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김광연,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지콜론북, 2019. // 알렉상드르 뒤마, 『몬테크리스토 백작』, 민음사, 2014
직장인들이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 중 상위권에 요식업이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일입니다.
생계를 잇기 위해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분식점을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젊은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조그마한 레스토랑이나 카페, 술집 등을 개업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메밀소바를 만드는 것이 ‘은퇴하고 나서 하는 일’ 랭킹 7위에 오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정년퇴직 후에 하고 싶은 일 5위에 바리스타가 꼽히기도 할 정도입니다.
왜 사람들은 음식이나 음료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싶어 할까요.
단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에서라면 TV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것처럼 이곳저곳 맛집 기행을 다녀도 충분할 테고,
다른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 역시 취미 삼아 요리하는 ‘홈 쿡(Home cook)’으로서 충족시킬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아마 그 심리의 어딘가에는 음식을 만들어 판다는 행위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언제나 꿈꾸던 ‘공간’을 현실화시키려는 욕망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신호기 주변의 작은 정원을 한번 둘러보았다.
“이 신호수는 아마 전속 정원사를 고용하고 있는 사람인가 보군. 아니면 원예에 미쳤거나.” (중략)
“영감님께서는 정원 꾸미기를 좋아하십니까?”
“좋아하고말고요.”
“그럼 이렇게 작은 땅보다는 2에이커쯤 되는 토지가 있으면 좋겠군요.”
“그렇게만 된다면야 이 지상에 낙원을 만들어 보이겠습죠.”
- 알렉산드르 뒤마, “몽테크리스토 백작” 중에서
마치 박봉에 시달리는 신호수가 한 뙈기 땅에 온갖 식물들을 길러내며 천국을 설계하듯, 고된 일에 지친 회사원이 자신만의 왕국을 꿈꾸며 장난감 카페나 일본식 선술집의 도면을 수첩에 그려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에서는 손님에게 음식을 팔고 돈을 번다기보다 같은 취향을 지닌 친구와 즐거움을 나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마련입니다.
이 책,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의 저자가 을지로의 낡은 건물에 밥집 겸 술집을 개업하게 된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밖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지만 마음에 드는 장소 찾기는 쉽지 않았던 프리랜서 번역가.
그녀가 글 써서 번 돈으로 적자 메꿀 각오 하고 작업실을 겸해 시작한 것이 ‘밥 먹는 술집, 광장’입니다.
혼자 밥 먹는 문화가 보편화되기 전부터 ‘혼밥, 혼술 환영’이라는 안내문을 걸어놓고, 반말로 주문하는 사람에게는 ‘반말페이’ 음식값 두 배를 청구하는 그런 가게이기도 합니다.
가게 집기는 친구들이 선물하고, 요리 메뉴는 원가와 이윤을 따져 구성한 게 아니라 작가의 추억에서 뽑아낸 식당.
당연히 음식 하나하나마다 사연이 숨어있습니다.
매년 재료를 바꿔가며 도전하는 카레라이스, 일본 드라마를 떠올리며 만드는 돈지루(일본식 돼지고기 된장국), 낡은 건물의 물이 끊겨 궁여지책 끝에 내놓은 에다마메, 재일조선인 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함박스테이크, 손님이 가져다 준 비싼 식빵으로 만든 다마고산도(달걀 샌드위치) 등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잡아끈 것은 제주도에서 탄생한 꽁치 파스타였습니다.
“그 시절의 제주도 가시리는 깡시골이었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읍내로 나가는 버스는 하루에 열 대도 되지 않았다. 근처에 걸어서 갈 만한 마트도 없던 곳이라 한 시간 반마다 한 대씩 다니는 버스를 기다려 장을 보러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집에서 보내준 김치와 레토르트 식품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중략) 선반에 쌓인 꽁치 캔과 파스타 면을 번갈아 보았다. 오일과 향신료로 맛을 낸 엔초비 파스타. 꽁치 캔을 들고 중얼거렸다. 엔초비나 꽁치나 뭐 비슷하지 않을까? 다행히 마당 한쪽에는 제주 기후에 잘 맞아 잡초처럼 자란 바질이 있었다.”
- 김광연, “제주도 가시리 스타일 해물 꽁치 파스타” 중에서
식재료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만든 메뉴답게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스파게티, 양파, 마늘, 양배추, 꽁치 통조림.
그리고 냉동실에서 나이만 먹어가는 자투리 해산물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소스는 간장과 설탕, 굴소스, 맛술이 전부.
다만 담장 아래 잡초처럼 자라는 바질이 없다면 생바질을 구하기는 번거로우니 말린 바질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스파게티는 봉지에 적힌대로 물에 소금을 넣고 삶고, 면이 삶아지는 동안 커다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아줍니다.
얼추 볶아지면 뼈를 제거한 꽁치 4~5토막을 장식용으로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굽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두어마리는 부서지면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작은 생선 굽듯 하라"던 노자의 도덕경 생각도 납니다.
그나마 멀쩡한 생선은 다른 접시에 건져두고 채썬 양배추를 다시 볶기 시작합니다.
부스러진 꽁치와 통조림에 남아있던 나머지 꽁치 토막을 넣고 볶다가 소스 재료를 넣고 면을 부어서 잘 섞어주면 됩니다.
'일본풍'이라는 이름처럼 약간은 야끼소바(볶음국수) 스타일로 만들어주는 쪽이 어울립니다.
작가가 만든 꽁치 파스타는 동네 사람들이 모일 때면 빠지지 않는 파티 음식으로, 개업 후엔 아는 친구들만 특별히 주문하던 비밀 메뉴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일본풍 간장소스를 개발해서 섞은 가게 정식 메뉴로 자리 잡습니다.
부스러진 생선 살이 섞인 파스타라니 왠지 비린내가 물씬 풍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마니아들이 은근 많고, 곱빼기로 주문하는 손님도 꽤 있다”라며 설명하는 주인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문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아마 생선 파스타의 맛뿐 아니라 그 뒤에 얽힌 저자의 추억도 함께 강조했다면 주문량이 훨씬 더 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일본풍이라 이름 짓고 서울에서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해물 꽁치 파스타를 만들 때마다 제주가 생각난다. 지난하게 습하고 더웠던 돌집의 여름. 가을바람이 한참 불고 비가 지나가고 나자 마당의 바질 숲이 하룻밤에 시들어 사라져버렸던 어느 아침의 황당함.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마당에 앉아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도 만날 수 있었던 은하수와 별똥별.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름보일러 덕에 찜질방만큼 뜨끈했던 그 집.”
- 김광연, “제주도 가시리 스타일 해물 꽁치 파스타” 중에서
완성된 꽁치 파스타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맛술 때문인지 아니면 왕창 집어넣은 마늘과 양파 덕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이름이 주는 거부감과는 다르게 정작 맛은 참치 통조림과 비슷한지라 일단 맛보기 시작하면 후루룩 먹어치우게 됩니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 바질, 엔초비로 만든 파스타는 이탈리아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달달한 간장 소스 약간 추가하고 볶으니 동양풍이 물씬 풍기는 것이 신기합니다.
작가의 제주도 경험을 읽고 만든 음식이라서일까요. 꽁치 파스타를 만들다 보면 생선 굽는 냄새 위로 이상하게도 제주도의 풍경이, 그것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시골집 돌담 너머로 펼쳐진 바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습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아랫목이 피부에 느껴지는 착각이 듭니다.
식당에서 아는 사람들만 비밀리에 주문해서 먹으며 서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과 눈앞에 놓인 파스타가 상호작용하며 공간을 초월합니다.
자신이 꿈꾸던 장소를 가진 사람이 어떤 음식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지 실감하며 서랍에 던져두었던 수첩을 꺼내 봅니다.
꽁치 파스타의 맛은 예전에 끄적거렸던, 내가 만들고 싶은 레스토랑의 스케치를 다시 꺼내 보게 하는 맛입니다.
(IP보기클릭)106.249.***.***
나...분명 애플파이 만들었어요 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서 들어왔는데;;ㅋㅋㅋㅋ어째서 꽁치가?ㅋㅋㅋㅋ
(IP보기클릭)121.164.***.***
애플파이 만들었다는 게시글을 봤는데, 꽁치파스타가 나와서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방법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갑니다. 애플파이 게시글을 찾으시는 분들께서는 아래의 링크(아마도?)를 눌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17/read/30665229
(IP보기클릭)123.212.***.***
애플파이에 양파가 들어가나? 꽁치는 왜? 동공지진하면서 내려가다보니 꽁치 파스타....ㅋㅋㅋㅋ
(IP보기클릭)175.205.***.***
애플파이 ㅠ 돌ㄹ려줘요
(IP보기클릭)211.234.***.***
헐, 왜 링크가 이렇게 걸렸을까요. 아쉬운대로 예전에 만든 애플파이 컵케익이라도...
(IP보기클릭)36.39.***.***
(IP보기클릭)76.115.***.***
(IP보기클릭)218.51.***.***
(IP보기클릭)219.250.***.***
(IP보기클릭)59.14.***.***
(IP보기클릭)218.156.***.***
(IP보기클릭)106.249.***.***
나...분명 애플파이 만들었어요 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서 들어왔는데;;ㅋㅋㅋㅋ어째서 꽁치가?ㅋㅋㅋㅋ
(IP보기클릭)123.212.***.***
애플파이에 양파가 들어가나? 꽁치는 왜? 동공지진하면서 내려가다보니 꽁치 파스타....ㅋㅋㅋㅋ
(IP보기클릭)121.164.***.***
애플파이 만들었다는 게시글을 봤는데, 꽁치파스타가 나와서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방법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갑니다. 애플파이 게시글을 찾으시는 분들께서는 아래의 링크(아마도?)를 눌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17/read/30665229
(IP보기클릭)115.95.***.***
덕분에 편하게 봤습니다. 추천!!! | 23.12.06 15:46 | |
(IP보기클릭)221.151.***.***
(IP보기클릭)59.18.***.***
(IP보기클릭)175.205.***.***
애플파이 ㅠ 돌ㄹ려줘요
(IP보기클릭)118.127.***.***
애플파이 돌려줘....
(IP보기클릭)220.77.***.***
(IP보기클릭)121.183.***.***
(IP보기클릭)211.234.***.***
헐, 왜 링크가 이렇게 걸렸을까요. 아쉬운대로 예전에 만든 애플파이 컵케익이라도...
(IP보기클릭)61.73.***.***
(IP보기클릭)222.106.***.***
(IP보기클릭)123.213.***.***
(IP보기클릭)49.172.***.***
(IP보기클릭)118.218.***.***
(IP보기클릭)106.101.***.***
(IP보기클릭)211.195.***.***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21.149.***.***
(IP보기클릭)211.198.***.***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222.112.***.***
(IP보기클릭)61.79.***.***
(IP보기클릭)1.221.***.***
(IP보기클릭)1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