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 300년 전 프랑스 레지 신부가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마크 E. 바잉턴 비평글수록), 최신 개정판
정가 : 24,800원
정보 : 342쪽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의 손에 의해 고조선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다.
고조선은 한국사의 시작을 알린 국가이지만, 사서에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화’ 혹은 ‘전설’의 세계에 묶여있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임에도 제대로 된 ‘국가(state)’의 취급을 받지 못했고, 그 오랜 연원을 강조한 단군신화의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여겨졌다. 한국역사학은 그렇게 오래도록 고조선을 고대인의 상상 속에 가두어놓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나라,’ ‘중국문명의 거대한 물결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역사 속에 들어선 나라,’ ‘한반도의 서북 일부만을 통치한 보잘것없는 나라’의 이미지를 심기에 바빴다.
이 책은 이런 기존의 통설을 지금까지 제대로 발굴되지 않은 새로운 사료들을 통해 혁명적으로 뒤집고 있다. 18세기 예수회 선교사로 청(淸) 제국에 포교를 왔던 프랑스 지식인 쟝-밥티스트 레지 신부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고, 중국 황실 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중국측 사료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고조선의 역사를 적어 놓았다. 무려 300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둠속에서 잠들어 있던 이 사료는 ‘유정희’와 ‘정은우’라는 두 역사가를 만나 이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일연이 전하는 단군신화의 ‘오래된 고조선’이 단순히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이라는 전무후무한 최초의 증거이며, 고조선이 만주를 기반으로 한반도를 아우르는 강력한 나라였다는 보다 명확한 증거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레지 신부의 기록이 200년 후인 20세기 초 한국의 독립운동가였던 김교헌, 박은식, 유근 등이 써내려간 한국 고대사의 기록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것이다. 몇 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이런 기록의 일치는 고조선과 관련된 한국고대사가 이제 처음부터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서장에서 저자들은 고조선 연구의 쟁점들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본문에서는 해제를 통해 레지 신부의 프랑스어 사료를 저자들의 한국과 중국고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로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한국 고대사(부여사)를 연구하는 마크 E. 바잉턴의 연구방향이 과연 한국 고대사 연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그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등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분석이 이어진다. 이는 마크 E. 바잉턴의 연구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분석이다. 이어 이 책의 출간 전 원고를 접한 독자들과 나눈 질문과 답변들을 통해 기존 한국고대사 연구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지적한다. 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사료를 독자들 앞에 꺼내어 놓은 놀라운 성과를 넘어 한국고대사 자체를 새롭게 쓸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 역사학계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Editor’s Note
: 출판사 서평·5
Introduction (2nd Edition)
: 개정판 서문·10
Preface
: 해제자 서문·12
Maps Ⅰ.
: 국내학자 편 (이병도, 송호정, 윤내현)·17
Maps Ⅱ.
: 북한 및 외국학자의 견해로 본 고조선 지도 (리지린, 유 엠 부틴)·33
Maps Ⅲ.
: ‘국학역사학자’들과 레지 신부의 견해로 본 고조선 지도
(김교헌, 박은식, 유근, 레지 신부)·41
Chapter 1
Introduction
: 머리말을 대신하여 던지는 화두·51
Chapter 2
Annotations on Father R?gis’s Records
: 18세기 초 레지 신부가 쓴 ‘고조선·고구려의 역사’ 한글 번역 및 해제·61
Chapter 3
A Response to Byington’s
Historical Memory and Orientalism
: 마크 E. 바잉턴(Mark E. Byington)의 한국고대사 연구와 오리엔탈리즘·111
Chapter 4
Questions and Answers for Readers
: 해제자들에 대한 질문 및 답변·137
Chapter 5
Conclusion
: 맺음말을 대신하여…·225
Chapter 6
: 부 록·231
Chapter 7
Primary Source (Written in Old French)
: 레지 신부가 직접 쓴 300년 전 프랑스어 원사료·253
Chapter 8
Primary Source
(English Translation: Eighteenth-Century Edition)
: 프랑스어로 책이 출간된 후 영어로 번역된 18세기 영어 원사료·307
1735년 프랑스 가톨릭 교단인 예수회 소속 출판인인 장 밥티스트 뒤알드(Jean-Baptiste Du Halde: 1674~1743)는 『Desc__ription geographique, historique, chronologique, politique et physique de l’Empire de la Chine et de la Tartarie chinoise』라는 책을 펴낸다. 이 책은 원래 『Lettres edifiantes et curieuses(1711~1743)』이라는 제목으로 세계각지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보내온 편지를 엮은 책의 내용 중 중국과 인근지역에 대한 기사만을 따로 추려낸 모음집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3년 만에 영어 번역본이 나왔고, 이후 19세기까지 유럽 각지에서 재판이 인쇄되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당대 유럽인들의 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중국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찬 이 책에 중국의 이웃나라 중 하나였던 조선(朝鮮)에 대한 기록이 섞여 있다. 그 저자는 장 밥티스트 레지(Jean-Baptiste R?gis: 1663~1738)로 프랑스 프로방스 출신 예수회 선교사였다. 본래 유럽에서 지리학과 수학 등 과학을 주로 연구했던 그는 35살 무렵이던 1698년 경 중국에 도착하여 가톨릭 포교에 동참한다. 강희제(康熙帝)로부터 청(淸)나라 와 그 인접지역의 지도인 황여전람도(皇輿全覽圖)의 제작을 명받아 수행하던 시기, 레지는 조선에 대한 지리조사와 더불어 조선의 풍속과 역사에 대한 기록도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가 보고서의 형식으로 전한 ‘조선의 역사’는 지구반대편 유럽으로 전달되어 유럽인들에게 ‘은자의 나라’ 조선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적은 내용 중에 현대의 한국인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고조선(古朝鮮)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桓雄)의 전설도,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어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신화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바로 고조선이 한반도와 만주의 강국으로 중국 최초의 나라인 하왕조(夏王朝) 이전 요(堯) 임금 때에 존재하였으며, 때때로 중국과 맞섰던 마치 고구려와 같이 강한 나라였다는 정치·군사적 기록이 남겨져 있는 것이었다. 한국사에 공식적으로 ‘역사’가 아닌 ‘신화’로만 남아있는 단군조선의 역사적 실재(實在)를 말하는 이 기록은 근대 이전에 작성된 단군조선 관련 사료 중에 사실상 유일한 것이다. 레지 신부의 이 글은 그 동안 몇몇 역사학자들에 의해 읽혀졌으나 그 가치를 아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하여 어둠 속에 묻 혀있던 이 사료가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상세한 해제와 함께 이제 독자들 앞에 그 이야기를 전할 준비를 마쳤다.
이렇듯 중요한 사료가 이렇듯 늦게 대중에게 공개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레지 신부의 글을 번역하고 해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동양사·서양사에 대한 지식을 두루 다룰 수 있는 전문 역사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또 한 가지는 이 책의 고조선 관련 기록이 현재 한국고대사학계 주류견해와 완전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다소간의 관심을 보인 소수 연구자들 역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를 주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역사적 사실일까? 그 대답으로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레지 신부의 글과 20세기 초에 당시 우리 측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편찬된 역사서와의 비교, 대조(교차검증)를 시도하고 있다. 김교헌(金敎獻), 유근(柳瑾) 등에 의해 출간된 『신단민사(神檀民史)』, 『신단실기(神檀實記)』, 『단조사고(檀祖事攷)』등의 역사서에는 놀랍게도 레지 신부의 기술과 골자를 공유하는 내용이 다수 담겨있다. 그렇다 면 20세기 초 유학을 공부한 한학자 출신 역사학자들이 자신 들이 살던 시대에서 200년 전에 작성된 레지 신부의 프랑스어를 읽은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억측일 것이다. 그보다는 레지 신부의 기록이 아주 오랫동안 동아시아 역사학 연구에 통용되어오던 상식이자 큰 거부감 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견해였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본래 레지 신부의 이 글은 ‘고조선-고구려-고려-임진왜란’ 까지를 다루고 있다. 모두 다 중요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사실 조선왕조에 대한 기록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내용은 해제를 따로 하지 않고 레지 신부의 글 원문과 영어 번역본 전체를 함께 싣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고려에 대한 내용 역시 기존의 역사통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레지 신부가 한국사를 바라보는 역사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조선사와는 다르게 해제까지 첨부하였다. 제일 중요한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한 내용은 아주 상세한 해제와 함께 실어놓았다. 이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밖에 보다 포괄 적인 논의들은 해제자들과의 ‘질문&답변’이 대신해줄 것이니, 이 부분도 부디 중요히 여겨 읽어보길 권한다. 이제 장을 넘겨 300년 전 레지 신부가 전하려 했던 한국고대사(韓國古代史)에 대한 놀랍고도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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