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가 기어다니기 시작했을때 8평에 투룸인 집 구조는 맞지 않는다는걸 깨닫습니다.
기어다니다 계속 머리를 부딪치더라고요.
(찍어 놓은 게 없어 같은 구조의 화장실 사진을 가져옴)
그래서 아파트를 구해 셀프 리모델링 했는데, 화장실은 엄두가 안 나서 건너 뛰었어요.
둘째의 출산이 임박 했을 때 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아니면 화장실은 못 고친다'
유튜브를 봅니다
셀프로 고치는 사람 많더군요
왠지 나도 할수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산 예정일 일주일전에 아내는 장모님 댁으로 갔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콘센트 하나 없고 라디에이터도 달려있는 구형화장실을 고쳐볼수있는 기횝니다.
'타일을 얇게 따서 전기선 매립한다음 콘센트 하나 만들고 새 타일을 덧방하면 끝.'
'그라인더로 타일을 가르고 망치와 정으로 콘크리트를 탕탕탕 하면 금방이지.'
계획은 완벽합니다.
일주일 안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타일부터 잘라봅니다
잘 잘립니다.
타일공이 천직인가?
일주일이면 넉넉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는김에 화장지걸이도 매립하기로 합니다
타일을 따 내고 망치와 정으로 콘크리트를 쳐봅니다.
꿈쩍도 안합니다.
일주일 내내 쳐도 안될것 같습니다.
누구나 계획은 있다고 타이슨이 그랬던가?
제일 저렴한 뿌레카(브레이커)를 구매합니다.
콘크리트가 잘 부셔집니다.
역시 돈질이 최고.
(다만 시멘트 가루가 상상초월입니다. 밖에 침대등 가구가 다 있어서 문을 닫고 함)
기왕 벽을 파는 기계도 샀으니 매립수전도 해보기로 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훨씬 커지는 느낌이지만 뿌레카와 함께하니 왠지 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인터넷으로 수전을 주문하고 나니 아내에게 분만통이 온답니다.
14시간 고생 끝에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첫날 저녁
제왕절개의 후유증 으로 누워있는 아내에게 속삭입니다.
나 : 내일 화장실 고치러 감 (비장) (코로나 시절이라 조리원 에서 나가면 다신 못 들어옴)
아내 : 에휴 (한심)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으니 제겐 열흘 남짓의 시간이 있습니다.
물건이 배송되는 동안 중고거래로 이것저것 구입합니다.
벽에 스케치를 잘 해두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매립수전은 타일과 딱 맞아야 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완벽합니다 (뿌듯) (아내는 조리원에 누워있음)
토수구도 두께를 잘 맞춰야 합니다.
어떻게 맞출까 하다 고무와샤를 써 봤는데, 전 천재인거 같습니다.
수전본체와 토수구를 잘 연결해줍니다.
배관 연결도 한참 공부했습니다.
라디에이터도 제거 합니다.
아이들이 넘어저 머리 찧을까봐 아내가 항상 걱정이었는데 속이 시원하네요.
매립시키고 싶었으나 벽의 두께가 애매하여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 합니다.
이제 매립시킬껀 다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으므로 시간이 촉박하네요.
밤에는 유튜브로 공부하고, 낮에 짬날때 집에 가서 공사하고의 반복입니다.
이제 타일을 붙일 차례입니다.
타일 본드를 바르고 타일을 붙입니다.
오와 열을 맟추는 그 희열(아내는 조리원에 누워있음)
바닥 타일도 붙이고, 천장 시공도 하니 그럴듯해 보입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보양해놓은 비닐을 벗기니
완벽합니다(뿌듯)(아내는 조리원에 누워있음)
화장실 거울이 마음에 드는게 없어 만들기로 합니다.
치수맞춰 자르고
붙이고
조립하고
페인트 칠하면 끝
완벽합니다(뿌듯)(아내는 조리원에 누워있음)
싸고 이쁜 좌변기를 설치하고
비싸고 이쁜 세면대도 설치합니다
환풍기도 달고
공사의 목표였던 콘센트에 비데도 설치합니다.
완벽합니다(뿌듯)(아내는 조리원에서 몸 풀고있음)
올 화이트에 포인트는 거울.
매립수전이 이쁘긴 하네요.
회전이 되는걸로 골랐습니다.
온도와 시간도 표시됩니다.
라디에이터는 깔끔하게 제거 됐고요
휴지걸이도 이쁘네요
핸드폰 놓는 자리도 있습니다.
(2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입니다. 수납장 하나 만들어 설치한 것 외에는 변한 게 없네요.)
완성하고 하루지나 아내와 아이들이 왔습니다.
마감 기간이 정해져 있는 터라 스릴 있었네요.
이렇게 어려운건줄 알았으면 시도도 안했을텐데, 모른채로 덤비니 어찌어찌 마무리 하긴 했습니다.
첫 창업때도 그랬었는데, 역시 약간의 무모함은 도움될때가 있네요.
화장실 들어갈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2년 지난 지금도요.
다들 화장실 한번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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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사실 남편이 조리원에 있어봐야 할거 없는데 이렇게 공사 해두셨으니 두고두고 칭찬 들으셨겠어요
223.62.***.***
ㅋㅋㅋㅋㅋㅋ 계속되는 아내분의 조리원 현황에 터졌네요
58.146.***.***
조리원 에서 나온 아내에게 옆구리 터질뻔 했습니다.
223.38.***.***
58.146.***.***
감사합니다 | 23.05.18 21:24 | |
14.52.***.***
58.146.***.***
원한게 딱 그거에요. 깔끔하고 모던한거. 계획대로 되서(?) 다행이네요 | 23.05.18 21:25 | |
223.62.***.***
ㅋㅋㅋㅋㅋㅋ 계속되는 아내분의 조리원 현황에 터졌네요
58.146.***.***
조리원 에서 나온 아내에게 옆구리 터질뻔 했습니다. | 23.05.18 21:28 | |
221.143.***.***
58.146.***.***
아직도 뿌듯 합니다 | 23.05.18 21:28 | |
223.62.***.***
58.146.***.***
시간만 들이면 누구든 할수 있습니다^^ | 23.05.18 21:30 | |
211.227.***.***
사실 남편이 조리원에 있어봐야 할거 없는데 이렇게 공사 해두셨으니 두고두고 칭찬 들으셨겠어요
58.146.***.***
갓난아기가 있다보니 아내는 거실 화장실만 써요 ㅜㅜ 아이가 항상 눈에 보여야 하다보니 문 열고 씻고 볼일보고 밤에는 자는 애기 깰까봐 거실 화장실 이용하고... 그래서인지 반응이 별로 없습니다. 희안하게 집에 놀러오는 손님도 다들 별 반응이 없어요 | 23.05.18 21:35 | |
222.109.***.***
58.146.***.***
감사합니다. | 23.05.18 21:35 | |
1.221.***.***
58.146.***.***
뿌듯하군요 | 23.05.18 21:35 | |
14.39.***.***
58.146.***.***
현대아파트 라디에이터 제거한 사진을 어럿 찾아봤는데 전부 저렇게 했더군요. | 23.05.18 21:36 | |
218.55.***.***
58.146.***.***
사실 중간에 와 이거 어쩌지? 이미 부셔놔서 되돌릴순 없고 시간도 없는데... 무모하지만 되돌릴순 없게되니 어찌어찌 하게 되더군요 휴우 | 23.05.18 21:39 | |
121.174.***.***
58.146.***.***
공구가 80% 입니다 | 23.05.18 21:40 | |
211.228.***.***
58.146.***.***
아직까지 제 마음속 화장실 1등입니다. | 23.05.18 21:40 | |
211.169.***.***
58.146.***.***
감사합니다. | 23.05.18 21:41 | |
116.124.***.***
58.146.***.***
거기가 어딥니까!! 셋째는 거기로!!!! | 23.05.18 21:41 | |
116.124.***.***
...시설 개판이라고 와이프가 학을 뗐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처제 소개로 간 곳인데 시설이 그 정도로 개판일 거라고 생각도 못 했거든요..;; | 23.05.19 18:25 | |
180.229.***.***
58.146.***.***
업자가 왔으면 3일만에 끝냈을껄 20여일 붙잡았더니 깔끔하긴 합니다. | 23.05.18 21:43 | |
119.197.***.***
58.146.***.***
이 재밌는걸 날림으로 하는 사람들도 참 그래요. 아 직업이 되면 다르려나요ㅜㅜ | 23.05.18 21:45 | |
222.109.***.***
58.146.***.***
사실 저 조리원은 예약이 그득그득 합니다 저 출산 이라더니?! | 23.05.18 21:47 | |
112.147.***.***
58.146.***.***
알면 못하죠 무식해야 용감하다 는 게 딱 이런 건 가봐요 | 23.05.18 21:49 | |
211.252.***.***
118.235.***.***
시간이 없어 창고에 있던걸 쓰다보니... 실제로 냄새 빠지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실내에선 무조건 수성이라는걸 배웠어요 | 23.05.19 13: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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