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갤의 첫 글은 자작이라고 해서
매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오늘은 저희 아버지 생신입니다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내고 있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오더라구요
'이번엔 오니?'
"언제는 안 갔나요 ㅋㅋㅋ"
'너 그럼 와서 아버지 아침 식사 좀 차려 드려라'
"저번주에 목란 모시고 갔잖아요?"
'그건 그거고. 난 전날에 미역국만 끓일 테니 간만에 효도 좀 해 보렴'
네, 어머니는 언제나 계획이 있으십니다.
취업 겸 아버지 생신이셔서 지난 주에 이연복 셰프님의 목란을 모시고 가니,
평소에 표현이 없으신 아버지가 굉장히 흡족해 하시고 두 분 다 생신상 잘 했다고 칭찬하셨는데,
그냥 넘어갈 리는 없지요 하하.
사실 저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으니 본가로 가는 김에 장을 봐서 갑니다.
새벽부터 모기 물려서 의도치 않게 알람보다도 먼저 일어났네요.
재료손질을 하기 전에 당면부터 물에 불려둡니다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때 넓적당면을 보고 '오잉?'
그때만 해도 당면은 잡채랑 만두에만 들어가는 줄 알았거든요.
마트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넓적당면 말고도 중국당면까지 나오더군요.
참 식문화의 발전은 흐뭇합니다.
닭 두마리를 데칩니다
아버지께서 주무시는 새벽에 허겁지겁 요리해대느라 중간사진은 생략하고,
진간장 반 컵, 노추 반 컵, 풋고추 두 개, 청양고추 두 개, 다진마늘 두 큰술, 참기름을 두 바퀴 휘휘 둘러 넣고 주물주물해서 나머지 재료들을 손질할 동안 재워둡니다.
네, 오늘 요리는 찜닭입니다.
표고 두 개, 감자 두 개, 건고추 두 개, 작은 당근을 두 개 썰어둡니다
미리 썰어놨던 양파 두 개 옆에는 고추를 썰어놨다가 재우는 통에 깔끔하게 찍히진 못했네요.
냄비에 우선 식용유를 네 바퀴 두르고
페페론치노를 몇 개 넣어 매운 향을 냅니다.
거기다 재워둔 닭과 양파를 때려넣고 우선 끓여줍니다.
재우는 방식은 동바오형 유튜브에서 참조했습니다.
봉추찜닭을 대학 다닐때 특히 좋아해서 자주 갔는데,
이번에 찜닭을 해보니 맛이랑 별개로 색은 도저히 그 색이 안 나오더군요.
캬라멜 소스를 안 넣었기 때문인지, 진간장 말고 그냥 노추로 했어야 하는지 짱구를 굴리다가
그냥 재우는게 부족했던 걸로 혼자 결론을 내립니다.
아님 말고 식으로...
옆은 어머니가 만드시는 잡채에 들어가는 당면입니다.
둘이 서 있으니 주방이 좁습니다.
돈을 열심히 벌어서 큰 주방이 있는 집으로 모시고 가야겠습니다.
닭이 익었다 싶으면 남은 야채들을 넣고 익혀주다가
감자가 익을 때쯤에 불려둔 당면을 넣고 당면에 간만 배도록 조금만 뒤적여줍니다
감자가 익었을때 당면 익으라고 막 뒤집다가는 다 부서져서 요리가 지저분해지더군요
당면이 다 익으면 접시에 담고 채썬 파를 올려줍니다.
두 마리인 이유는 아버지 생신이시라고 이모들께서 전날밤부터 오셨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거하게 차렸습니다.
사진은 안 찍습니다.
진작 찍었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중간에 일어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음식에 핸드폰 가져다 대는 행위를 썩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밥상에선 밥 먹자 주의이십니다.
올해는 아버지의 환갑 이후 첫번째 생신이십니다.
작년에 집합금지가 걸리기 전, 아버지 친구분들께서 모이셔서 조촐하게 동갑내기들의 환갑을 축하하셨습니다.
자녀분들이 대부분 참석하셨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많이 아팠고, 그 와중에 취업에도 실패했습니다.
참 많이 죄송했습니다.
아버지는 옛날 분이십니다.
표현을 썩 잘 하지 못하십니다.
올해 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고생했다'로 모든 말을 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매번 투덜대십니다.
그런 아버지가 오후 늦게 전화를 거셔서
'아침 잘 먹었다. 고맙다.'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워낙 깔끔한 분이십니다.
담음새나 칼질, 모두 집안일을 하시는 어머니보다도 깔끔합니다.
음식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그런 아버지와 거리가 멉니다.
담음새도 칼질도 모두 제멋대로입니다.
그렇지만 맛있게 드셔주셨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아버지가 앞으로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는 오늘 본가에서 돌아와서 술 빚는 사진입니다.
제대로 익으면 아버지와 한잔 하려고 합니다.
잘 익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음갤에 들러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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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빚으신다구요? ㅎㅎ 효도는 추천이라 배워서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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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는 추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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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을 빚으셨군요 ㅎㅎ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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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신축하드립니다. 찜닭이 너무 맛나게 완성됐네요. 뿌듯하셨을것 같습니다. 이화주도 익으면 후기 남겨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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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과 효도르는 추천이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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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빚으신다구요? ㅎㅎ 효도는 추천이라 배워서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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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랄크다브랄 님 게시글에서 이화주 만드셨다는 이야길 보고 냉큼 이화곡을 주문해서 담아봤습니다. 전통주갤러리에서 한 번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했던 기억이 있어서 아예 만들어봤는데 잘 될런지는 모르겠네요 :) | 21.06.20 20: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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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신축하드립니다. 찜닭이 너무 맛나게 완성됐네요. 뿌듯하셨을것 같습니다. 이화주도 익으면 후기 남겨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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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처음 빚어본거라 잘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익으면 바로 후기 남기겠습니다 :) | 21.06.20 2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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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는 추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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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21.06.20 2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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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을 빚으셨군요 ㅎㅎ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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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이 제대로 술에 들어가려나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21.06.20 23: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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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과 효도르는 추천이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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