 상처받았으며, 서로의 손을 잡고 죽어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금향궁주의 모습을 한 금향궁주가 그 사단에 난입했다.그녀는 지금 무림대회에 뿌려진 독의 해독제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진짜 금향궁의 궁주라며 칭하고 모두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지금의 인간도의 사람들은 실제 금향궁의 일원이며 인간도의 법왕에 의해 현혹되어 움직인 것이라고 공표하자 반응은 반반이었다.한쪽은 그럼에도 인간도에 몸 담았던 금향궁을 타도해야한다. 다른 한쪽은 '진짜' 금향궁주의 말이 맞으니 그녀를 도와 쓸데없는 피해를 피하고 금향궁의 몰락을 막아야한다.언제나 그렇듯, 모든 사람의 의견은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결단을 내려야했다.그러자 난입한 '진짜' 금향궁주와 '가짜' 금향궁주, 인간도 법왕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금향궁의 온갖 무공이 서로 맞부딪히며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로 뻗어낸 날카로운 손은 얼굴을 스치고, 의복을 스치고, 공기를 갈라내 죽일 듯이 공격했다. 긁혀서 피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해도 그 기세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고수들의 연무(演舞)가 펼쳐졌다.하지만 이는 모든 것이 연기(演技)였다.....'언니. 정말 이래야 합니까?''그래.''꼭...... 이 방법 밖에는 답이 없소?''그래.''어째서 우리가 이리 해야 한단 말이오?''알잖느냐? 이 모든 것은, 뜻이 흩어지고 갈길을 잃은 무림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서다.''하하하. 언니는 여전히 바보같소.''나는 언제나 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원 오라버니에게는 괜찮겠소?''그에 대한 미련은 이미 접었다. 그가 무림맹주로서 자리매김하여 나라는 시체를 밟고 하나의 무림을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우리의 연기는... 이제 더는 할 수 없겠구려.''미안하구나. 우리는 그동안 서로 사이가 좋지않아 길을 달리하여 세상을 살아왔는데, 제대로 언니 노릇해주지도 못하고 너에게 짐을 떠안긴 것 같아 할 말이 없구나.''아니오. 금향궁의 모두를 위해 스스로 이런 결단을 하다니, 나로서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오. 오히려 내 쪽이 미안하오, 언니.''후후. 이제 그만...... 이별이구나.''미안...하오, 언니.''상냥하구나, 중선아.'.........푸욱!"으윽!!!"'가짜' 금향궁주의 체념으로 감겨진 두 눈과 함께, 꿰뚫리는 소리와 짧은 비명이 뒤섞이며 시간이 멈춘 듯 주변이 고요하고 조용해졌다.이렇게 그녀들의 연기(演技)가 끝이 났다.'진짜' 금향궁주의 손이 '가짜' 금향궁주의 몸을 꿰뚫어 치명상을 냈다. '가짜'는 그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어찌 이럴 수 있냐는 표정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몸이 꿰뚫린 아픔은 진짜였으나 자신은 척결당해야 마땅했다. 그렇기에 금향궁의 모두를 살릴 수 있었으니 악인으로서의 연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가짜'는 온갖 모질고 안쓰러운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겨우 서있었다. 입으로는 악인의 끝을 보여주듯 상스러운 말과 추한 모습을 보이며 비굴한 모습을 유지했다.그래야 했다.그래야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었다.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나...... 남궁... 원?"남궁원이 나타나 '가짜' 금향궁주를 감쌌다. 남궁원은 수많은 고민 끝에 결심한 듯 그녀를 막아주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진짜' 금향궁주가 소리쳤다."나, 남궁 가주님께서 어찌하여 이곳에 온단 말씀이십니까? 어서 무림맹주의 자리로 돌아가 이 모든 것이 끝나길 기다리십시오.""......당신은 소영향이 아니오."'진짜' 금향궁주가 놀랐다."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분명한 금향궁 궁주입니다!""아니. 당신은 소영향이 아니오. 진짜는 이쪽이오.""예?"
남궁원은 '가짜'를 변호하고 있었다.소영향은 고개를 들어 남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남궁원, 그대로였다.하지만 소영향은 그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됐다.아니다.생각이 바뀌었다.그를 인질로 잡아야겠다.'가짜'는 계속해서 연기를 했다."사, 살려주십시오! 무림맹주이시여! 나는, 나는 살고 싶소! 살고 싶소!"남궁원은 너무나도 추해져버린 소영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전혀 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다. 지켜주고 싶다. 그런 욕망에 사로잡혔다."영향. 이제 됐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모든 잘못은 내가 지겠소. 그러니 이제그만 내려갑시다."소영향은 그의 이야기에 아련함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올라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연기인데도 불구하고 진심이 나와버렸다. 소영향은 인질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의 우선순위가 떨어져 버렸고 자신과 똑같이 남궁원의 가슴을 꿰뚫었다.남궁원은 소영향을 안은 채로 쓰러져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그녀를 잡는 것을 결코 놓지 않았다. 힘이 빠지는 손의 힘줄에 모든 집중을 다해 힘을 넣었고, 소영향을 부축하는데에만 신경썼다."매... 맹주. 어째서... 어째서 나를!!? 나는 니교요!! 인간도의 법왕이오!! 이리도 추한 나를 대체 왜 감싸시는 것이오!! 미쳤소!?"남궁원은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통에 소영향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영향...... 으윽. 미안하오. 당신이 내 심장을 꿰뚫은 것은 당연하오. 당신이.... 나를 원망했을 거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오. 그리고 이 긴 세월동안 나를 원망하여 가슴앓이 했다는 것도 이제는 알 것 같소. 그러니 내 심장을 취해 나를 죽이고 싶었겠지. 쿨럭쿨럭...! 내가 지금 얻은 이 고통은, 당신의 아픔의 티끌조차도 되지 못하겠지. 그러니 나를 원망해도 좋소. 나는... 윽. 그럴만한 짓을 저질러 온 남자니까. 당신을 버린 남자니까. 참으로... 참으로 나는 쓰레기였소. 쿨럭쿨럭!"소영향은 시야기 점차 번져갔다. 눈물? 아니, 그동안 겪었던 고초와 그리움과 분노가 뒤섞인 통한의 감정이 쏟아져 내린 것이었다. 소영향은 힘들어하는 그의 목을 감싸안았고 흐느꼈다. 그제서야 둘은 그 긴 세월 끝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둘은 이미 치명상을 입었기에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았다."하.... 하하. 이거 오랜만이로구만. 이 품이었어. 내가 버린 이 소중한 품. 바로 이것이었는데......"남궁원은 자신의 지난 과거를 모두 후회하며 그제서야 소영향과 눈을 마주했다."난가자(爛柯子)... 난가자... 우리 이곳을 떠나요......""후후... 다, 당신에게 다시 그런 별호를 다 듣는 군. 쿨럭. 그, 그럴까?""응...... 어디 멀리. 아니, 풍우산의 호수라도 좋아요. 우리 둘이 조각배를 띄워 호수로 가서 그간 못 다한 사랑을 해요.""나, 난 배까지 띄울 힘이 없... 없는 데...?""여, 여태까지 나를 배신했는데, 이제와서 또 배신하려해요?"...."하, 할 수 없구만... 쿨럭. 뱃삯은 두둑히 받겠소.""후후... 후... 그, 그래야지... 나쁜 놈......"남궁원은 사색이 되어서도 소영향을 업어들었고, 그리 움직이자 무림대회의 모두가 움직이지를 못했다. 남궁원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고 쓰러질려는 찰나.용상과 조활이 다가왔다. 용상의 눈에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고, 스승의 마지막 가는 길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조활이 남궁원에게 말했다."맹주. 여기서 풍우산 호수까지의 거리는 멉니다. 가시는 길, 제가 모시겠습니다.""다... 당문의 조... 소협...... 그래. 미안하오. 안그래도 내, 다리가 이리 좋지 않으니...... 부탁하오.""예."용상도 남궁원의 등뒤에 안긴 소영향에게 말했다."스... 스승님. 제가 모셔드릴게요......""그... 그래주겠니......?""흑흑... 네.""......미안하구나."용상은 남궁원의 등에서 스승을 등에 업었다. 등에 닿은 따뜻한 체온과 목에 닿은 따뜻한 입김이 용상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고, 어깨 위로 얹어진 스승의 두 팔이 힘없이 자신을 안고 있을 때, 용상은 떨어지는 눈물을 훔칠 수가 없었다. 입술을 굳게 깨물고 떨리는 어깨를 뒤로 한 채, 남궁원을 업어든 조활과 나란히 함께 풍우산의 호숫가로 한걸음, 한걸음 무겁게 걸어가기 시작했다.제자의 등에 업힌 스승이 물었다."어째서... 멀리 가지 않은게냐......"용상이 흐느끼며 간신히 답했다."나를 길러주시고, 보살펴주시고, 가르쳐 주신 인생에 단 하나뿐인 스승을 어찌 버리고 간단 말입니까...""제자라고... 스승의 말은 정말... 안 듣는구나... 제 아비랑... 어찌하여 이리도 닮았을까...""흑흑... 스승님이야말로... 제자를 어찌 그리 내치시려 하십니까...?"소영향이 한결 편안한 목소리로 답했다."네가 내 자식이었다면... 내치지 않았겠지... 하지만 너는 영웅의 피... 영웅의 이름을 이어받아야 하는 아이... 정말... 나에게 여식이 있었다면... 너 같은 아이겠구나... 싶구나... 하지만... 맡겨진 아이를 어째서... 자식이라 하겠니..."용상은 흐르는 눈물과 북받쳐오는 감정에 입술을 굳게 깨물고 스승에게 물었다."흐으윽... 어째서... 본 녀를 자식 삼지 않으신 겁니까..."소영향의 목소리는 점점 흐려져만 갔다."......너를...... 사랑하기 때...문...에....."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조활과 용상은 풍우산의 호수로 다가와 두 남녀를 빈 조각배에 눕히고 천천히 호수 위에 띄워 보내주었다.용상은 떠나가는 스승의 마지막을 슬픈 눈으로 입술을 깨물며 바라볼 뿐이었고, 조활은 가슴아플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겨우 이어졌는데 말로가 좋지않아 두 남녀는 가슴이 깨질듯 조여오고 괴로웠지만, 이 둘은 혼자가 아니었기에 고통을 온전히 나누어 받아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었다. 떨리는 어깨, 꼭 쥐어지는 두 손. 살아생전 같이 행복하리라 했던 애틋하고 애절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이제 겨우 그 막을 내릴 수 있었다.하늘은 청명하고, 태양은 은은하다.호수의 물가는 잔잔했으나 흔들리는 파동에 의해기우뚱 거리는 것도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었다.두 남녀는 조각배에 뉘여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붙잡은 두 손은 서로 놓을 생각이 없었다."영향...""......""하늘이 이리 파란 것은... 난생 처음이구려.""......""영향... 듣고 있소?""......""후후... 태양이 따스하다보니 잠드신 모양이오. 그래. 잠든 모양이야.""......""영향... 듣고 있소?""......""나도 이제 잠이 오는 군.""......""당신의 손이 이리도 따스한데, 어찌하여 이 손을 뿌리쳤을까...""......""영향...""......"......."듣고 있소?""......""이제 두 번 다시......""......"헤어지지 맙시다.(14). 끝.
* 가장 길고 쓰라린 남의 멜로 파트가 끝났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과연 마음에 와닿았을까 싶은 문제에 닥치네요.
* 이제 당문이 무림공적이 되는 것이 남았네요. 갈길이 멉니다. 어쩌다 이리 길어졌는지......
* 다음 소설은 제 개인 소설 -마이라-입니다. 링크는 밑에.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마이피도 운영합니다. 마이피에서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