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가 생일이 다가오자 대놓고 선언을 합니다.
"난 이번 생일에는 워터파크가 있는 호텔에 가야겠어요!"
예전에 갔던 양양 쏠비치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생일 핑계로 또 가고 싶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바다에 가기엔 아직 조금 이르니 설악산도 볼 겸 속초 델피노로 가기로 합니다.
속초 리조트는 소노캄, 소노문, 소노펠리체, 빌리지라는 리조트들이 모두 '델피노'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습니다.
이것만 봐서는 도대체 뭐가 다른지 헷갈릴 수 있는데, 그냥 한가지만 알아두면 됩니다. "소노캄 A,B동 울산바위뷰가 제일 좋다."
그런데 돈 더낸다고 뷰가 더 좋은 객실을 주는 게 아니라, 무려 '선착순'입니다.
7시부터 대기표를 나눠주는데, 이걸 받고 나서 12시에 입실 수속을 하고, 청소가 끝나면 3시쯤 입실해야하니 중간에 시간이 많이 뜨지요.
그렇다고 그냥 느지막히 와서 되는대로 객실 받기에는 여기까지 왔는데 경치가 아쉽습니다.
일찍 와서 대기표를 받은 다음, 주변의 두부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입실 수속을 한 다음 물놀이를 하면 시간이 얼추 들어맞습니다.
약간 멀리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물놀이를 즐깁니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은데 물에 젖은 상태로 바람이라도 맞으면 체온이 훅 떨어집니다.
주로 실내에서 놀다가 신선한 공기 마시며 속초 앞바다를 구경하고 싶을 때는 외부에 여러 개 설치되어 있는 월풀에 앉아 뜨근하게 몸을 지지면 됩니다.
수영장 너머로 골프치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네요.
물놀이 끝내고 잠시 쉬기 위해 객실로 들어갑니다.
문 딱 열고 들어가자마자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이 이렇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그래서 양양 쏠비치는 스페인 컨셉, 삼척 쏠비치는 산토리니 컨셉인데 속초 델피노는 굳이 따로 꾸미지 않아도 알프스 컨셉이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설악산이라고 다를 수 없습니다. 설악산도 식후경.
물놀이하느라 배가 고프니 저녁밥을 먹으러 나와야지요.
오늘 저녁 메뉴는 대게. 속초까지 왔으니 대게를 먹어봅니다.
노량진과 가락시장을 자주 드나들다보니 항구 주변의 회센터가 낯설지만은 않네요.
인터넷에서 #맛집 #내돈내산 으로 검색하다보니 나온 가게가 있길래 들어갑니다.
식당 이름은 용일호. 회센터의 식당들 이름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XX호라는 간판을 달고 있습니다.
고깃배를 직접 몰면서 식당에서 쓰는 재료들을 잡아온다는 광고와도 같지요.
소고기로 치면 정육식당과 비슷한 느낌일까요.
하지만 축산농가마다 소 기르는 기술이 제각각이듯, 이곳에서도 잘나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옆집은 얼마 팔지도 못해서 수조가 대게로 꽉 차있는데, 여기는 이제 거의 다 빠져서 몇마리 남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기본 밑반찬. 가짓수로만 놓고보면 횟집 스끼다시 치고는 그렇게 사람 압도하는 숫자는 아닙니다.
그런데 일단 멍게가 엄청 신선하구요, 게무침도 껍질이 두껍지 않은게 통채로 씹어먹으면 바삭하고 고소합니다.
무엇보다도 명란 절임이 압권. 흔히 먹는 명란 절임은 짜고 매워서 밥 위에 조금씩 얹어먹는데 이건 간장절임이라 달달하고 짭잘한게 공깃밥 없이 이것만으로도 계속 집어먹게 됩니다.
대게 코스에 곁다리로 나오는 회.
사장님이 주문 받으면 직접 썰기 시작하시는데 밑반찬 절반쯤 먹을 때쯤이면 완성되어 나옵니다.
때깔이 참 곱네요. ㅎㅎ
그리고 물회 한접시도 따라서 나옵니다.
슥슥 비벼서 얼음 양념과 채소에 생선회를 듬뿍 집어 먹는 거지요.
소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엄청 땡기네요.
그리고 드디어 나온 대게찜. 당연하지만 살이 꽉꽉 차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수산시장에서 찐 게를 집에 와서 열었는데 수율이 엉망인 경우는 간혹 있었어도
식당에서 주문한 게는 항상 속이 꽉 찼던걸로 기억합니다.
사장님이 게를 잘랐는데 살이 텅텅 비어있으면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았어도 그런 걸 먹으라고 내놓을 수는 없을테니까요.
먹기 좋게 손질되어 나왔는데 다리부터 해치우고 몸통에 손을 뻗으면 게딱지와 내장은 도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오는 볶음밥.
애들은 회를 잘 못먹어서 양이 좀 부족할까 싶었는데 게딱지 볶음밥을 나눠서 먹이니까 배부르다고 항복합니다.
이쯤 되면 배가 불러서 일어나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매운탕. 이상하게 집에서 끓이면 이 맛이 안난단 말이지요 ㅎㅎ
마음 같아서는 라면사리도 추가하고 싶은데 너무 배불러서 많이 남겼네요.
사장님 부부가 '많이 남겼는데 입맛에 안 맞는가...' '그럼 돈을 좀 덜 받아야 하나?'라고 대화하시는게 들렸는데
그게 아니구요 배에 더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그랬슈...
이렇게 코스로 20만원 (2022년 5월 기준).
대게나 랍스터는 워낙 시세 변동이 심해서 바가지를 쓴 건지, 잘 먹은건지 판단하기 애매할 때가 많은데
12만원짜리 대게 한마리와 회, 물회, 관광지 물가 기타등등 해서 20만원이면 가성비 괜찮다고 봅니다.
뭣보다도 음식이 하나같이 맛이 있었거든요.
부른 배 두드리며 설악산도 식후경...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해가 져서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요.
일단 잠자리에 듭니다. 피곤하다며 침대에 다이빙을 한 번 하고 나서인지라 이불이 흐트러져있네요.
방 두 개, 침대 트윈사이즈 두 개에 더블사이즈 하나, 화장실도 두 개.
4인 가족 머물기에 딱 좋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나 비품은 좀 구식인 티가 납니다.
밤이 되자 반짝반짝 빛나는 빌리지와 별빛공원.
시설이 좋은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소노펠리체나 빌리지로 가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다만 소노캄은 다른 소소한 단점을 다 씹어먹는 울산바위 뷰가 있기 때문에 굳이 이곳을 고집하게 되지요.
내일 아침을 기대하며 운전+물놀이+먹방으로 고생한 몸을 쉬어줍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이렇게 호화로운 그림 액자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배고프면 눈에 안들어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설악산도 식후경.
소노캄 조식 뷔페는 셰프스 키친에서 진행합니다.
성인 35,000원, 어린이 21,000원. 객실 예약할때 묶어서 예약하면 5천원 할인해줍니다.
가장 불만인 것은 코로나 때문에 1시간20분만에 먹고 나와야 한다는 점.
자리 배정받고 줄 서서 음식 가져오고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전히 먹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라고 보는 게 좋습니다.
뷔페의 매력은 여유롭게 먹고 후식에 커피까지 천천히 즐기면서 식당과 카페를 동시에 해결하는 건데 말이죠.
하지만 아침부터 차타고 나가서 아침밥 사먹기는 너무나 번거로우니 어쩔 수 없습니다.
씨리얼과 페이스트리 코너.
원래 조식뷔페 페이스트리는 종류가 많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가짓수나 맛이나 그냥저냥 평타는 치는 수준.
뜨거운 음식류. 나름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등어가 있으면 된장국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요.
볶음밥, 베이크드빈즈, 와플, 와플 및에 숨은 소시지, 해쉬브라운, 베이컨, 프렌치토스트, 스크램블드 에그.
개인적으로 호텔 뷔페라면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메뉴 (빵, 달걀, 감자요리, 베이컨, 소시지, 약간의 샐러드)만 제대로 갖춰 놓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제대로' 갖춰놓는다는게 쉽지 않지만요. 냉동 해쉬 브라운 안 쓰는 호텔 뷔페라면 5만원 이상은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이 정도면 가격과 가짓수와 음식 퀄리티를 종합적으로 따져 봤을 때 나쁘지는 않습니다.
샐러드류와 차가운 요리들. 역시 훈제연어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
쌀국수 코너도 있습니다.
끓는 물통이 두 개 있길래 "오오! 육수가 두개인가보다. 이건 무슨 육수인가요?"했더니 "하나는 국수 삶는 물이구요, 다른 하나는 국물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ㅠ_ㅠ
샐러드, 단호박, 버섯, 훈제연어, 쌀국수.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까 그제서야 속이 풀리며 몸이 깨는 기분입니다.
연어 옆에는 달걀 코너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몰리니까 프라이를 미리 만들어서 작은 접시에 올려놓고, 커스텀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주는 형태입니다.
오믈렛 하나, 써니사이드업으로 하나 주문하고 싶지만 동종업계 종사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그냥 접시에 만들어 둔 것 하나를 집어옵니다.
토스트, 크로아상, 햄과 치즈, 달걀, 과일, 애플파이, 미니머핀, 모닝빵.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치즈는 커다란 조각을 갖다놓고 손님이 직접 잘라먹도록 되어있습니다.
치즈 스프레더를 치즈 나이프랍시고 갖다놓는 바람에 치즈코너가 개판이 되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제대로 된 치즐(Chisel) 나이프를 갖다놓은 게 기억에 남네요.
원래대로라면 한 접시 정도 더 먹어야 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좀 이른 체크아웃을 하며 찍은 사진. 리조트 한가운데에 뜬금없는 스톤헨지가 서있습니다 ㅎㅎ
소노리조트 (왠지 대명리조트가 입에 더 잘 붙는 느낌) 특징이 좋은 입지에 나름 괜찮은 시설 세워놓고 식음료에서 헛발질을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몇 번 실패를 하고 나서는 리조트 레스토랑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있지요.
설악 델피노 소노캄의 셰프스 키친 조식 뷔페는 35,000원 제 값 다주고 먹기엔 좀 아까운 퀄리티. 30,000원 주고 먹으면 호텔조식 + 관광지 물가 감안해서 딱 돈 값 하는 수준인 듯 합니다.
회원 스페셜 오퍼로 뜨는 "1박2일 숙박 + 오션플레이 2인 + 조식뷔페 2인 = 17만원" 짜리 올패키지라면 가성비를 넘어 갓성비가 되지만요.
ps. 송파구나 가락시장 주변에 살면서 음식 문화에 관심 많은 훃들이 있으시면.... 제가 요즘 이런 프로그램을 맡고 있음당. 음식과 인문학을 쓰까먹으면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하시면 한 번 참가해보셔도 좋을 듯. https://www.splib.or.kr/spalib/program/eventDetail.do?eventIdx=52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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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니가 쏘는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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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소노계열 리조트는 식음료만 좋아져도 매출이 잘나올텐데.. 왜 그걸 모르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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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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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일 때 마이쮸 한 개 받은 걸 사채이자 붙여서 갚는 중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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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식음료 개선할 돈으로 리조트 하나 더 만들자! 라는 느낌입니다. 업글 안하고 멀티부터 뽑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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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 22.05.19 14: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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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도서관 운영시간이나 강사 섭외 문제때문에 평일 주중에 진행할수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주부나 은퇴한 어르신들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잘 짜야 합니둥 | 22.05.19 14: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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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니가 쏘는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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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일 때 마이쮸 한 개 받은 걸 사채이자 붙여서 갚는 중입니다 ㅋㅋ | 22.05.19 15: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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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소노계열 리조트는 식음료만 좋아져도 매출이 잘나올텐데.. 왜 그걸 모르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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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식음료 개선할 돈으로 리조트 하나 더 만들자! 라는 느낌입니다. 업글 안하고 멀티부터 뽑는 느낌. | 22.05.19 15: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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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리조트 회원으로서 정말 공감입니다 기명회원이라 지방 여행 갈 때 숙소는 거의 대명만 이용하는데 음식이 너무 형편없어서 식사는 리조트 안에서 해결한 경우가 손에 꼽네요 정말 조금만 더 신경쓰면 비싸도 귀찮아서라도 안에서 먹을텐데 수준이 너무 떨어집니다. | 22.05.25 19: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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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는 언제나 땡기지요 ㅎㅎ | 22.05.25 18: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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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공평하다고 해야할지... 애매합니다. | 22.05.25 18: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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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강사분이 이쪽 계통 책 많이 쓰신 교수님이라 유익할거라고 기대중입니다 | 22.05.25 18: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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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가 산과 바다 동시에 즐길수있어서 좋더라구요 ㅎㅎ | 22.05.25 18: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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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먹은게 더 있는데 사진을 안찍었음당. 특히 오징어순대 ㅠㅠ | 22.05.25 18: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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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보일드 에그가 있는 곳은 고오급입니다 ㅎㅎ | 22.05.25 18: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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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나름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 22.05.25 18: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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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안고치는거 보면 그래도 장사 잘되나봐요. 아예 다 외주 줄건가 싶기도 하고 | 22.05.25 18: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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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중간에 붕 뜨는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관건이죠 | 22.05.25 18: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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