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아버지의 세이코5

[이루리시계연구소]

안녕하세요 이루리시계연구소 입니다.

지난번에 중동에 다녀오셨던 아버님의 유품을 수리한적이 있는데

그 시계 수리기를 보시고 다른 분께서

같은 사연으로 제게 시계를 보내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유품이며 중동에도 다녀오셨던

분으로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시계입니다.

다만 아버님의 흔적을 간직하고자 폴리싱을 거부하셨다는점이 다르네요

대단한 사용감 입니다. 밴드 버클은 고정되지 않고,

밴드를 고정하고있던 스프링바는 간신히 장착되어있는 수준으로 분리하자 부러져버렸습니다.

 다행히 내부에 침수 흔적 등의 심각한 문제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빈티지 세이코의 스테인레스는 무른 대신에 녹이 잘 슬지 않는 듯 합니다.

캘린더를 선택하는 콜렉터 부품인데 그 안에 있는 스프링이 유독 눈에 띕니다.

빈티지 세이코를 통틀어 가장 복잡하고 정밀하며 탄성이 좋은 스프링 부품으로 느껴집니다.

사진 왼쪽 동그라미 중앙이 반으로 갈라져있는데 이음매도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엄청 더러운 배럴과 스프링 입니다.

닦아내고 몰리브덴이 함유된 그리스로 코팅 해 줍니다.

배럴 내부에 긁힘자국이 많아서 오일을 추가로 발라주었습니다.

현미경으로 보자 모든 부품이 끔찍하게 오염된 상태였으며 마지막 팔렛포크의 주얼은 너무 약하게

접착되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깨끗하게 세척 해 주고 마지막 사진의 팔렛포크 주얼은

쉘락을 다시 붙여 줍니다.

배럴을 고정하는 부싱이 닳았습니다.

이렇게되면 배럴과 라쳇휠이 기울어져서 부품을 갉아먹으므로

닳지 않는 부분이 닿도록 뒤집어서 설치 해 줍니다.

오버홀 이후 첫 가동 입니다.

그런데 진각이 매우 낮네요

앞서 시계장인께서 밸런스 스프링을 교환했는데, 엔드커브를 만들지 않아서

스프링이 한쪽으로 치우쳐있습니다.

각도 테이블을 만들어서 엔드커브를 만들어줍니다.

엔드커브를 만들면서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스프링을 정상으로 복원합니다.

진각이 크게 올라갑니다.

다음으로 낮은 진각에서도 일정한 오차가 나오도록 커브를 수정 해 줍니다.

그런데 자세차가 엄청나네요

포이징을 해 봅니다.

효과가 있는듯 했는데, 낮은 진각에서 자세차가 엄나게 발생합니다.

이것은 낮은 진각에서 레귤레이터 핀 한쪽에 스프링이 닿아서 그렇습니다.

레귤레이터 핀을 열어서 커브를 미세하게 조정 해 줍니다.

앞서 진각 200도 보다 훨씬 낮은 진각인 ( 거의 멈추기 직전 ) 150도에서

오차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오차관리는 하루가 지났을때의 상태도 측정해서 교정 해 줘야 합니다.

태엽이 완전히 감겼을때와 풀렸을 때 오차가 차이가 납니다.

오리지널 상태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밸런스 스프링은 순정이 아니므로 레귤레이터 핀을 살짝 개방하여

진각이 커질때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렇게 하면 진각이 커졌을 때 밸런스 스프링이 미세하게 길어지는 효과가 발생하여

약간 느리게됩니다.

이러한 기술들을 이용하여 시계 태엽이 풀렸을 때와 감겼을 때 사이의 오차 폭을 줄여서

등시성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원래 시계 오차는 태엽을 완전히 감은 상태와 ( 착용상태 )

착용 후 벗어놓고 하루가 지난 상태를 측정하여 두 상태의 오차만 관리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더 관리해보고자 멈추기 직전까지의 오차까지 맞추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완전히 비효율적이고 멈추기 직전의 오차는 어차피 차지 않는 구간이기 때문에

등시성을 유지 할 필요가 없으므로 실사용 구간인 하루 까지만 관리하는것이

더 등시성이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제가 경험이 적기 때문에 틀린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면 좀 더 좋지않을까 해서 최근에는 정확성에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유리는 교환을 요구하셨는데

다각형 유리는 제작해야 하고, 재작 교체 하면 방수가 안되므로 먼저 연마를 시도했으나 되지않아서

박-살 을 내어버립니다.

박살을 낸 이유는 유리 안쪽에 베젤과 큐빅이 있는데,  유리 제작 하시는 분 께서

큐빅은 붙여주실지 몰라도 내부 청소는 해주지 않으실 것 같아서 제가 유리를 제거하고

내부 베젤과 큐빅을 깨끗하게 닦아낸 뒤에 포장하여 유리제작 의뢰를 위해 서울로 보냅니다.

내부를 잘 닦아내고 유리를 교체했더니 완전 다른 시계처럼 보입니다.

몇부분 늘어난 링크를 조여주고

닫히지 않던 버클의 고리를 수정하여 고정되도록 수리 해 줍니다.

  다음으로 링크 사이사이를 청소하기 위해

용액에 넣어서 때를 불리고

워터젯으로 청소 해 줍니다.

착용과 벗어놓는것을 포함하여

47시간 오차를 확인하고 오너께 보내드렸습니다.

구간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47시간 동안 최종 오차는 +2초 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시계의 수리 블로그 클릭

[루리웹-2468852802]

아버지의 흔적이 지워질까봐 폴리싱을 하지 않는 자식의 마음이 공감되어 뭉클합니다 ㅎㅎ

[Muddy]

세월의 흔적에서 추억이 묻어나오는 법이겠죠. 수리하는데 뚝딱되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신경쓸게 많은게 보는 재미가 있네요.

[슴더쿠]

위에 핀셋이랑 같이 나온 사진을 보고 실제 사이즈가 상ㅅ아되네요 웜마..

[모감주]

닦아놓으니 이쁘네요 ㅎㅎ

[붉은실]

하나의 시대에서 다시 자식에게 물려주어 시간이 담길수록 멋있어보입니다.
참 시계란건 작은 역사를 담은 물건이라고 느끼게 되네요.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싸펑피펑2077]

이걸 잡아내네... 와..역시 그는 초능력자

[키쿄]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