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는 크게 요리학과와 제과제빵학과의 두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나중에 좀 더 고급 과정으로 들어서면 레스토랑 경영이나 식품 응용 과학 등으로 더욱 세분화되기는 하지만요.
요리 수업에서 만든 음식들은 식권 포인트를 받고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반면,
제과제빵 학생들이 만든 빵이나 케이크와 달다구리들은 학생식당에 놓여서 학생들이 마음대로 집어먹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각 케이크만 봐도 눈이 돌아가서 왕창 먹었는데 일년쯤 지나면 눈이 높아져서 버터크림 케이크 정도는 '에잉, 뭐야. 일 제대로 안하냐!'라며 건너뛰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제과제빵을 배우는 학생들이 맨날 만드는 레시피만 따라서 만드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이렇게 주제를 잡고 신제품을 개발해서 시식회를 열기도 합니다.
이번 주제는 건강한 과자와 빵을 만드는 거였네요. 칼로리를 줄인 제품, 설탕을 줄인 제품, 글루텐이 없는 제품들이 나와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글루텐은 밀 단백질의 일종인데, 글루텐 민감증이나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닌 이상 건강에는 큰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과제빵을 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이걸 알고 있지요.
다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루텐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탕으로 글루텐 프리 음식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시장 상황을 감안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하더군요.
신제품 개발과는 별도로, 주기적으로 "베이크샵"이라는 행사도 합니다.
무스, 쁘띠케이크 두 종류, 마카롱, 캔디라는 품목을 정해놓고 학생들이 팀을 짜서 작품을 만듭니다.
다른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집어먹으며 의견도 내고, 인기투표도 하지요.
예쁜 디저트가 줄지어 놓여있는 것만 봐도 당수치가 올라가며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맛을 내는 디저트들.
재료를 약간만 다르게 구성해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게 신기하지요.
베이크샵 행사를 몇 번 참가하다보니 웨인 티보(Wayne Thiebaud, 디저트를 주로 그리는 팝 아티스트)가 좋아지더군요.
직접 만든 마쉬멜로우도 있습니다.
예전에 장조지 레스토랑 갔을 때 쁘띠 푸르에 수제 마쉬멜로우가 나왔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다시 보게 되네요.
공장에서 만든 것과는 확실히 뭔가 다른 게 느껴집니다 ㅎㅎ
이렇게 조그만 접시에 담아서 먹고, 다 먹으면 다시 돌아가서 또 담아먹습니다.
처음 베이크샵 갔을 때는 '이게 천국인가' 싶더군요.
끝없이 먹을 수 있는 케이크와 과자와 사탕이라니, 옛날 동화책에서 읽었던 과자로 만든 집이나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 눈 앞에 펼쳐진 기분입니다.
하지만 제과제빵의 꽃이라면 역시 접시에 플레이팅한 디저트.
학생들 개인의 개성이나 숙련도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플레이티드 디저트는 대부분 아이스크림이나 무스류를 포함하는데, 젤라틴이 들어가서 잘 녹지 않는 무스는 그렇다쳐도
아이스크림에 진심인 입장(https://blog.naver.com/40075km/220913186344)에서는 반쯤 녹아 흐물거리다못해
아예 녹아서 차가운 수프가 되어버린 아이스크림 디저트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학생식당에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기부하던지 해야지, 이건 진짜 범죄야, 범죄!"라고 중얼거리곤 했지요.
지금 막 만들어서 가져온, 아이스크림이 그대로 살아있는 디저트만 골라서 먹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봄철을 맞이해서 딸기 디저트.
똑같은 딸기를 주제로 해도 이렇게 다른 모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을 느낌 물씬 나는 디저트 플레이트도 있습니다.
쁘띠 푸르나 미냐르디로 쓸법한 한입짜리 달다구리들.
이런 게 종류별로 쟁반 가득 놓여있으니 하나씩 집어와서 맛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건 한 줌 가져다가 며칠동안 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방에 지퍼백 하나 정도는 항상 갖고 다녀야 하죠.
이렇듯 요리 배우는 입장에서 제과제빵쪽 학생들과 실기 수업은 겹칠 일이 없지만 이론 수업(요리 수학이나 영양학, 식품위생 등)을 함께 듣는데다가 같은 캠퍼스에서 살다보면 서로 뭘 하고 지내는지 어깨너머로 구경할 일은 많습니다.
요리 교실에서는 아무래도 주문 들어오면 시간에 쫓기다보니 허둥지둥 영혼 갈아넣는 장면이 자주 보이는데,
제과제빵은 만들어놓은 제품을 손님들이 구입하는 식이라서 상대적으로 훨씬 더 여유가 있습니다.
초콜릿이나 설탕 공예 하는 걸 보면 '우왕. 예술가다 예술가' 싶은 느낌도 들지요.
학교 메인 건물 입구를 지나 복도를 걷다보면 좌우로 오픈키친이 하나씩 있는데, 한쪽은 요리학과 학생들이 칼질하고 불질하면서 고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과제빵 학생들이 여유롭게 정리하는 모습이 더욱 비교되기도 합니다.
ps. 요리전문사서의 추천도서: 하루키와 크로켓 편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https://www.nslib.or.kr/info/dataroom2.asp?mode=view&number=82&gub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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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글 올라오면 무조건 달리는 덧글 중 하나 "그 cia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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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미국 요리 학교)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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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매번 잘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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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공예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ㅎㅎ | 21.10.08 18: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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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Central Intelligence Agency | 21.10.08 1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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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미국 요리 학교)입니당 | 21.10.08 18: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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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 21.10.12 16: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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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교육 기간이 얼마인가요? | 21.10.12 17: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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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닐때는 빡세게 1년 8개월만에 끝났는데 학생들 불만이 심해서 2년으로 늘렸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교육시간이 늘어난게 아니라 방학이 늘어난거라 유학생 입장에서는 좀 마이너스 요인이죠. | 21.10.12 18: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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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만 글 클릭하기 전 매번 나왓으면 하는 댓글 ㅋㅋㅋㅋㅋ | 21.10.12 20: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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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전 이분 글 매번 봤는데도 그 CIA에 요리부 소속인줄 알았네요.. | 21.10.12 2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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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지는 좀 됐습니다. 지금은 도서관 요리/음식분야 전문 사서로 일하고 있지욤 ㅎㅎ | 21.10.12 18: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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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90
이 분 글 올라오면 무조건 달리는 덧글 중 하나 "그 cia가 아니네" | 21.10.12 16: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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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매번 잘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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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볶음
펄럭~ | 21.10.13 1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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