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주의) 코닐리오 알라 카치아토라

[까나디엥]

본문을 쓰기에 앞서, 이 글에는 토끼 해체 장면이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혹시 비위가 약하시거나 동물 해체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뒤로가기를 살포시 눌러주세요 :)

여행갤에서 장문의 글을 쓰다가 또 날아가서 멘붕하다가 이럴 때는 먹을 걸로 극복하자 하는 마음으로

토깽이를 요리했습니다. 지난주에 사와놓고 귀찮아서 손질 안 하다가 어제나 되서 했네요 ㅎㅎ

어쨌든 이탈리아어로 코닐리오는 토끼, 카치아토레는 사냥꾼을 뜻하는 단어들로, 둘을 합치면 이 음식의

이름이 나옵니다. 음식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탈리아의 사냥꾼들이 해먹던 음식이라고 합니다. 이 음식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주로 닭(폴로 알라 카치아토라)이나 토끼를 사용해 조리한 것이 유래이며 토마토와 허브,

버섯 등이 들어가는 게 특징입니다. 물론 바리에이션도 상당히 많아서 딱 뭐만 특정지어 카치아토레라고 할

수 없기는 합니다.

지난주에 사온 토끼입니다. 파운드 당 $8로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닙니다. 제가 사온 토끼는 3.76lbs니까

1.7kg가 조금 넘는 크기네요. 지금까지 사먹어본 토끼 중에서는 가장 큽니다.

문제는 피. 늘 가던 정육점에서 산 건데 포장이 바꼈습니다. 살 때는 냉동되어 있던 터라 몰랐는데

해동시키니까 완전 피로 칠갑을 했네요 ㄷㄷ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는데 혹시 거래처를 바꿨나...

핏물을 빼줬지만 고기 자체에서 피가 덜 빠진 형태라 평소 손질했던 토끼들보다 훨씬 붉은 빛이 돕니다.

그래서 싱크대에서 거꾸로 들고 있어봤는데 역시나 피가 쏟아지네요. 이건 뭐 아마추어들도 아니고 무슨

도축을 이따위로 해서 납품을 한 건지 ㄷㄷ

확실히 토끼가 큽니다. 큰 건 좋은데 머리에서 피를 질질 흘려서 뒷처리가 귀찮...

심장과 허파입니다. 심장은 정말 쫄깃하고 허파는 부드럽죠.

그리고 대망의 간. 지금까지 먹어온 토끼들은 하나 같이 간이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 산 놈은

간을 제대로 달고 있네요. 용왕님 체험이 기대됩니다 흐흐

콩팥도 제대로 들어있는데 이 토끼는 상당히 비만 토끼였나보네요. 지금까지 토끼 손질하면서

이렇게 배때지에 기름 많이 낀 놈은 처음 봅니다. 이런 뚠뚠이 토끼 쉨

도축할 때 피를 제대로 안 빼놔서 동맥에 피가 굳어 뭉쳐있습니다. 아놔

칼로 따서 긁어내줍니다.

내장들은 잘 채취해서 따로 모아 보관합니다. 이번 요리에는 쓰지 않지만 나중에 먹을거예요 :)

기름 엄청 많이 나왔습니다. 뚠뚠이 쉨 X2 :)

머리를 날려줍니다. 원래는 피 나오면 안 되는데 ㅂㄷㅂㄷ

부위별로 토막내 줍니다.

그리고 냄비에 담아 핏물을 2시간 정도 빼주고 냉장고에 넣고 안전한 이물 속으로 피신합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습니다 ^0^

잘 잤느냐. 난 잘 잤다.

전날 피를 뺐는데도 또 피가 나옵니다. 걍 귀찮으니 그냥 일단 끓이면서 거품을 최대한

걸러내기로 합니다. 육수를 우릴 때 소금간을 조금 하고 후추와 타임을 넣어 향을 더합니다.

최대한 기름이랑 거품을 잘 건져서 버리면

육수 완성입니다. 머리 빼고 다른 부위는 요리에 쓸 것이기 때문에 따로 빼줍니다.

머리는 별미니 내일 따로 먹을 겁니다 ^ㅠ^

건져둔 부위들은 앞다리나 살이 별로 없는 부위들이지만 요리에는 들어갑니다. 토끼는 버릴 게 없어요 :)

재료들입니다. 셀러리는 그닥 안 좋아하는데 작게 팔진 않더군요. 오늘 해먹고도 많이 남았는데

셀러리로 뭐 해먹으면 좋죠 ㄷㄷ

제일 먼저 시간이 걸리고 귀찮은 채소들을 손질해줍니다. 이것만 끝나면 요리는 한 1/3 끝난 겁니다 헤헿

다리와 등심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와 밀가루를 쳐발쳐발 해줍니다. 밀가루 바르면 구울 때 색깔이 더 예쁘게 나와요.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연기가 날 때쯤에

로즈마리와 세이지, 으깬 마늘 등을 함께 넣고 고기에 색을 입혀줍니다.

어느정도 익었다 싶으면 육수 우릴 때 사용한 고기들도 투척합니다.

(노릇노릇)

(만족)

베이컨을 네 장만 썰어줍니다.

색이 다 입혀진 토끼를 건져내고 그 팬에 그대로

베이컨을 넣어서 달달 볶아줍니다.

이것도 어느정도 됐다 싶으면

다진 채소도 넣어 같이 달달 볶아줍니다.

토끼 한마리는 접시에 담으니 꽤 양이 되네요 (흡족)

채소가 다 볶아졌으면 다시 토끼를 팬에 넣어줍니다. 아아 노릇노릇하다 (행복)

백포도주를 꼴꼴꼴꼴 넣어주고 알코올이 모두 날아갈 때까지 졸여줍니다.

포도주가 졸여지면 육수를 약간 넣어줍니다.

구웨에에엑한 비쥬얼의 토마토 퓨레를 넣고

한번 쓰까주고

크게 썬 채소들을 넣어줍니다. 이때 소금간을 더 해줍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양송이 버섯을 많이많이 썰어 준비합니다. 많이많이.

버섯은 소중하니까요 :)

투척. 많아보이지만 어짜피 나중에 쪼그라듭니다. 이때도 소금간을 약간 더 해줍니다.

버섯이 어느정도 익으면 파슬리를 다져서 넣어줍니다.

그리고 육수를 꽤 많이 넣고

이 정도로 자작하게 졸여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렇게 다 졸이면 완성입니다.

이제 시식을 들어가...

...기에 앞서 귀여운 초비코 보고 가실게여 //ㅅ//

집 조명이 어두워서 사진이... 흨흨

밝아져랏!

토끼는 한국 요리나 프랑스 요리로 주로 해먹었는데 이번엔 이탈리아 요리로 도전해봤습니다.

원체 토끼가 맛있는 고기다 보니 어떤 식으로 먹어도 맛있네요. 특히 소스가 마음에 들었어요.

버섯을 많이 넣은 것도 좋은 선택이였던듯 싶습니다 :) 다음에 먹으려고 계획하는 고기는

무려 사향소고기...! 기대해주셔도 좋고 안 해주셔도 좋습니다 ㅠ

[그럼못써]

두-체! 두-체!
토끼탕은 아주 오래전 먹어봤는데 이런 요리는 신기하네요.
양송이는 사랑입니다!

[까나디엥]

두체와 토끼, 양송이는 모두 사랑입니다!

[나물캐는팬더]

요리 되는 과정을 보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잘 봤습니다!

[까나디엥]

기회가 되면 토끼도 한 번 드셔보세요 ㅎㅎ 맛있답니다 :)

[까나디엥]

어맛 감사합니다 //ㅅ//

[왕사자]

예전에 집에서 기르던 토끼를 백숙식으로 해먹어 봤는데.

살이 엄청 터벅하더군요.

맛은 닭이랑 비슷했던것 같은데, 국물에 약간 노린네가 (아마 피가 덜빠져서 그런듯.)

잘봤습니다.

[까나디엥]

제가 먹은 토끼는 북미와 유럽에서 가축화 된 굴토끼속 집토끼로 한국의 산토끼속 토끼와는 다른 종입니다. 굴토끼속은 rabbit이고 산토끼속은 hare로 구분해 부르죠. 둘이 골격도 다르고 크기와 생김새와 맛이나 육질이 좀 다릅니다. 어떤 종을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린내는 토끼의 항문에 있는 냄새샘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드시면 심하죠. 그리고 토끼가 워낙 지방이 적은 동물이라 백숙식으로 오랜 시간 푹 끓여서 먹으면 닭가슴살 처럼 퍽퍽할 수 있긴 합니다 ㅎㅎ

[FIVE★]

와 멋지네여 통채로 꼬챙이에 끼워어 바베큐로해서 먹어도 맛있을것 같네여

[까나디엥]

통째로 훈제해 먹어도 꽤 괜찮겠다 싶네요 ㅎㅎ

[_725]

맛있어보이네요! 토끼요리는 구이밖에 먹어본 적없지만 이런 요리도 먹어보고싶네영

[까나디엥]

토끼 대신 닭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

[objective]

으악 토끼해체에 앞서서 토끼짤이라니 이 무슨 ㅠㅠㅠ

[까나디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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