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정도 하고 스토리엔딩만 본 상태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앤썸의 튜토리얼이 너무 짧았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이 없나요?
튜토리얼은 단순히 조작법이나 게임플레이를 알려주는 의미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서사적으로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하게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처3는 플레이어가 세계에 몰입하고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를 익히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백색 과수원이라는 초반 지역 전체를 튜토리얼에 할애합니다.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 지역은 전체가 튜토리얼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지역에서 메인퀘스트 진행, 서브퀘스트 진행, 전투, 이야기를 비롯해 모든 게임플레이의 기초를 익힙니다.
뿐만 아니라 "누구누구를 찾아라"라는 강력하고 명시적인 동기를 부여하면서 플레이어를 위처3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앤썸은 이상할 정도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튜토리얼에서 자주 쓰이는 "훈련소 시퀀스" 같은걸 써서 이렇게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시작: 시네마틱 컷씬. 프리랜서는 인류의 수호자고 자유롭고 명예로운 어쩌구 저쩌구.
(플레이어가 프리랜서는 아 대충 이런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기.
영화 앞에 으레 있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짧은 설명을 해주는 부분입니다.)
-> 플레이어는 전설적인 프리랜서 할루크가 운영하는 프리랜서 팀에 새로 들어온 신참 훈련병(혹은 수습 프리랜서).
-> 훈련소 입단 시퀀스를 통해서 커스터마이징 진행.
->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간단한 조작법 튜토리얼을 시행.
(비행이 이 게임의 장점이니, 시간 제한을 넣은 비행 코스같은걸 넣어서 플레이어를 시험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 함께 훈련하던 동료가 위기에 빠짐.
(날아가다가 과열을 조절하지 못해서 추락했다, 로 하면 자연스럽게 과열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었겠지요.)
-> 할루크가 다시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추락한 동료를 구하라고 명령.
(여기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이자 명예와 팀워크를 중시하는 프리랜서들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 동료를 구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감. 우연히 떨어진 곳이 셰이퍼 유적.
-> 사이퍼 페이가 통신으로 셰이퍼 유적에 대해서 간단히 브리핑 해주면서 세계관 설명.
(플레이어 캐릭터는 이제 막 수습 프리랜서가 되었으므로 셰이퍼 유적을 처음 보는 상황일 겁니다. 설명해주는 것이 자연스럽지요.
사실 이 부분은 본 게임에는 튜토리얼 이후 첫 미션으로 구현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순서가 거꾸로라는 느낌입니다.
주인공과 오웬은 자기들끼리 세계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느낌으로 대화하고, 플레이어는 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동료를 찾았는데 괴물들이 나타남. 전투 튜토리얼 시행.
(콤보가 아니면 데미지가 잘 안들어가는 상황을 배치해서 콤보 시스템을 익힐 수 있게 해주고 협력 요소를 강조.)
-> 동료를 구하면 할루크가 나타나서 플레이어를 칭찬. 프리랜서는 팀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면서 튜토리얼 종료.
(만약에 갈등요소나 떡밥을 넣고 싶었다면, 후반부에 배신하는 사이퍼 동료 오웬이 여기서 추락한 훈련병이었고,
훈련을 통과하지 못해서 대신 사이퍼로 전향하여 주인공을 도와준다고 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벨린에 타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했기에 후반부에 주인공을 배신한다는 것으로.
원본 스토리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자벨린에 대한 과한 집착과 배신이었기에...)
-> 이후 미션 몇 개를 할루크,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유대감 형성.
-> 수습 프리랜서에서 정식 프리랜서로 인정받고 나간 첫 미션에서 팀이 전멸
(원본 게임의 튜토리얼 스토리)
-> 플레이어는 팀을 나와서 단독 행동하게 됨 (튜토리얼 종료)
(한편으로, 자벨린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이 게임의 장점중 하나인데 활용이 미흡했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에도 성장 요소를 넣어서, 처음에는 도색을 할 수 없고 낡고 망가진 자벨린(훈련용이니까)을 타다가,
나중에 점점 랭크가 올라가면서 자기만의 색깔로 도색도 하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했다면 자기 자벨린에 더 큰 애착을 가지게 할 수 있었을텐데요.
여기는 자벨린 외형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BM에 넣으려고 하다가 꼬인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실제 앤썸의 튜토리얼은 너무 짧고 얕습니다. 조작법, 콤보 시스템 등 게임플레이와 메커니즘이 단지 명시적으로 주어질 뿐입니다.
세계관(설정), 시나리오(이야기), 스토리텔링(이야기의 전개 방식), 게임플레이가 다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저 가공의 세계와 이야기를 물리적으로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듯 합니다.
예를 들면, 튜토리얼에서 얼굴도 모르는 동료들이 마구 죽어나가는데, 당연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도 모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끼기 힘듭니다.
이야기가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부터 앤썸의 서사는 실패합니다. 플레이어, 주인공 캐릭터, 세계가 모두 분리된 채 합쳐지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트롱 얼론, 스트롱거 투게더!"라는 나름 괜찮은 문구를 날리며 플레이어를 격려하던, 방금 처음 얼굴 본 선배 역시 시작한지 몇 분만에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함께 해야 강하다"라고 하던 양반이 동료들이 다 죽었다는 이유로 그냥 같이 죽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왠지 모르게 원수가 된 양반이 다시 절친이 되는 데에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불친절한걸 넘어서 없다시피 합니다.
프리랜서는 누구인지, 자벨린은 무엇을 하는 물건이고 왜 탄생했는지, 플레이어의 동료들은 누구인지...
수많은 요소들이 설명되지 않고 그저 코르텍스 안에 자세히 읽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난잡한 문자들로 주어집니다.
단순히 "인류를 구하기 위해 뿅뿅뿅"이라는 피상적인 개념 외에는 주어지는 것이 전혀 없고, 딱히 플레이어를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코르텍스에 글로 넣어줬으니까 관심이 있으면 한번 읽어봐, 라는 태도입니다.
하지만 코르텍스에 실려있는 글들은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책상 한 켠에 정리해놓거나, 혹은 부수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제공해주는 자료여야 하지,
그것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세계에 몰입하게 하려고 만드는 것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면 과한 것일까요?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Show, don't tell.)"라는 시나리오의 기본 원칙에서, 앤썸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상한 방식을 선택합니다.
메인퀘스트는 완급 조절을 못한 상태로 플롯의 도약이 심하고, 서브 이야기는 그냥 아무 의미 없는 대화의 형태로 여기저기에 흩뿌려 놓았습니다.
Show의 내용은 설득력이 없고, Tell은 오직 백그라운드, 메뉴 화면의 코르텍스에서만 진행됩니다.
저에게 앤썸은 고급 식재료로 만든 못 만든 요리였습니다.
시각적인 스타일, 잘 구현된 비행, 멋있는 자벨린 수트...
플레이어를 만족시키는 고급 식재료들의 맛이 간혹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하나의 경험으로 잘 합쳐져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부실한 스토리텔링이 여기에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IP보기클릭)124.59.***.***
제가 생각했던거에 양념까지 잘 치셔서 써주셨네요. 배경설명이나 주위 npc들에 대한 묘사가 땅에 집어던지고 알아서 주워먹으라는 격인데 문제는 메인 npc들조차 그런 대우니 몰입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저는 마을에서 인칭이 바뀌는것도 한못한다고 생각됩니다. 다른게임이 되는거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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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했던거에 양념까지 잘 치셔서 써주셨네요. 배경설명이나 주위 npc들에 대한 묘사가 땅에 집어던지고 알아서 주워먹으라는 격인데 문제는 메인 npc들조차 그런 대우니 몰입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저는 마을에서 인칭이 바뀌는것도 한못한다고 생각됩니다. 다른게임이 되는거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