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차 ***
간단하게 아침 대용으로 요구르트 간식을 먹고 나섭니다. 아이리쉬 크림 맛은 아침부터 취하라는 뜻일까요...
오늘은 해운이 잔뜩 꼈네요. 공기도 무겁습니다. 언덕위까지 안개가 끼어서 운전이 약간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장인어른이 픽업해주셨습니다.
마르코폴로라는 동네 식당을 왔습니다. 와이프가 꼼쁠레또를 먹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입니다. 여기는 발포에서 꽤 역사가 있는 식당이라고 하네요. 여기 꼼쁠레또가 크기도 크고 맛도 있다고 합니다.
장인어른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사진에 보이는 옆 문은 출구였네요. 문에 붙어 있는 안내글 안 읽는 건 한국 사람들 한정이 아니었습니다(...)
꼼쁠레또만 파는게 아니라 간식, 아침, 샌드위치등을 파는 다이너입니다.
보통 식당에 가면 오늘의 추천 메뉴가 있는데 장인어른과 처제와 저는 이걸 각각 시키는 걸로 합의를 봅니다. 저는 수프와 밀라네사, 장인어른과 처제는 샐러드와 챨키칸이라는 음식을 시킵니다.
식전 빵과 페브레(Pebre). 페브레는 칠레 전통 살사인데 약간 멕시코 살사와도 비슷하지만 좀 더 마늘향이 강하고 재료들의 크기가 좀 더 작게 잘라져 있습니다. 빵에 발라 먹던지 나오는 음식에 넣어 먹던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메뉴는 고기 수프. 크게 인상이 깊게 남는 맛은 아니고 적당하게 식전에 먹을만한 고기 수프였습니다.
와이프가 시킨 꼼쁠레또. 꼼쁠레또 크기가 어른 손보다 크네요. 그리고 칠레에서 마요네즈는 소스가 아니라 재료라고 할 만큼 마요네즈를 넉넉하게 넣습니다. 와이프는 겨자소스를 좋아해서 저기다가 좀 더 얹었네요. 유명한 미국의 요리사겸 방송인인 앤서니 보데인이 꼼쁠레또를 처음 보고 한 말이 도대체 얼마나 술에 취해 있어야 이걸 다 먹음? 이었죠 ㅎㅎ
장인어른과 처제가 메인 메뉴로 시킨 챨키칸(Charquicán)이라는 칠레 전통 음식입니다. 간고기와 여러가지 계절에 맞는 야채들을 넣고 스튜로 만든 음식인데 보통 저렇게 계란후라이 하나와 함께 나오는 듯 합니다. 오늘은 호박과 감자가 주로 들어간 듯 했습니다. 약간 으슬으슬하게 추운 날씨에 딱 맞는 정말 좋은 음식이었지만 장인어른의 음식을 계속 뺏어먹을 수는 없으니 제 음식을 기다려봅니다.
이것은 제가 시킨 밀라네사라는 메인 요리인데 아르헨티나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요리라고 합니다. 돈까스와 비슷한 비주얼이었지만 사실 빵가루는 눅눅하고 고기는 얇은 고기를 여러개 겹쳐서 합쳐져 있습니다. 바삭한 식감에 두툼한 고기가 들어가고 소스에 찍어먹는 돈까스에 익숙한 저로써는 개인적으로는 물음표를 띄우게 된 음식이네요.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배터지게 나오네요.
오후에는 날씨가 맑아져서 제가 사진 찍으러 비냐 델 말을 가고 싶다고 하자 장인어른이 차를 태워주십니다. 차를 타면 15분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비냐 델 말은 해변가 휴양지 도시인데 저번 글에서도 말했지만 발포보다는 약간 더 부촌이라 길도 더 깨끗하고 해변도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2월 셋째주에는 매년 하는 남미에서 제일 큰 비냐 델 말 국제 음악 경연대회 (Festival Internacional de la Canción de Viña del Mar) 라는 음악 페스티벌을 합니다. 1960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해오는 남미에서 가장 오래되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게 오래된 페스티벌인데 유로비전 아시는 분들은 비슷한 느낌으로 남미 각국의 가수들이 노래 경연을 펼치는 데다가 초대 가수들도 많이 오는 축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012년에 뮤직뱅크 칠레 버전을 처음 한 곳도 여기입니다. 슈주가 처음 칠레에 올 때라서 진성 엘프(슈주 팬클럽)인 와이프가 공연 와서 보고 친구들과 호텔 밖 해변에서 슈주 멤버들이 발코니에 나올때까지 기다렸다는 추억을 이야기해줍니다 (이거 이거 괜찮은거냐고).
칠레에는 저렇게 아파트 옆에 돈을 받고 광고를 크게 붙여놓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판타가 할로윈을 맞아 콜래보레이션을 하고 있네요. 저는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에서 판타를 마셔보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남미 판타는 확실히 달라요. 그렇지만 법적으로 오렌지 주스가 일정량 이상 들어가야 한다고 정해놓은 이태리 판타가 아직까진 제일 맛있긴 했네요 ㅎㅎ
아침의 날씨는 어디가고 쾌청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쓰나미 주의 경보가 눈에 들어오네요. 다리 난간도 뭔가 유럽식으로 되어있습니다.
해안가로 향하는 다리는 이런 느낌. 다리가 여기 저기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선전물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칠레는 대통령 선거 기간중인데 극우파에 속하는 카이저라는 후보가 요즘 인기가 올라오자 반대파측에서 카이저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 인권이 후퇴한다는 선전물을 붙여놓은 것이네요. 장인어른이 말씀하시길 현 정부 책임당으로써 제대로 된 자기 반성이나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좋은 정책을 들고 나오기 이전에 상대 후보 욕부터 하고 있으면 누가 저걸 듣겠냐고 하시네요.. 사실 미국 선거도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트럼프는 안 된다는 선전으로 트럼프가 당선이 안 된 것도 아니지요.
칠레도 남미 성장의 중심지중의 하나이지만 현재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불법 이민자의 증가, 그로 인한 사회 문제들의 증가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서 시위를 했고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뀌었습니다만 그 이후 헌법 개헌이 무산되고 바뀐게 없다고 보이자 사람들이 지쳐가는 것이죠. 이웃 나라인 아르헨티나도 이미 전기톱을 들고 나온 극우 후보가 당선 되었듯이 이렇게 사람들이 지쳐가는건 전세계적인 추세인가 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칠레 대통령 선거는 1차전을 통과했네요. 칠레는 과반수가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표가 제일 높은 후보 2명을 뽑아서 다시 한번 투표로 결정합니다. 카이저는 2차전에 나오지 못했군요. 하지만 보수파의 카스트라는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합니다.
마침 석양이 지는 최고의 시간에 해변가에 도착했습니다. 저 많은 돌들은 원래는 없었는데 파도가 워낙 심하게 치고 폭풍이 올 때마다 왼쪽에 보이는 아파트들이 침수되는 바람에 점점 돌들을 많이 쌓아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왠지 예전에 쿠바에 갔을때 하바나에서 말레꼰 거리를 걸어가다가 파도를 맞았던 기억이 나네요.
위 사진에서 반대편을 보면 해변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거나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정말 한가로워 보이네요.
여기는 파도가 높아질때마다 침수를 당해서 문을 닫기로 유명하다는(...) 해변가의 음식점입니다. 여기서 이른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패스합니다.
갑자기 왠 람보르기니?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비냐는 부촌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네요. 여기 근처에는 축구 선수들도 많이 산다고 합니다. 저라도 돈 많이 벌면 여기 살면 좋을거 같아요 ㅠㅠ
아이를 처음으로 바다에 데려가 봤습니다. 거대한 바다의 파도 소리에 약간 겁을 먹었는지 흥분을 했는지 엄마한테 기대네요. 밀려오는 파도에 살짝 발을 담궈주니 놀랍니다. 해변가에서 코챠유요(Cochayuyo)라는 해조류 말린 껍데기를 주워서 가지고 노네요. 코챠유요는 식재료로 유용하게 쓰이는데 칠레도 해조류를 잘 먹는 나라중에 하나입니다.
비냐 델 말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꽃시계입니다. 캐나다에도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꽃시계가 있는데 여길 지날 때마다 맨날 와이프랑 어디가 더 예쁜지 입씨름을 합니다.
다시 줌보로 와서 저녁 식재료를 삽니다. 장인어른이 추천해주시는 냉동 츄라스코 고기.
이 츄라스코는 줌보 식당에서도 쓰고 있는 고기라서 믿음이 갑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칠레에서는 츄라스코는 브라질 바베큐가 아니라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 얇게 썬 고기를 말합니다. 3장이 들어있어서 샌드위치 하나에 딱 알맞네요.
장인어른이 추천해주시는 냉동 햄버거 패티. 포장만 봐도 나는 남자! 고기 먹는다! 라는 느낌이 오는 포장입니다. 맛있어서 하나 더 샀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서 줌보 마트 냉동 피자를 사봤는데... 식감이 종이 씹는 느낌이네요. 칠레에서 밀라네사 다음으로 후회하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피자를 찾아 먹어서 이 기억을 지워야 한다고 와이프하고 합의를 봤습니다.
*** 11일차 ***
분명 어제까지 없었는데 어제 봤던 선전물을 줌보 앞에 있는 벽화에까지 붙여놨네요. 자기들 선거 선전을 한 순간 하려고 벽화까지 훼손해야 하는지...
10월 초에 또 어떤 에니메 행사가 있었나 보네요.
오늘은 와이프 친구를 만나서 배가 들어오는 항구가 아닌 해안가쪽으로 산책을 가봅니다. 이전에 올린 글에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올린 곳입니다.
와이프 친구는 안과 의사인데 8년 전쯤 스페인으로 이민을 갔다가 실망을 하고 요 근래 다시 발파라이소에 돌아와 있다고 합니다. 유럽이라고 뭐 크게 더 살기 좋은 것도 아니고 벌이는 오히려 칠레에 있을때보다 적게 벌게 되고 그러면서 생활 물가는 더 비싸서 개인적으로는 칠레가 훨씬 낫다고 하네요. 저도 선진국들에 대한 환상같은게 많이 깨져 있기는 해서 공감했습니다. 소위 선진국들은 그냥 어떤 기준에 먼저 도착한 것 뿐이 아닌가, 그리고 일정 기준 이상에 도달하면 사람들이 사는 것은 결국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단순히 카누같은게 아니라 아예 돛단배 요트를 렌트해 주는군요. 아마 설명까지 해주실 거 같은데 아기가 있어서 나중에 자라면 한 번 같이 타보자고 생각만 해봅니다.
다이빙 학교가 있네요. 사람이 없는 쪽을 찍으려다보니 이렇게 나왔는데 사실 옆에서 학생분들이 준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셨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발파라이소의 축구팀인 산티아고 원더러스 로고를 산 중턱에 박아놨네요. 산티아고 원더러스는 1892년에 여기 살던 영국 사람들에 의해 창립되는데 이는 칠레뿐이 아니라 북미 남미 통틀어 제일 오래된 클럽 팀이라고 합니다. 왜 도시는 발파라이소인데 산티아고라는 이름이 붙었냐면 당시에 발파라이소 원더러스라는 동네 팀이 또 있어서 차별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원더러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홈구장이 없던 클럽들이 자주 붙이던 이름이라 그게 여기서도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발파라이소등 인근 도시들에서 축구가 인기를 끌자 1895년 칠레 축구 협회가 발파라이소에서 최초로 창설되고 이후 1900년에 리그를 조인한 산티아고 원더러스는 그 해 챔피언이 됩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해 동안 챔피언이 되고 칠레 역사상 최고의 디펜더 엘리아스 피구에로아나 2015년 코파 아메리카 컵 우승 멤버 2명이 거쳐가는등 명문 클럽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발파라이소 팀인데 그래도 발파라이소가 팀 이름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새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와이프에게 말해봅니다. 발파라이소의 상징은 동물은 앵무새인데 발파라이소 패럿츠는 별로 폼이 안나니까 이왕이면 라임을 살려서 발파라이소 바이킹같은게 어떻겠냐고 했다가 등짝스매싱이 날아옵니다.
해안가에서 나와서 브라질거리를 따라 항구쪽으로 발을 옮겨봅니다. 나무들 크기가 덜덜합니다. 꽤 한적한 느낌입니다.
산티아고 글에서 말했던 텔레톤의 발파라이소 빌딩입니다. 텔레톤은 TV중계로 모금을 하는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빌딩에서 진료해주는 등의 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도시마다 텔레톤 빌딩들이 하나씩 있다고 합니다. 와이프도 여기서 자원 봉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고풍스런 건물들. 지진에 무너지고 있지 않은건지 다시 지은 건지는 불분명합니다.
1889년부터 있었던 골동품 가게입니다. 안을 구경해보기로 합니다.
뭔가 잔뜩 있습니다. 이런 느낌 너무 좋아요.
학교 통학버스입니다. 걷다보니 하교 시간이 되어서 이렇게 노란 승합차 통학버스들이 많이 눈에 보이네요. 오른쪽 위에 학교를 끝내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이 줄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Sombrereria Woronoff라는 모자 가게입니다. 밖에서 사진을 찍을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너를 매의 눈으로 노리는 3명의 플라이떼들을 눈치 못챘냐면서 전화기 집어넣으라고 하네요. 이뿐이 아니라 페드로 몬뜨 길 (Pedro Montt)은 일반적으로 위험하므로 휴대폰을 꺼내지 말라고 합니다 (이 길이 시외버스 터미널도 지나고 어제의 마르코폴로 레스토랑도 지나고 하는 길입니다). 사진은 구글맵 펌. 사진보다는 외관이 깔끔한데 사진이 오래되었나보네요.
모자 가게의 안입니다. 장인어른과 와이프는 모자를 좋아해서 수집하는데 와이프는 모자를 하나 득템합니다. 옆에 쌓아놓은 빈티지 모자 상자 하나만 어떻게 좀 구했으면 좋겠네요.
오는 길에 뜬금없이 들려본 문방구. 이런 문방구들은 여기저기 중간중간 있는데 들어가면 물건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이렇게 아무 이유없이 가게를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구경을 재미있게 했습니다.
카사 치나(Casa China)라고 다이소처럼 구성해놓은 가게인 것 같은데 나름대로 오래된 가게라고 합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많이 보이네요. 보이는 라부부들은 사실 라푸푸들일텐데 라부부는 정말 이 정도면 전세계적인 히트네요. 모푸샌드도 사스케도 다 중국에서 건너온 친구들이겠죠.
Botillería는 술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인데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낮에는 저렇게 문을 열고 장사하지만 조금만 어두워지면 가게 앞에 보이는 철창문을 닫고 장사를 철창문 너머로 합니다.
아니 갑자기 야생의 잠만보가 등장했다! 알고보니 포켓몬카드를 파는 가게였네요. 생긴지 얼마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여기 자체가 약간 골목 안쪽을 작은 가게들로 채운 느낌이었어요. 조카 애들한테 스페인어로 된 카드 팩을 하나씩 사줄까 했는데 일단은 집에 돌아왔습니다. 앞쪽은 가게들이 아직 입점중이었고 저 뒤로는 일식집, 마지막에는 책방이 들어와있네요.
지방 선거가 대통령 선거하고 겹치는 중인가봅니다. 고양이 세마리 벽화가 너무 귀엽네요. 하지만 아이를 매고 언덕을 올라가는 중이라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작은 모퉁이 가게에서 마시는 작은 콜라 한 병 (200페소). 이 병은 가게 안에서 마시고 병을 다시 그 자리에서 반환하는 구조인데 그 덕분에 가격이 싸고 병도 재활용도 가능한 것이죠. 재활용된 병이 찝찝하신 분들은 새 병도 물론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합니다. 재활용은 의외로 잘 되는 편이라 큰 마켓(줌보/리델등)에서도 재활용된 패트병에 든 2리터짜리 콜라는 새 패트병 옆에서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 같이 판매하며 재활용된 병이라는 라벨이 따로 붙어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237미리짜리 한 병이 그냥 들어가는데 힐링 포션 마신 거 처럼 힘이 조금 솟아납니다. 이 기세를 몰아 남은 언덕도 올라갑니다.
저녁에는 또 다른 친구들이 숙소로 옵니다. 언더피자라는 피자 프렌차이즈에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와이프를 위해 베지테리언 피자를 들고 왔는데 맛있네요. 냉동피자의 기억이 싹 날아갑니다. 피자 이야기가 나와서 서로 이야기를 했는데 예전부터 유명한 피자집과 그 맛과 비슷하게 나온 다른 피자집이 있다고 해서 다음날 가보기로 합니다.
*** 12일차 ***
언덕을 내려가며 지나가다 본 알비노 고양이네요. 하얀 털이 아니라 눈까지 백색증이 나타났습니다. 여기 자외선이 강한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요.
저도 평소에는 귀찮아서 선스크린을 안 바르고 다니는 편인데 여기서는 바르지 않으면 햇볕에 말라 죽을거 같아서 매일 바르고 나갑니다. 그럼에도 결국 피부가 탔네요. 아이한테도 선스크린을 발라주길 잘했습니다.
어제 친구들이 이야기해준 동네 새로운 강자 피자집 쥬세페(Giuseppe). 원래 라 리비에라라는 피자가 발포에서 유명했는데 주인장 어른이 돌아가시면서 하필 레시피를 남기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조 집이 좀 맛이 떨어진다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이 집이 라 리비에라 원조 레시피와 비슷한 맛으로 뜨게 되었다고 하네요.
벽에는 사람들이 해놓은 낙서가 가득합니다. 저희도 펜을 빌려서 한글로 왔다 갔다고 써 놓습니다. 걸려있는 노란 셔츠는 마라도나 셔츠. 나폴리 피자를 지향한다고 하는 곳이라 마라도나가 걸려있나봅니다 (마라도나는 나폴리 팀에서 뛴 적이 있죠).
사진들이 정말 힙하네요. 발퀄 합성으로 미스터 비스트가 여기 와서 피자 먹는 사진도 걸려있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어느 벽이던지 낙서로 빼곡하고 재미있는 스티커들도 많이 보입니다. 여기 커피가 진짜 맛있어요.
치즈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보자! 이런 느낌으로 치즈를 얹어주네요. 사실 이 피자는 진짜 나폴리 피자와는 10억광년 떨어져 있는 느낌인데 맛있기는 또 맛있습니다. 와이프는 아마 아르헨티나식 피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게 아닌가하고 말하네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저렇게 치즈 폭탄인 피자를 만들어 주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주인장의 권유대로 칠레의 고춧가루격인 멜켄(Merquén)을 카운터에서 받아와서 아주 살짝 뿌려먹었더니 폭풍 흡입 가능했습니다. 멜켄은 TasteAtlas 같은 곳에서 올해의 양념 1등도 한 번 받은 칠레의 전통 향료입니다. 마푸체라는 전통 원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가 꽤 있는 향료인데 고춧가루 베이스에 코리엔더 씨앗과 소금이 살짝 섞인 것이 스모키한 맛을 더해줍니다.
포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크기가 엄청 크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8개 들이로 파는게 한 판인 듯 한데 맛있어서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네요.
고무고무 피자 한입에 먹기!
줌보에서 옆의 의류 백화점 파리스로 들어가는 길인데 소방관들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네요. 칠레의 소방관들은 특이하게도 99%가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이 따로 다 있으면서 자신의 시간을 내서 훈련을 받고 소방관이 되는 것인데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 아무래도 한정되다보니 자신이 돈을 내면서 소방관이 되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연말쯤에는 추첨식 복권을 판매해서 모금을 하기도 합니다.
이틀전 마르코폴로에서 점심을 먹을때 소방관들이 들어와서 추첨식 복권을 판매하는데 장인어른이 저희 각자의 이름으로 6장을 사셨네요. 매년 사고 있으시기 때문에 올해도 변함없이 사시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사람의 선의에만 기대는 시스템은 언젠가는 실패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여쭤봤더니 칠레는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엘 멜꾸리오는 1827년부터 발행된 신문인데 현행 스페인어로 발행되는 신문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신문이라고 합니다. 논조는 보수파에 속하기 때문에 2019년에 있었던 칠레 대시위때 본사 건물이 공격? 을 당해서 건물 자체는 문을 닫았는데 아직까지 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단 신문은 계속 발행중.
대강 앞서 말한 카이저 후보가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철을 타고 다시 한번 항구쪽으로 갑니다. 가는 방향에 따라 저렇게 기차가 안 올때 길을 건너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해군 본부 다시 입성
오래된 코카콜라 광고입니다.
왠 행사를 하고 있길래 뭘 하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저 동상에 경비대가 있는데 경비대 교대 의식을 하는 중이며 이걸 다른 지역의 해군 사관 학교에서 견학을 와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해군 본부가 있는 발포답게 이곳의 해군 사관 학교도 유명하고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이렇게 견학도 오나 봅니다.
그리고 맞은 편의 해군 본부 앞 광장에는 수공예 장이 섰습니다. 광장 문화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참 부럽습니다.
체스판인데 한쪽은 스페인군, 반대쪽은 마푸체라는 원주민군이 맞서 싸우는 모습입니다. 3만원 정도라 심각하게 사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다음을 기약합니다.
대강 이런 느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수공예품부터 중국산이 분명한 에니메 캐릭터들까지 각종 물건들이 보입니다.
금융가를 지나 안경점에서 일하는 와이프 친구를 만나 안경을 맞추고 꾸밍을 지나 시비까 광장으로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발포 시청/군청?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이 오래된 책방은 와이프가 어렸을때 학교 책도 사고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 어른이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제 이 책방을 팔려고 내놨다고 하네요. 카드를 안 받으셔서 아이 책을 살려고 했지만 현금이 없는 관계로 다음에 들리기로 합니다.
그리고 빅토리아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 식당이 해산물이 맛있다고 와이프 친구가 추천했는데 이 날은 들어가지 않았네요. 다음에 가봐야겠습니다.
빅토리아 광장에는 예전부터 이렇게 어린이용 카니발/놀이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와이프가 어릴때도 와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고 하네요.
빅토리아 광장에서 산 쪽을 바라보는 풍경.
발파라이소 대성당 (Catedral de Valparaíso)입니다.
코너에 있는 가게는 베요따라는 오래된 남성 의류 전문점인데 하필 오늘은 문을 닫았네요. 다음에 와서 옷 한 벌 맞춰봐야겠습니다.
배가 고파져서 빅토리아 광장 옆의 사존 나즈카에 다시 왔습니다. 아이한테 생선도 좀 먹일 겸해서 였습니다. 친구가 추천한 곳은 아직 가보질 않아서 맛있는지 모르니까 오늘은 아는 맛집으로 가자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심 메뉴가 너무 땡기네요. 하지만 일단 생선을 시켜봅니다.
튀긴 생선에 타르타르 소스. 언제나 기본은 합니다.
이것은 페루식 중화요리 로모 살따도(Lomo Saltado)입니다. 페루식 중화요리는 페루에서는 통칭 치파(Chifa)라고 불리는데 이는 1930년대부터 중국 광둥의 페루 이민 인구들이 페루에서 식당을 열면서 생겨난 페루-중국 퓨전 요리를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饎飯 - 치판 - 요리를 하다 - 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의 하나가 이 로모 살따도입니다.
간장 소스에 밥과 고기 야채들이 잔뜩 나옵니다. 맛은 분명 중식맛이 아닌네 묘하게 중식인 것도 같고 오묘합니다. 재료들이 중식에 들어가는 기본 식재료가 아니라서 그런걸까요? 고기는 분명 스테이크인데 간장 소스에 담궈진 느낌(절인 것은 분명 아닙니다)입니다. 거기다가 프렌치 프라이까지 나와주니 국적이 불명이지만 그게 또한 퓨전 요리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나가다 심심하면 보이는 레트로 콜라 광고들. 한참 코카콜라가 이런 광고를 공짜로 가게들에 해줬다고 합니다.
와이프가 다녔던 고등학교. 예전에는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꽤 좋은 학교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방식이 폐지되고 아무나 들어와서 학교의 질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친척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서둘러서 온 이곳은 치과입니다. 여기는 약간 프렌차이즈같은 곳인데 깔끔하게 되어있네요. 할로윈 전이라 장식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장식도 있었는데 사진을 못 찍었네요. 사진은 비어보이지만 사실은 사진 뒤편에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년에 회원제로 가입하면 청소 두번에 불소 치료 한번을 해주는 구독제 플랜이 있었는데 그게 그냥 청소 한 번 하고 불소 치료 한 번 따로 하는 것보다 싸서 그걸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와이프가 먼저 들어가고 스페인어를 잘 못하는 저로서는 구글 번역기를 받아놓고 열심히 문장을 외우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사람이 밀려서 와이프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네요. 결국 엑스레이 찍고 의사선생님을 볼 때 와이프가 옆에서 번역을 해줍니다. 의사 선생님이 K드라마를 좋아하시는군요. 현재는 미국으로 가야 할 지 생각중이라고 하십니다. 어디나 어려운가봐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치료를 다 한 후 저는 칠레 사람이 아니라 저 구독제 플랜이 의료보험으로 커버가 안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의료보험이 없으니까요). 그러더니 자기 불찰로 인한 실수라고 불소 치료 가격을 안 받으시네요 ㅠㅠ 너무 감사했습니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인데 위에서 말한 빼드로 몬뜨 길을 따라 갑니다. 여기서는 밖에서는 휴대폰을 절대 꺼내지 말라고 해서 구글맵 사진을 첨부합니다 (사실 실제 거리는 저 사진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원래는 극장이었는데 불이 나서 문을 닫고 이후 수공예 가게들이 들어서게 된 곳입니다.
아무도 없을때 안에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2층 발코니가 불에 탄 것이 그대로 보이는게 마음 아프네요.
천장은 이런 느낌.
그리고 발포에서 원래 유명했다는 피자가게 라 리비에라입니다 (구글 사진 펌). 꽤 바빴는데 어떻게 변했을지 다음날 가보기로 합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여기는 위에 주세페보다는 치즈를 덜 주는데 오히려 약간 더 짭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짠 음식을 약간 기피하는 저와 와이프로서는 주세페가 더 맛있었습니다. 와이프왈 자기 기억으로는 주세페가 옛날 라 리비에라맛에 더 가깝긴 한 거 같다고 하네요.
차이나 몰이라고 당당히 써놓고 옆에는 다 알고 있지만 어딘지 약간씩 다른거 같은 몬스터들이 그려져 있네요. 발포는 항구 도시이다 보니 아무래도 수입해오는 물품들이 많이 들어올테고 그런 의미에서 중국 물건들이 많이 들어오는 듯 합니다. 실제로 여기저기 중국 물건을 파는 이런 가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신호 대기중 칼춤을 추시는 분이 있군요.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친척들이 돌봐주던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가족들과 다 같이 온세를 하고 늦게 돌아왔습니다 (5부에 계속).
1부 (1-4일차)
2부 (4-6일차)
3부 (7-9일차)
4부 (10-12일차)
5부 (14일차)
6부 (15-1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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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페소를 1500원 정도로 생각하고 제가 갔을때 보통 길거리 음식은 개인당 1000페소에서 2000페소 사이 정도, 간단한 엔파나다나 꼼쁠레또같은 경우 3000에서 5000페소 사이 정도, 나중에도 나오지만 프렌차이즈 콤보같은 경우 4000-6000페소 정도, 줌보(마트) 식당 아침 식사같은 경우 3000-5000페소 정도, 주세페 피자는 8개들이 한 박스 9500페소, 식당에서 앉아서 먹는 것은 식당과 메뉴마다 다르겠지만 저희가 간 곳들은 메뉴당 8000-20000페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 25.11.25 2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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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도 외식물가가 생각보다 비싸네요;; | 25.11.26 17: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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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가 아니라 칠레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ㅎㅎ 칠레도 페소라는 단위를 써서 헷갈릴 수 있겠네요. 칠레도 경제력이 나쁘지 않은 나라다보니 생활비도 그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되네요. 물론 전세계적으로 외식 물가가 올라가는 것의 영향도 있겠구요. 단 식자재 물가는 낮아서 집에서 요리를 해먹으신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1-20000 페소씩 하는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저희는 관광객이라 가성비보다는 괜찮은 곳에서 맛있게 잘 먹어보자라는 느낌으로 먹고 다닌 것도 있는데, 분명 나름대로 괜찮은 가격대의 식당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모 살따도의 경우 8000페소 이하로 하는 곳도 있고 시장 2층의 식당가의 경우 6000페소에 해산물 메뉴가 나오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웬디스나 KFC같은 프차같은 경우 가격이 적당하게 싸기도 하구요. | 25.11.26 22: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