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6월 말,
도대체가 왜 고장이 안나는지... 기묘할 정도로 오래 쓰고 있었던 저의 엑박360 패드가 슬금 슬금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날로그 스틱을 앞으로 밀면 달려야 하는 게롤트가 어째 미묘하게 슬금슬금 걷기 시작한다던가,
나는 분명 반격기를 위해 Y를 눌렀는데 배트맨이 졸개들에게 반격은 커녕 몽둥이로 얻어맞고 있질 않나...
암튼 묘~ 하게 고장이 날락말락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안되는건 아니고 그냥 막 뭐.. 그런거 있잖아요. 사용자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입력문제..
암튼 '이게 고장이 나긴 나는구나' 하는 심정이었지만, 엑박패드를 드디어 바꿀만한 명분이 생긴것도 좋은 꼬롱꼬롱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엑박패드를 사려고 보니
흠... 그냥 하얗고 검은 패드를 사기엔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처음 관심을 가졌던건 엘리트 패드였습니다.
오옿 뭔가 고급지다!!!
뭔가 남자의 욕망을 마구 불타오르게 만드는 물건이었습니다!
굉장히 기계적인 느낌의 외형! 거기에 캐링케이스!!! (밖에 가지고 나가서 게임할일이 있겠냐마는...)
으아니! 거기다가 일반 패드보다 잘 모르겠지만 암튼 성능이 더 좋다고?!!
이건가! 이걸 사야되나!!!
뭐요?
16만원이요????
돈 좀 더 보태면 엑박을 사겠네!!!!
라는 생각과 함께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렀습니다.
이대로 하양검정 일반엑박을 사야하는건가... 하는 마음이 들때,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됩니다.
마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Xbox DesignLab 이라는 사이트에서
자신만의 커스텀 패드를 만들어 준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오오오!
패드를 자기가 원하는 색으로 만들어 준다고???
이거 땡기는데!!
라며 정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루리웹에도 몇분이 정보를 올려주신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요놈이 한국으로 직배송도 안될 뿐더러, 카드결제도 막 지 멋대로 뱉어낸다는 말이었습니다.
대부분 구매하신 분들도 직접구매는 포기하시고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하신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이대로 포기해야 되나... 싶었으나 일단 디자인이나 해볼까 하고 사이트를 들어갔습니다.
디자인 컨셉을 뭘로 잡을까.. 고민하던 차에
역시 나의 첫번째 커스텀이라면 당연히 아스카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오 아스카 오오
9월1일 기준으로 7852일째,
처음 본 이후로 지금까지, 영원히 저의 지지캐이자 동반자.
"아스카 컬러로 만들어보자!!!"
라는 계획을 해봅니다.
수만번 봐온 아스카이기 때문에
별다른 컬러팔레트 하나 없이
짤방하나 들고바로바로 적용에 들어갑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요런식으로 컨셉을 잡아보게 됩니다.
아스카의 플러그 슈트에 쓰였던 색상을 기반으로,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들은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 그리고 수트에도 쓰였던 색인 검정!
그렇다고 너무 검정색 버튼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D패드만 주황색으로!
그외 다른부분은 슈트에 쓰였던 색상과 아스카의 소울컬러로 도배!
마지막 화룡점정인 각인까지!!!!
자동 렌더링 화면에선 이런식으로 표현이 되더군요.
전반적으로 아주 맘에 들게 나왔습니다.
..... 그러나 아무리 디자인을 해도 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라는 생각으로 그냥 되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카트에 넣어서 결제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
아니 갑자기 주문이 된겁니다????
한국카드는 바로 주문이 안된다는 정보를 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주문하기를 눌렀는데
그냥 주문이 된겁니다;;;; (너무 당황해서 그 캡쳐는 없네요;;;)
아니 이게 뭐여;;; 하고 급하게 배송대행 업체에 배송대행 신청을 했습니다.
이때가 그러니까 8월 17일 이었지요.
아무 생각없이 지른거라 당황은 했지만 주문이 됐다는것에 그냥 신이났었지요.
.... 이때까지는 말입니다...
(베네수엘라 윈도우 대란의 아찔한 추억...)
주문할때 보니 배송되는데 한 2주정도는 걸릴거라고 하더군요.
아니 거 색깔대로 부품조립만 하면 되는걸 뭐 그래 오래걸리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나고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상태가 보류중 (Pending)에서 넘어가질 않는겁니다.
혹시나 해서 해외웹과 구글링을 열심히 해보니 이런경우가 아주 흔하더군요.
그러다가 결국 주문취소 가는건가..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어짜피 카드 리젝먹일거면 빨리 먹여라! 사람 기대하게 하지 말고! 망할롬의 마소! ㅠㅠ
라고 생각하던 중,
주문확인이고 뭐고 바로 배송중이 떠버린 겁니다! 그것도 2주도 안된 고작 5일만에!!!
기쁜 마음으로 배송추적을 들어 가봤습니다.
그런데...
DONGGUAN?
미국에 이런 지명이 있나?
하고 검색해보니
주...중국?????
그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2주가 걸리는 이유는 이게 미국에서 생산하는게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것을요.
그러니 최대 2주가 걸린다는 것...
왜 저는 당연히 미국에서 생산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무튼, 중국에서 출발한 패드는...
몇달동안 잠잠하던 태풍이 마침 제 패드가 배송될때 들이닥쳐서
배송이 딜레이되기 시작합니다.
아오 빡구쳐...
아무튼지간에
기다리고 기다려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배송대행지에 도착했고
그것이 또 통관과 국내배송이 진행되어
바로 오늘,
드디어 받게 됩니다.
(택배기사님들 진짜 고생 많으십니다..)
정작 주인도 못해본 해외여행을 실컷 하다 온 녀석..
지체없이 개봉해봅니다!
일반 패드 포장이 어떤건질 몰라서 비교해보긴 어렵지만
엑스박스 디자인 랩에서 주문한 패드는 이 상자에 넣어서 들어옵니다.
예전 360패드 포장은 플라스틱으로 된 블래스터 포장으로 기억하는데
패드 포장이 나름 고급진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렇게 박스오픈하면
그토록 기다렸던 커스텀 패드가 살포시 박스안에 들어있습니다.
아무래도 먼길 떠나서 오시다 보니
내부에 먼지가 꽤 들어있었습니다만
닦아내니 깔끔해졌습니다.
패드 아래에는
AA사이즈 배터리와
설명서가 들어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열어봤는데 역시나 한국어는 없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패드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조명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 밝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이 색상보다 조금 더 짙은 느낌입니다.
뒷면 역시, 예상했던 대로 색이 나와줬고
그립 부분의 울퉁불퉁한 디테일도 살아있습니다.
각인 역시,
비뚤어지거나 오기 없이 깔끔하게 잘 나와줬습니다.
AA사이즈 배터리 2개가 들어갑니다.
의외로, 배터리가 있고없고의 무게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배터리가 없을땐 약간 가볍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배터리가 들어가니 확실히 묵직한 감이 있더군요.
이전에 쓰던 360패드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무거운 수준입니다.
전원도 잘 들어오고
블루투스를 통한 연결 역시 깔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패드 검수를 해보니 다행히도 별 문제 없이 양품이 도착했군요.
얼마전까지 썼던 360패드와의 비교샷.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더군요.
확실히 패드에 색이 들어가니까 훨씬 보기도 좋고 예쁘네요.
아날로그 스틱의 머리크기가 작아졌지만 조작에 별다른 무리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립감은 굉장히 달라졌는데
360패드의 경우 약간 넉넉함과 큰맛이 있었다면
원 패드는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과 비교적 작게 느껴지는 그립감이었습니다.
정작 물리적 크기는 비슷하지만요.
뒷면 역시 꽤 다릅니다.
뒷면에 붙어있는 스티커들은 죄다 사라지고
오로지 본체만 있는 깔끔함을 보여주네요.
가장 크게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트리거 부분입니다.
트리거 버튼의 키감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조금 기대를 했지만
버튼의 키감 자체는 개인적으론 360의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핸드온!
여러가지로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디자인 랩 패드의 색감은 구상했던것과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확실히, 하양검정 패드보단 아무래도 애착이 더 가게 생겼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립감이 360패드에 비해 작지만 알차진 느낌이 듭니다.
-배터리가 없으면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 듭니다.
-블루투스로 연결이 된다는건 참 좋네요.
-예쁜만큼 비쌉니다.....
-정보를 찾아보니 간혹, 예상했던것과 전혀 다른 색감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배터리가 있으면 생각보다 묵직해집니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컨트롤러와 기능적으로 별반 다른점은 없습니다.
-임펄스트리거는 꽤 기대했는데 테스터로 돌려보니 생각보다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걸 떠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저만의 패드가 생겼다는건 정말 좋습니다.
적극추천!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네요. ㅎㅎ
(IP보기클릭)121.125.***.***
데프콘형 패드까지 형수님 디자인으로 만들 생각을 했수? 패드 사신거 축하드려여...
(IP보기클릭)121.125.***.***
데프콘형 패드까지 형수님 디자인으로 만들 생각을 했수? 패드 사신거 축하드려여...
(IP보기클릭)223.62.***.***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저는 대북곤 아조씨가 아닙니다 ㅎㅎ 감사합니당~ | 18.09.01 19:57 | |
(IP보기클릭)75.157.***.***
(IP보기클릭)121.169.***.***
제가 못해본 세계여행을 패드가 대신해줬어요...ㅜ_ㅜ | 18.09.05 21: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