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기가 막힌 냉우동이 있다고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이 식당에서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냉우동보다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먹을 정도로 훨씬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영강춘만의 메뉴, 사천면입니다.
왜 영강춘만의 메뉴냐면, 사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거든요.
언제나 같은 오래된 노포의 모습이지만
결국 상승하는 물가에 작년에 비해 훨씬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래도 천원씩입니다. 아직도 제가 자주 오는 이유가 있어요.
사실 사천면이 다른 분들께 인기있는 메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름도 생소하죠.
사천이라는 이름으로 '매운 거겠지?'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영강춘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은 간짜장과 볶음밥이고, 여름에는 냉우동입니다.
게다가 이걸 주문하는 손님도 저 말고는 본적도 없거든요.
그렇다고 볶음짬뽕이냐?
흔히 알려진 대구식 '야끼우동'을 필두로 간짬뽕 스타일의 해물향 가득한 짭짤한 볶음면이 대부분 중식당에서 파는 볶음짬뽕의 스테레오타입이라면
이곳의 사천면은 빨간 볶음양념을 올려준다는 것 이외에는
볶음짬뽕의 스테레오타입과는 꽤나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단맛이 굉장히 적은 편이고, 짠맛도 일반적인 중화요리에 비해 덜한 편입니다.
오히려 한식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어디까지나 맛의 핵심적인 느낌은 화끈한 고추의 맛입니다.
볶음짬뽕의 맛의 메인이 다양한 재료이고, 고춧가루 양념이 그 맛을 매콤하게 돋구는 느낌이라면
사천면은 채썰어 넣은 고추의 향에 이어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비롯한 화한 느낌이 메인입니다.
냉우동에도 사용하는 면발은 노란빛 적은 상아색입니다.
볶지 않았지만 천천히 먹어도 다 먹을때까지 쫄깃한 면발은
이를테면 쫀득쫀득한 수제비의 느낌까지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짜장이든 사천면이든 비비지 않고 먼저 면발 한두가닥의 순수한 맛을 먼저 보는 편입니다.
면발 자체의 맛으로 앞으로 올 맛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거든요.
사천면의 맛의 핵심이 고추라면
그 맛을 든든하게 받치는 두 기둥은 돼지고기와 오징어입니다.
돼지고기는 잡채에 쓰이는 것들보다도 더 두껍게 썰려있는데도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참 좋습니다.
반면 오징어는 투박하게 썰려있고 씹히는 맛도 꽤나 질깃질깃한 편입니다.
다양하게 칼집을 내 부드럽게 씹히는 최근 중국집의 추세와는 완전히 다르죠.
어쩌면 이가 약하신 분들은 모조리 골라내버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여기서 식감의 변주를 주는 두 요소중의 하나입니다.
간짜장에서 아삭아삭함을 담당하는 양파가 전혀 없다면 간짜장이 아닌 것처럼요.
익숙해지면 먹는 재미가 있는 재료입니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생각보다 꽤나 많은 재료가 들어있는 편입니다.
지난번에 먹으러 갔을 때는 냉동새우가 4-5개 들어있었는데 이번에는 채썬 새송이버섯이 들어있네요.
새우 머리를 안 먹고 버리는 분들이 많은 걸 감안하면 훨씬 나은 선택 같습니다. 냉동이라 사실 새우 머리 맛도 별로 없었거든요.
해물향을 담당해주는 요소였는데, 버섯의 식감이 생각보다 부드러워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습니다.
옆은 죽순입니다. 죽순은 사랑입니다.
그 외에 캔 양송이버섯, 목이버섯, 많지는 않지만 존재감을 잃지 않는 채썬 양배추 등이 들어가있어요.
비벼놓은 사천면의 모습입니다.
녹색 재료로 고추와 부추,
그리고 특이하게 오이가 들어가있습니다.
오이는 사실 파인애플같은 느낌입니다.
분명히 익혀 먹어도 꽤나 맛있는데
시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의해 익히는 요리에 잘 들어가지 않는 편이죠.
그런데 사천면에서는 없으면 정말 심심한 느낌입니다.
위에서 말한 '씹는 느낌'을 주는 두 재료중의 하나입니다.
자칫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는 중화요리를 산뜻하게 만들어
많은 양을 먹어도 거북하지 않게, 양만으로 든든한 느낌의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재료입니다.
저도 익은 오이를 먹기 전에는 '읭?'하면서 주저했습니다만,
규아상 이후로 익힌 오이를 이렇게 맛있게 먹어보긴 또 처음이네요.
글로 쓰려니까 뭐라고 표현을 하진 못하겠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오늘도 완식입니다.
맵다고 표현했습니다만
최근 유행하는 캡사이신 일변도, 혹은 베트남 고추를 넣은 동남아시아 풍이나 마라의 매운맛과 전혀 다른 매운 맛입니다.
청양고추를 통해 극대화한 한식의 매운 맛,
혀를 찌르는 느낌보다는 천천히 조여오듯 압박을 가해오는 매운 맛이
제육볶음을 연상하게 합니다만
의외로 양파도 들어가지 않아 단 맛이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전형적인 중식의 맛보다는 한식에 가깝지만,
그 정체성은 그래도 중국집에서 파는 중화요리일까요?
사장님이 나이가 꽤나 드셨고
노포임을 감안한다면 한국형 중화요리라는 말이 맞겠네요.
어쩌면 젊은 요리사분들이 지향해야 할 한식과 중식의 퓨전 방향일지도 모른다는
.......
오늘도 맛있게 먹어놓고 별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 가게를 나옵니다.
잘 먹었습니다.
오른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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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네요~중화비빔밥에 면넣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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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국내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들은 중국풍 한국음식이 맞습니다. 중국인들도 자장면은 춘장을 사용한 한국음식으로 인식하고 있죠. 짬뽕도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본식 중화음식이 국내로 넘어오면서 우리식으로 바뀐걸로 추정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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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국음식점에있는 음식들은 이미 중국 음식의 범주에서 벗어나 한국음식이 되지 않았나요? ^^;; (중국인들도 이해를 못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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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인상적인 음식평이군요. 먹어보고 싶게 만드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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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비빔밥은 보다 볶음짬뽕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맛있지만 조금 느낌이 달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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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네요~중화비빔밥에 면넣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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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비빔밥은 보다 볶음짬뽕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맛있지만 조금 느낌이 달라요 :) | 22.08.19 18: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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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끼우동을 정작 대구 가서는 먹어본적이 없어서 궁금합니다 :) | 22.08.19 18: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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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걸 워낙 좋아하는지라, 과찬이십니다 :) | 22.08.19 18: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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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짜장 메인은 두반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확실히 고추장 쪽이라 느낌이 다를 것 같군요 :) | 22.08.19 18: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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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인상적인 음식평이군요. 먹어보고 싶게 만드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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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미국이라 찾기가 조금 쉽지 않으실 듯 합니다 :) | 22.08.19 18: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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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포스팅하도록 해 보지요 :) | 22.08.19 19: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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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비빔면이라고 하면 적절한 설명 같네요 :) | 22.08.20 10: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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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은 그럴지 모르는데 맛은 백만광년은 다른 맛입니다! 새콤달콤한 그런게 아니라 어쨌든 간단하게 소개하면 볶음짬뽕이겠네요 :) | 22.08.31 23: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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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특유의 짭짤한 맛이 좀 덜해요. 매운맛이 더 강한데 오징어볶음 특유의 향이 없습니다. 아마 간장이 안 들어가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 | 22.08.31 2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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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강춘은 사실 주차가 힘들어서 ^^;; 맛은 그래도 좋아요 :) | 22.08.31 2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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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국음식점에있는 음식들은 이미 중국 음식의 범주에서 벗어나 한국음식이 되지 않았나요? ^^;; (중국인들도 이해를 못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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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국내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들은 중국풍 한국음식이 맞습니다. 중국인들도 자장면은 춘장을 사용한 한국음식으로 인식하고 있죠. 짬뽕도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본식 중화음식이 국내로 넘어오면서 우리식으로 바뀐걸로 추정되고요. | 22.09.01 02: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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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 말씀대로 한국음식이 맞지만 일단 생각 자체는 '중화요리'니까요. 중국집 외 실제 중국에 '작장면'의 원형이 있기도 한데, 그런 측면에서 사천면은 제가 알기로는 중국요리에 '원형'이라고 할 만한 음식이 없는 듯 해서 한국형 중화요리라고 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22.09.01 10: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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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은 유학생들 저비용 고영양 식사를 제공하려고 고안된음식이라고합니다. | 22.09.02 17: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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