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유머게시판 베스트에서 한 게시물을 본 것에서 시작됩니다.
조선시대 돈까스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었죠.
이 글에 따르면, 가제육이란 이 음식은
고기를 참기름과 간장으로 양념한 뒤, 밀가루를 묻혀 부쳐낸, 돈까스 비슷한 요리였습니다.
마지막에는 후춧가루로 양념을 하고요.
재밌는 건, 이게 시대에 따라서 가치가 수직하락한 재료들이 쓰인 음식이란 것입니다
당대에 생돼지고기는 큰맘먹고 돼지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고,
참기름은 워낙 얻는 양이 적었으며, 밀가루와 후추는 수입품이었죠.
당시로서는 사치의 절정이었겠지만, 지금은 다 저렴한 재료입니다.
그래서! 기왕 싸게 만드는 김에 초저가로 마음먹었고,
그래서 몰락양반의 가제육 컨셉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일단 원문을 한번 봅시다...
해석: 집돼지고기(家猪肉)를 두껍게 산적 하듯 썰어라.
기름간장에 재워 밀가루 보얗게 뭍혀 간장기름 치며 익도록 볶아 후춧가루로 양념하면,
끝장나게 맛있느니라
??
원문보면 볶는데?
암튼 유게에서 본 건 지짐이니 처음은 지짐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초저렴 컨셉을 잡은 만큼, 정육점에서 한 근 2000원에 파는 뒷다리살 생고기를 사왔습니다.
300g이니 고깃값 단돈 천원
저희 집안 산적은 두께가 1cm는 되니 그 두께로 큼직하게 썰고,
간장 3큰술에 참기름 3큰술, 마늘 한 쪽 넣고 재워 줍니다.
콩기름이 있던 시대가 아니니 돼지고기 손질할 때 떼어낸 비계를 기름내서 부치기 시작
그런데 영 기름이 부족해서 결국 콩기름으로 부쳤습니다
마지막으로 후추 왕창 뿌려서 완성
이게 밀가루가 기름에 떨어져서 타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구운 것들의 비주얼이 영 좋지 않습니다.
맛은 제삿상 산적과 돈가스의 중간쯤 되는 맛이었습니다.
원문을 보면 중간중간 간장기름을 치라 했으니, 기름이 넉넉한 상태에서 지지는 음식은 아니었을 거 같아요.
그러려면 두껍게 썰란 이야기가 아니라 저미라고 했을 거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전 이것이 원형과는 거리가 있다 생각합니다.
다음날, 제가 이해한 원본 레시피 따라서 재도전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돼지고가 300g을 두툼하게 썰고, 간장 3큰술, 참기름 2큰술로 비벼줍니다.
이번에는 볶을 때 참기름이 들어갈 거라 참기름을 줄였습니다.
재워뒀던 고기는 밀가루 묻힌 뒤,
참기름과 식용유 반반 섞어서 가열한 팬에 넣고 볶기 시작
중간중간 간장기름을 추가하라 되어 있지만, 불조절이 자유롭고 바닥이 타지 않는 현대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색이 좀 변한 뒤 마늘편도 투입해줍니다.
익기 직전 파 투입, 그리고 그릇에 담은 뒤 후추 왕창
그래서 제가 해석한 스타일의 가제육이 완성되었습니다.
완성된 가제육의 맛은 꽤 오묘합니다.
입에 넣으면 마지막에 뿌렸던 후추의 매콤한 맛,
두번째는 참기름 머금고 익은 밀가루의 약과같은 질감과 참기름 향
마지막으로 간장 간 한 짭짤한 고기맛이 차례로 느껴지고 입안에서 섞입니다.
당시에 비쌌던 식재료들의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형태로 고안된 음식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현대 한국 고기요리에 흔히 들어가는 설탕이나 물엿이 전혀 안 들어가기에,
단맛이 전혀 없어요.
이상, 가제육(몰락양반 버전) 만들기였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엉뚱한 요리가 나오게 될 줄 상상도 못했어요.
오른쪽에 갔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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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이 아니라 가장… 가장 유미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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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맛 자체는 꿀이나 조청으로 내면 되니까 단맛나는 고기요리는 당시에도 꽤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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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설탕 계열은 구하기 어려웠을테니 그래도 고급 요리였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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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물 하사가 큰 상이였을정도로 설탕은 꿀보다 더 고급 식품이였죠. 수입으로만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반대로 꿀이 더 비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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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고 해야 할지... 먹을만하긴 한데 생소한 맛이네요 현대 한국 육류요리가 매콤달콤이면 저건 짭짤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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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어려워요
맛있다고 해야 할지... 먹을만하긴 한데 생소한 맛이네요 현대 한국 육류요리가 매콤달콤이면 저건 짭짤고소? | 21.07.23 2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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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바일
끝장이 아니라 가장… 가장 유미하니라… | 21.07.24 07: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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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이 아니라 가장이었군요 | 21.07.24 08: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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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설탕 계열은 구하기 어려웠을테니 그래도 고급 요리였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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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왕실도 못먹었죠, 왕후가 아픈상태에서 사탕(당시의 설탕표현)이 먹고싶다는데도 없어서 못드리다가 사후에야 세자가 구했다고 울면서 가져왔죠 | 21.07.30 21: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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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kan He'Stan
단 맛 자체는 꿀이나 조청으로 내면 되니까 단맛나는 고기요리는 당시에도 꽤나 있었습니다 | 21.07.30 21: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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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너스
설탕물 하사가 큰 상이였을정도로 설탕은 꿀보다 더 고급 식품이였죠. 수입으로만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반대로 꿀이 더 비싸지만. | 21.07.31 2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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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꿀이나 조청으로 내면 되지 설탕만 어마어마하게 귀한거라서 궁중요리중에서 사치의 끝중 하나가 인삼을 설탕에 절인거였죠 | 21.08.02 0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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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도축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그렇지 대체로 저렴한 값어치였습니다. | 21.07.30 22: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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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순수 식용으로만 길러야하고 소는 농사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 압도적으로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소를 많이 길렀던 것도 있어요. | 21.07.31 20: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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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는 별개입니다. 한양의 상점가에서 소와 돼지를 파는데 소는 하루 종일 팔렸는데 돼지고기는 한 조각도 안 팔렸거든요. | 21.07.31 23: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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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는 여기에 대해 소고기가 많아서라지만 쇠고기가 팔리는 동안 돼지고기가 하나도 안 팔린 시점에서 선호도의 차이가 확고히 보이는거죠. | 21.07.31 23: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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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예전에 돼지가 소보다 비쌌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21.08.02 11: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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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24&docId=367992758&qb=7KGw7ISg7Iuc64yAIOuPvOyngOqzoOq4sCDqsIDqsqk=&enc=utf8§ion=kin.ext&rank=1&search_sort=0&spq=0 | 21.08.02 1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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