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하우스마크에서 개발하고 소니 인터렉트비 엔터테인먼트에서 퍼블리싱하는 로그라이크 게임, 리터널입니다. AAA급 게임에서 로그라이크 형식을 취한 것도 거의 처음인데, 소식이 거의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예약구매를 꺼려했었죠. 그 여파로인해 발매당일 물량이 너무 조금 풀려서, 꽤 평가가 괜찮게 나온 다음 구매하려고 했을때는 품귀현상까지 발생하기도 했었죠. 아무튼 오늘은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게임, 리터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리터널은 AAA급 게임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충실하게 로그라이크의 정석을 따르고 있는데요. 실제로 게임 중 죽으면 진행상황을 모두 잃어버리고 헬리오스 앞에서 나뒹굴게됩니다. 대신, 아티팩트의 해금상태나 핵심 아이템은 그대로 유지되는데요. 보스를 격파한 뒤 얻는 키 아이템도 마찬가지기때문에, 보스는 단 한번만 해치우면 더 이상 해치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숏컷도 마찬가지죠. 결국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서 빠를수도 있고 느릴수도 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는 구조입니다.
체력회복 아이템 '실피움'은 플레이어의 체력이 최대치이면, 최대 체력을 증가시켜주는 아이템 '실피움 레진'으로 변합니다. 오염된 아이템을 포함하면 실피움의 등장 확률은 꽤 높은 편으로, 최대한 맞지 않고 맵을 클리어할수록 최대 체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죠. 첫 번째 스테이지는 난이도가 꽤 낮은 편이므로, 쉽게 최대 체력을 올려서 난이도 있는 맵을 클리어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실피움을 파밍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오볼라이트와 아티팩트를 모아서 게임의 난이도를 조금씩 떨어뜨릴 수 있죠. 이렇게 컨트롤이 부족한 유저도 클리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놓은 셈입니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꽃 하면 역시 선택지인데요. 리터널은 챌린지 룸, 사이드 룸을 통해 진행방향에서 갈림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능고장과 패러사이트를 통해 끊임없는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기능고장이 두 개 발생한 이후에 기능고장이 발생하는 경우, 키나 레진 혹은 아티팩트 중 하나가 파괴되므로 좀 더 신중해지게 되죠. 챌린지룸과 사이드룸은 미니맵을 통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룸에서는 간단한 퍼즐을 통해 각종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으며, 좋은 아이템을 높은 확률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챌린지룸은 세 번의 웨이브를 통해 다량의 오볼라이트를 입수할 수 있고, 새로운 무기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총 열 가지의 무기, 그리고 랜덤한 보조사격. 게다가 무기별 특성이 랜덤하게 붙어서 공격의 종류가 꽤 다양합니다. 밸런스 조절에는 조금 실패한 것 같지만 말이죠. 다만 난이도가 너무 높다보니, 오히려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쪽이 좀 더 마음에 들었는데요. 특정 무기를 입수하면 상대적으로 좀 수월하게 진행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뭐, 샷건을 뽑으면 정말 아무래도 꽝을 뽑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말이죠.
리터널은 TPS에 기반한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지만, 일반적인 TPS보다는 슈팅게임에 가까운 면모를 보입니다. 플레이어는 날아오는 탄막을 눈으로 피해야하는데, 덕분에 빠른 속도로 피로해지게됩니다. 특히 세 번째 스테이지에서 다리를 내리는 구간은 길도 복잡하며, 꽤 길게 구성되어있어서 유독 지치는 편입니다. 특히 셀피움을 파밍하는데 40분, 진행하는데 40분정도 소모하고나서 죽으면 의욕이 뚝 떨어져버리죠.
리터널은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여러가지 단서들을 던져줍니다. 이건 다크소울이나 리틀 나이트메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면모를 보이는데요. 리틀 나이트메어와 다크소울이 곳곳에 설정과 관련된 단서들을 숨겨놨다면, 리터널은 계속해서 플레이어의 눈 앞에 단서들을 들이밉니다. 때로는 컷씬, 때로는 이벤트, 때로는 대사로 말이죠.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서들을 조합하거나, 정리된 이야기를 보는 건 즐겁지만, 계속해서 모호한 단서들을 들이미는게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뭐, 찝찝함을 참고 컷씬은 스킵할 수 있겠지만, 이벤트씬은 스킵도 불가능하니까요.
그 외에도 그래플링 포인트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발동할 수 없는 게 조금 불편했는데요. 아마 이건 컨트롤 잘 하시는 분들에게는 딱히 문제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낙하 데미지가 있는만큼 그래플링 포인트 근처에서 떨어질 때 정도는, 어디를 쳐다보건 그래플링을 발동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네메시스 전에서는 바닥이 무너지는 연출이 있어서 그래플링을 사용하거나 점프 후 대쉬를 사용해야합니다.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도 아닌데, 굳이 이런 연출이 있어야했는지는 조금 의문이네요. 멋있기는커녕, 불편하기만 하니까말이죠. 딱히 별다른 의미도 없는거같고...
또, 헬리오스에서 수면을 취할때 체력을 최대치로 회복시켜주지 않는 것도 조금 불편합니다. 난이도가 어려운만큼, 아무래도 체력을 최대치만큼 회복시켜주면 좋잖아요? 심지어 잘 때 등장하는 컷씬은 스킵도 불가능합니다. 크래딧롤도 스킵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서, 어째서 잘 때 나오는 컷씬은 스킵할 수 없는지 의문입니다. 차라리 크래딧롤이 스킵 안됐으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말이에요.
자 정리해보면 리터널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난이도는 어렵지만 조금씩 진행가능하도록 구성된 스테이지 구조
- - 플레이어의 체력이 모두 회복되어있을 때를 고려한 시스템
- 여러개의 무기와 조금은 치우쳐진 무기 밸런스
-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드는 탄막과 특정 구간의 길이
- 뚜렷하지 않은 스토리와 플레이어의 눈 앞에 들이미는 불분명한 떡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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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동하려면 조금은 성가신 그래플링 포인트
- 최대치까지 회복시켜주지 않는 침대와, 스킵되지 않는 꿈 영상 -
종합해보면 리터널은 로그라이크의 특성을 잘 살린 AAA게임이었지만, 탄막과 스테이지길이로 인해 몹시 피곤한 게임이었습니다.
이상 검은곰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