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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올렸었던 전통주 제조 글에 언급했던 백수환동곡과 백수환동주 제조 과정입니다.
백수환동곡은 '정철기 누룩'이라는 곳에서 판매됐던 적이 있으나 전에도 품절이 잘 되다가 현재 지속적 품절 상태네요.
그런 사정 때문에 직접 제작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거피 녹두를 물에 7시간 이상 불려 놓았다가 최대한 껍질이 없도록 잘 헹궈 줍니다.
전 칠레산 녹두를 사용했습니다. 실패시 금전적 리스크를 줄이긴 위한 것이었으나 이걸로 굳어짐...
거피 녹두라 해도 껍질이 완벽히 제거된 상태는 아니기에 여러 번에 걸쳐 헹구면서 솎아내야 합니다.
체반에 받쳐 대충 물을 빼 줍니다.
어차피 찌면서 수분, 수증기에 휩싸일 것이기에 대충만.
저는 한 번에 만들 적당한 양으로, 녹두 408g, 찹쌀가루 204g이 좋더군요.
스티로폼 박스의 크기와 노동력을 적당히 감안하여...
찜기에 넣고, 물이 끓어 증기가 나올 때를 기점으로 해서 15분 쪄 줍니다.
다 되면 한 번에 다 건져내지 않고, 절구에 3~4회 정도 빻을 양만큼만 덜어내서 이렇게 빻아 줍니다.
한 번에 다 건져내면 전체 양이 다 식어가기 시작하는데, 식을수록 빻는 게 힘들어지고 제대로 으깨어지지 않고 알갱이로 남아 있는 녀석들이 증가하게 됩니다.
여담으로, 처음엔 이놈들을 믹서기에 넣었다가 새로 샀던 믹서기 하나 날려먹었네요.
콩 종류 특유의 으깨졌을 때의 진흙과 같은 질감 때문에 모터가 버티질 못하고...
녹두를 '갈아서'라고 써 놨던 누군가의 글 때문에.
절대적으로 절구로 으깨거나 또는 아랫면이 평평한 보울에 넣고 아랫면이 평평한 단단한 그릇이나 냄비로 꾹 눌러서 으깨야 합니다.
가장 좋은 건 방앗간 기계이겠지만 그런 건 집에 없고, 또 생각해 본 게 가정용 제면기 롤러에 넣고 으깨는 건데 제겐 제면기가 없어서...
다 으깨진 녹두의 모습입니다.
이쯤에서 꼭 "이걸 그냥 죽으로 만들어 먹을까?"라는 유혹이 잠깐 들긴 하지만.
그리고 찹쌀가루 100%인 제품을 204g 혼합해서 양 손바닥으로 비비면서 골고루 섞습니다.
각각 170g 정도의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서 위와 같이 스티로폼 박스 바닥에 나무 젓가락을 놓고 그 위에 올려 줍니다.
스티로폼 바닥에 생길 수분에 의해 애누룩이 젖지 않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윗면에 건조 솔잎 조각들을 뿌렸습니다.
저런 솔잎에 자연 효모가 있어서 그걸 누룩으로 옮기기 위한 거라고 하는데, 자연 효모는 공기 중에도 떠 다녀서 누룩에 채집이 되긴 하지만 아마도 더 적극적으로 효모를 채집하기 위해 누룩을 띄울 때 저런 초재를 사용하는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 내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작은 락앤락 유리병 같은 데에 끓는 물을 부어 박스 내에 같이 넣고 뚜껑을 덮습니다.
기온이 33~35도 이렇게 오르는 삼복더위에는 그럴 필요가 없고요.
온도가 미달되면 누룩곰팡이, 효모 착상이 잘 안 됩니다.
저는 이틀마다 뚜껑을 열어 식은 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로 교체해 주곤 합니다.
그렇게 7일간 박스 안에서 누룩곰팡이, 효모를 위와 같이 배양합니다.
위 사진은 7일이 끝나고 솔잎 걷어내고 뚜껑을 개방한 채로 건조를 시작했을 때의 사진인데 표면에 하얀 누룩곰팡이 포자가 보입니다.
또 다른 과정 중의 사진.
이 사진의 때가 작년 삼복더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온도 높고 습도도 높아서 누룩곰팡이 포자가 빼곡히 뒤덮었습니다.
기온도 높고 습도도 높아서 누룩곰팡이 포자가 빼곡히 뒤덮었습니다.
위와 같은 둥그런 누룩의 777 법칙.
1. 7일간 온도와 습도를 높게 주어 박스 안에서 누룩곰팡이와 효모를 착상시키는 기간을 가진다.
2. 7일이 지난 후 박스를 개방하여 통풍이 되는 응달에서 말린다. 이 과정을 통해 표면부터 습기가 날아가서 누룩곰팡이의 균사가 점차 누룩 내부로 들어가도록 하여 그 과정을 통해 누룩 전반적인 부분에 누룩곰팡이가 만들어낸 전분 분해 효소가 분포하도록 유도하는 것. 이 과정에서 초파리들이 많이 꼬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할 것. 양달에서의 건조가 시작되면 슬슬 안 꼬이게 됨.
3. 응달에서의 7일이 끝나면 이제는 양달, 직사광선이 비춰서 온도가 높은 장소에 내놓고 7일을 말린다. 이 과정을 통해 누룩 내부 깊은 곳의 습기까지도 완전히 건조되는 것을 유도. 습도가 높은 때인 경우엔 한 알을 4등분 하여 건조시키는 것이 내부 심부가 혹시라도 썩을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
위 과정 중 응달에서 건조를 시작한 지 하루나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표면의 누룩곰팡이 포자를 칼로 깎아서 제거해 줍니다.
포자는 술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되레 안 좋은 냄새를 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므로 반드시 제거합니다.
늦은 시점에 제거하려고 하면 표면이 바짝 말라서 칼로 표면 깎는 과정에서 누룩이 마구 부서지게 되므로 꼭 위와 같은 시점에 제거를 해 주는 게 좋습니다.
제거를 해도 나머지 응달 건조 기간 동안 또 조금의 포자가 표면에 생깁니다.
이는 나중에 추가적으로 칼로 세심하게 제거해 주거나, 나중에 완전히 건조가 다 끝나고 조각 조각 낸 후 비닐 봉지에 넣어 마구 흔들어서 먼지처럼 비산되는 포자를 제거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꼭 포자 제거를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모든 건조 과정 이후에 봉지에 넣고 마구 흔들고 쳐 주는 과정을 하는 게 좋습니다.
건조 과정에서 내려앉은 먼지도 제거해 줄 수 있으니까요.
너무 늦은 시점에 표면 포자를 칼로 제거하는 작업을 하면서 마구 부서진 누룩 덩어리들의 모습입니다.
이건, 모든 건조 과정이 끝나고 적당한 크기로 부숴서 샤주머니에 담아 놓은 모습입니다.
샤주머니에 담아 빨래 건조대에 널어서 추가로 바람을 맞게 해 줬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칼로 자른 후에 양달에 건조시키고 있는 모습.
위와 같이 작년 여름과 가을에 만들어 뒀던 백수환동곡으로 최근에 백수환동주를 만들었습니다.
백수환동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백수환동곡을 최대한 잘게 분쇄해야 합니다.
저는 저 절구랑 핸드블렌더를 이용해 위와 같이 아주 고운 입자로 된 두 그릇과 "더이상은 안 되겠어" 한 그릇으로 준비했습니다.
백수환동곡 만들기는 매우 번거롭고 어려운 편이지만, 이것만 준비가 되면
백수환동주 만들기는 약간 번거로울 뿐 어렵진 않습니다.
저는 찹쌀 4kg과 백수환동곡 593g으로 만들었습니다.
고두밥으로 만든 찹쌀에 찬물을 마구 부어 가며 식힌 후에 백수환동곡을 섞는다고 돼 있는데요.
저는 끓인 후 식히고 냉장고에 넣어 더 차갑게 만들어둔 물 2kg을 적당히 식은 고두밥에 혼합하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찬물 부어 가며 식히는 과정에서 쌀알들에 흡수되는 추가 수분의 무게가 그 정도 된다고 보고 그렇게 했습니다.
희한하게, 식은 고두밥에 백수환동곡을 열심히 혼합해 주는데 땅콩버터의 냄새가 나더군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전혀 땅콩과 관련이 없는데 웬 땅콩버터의 냄새가...
24일의 발효가 끝나고 나온 백수환동주입니다.
냉장고에서 1주일 놔두면 저렇게 청주층과 탁주층이 분리되어 끓는 물 소독한 국자로 청주를 조심스레 떠 낼 수가 있습니다.
왼쪽 병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줄 것들이고요. 오른쪽 3.2리터 통에 있는 건 저랑 제 집사람이랑 마실 거예요.
청주는 순하고 깔끔한 맛, 탁주는 좀 더 독하고(알콜분이 탁주 층에 많이 혼입되는 걸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여러 컬러가 느껴지는 맛입니다.
냄새는, 섞을 때 났던 땅콩버터의 냄새는 온데간데 없고 약간의 누룩 향과 상쾌한 과일 향(당과 알콜의 콜라보로 나는 듯)이 지배적입니다.
탁주 부분은 일반적인 전통주(밀누룩으로 만드는 석탄주 같은)에 비해 많이 걸쭉합니다.
녹두의 질척한 재질감 때문이겠죠. 그래서 광목 주머니에 넣고 채주 할 때에도 일반 전통주에 비해 조금은 더 힘든.
단양주이고 24일이나 발효했지만 단맛이 상당히 강하고 도수는 이양주인 석탄주보다 낮은데 탁주를 마실 때엔 석탄주랑 비슷한 것도 같고 그렇네요.
꽤 번거롭지만, 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면 살면서 한 번 정도는 꼭 만들어 마셔 볼 가치가 있다고 보는 전통주입니다.
이건 추가로, 한여름에도 안정적으로 술을 만들기 위해 폼포드(우드락? 종이 안 붙어 있는 것)로 만들어 놓은 박스입니다.
바닥판 윗판, 중간 몸통부로 구성되는 박스 형태로, 이 안에 발효조를 넣고 얼음을 넣고 해서 한여름에 술 만들 때 유용합니다.
이 역시 만들기가 번거롭지만 열정이 있다면. :)
이런 식으로...
병 옆 한 켠에, 또는 위에 병이나 그릇에 넣고 얼린 물을 배치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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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야. 진짜 대단하시네요. 추천 강력히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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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정말 보통 정성이 아니네요. 그래도 맛은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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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잘빚으면 사실 증류주는 소주고리에 앉히기만 하면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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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다고 하시지만 잘 모르는 저는 어려워보여요. ㅎㅎ 직접 해먹는 술은 만드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있어서 먹는 내내 기분 좋을거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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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알못... 맛은 요구르트에 꿀을 조금 탄 듯한 단맛이 위주이고 그 와중에 "이래 봬도 나 술이야!"라는 것을 어필하는 10도 정도의 알콜이 느껴집니다. | 22.06.28 21: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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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잘빚으면 사실 증류주는 소주고리에 앉히기만 하면되서... | 22.06.30 05: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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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다고 하시지만 잘 모르는 저는 어려워보여요. ㅎㅎ 직접 해먹는 술은 만드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있어서 먹는 내내 기분 좋을거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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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사1
그 방법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꼭 설익은 정도로, 증기 나면서부터 15분 정도(어떤 글엔 10분)만 쪄야 한다는군요. | 22.06.29 10: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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