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마 여행기
1일차 (도착) :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5832
2일차 (산책) :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6070
3일차 (등산1) :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6071?
야쿠시마 여행 3일차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전에 계획한대로 오늘 일정은 미야노우라다케 등산 입니다.
미야노우라 다케 종주를 목표로 산 위에서 1박을 하여,
2일간 진행 예정인 등산코스 및 일정은 아래와 같이 계획 했습니다.
1일차 : 미야노우라 -> 시라타니운수교 -> 쿠스가와 등산로 -> 윌슨 그루터기 -> 죠몬스기 -> 타카츠카 산장
2일차 : 타카츠카 산장 -> 미야노우라 다케(정상) -> 요도가와 등산로를 따라 하산 -> 숙소 복귀
일기예보에서는 계속 비 예보를 때리고 있었는데, 운이 좋은것인지 출발하는아침에는 구름이 조금 끼었을 뿐 하늘이 맑았습니다.
2~3일차가 되어, 조금 감을 잡은 부분인데, 야쿠시마에서 비 예보를 보면 일기예보 그 자체 보다는 강우량을 봐야 합니다.
하루동일 비 소식으로 예보가 되어 있다 해도, 시간에 따라, 강우량이 적다면 야외 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날씨였습니다.
숙소 앞 미야노우라다케 버스 정류장에서 08:13 버스를 타고 시라타니 운수교로 출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산 깊숙히 버스가 들어 갑니다.
저 멀리 제가 묵고 있는 마을인 미야노우라도 보이네요.
산길을 가다보니 야생의 원숭이도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님께서 승객을 배려해서인지 원숭이를 배려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살살 달려 주셨습니다.
30분정도 산길을 따라 달려 등산로 입구인 시라타니운수교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나 시작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네요.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는 첫 화장실 입니다..!
산에는 산장을 제외하는 공중 화장실이 없으므로 초입에 화장실은 꼭 들렸다 가세요.
VIDEO
어제 비가 내렸어서 그런지 저 멀리 계곡으로부터 우렁 찬 계곡의 물소리가 들립니다.
산이 워낙 깊다보니 산 입구에서 등산객 정보와 등,하산 정보 등을 적게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주의 사항이 있는 것을 보아 산이 깊고 험해 종종 실종 사고가 발생하는 듯 합니다. 어제의 안전제일을 속으로 한번 더 다짐했습니다.
어르신 우대(?)를 위한 지팡이 무료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제 렌탈했던 짱짱한 등산용 지팡이가 있으므로 빠르게 지나가 줍니다.
VIDEO
여름만의 푸르른 녹음과 비온 뒤 상그러운 숲내음 그리고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본격적으로 시라타니 운수교 등산 시작!!!
다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상그러운 숲내음과 함께 넓은 이끼 숲이 펼쳐 집니다.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수목 사이사이 피어난 이끼의 신비로움이 감탄을 자아 냈습니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전문가가 인솔하는 트레킹 팀을 만났습니다.
가는 중에 틈틈히 가이드 분께서 사진 명소 포인트와 특정 나무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것을 보니
전문 가이드를 통해 패키지로 오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이끼숲과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줍니다.
비록 원령공주를 보지는 않았지만
과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어떠한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고,
자연보호의 메시지를 떠올렸을지 상상이 되었습니다.
등산난이도는 한라산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일부 구간 제외하면 숨 차는 일 없이 갈만한 수준으로 트레킹화를 신어도 충분 했습니다.
다만 제가 갔던 시즌은 물에 잠긴 등산로를 걷는 일이 많았기에
등산 시 신발이 젖는것과 발목의 접질림을 주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맞이한 거대 삼나무 입니다.
무슨 삼대가 모여있는 삼나무였나….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앞에 붙은 표지판은 대충 보고 대충 크게에 감탄 했던거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전문 가이드와 함께 했다면 더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다시 숲길을 따라 시라타니 운수교 등산을 계속합니다.
중간중간 치고 올라가는 코스가 있기는 했지만 비온 뒤 조금 미끄러운 것 빼면 크게 어려운 코스는 없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신기한 모양의 나무가 있습니다.
二代くぐり杉 라고 명명되어 있던데 번역하자면 2대 삼나무가 겹쳐진 통로 라는 의미 인듯 합니다.
어릴적에 친구들과 하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하는 놀이도 떠오르고
빌보를 만나러 가는 간달프가 된 듯해 괜시리 두근두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二代くぐり杉를 지나 첫 산장에 도착 했습니다.
아랫배에서 급히 탈출 신호를 보내어 급히 화장실을 찾으러 들어 가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낮임에도 매우 어둡고 곰팡내가 가득 했습니다.
하지만 깊은 산속의 낡은 산장임에도 불구하고
변기가 쪼그려쏴가 아닌 앉아쏴 변기임에 1차 감동하고
걸려 있는 휴지에 2차 감동을 합니다…
헌데 휴지가 빨간휴지…
으슥한 분위기에 혼자서 빨간휴지 주까~ 파란휴지 주까~하며 해피타임 가졌습니다.
마음의 무게를 덜어놓고 나와 산장 주변을 보니 파이프 라인에서 나오는 작은 급수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쉬고 계시던 가이드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마셔도 되는건지 한번 여쭤보니 마셔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노지에 흐르는 계곡물은 함부로 주워마시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마시지 말라합니다.
아까 계곡길을 따라 올라올 적에 풍경에 취해서 계곡물을 좀 마셨는데.....
아랫배 변선생의 긴급탈출 신호는 어쩌면 그 탓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목적지인 정상을 향해 갑니다..!
산장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거대한 삼나무가 반겨 줍니다.
나나혼스기(七本杉) 라는 이름이 붙여진 삼나무로,
구글로 찾아보니 18m나 되는 고목으로 추정수령은 알수 없음. 이라고 합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웅장한 자태에 이리보고 저리보며
입 벌어진 꿀꽈배기 봉지마냥 입을 다물질 못했습니다.
나나혼스기(七本杉)를 뒤로하고 다시 등산을 이어나갑니다.
계속되는 이끼 가득한 축축한 숲길을 걷고 있지만 매 풍경이 조금씩 달라져 보는 맛이 있습니다.
이 풍경을 멀리서 봐도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만개하며 풍성하게 자라난 작은 이끼들을 보며
이 안에 작은 소인국의 숲속 생태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
등산을 시작한지 세시간 째
드디어 太鼓岩(다이코이와) 분기점에 도착했습니다.
VIDEO
저 멀리 야생 사슴이 반겨주네요
회심의 근접샷을 노려봤지만 흔들려 버렸습니다.
(?? : 지가 잘못 찍어놓고 성능 탓탓~)
현재 시간 11시.
지도를 확인해보니 다이코이와를 갈 시 약 30분~1시간 정도 소요 되는 것으로 확인 됩니다.
다이코이와가 뭔지 모르겠다만 왕복코스를 간다면 오늘 목적지인 타카츠카 산장까지 갈 체력 및 시간이 모자를 듯 하여
아쉽지만 오늘의 플랜을 위해 다이코이와는 패스하고 쿠스가와 등산로 합류지점을 향했습니다.
( 나중에 찾아보니 다이코이와는 시라타니 운수교 코스에서 정상에서 해당하는 포인트로
유일하게 주변 산세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라고 합니다… 나중에 가시는 분들은 꼭 들르세요 ㅠㅠ )
쿠스가와 등산로 합류지점 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
해발고도 500m 지점에서 1000m지금까지 계속 치고 올라 왔는데 다시 내려가야 하다니…
해발고도 손실이 뼈아픕니다.
게다가 아까 계곡길을 따라 걷다 젖은 트레킹화에 물이 침투해 조금씩 발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약 30분~1시간 정도 내려가니 윌슨 그루터기로 가기 위한 쿠스가와 등산로 합류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쿠스가와 등산로에 들어서니 시라타니 운수교의 이끼숲과는 또다른 느낌의 등산로가 펼쳐졌습니다.
벌목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 깔아놓은 철길을 따라 낸 나무로 된 트레킹 길이 있고
경사도 평지에 가까워 걷기에는 좀 더 편했습니다.
합류지점서 20분 정도 걷다보니 휴식 포인트가 나왔습니다.
화장실과 물 보급이 가능한 샘이 있어 잠시 쉬며 점심밥을 먹기로 합니다.
오늘의 점심밥은 에그마요 샌드위치 입니다…!
마트 델리코너에서 파는 에그마요 샐러드를 시판 토스트 빵 사이에 끼웠을 뿐인 간단한 샌드위치지만,
숲에 둘러 쌓여 졸졸 흐르는 샘물 소리를 배경으로 먹고 있으면 고급 파인 다이닝 코스가 남부럽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다보니 발이 퉁퉁 부은 느낌이 들어 신발을 벗어보니
시라타니 운수교를 지나며 계곡물이 신발에 스며들어 완전히 발이 젖어 있었습니다.
젖은 발은 부상에 취약해 생존에 매우 치명적이므로
젖은 양말과 발은 수시로 잘 말려줘야 한다는 생 존왕 베어그릴스 형님의 팁을 떠올렸습니다.
Man vs Wild 애청자로써 생존팁을 실천하여 식사시간 중 젖은 양말과 발은 일광건조로 최대한 말려줬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물뜨러 샘에 가보니 누군가 술병과 잔을 갖다 놨습니다.
누군가 신비로운 이끼숲은 배경으로 한잔 기울인걸까… 뜬금 파전의 막걸리가 땡깁니다.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목적지인 윌슨 그루터기를 향해 출발 합니다.
숲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
아찔한 다리를 건너~
가다보면
침목 사이사이 아래 계곡물이 살벌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발이 잘못 빠지면 마법의 성에 있는 공주님 대신 심영형님 따라갈 수 있으니 조심하여 건너 가도록 합시다.
시라타니 운수교 코스와는 달리
쿠스가와 등산로는 사람의 손을 탄 정돈된 트레킹 코스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나름대로 자연과 조화를 감상하며 걷는 맛이 있었네요.
특히 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이끼의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시원했습니다.
쿠스가와 등산로 합류지점으로 부터 약 1시간을 걸어
드디어 윌슨 그루터기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죠몬스기 까지 2.5km인것으로 보아 이 길을 따라 쭉 걸으면
오후 3~4시 정도 오늘의 목적지인 타카츠카 산장에 도착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윌슨 그루터기로 올라가는 지점에서 부터는 갑자기 급하게 치고 올라가는 코스가 시작 되었습니다 .
표지판이 있던 위치가 해발고도 700m 즈음으로, 윌슨 그루터기의 해발고도는 1000m입니다.
다이코이와 분기점에서 쿠스가와 등산로 까지 내려오느라 잃은 해발고도 손실이 뼈아프게 다가오네요.
잘 안보이던 단체 트레킹 관광객들이 윌슨 그루터기를 향하던 중 올라가는 저와는 반대로 우루루 내려 오는게 보였습니다.
내려오던 선두의 전문 가이드가 저를 보더니
‘쿄오 토마리데쇼~?’
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아마 지금 시간대에 죠몬스기나 윌슨 그루터기를 찍고 하산한다면 시간이 너무 늦어,
전문가로써 확인차 물어본게 아닐지 예상됩니다.
오늘 타카츠카 산장에서 하루 묵을 예정이었기에
‘하이 소오 데스~ 타카츠카 데스~’
하고 씪씪하게 답한 뒤 다시 윌슨 그루터기를 향했습니다.
2시를 넘기니 숲이 깊어 주변이 조금 어둑하게 느껴집니다.
2시를 넘기니 슬슬 하산 하는 등산객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넓은 숲에 나홀로 있으니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시 30분! 드디어 윌슨 그루터기 지점에 도착 했습니다.
VIDEO
윌슨 그루터기는 1586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베어진 뒤.
이후 1919년 미국인 식물학자인 어니스트 윌슨에 의해 서양에 소개되어 윌슨 그루터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밖에서 보면 호빗이 살고 있는 귀여운 집 같은데,
그루터기 안 너른 공간과 그 안 작은 사당의 종교적인 분위기가 신비로움 느끼게 했습니다.
윌슨 그루터기가 유명한 포인트인 이유중 하나로
밑둥 아래서 천장을 향해 사진을 어케 잘~ 찍으면 하트모양으로 찍히고,
그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쏠로~ 산 속에서 홀로~ㅜㅠㅠ
여행을 하고 있어 그런가 땀인지 눈물인지 아무튼 흐르네요....젭라~
이뤄질 사랑도 깊어질 사랑도 없으니 대충 찍어 줍니다.
윌슨 그루터기 구경을 마치고, 잠시 앉아 휴식타임을 갖으며 상태 점검을 해줍니다.
젖었던 발에 피로가 누적된건지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로 체력이 떨어졌는지 슬슬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발의 엄지 부분이 퉁퉁 불은 느낌과 함께 통증이 느껴지는게 물집이 생길 확률 80% 이상…
게다가 오늘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약간 탈수 증상의 느낌도 납니다.
간식인 삶은 계란용 맛소금을 염분 섭취 목적으로 찍어 먹으니 조금 힘이 돌아 왔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돌아간다 해도 이미 복귀편 버스도 끊겼을 시간이라 좋든 싫든 오늘의 목적지인 타카츠카 산장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셀프 배수진을 치고 다시 힘을 내며 2차 중간 목적지인 죠몬스기를 향해 출발….!
올라갈수록 점점 수령이 오래된 거대한 삼나무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죠몬스기로 가던 중 만난 다이오오스기(大王杉)
찾아 보니 다이오오스기(大王杉)는 높이 24.7m에 추정 수령은 3000년이라고 합니다.
아까 시라타니 운수교에서 만났던 나나혼스기(七本杉)와는 또 다른 위엄이 느껴집니다.
크기에서 오는 위엄과 수많은 비바람으로부터 버텨왔을 세월의 위대함에 감탄 했습니다.
급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위로 치고 올라가는 코스가 반복되어,
체력이 깎여나감이 점점 더 느껴져 중간중간 사진을 핑계로 멈춰서며 쉬엄쉬엄 죠몬스기를 향해 올라 갔습니다..
죠몬스기로 가는 관문(?)
죽은 나무인 듯한데 곧게 서 있는것이 멋있었습니다.
16시 40분
금일 09시 등산을 시작한 이래 7시간 30분 만에 드디어 죠몬스기에 도착!!!!
하지만 야쿠시마의 아이돌이자 마스코트격인 죠몬스기를 드디어 만났음에도
힘들어서 그런지 시라타니 운수교에서부터 계속 봤던 거대한 삼나무들에 익숙해져 그런지
죠몬스기를 보고도 별 다른 감흥이 안왔습니다.
아~ 도착했구나~ 생각보다 별거 없네...하는 정도의 감상만….
개인적으로 오히려 죠몬스기 옆에 있던 이름 모를 이 나무가 더 신기하고 멋있게 보였습니다.
뻗어 있는 나뭇가지의 모양이 어쩐지 나루토의 구미를 닮은거 같네요
너는 오늘부로~ 나루토 나무여~
죠몬스기로 부터 2~30분정도 더 가니 오늘의 목적지인 타카츠카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숨을 돌리고 보니 아직 해가 짱짱이 떠 있었습니다.
내일 목표점인 미야노우라 다케를 생각했을 때 오늘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더 고생하면 내일 몸이 더욱 편할 터.....
잠시 고민하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좀더 고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일몰 전에 신 타카츠카 사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음이 급했어서 그런가 타카츠카 산장에서 사진도 안찍었네요... )
신 타카츠카 산장을 향하던중 드디어 하늘이 보이는 능선 라인에 도착 했습니다.
하루 종일 깊은 숲을 오르락 내리락 헤매면서 핸드폰의 통신 막대가 1개라도 뜨는걸 보질 못했는데
조금 높게 올라 오니 통신 막대 2~3개가 나옵니다.
문명세계로 다시 돌아온 감격을 느끼며 카카오톡을 잠시 즐긴 뒤 다시 타카츠카 산장을 향했습니다.
능선에 기묘하게 뻗어있는 나무들을 보니
제주도에서 영실 어리목을 갔을 때 본 풍경과 비슷한거 같습니다.
신 타카츠카 산장으로 목적지를 변경한 이유중 하나로
이제부턴 능선코스이므로 좀더 경사가 완만 할 것으로 예상해서 더 고생하기로 맘 먹은 거였는데....
아뿔싸.. 능선임에도 반복되는 오르락 내리락 급경사 코스는 동일 했습니다.
체력도 거의 한계에 맞닥뜨려, 사람들이 이러다 산에 조난 당하는 건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금을 찍어먹어도 기력이 안돌아와 에너지바로 칼로리를 충전하며 신 타카츠카 산장을 향했습니다.
반쯤 너덜대는 상태로 걸은지 약 한시간,
등산을 시작한지 약 9시간 만에 드디어 오늘 진짜 최종 목적지인 신 타카츠카 산장에 도착 했습니다…. !!!
(이때 진짜 힘들어서 산장까지도 거의 터덜터덜 걸었……)
산장에 도착하여 보니 먼저 도착한 다른 등산객 2명이 있었습니다.
앞서 도착한 두사람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요량인지 아직 19시 밖에 안됐음에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어,
누울 자리만 대충 잡아놓고 밖으로 나와 저녁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남은 식량은 내일 등산에 모든 칼로리와 단백질을 몰아 줘야 하므로
오늘 저녁은 무파마 라면과 누룽지 한 줌으로 간단히 해결 하기로 합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인지 시원한 무파마 국물과 뜨-끈하고 든든한 국밥을 충전해주니 기운이 났습니다.
신타카츠카 산장에는 국내의 대피소와 달리 상주하는 관리인이 별도로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기에 해가 진 뒤 금방 어두워 졌습니다.
적막함 속에서 산모기의 습격이 시작되어 모기향을 하나 피우고 자려 보니
먼저 입실 해 있던 다른 등산객도 모기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듯 이곳 저곳을 벅벅 긁고 있었습니다.
등산하느라 춥고 힘들텐데, 모기에 까지 뜯기면 서러우겠지 싶어
인류애를 발휘해 모기향을 하나 피워주며 잠시 담소를 나눴는데 산장에 쥐가 살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게다가 쥐가 가방을 뒤져 식량을 훔쳐먹거나 장비를 못쓰게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가능하면 가방은 쥐가 접근하지 못할 장소에 놓으라는 팁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들은 조언대로 쥐가 못뒤지도록 가방을 꽉 묶어 정리 하고
새벽에 겪게 될 해프닝은 꿈에도 모른채 내일 아침 이른 출발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며 야쿠시마 여행 3일차를 마무리 할...줄알았으나,
잠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여행자를 습격했습니다.
이 새벽에 불하나 없는 산장에서 깨운 것은 딲딱한 나무바닥도, 새벽
이불을 대신하여 덮은 판초우의도 새벽의 오한도 아닌, 바스락 거리는 어느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은 다른 투숙객이 움직이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시간은 새벽 2시. 산행을 출발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잠결에 신경도 안쓰고 누가 가방서 뭘 찾나보다 하였는데 20분 30분간 계속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누군가가 Rat?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른 투숙객도 너나 할거 없이 슬며시 일어나 자기 가방을 확인하기에 혹시나 하는 맘에 가서 보니 범인은 쥐였었는지, 제 가방의 앞주머니가 풀어헤쳐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앞주머니엔 어제 한조각 까먹은 칼로리 바란스와 삶은 계란과 소금 뿐. 쥐에게 딱히 털린 것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어제 다른 투숙객이 팁으로 줬던 쥐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가방을 걸어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의 의미를 깨달아, 2층 침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가방 끈으로 걸어 쥐가 손을 못대도록 하였습니다.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그 뒤로는 쥐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없어졌습니다. 다만,, 걸어놓은 가방도 털어보려 했는지, 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몇번 났었습니다.
쥐 때문에 잠도 달아났겠다. 잠시 소변이나 보고자, 밖으로 나왔는데, 예상치 못한 것은
6월의 초여름의 덥고 습한 야쿠시마에서도 산 위쪽은 엄청나게 추웠다는 것 입니다.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오줌을 한발 갈기고 자리로 돌아와 잠못들고 뒤척이다,
결국 핫백을 하나 터뜨리고는 비로소 다시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