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구 여친, 현 아내와 다녀온 스페인 사진입니다.
이게 벌써 9년 전이라니...언제 다시 다녀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
글은... 저때는 멋있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오그라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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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온 "Jamon,Jamon" 이라는 영화가 있다.
사실, 노출이 제법 심했던 영화라 아마도 대부분이 '하몽'이라하면 스페인 전통 생햄 보다는
야릇한 상상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자기네 전통음식을 앞에두고 내가 하고있는 이런 발칙한 생각을
저 주인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마드리드, Mercado de San Miguel>
스테인드 글라스에 내리는 형형색색의 빛은 마치 신의 은총이 쏟아지는 것 같았고,
이름모를 나무로 만든 성가대 의자에서는 신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내가 이정도이니 하느님의 가호를 바라며, 머리조아려 기도하던 옛날 옛적 사람들은,
적어도 대성당 안에서 만큼은 신의 존재를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지 않았을까? <톨레도, Catedral>
유럽에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모든 수도교에는 "악마의 다리"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로마가 멸망한 후, 말 그대로 암흑시대를 살던 유럽인들에게
자신들의 머리위에 우뚝 서있는 저 다리는
악마가 만들었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세고비아, Acueducto Romano>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코르도바의 골목길은 나에게 쉽사리 길을 내어주지 않았고,
마치 부산의 어느 산동네를 헤메는 것 같은 기분에 한없이 지쳐가던 그때
사진가에게 주어진 우연한 행운의 순간, Serendipity.
나도 모르게 눌러지는 셔터와 뒤이어 들리는 소리, '찰칵'... <코르도바, Plaza San Miguel>
너무 이른 아침에 도착한 탓일까. 사원 내부는 어둠만이 가득한 암흑의 세계였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둠 속에서 은은히 떠오르는 원주의 숲.
어찌 이 아름다움을 한낱 인간의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을까?
차마 이 이슬람 사원을 허물지 못한 기독교 왕들의 심정을 어쩌면 알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코르도바, Mezquita>
사실, 유럽에서 가장 독실한 카톨릭 국가는 스페인이다.
8C, 이슬람 세력은 지브롤터를 건너 물 밀듯 밀려왔고,
기독교도들은 피레네 산맥 아래까지 몰린 끝에서야 겨우 '신'의 이름으로 '레콘키스타'에 나서
스페인을, 그리고 유럽을 이슬람의 손에서 구해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는 아랍어로 코란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르도바, Mezquita>
끔찍하게도 사진에 찍히는 걸 싫어하는 나지만,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저 사람의 캔버스 안에 내가 그려지기를 바랬다.
내가 지금 그러하듯, 그 또한 캔버스를 보며 가을의 어느날 만난 한 동양인을 추억하고 있을지...
역시, 여행에서 남는건 사진이고 사진은 사람이 찍혀야만 온전한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론다, Puente Nuevo>
타 종교에 대해 유연함을 보여준 이슬람 왕조와는 달리 기독교도들은 무슬림들과의 공존을 거부했다.
그라나다의 멸망과 동시에 이슬람 유민들은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어 삶을 이어갔고,
지금도 그 마을들은 "하얀 마을"이라 불리우며 곳곳에 남아있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일상은 마을 어디든 헤집고 다니는 관광객들에 의해
여전히 박해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들의 선조들처럼, 그들 역시 넉넉한 웃음과 "Yola"라는 인사로
모두를 품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프리힐리아나, 어느 골목길>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배경음악이 깔리면 어떨까하고.
알함브라 궁전을 걷는내내 머리속에는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울리고 있었다.
그 옛날, 알함브라를 찾은 각국의 왕족과 사신들은
이 영민한 사막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물의 마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지나치며 보이는 건물 하나, 정원 하나가 모두 이들에게는 음악이고 그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라나다, Alhambra Generalife>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
그가 그라나다를 포기하며 눈물을 보이자 모후는 남자답지 못하다며 질책하였고,
이에 그는 "패전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저 아름다운 곳을 다시보지 못한다는 것이 한스럽습니다." 라며
망국의 한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나도 그처럼, 어쩌면 다시 못볼 알함브라를 두고 쉬이 걸음을 돌릴 수 없어,
밤 늦도록 시선을 붙잡고 그렇게 거기에 서있었다. <그라나다, Mirador de San Nicolas>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좋은 날씨에,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분수가 솟구칠 때마다 사방에서 터지는 즐거운 비명소리들.
바람에 실려 날리는 물방울 하나하나까지 이 순간의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스페인의 마지막 밤이다.
Adios, Espana... <바르셀로나, Fuente Mag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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