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건강하신지요?
제가 수상안내원이 된지도... 아니, 사회의 일원이 된지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던 중,
9월 어느 날,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더니,
10월 어느 날...
HDD가 죽었어!...
그렇게 몇날 며칠간 집으로 돌아오면, 집안에 있는 슬픔은 짙어지고,
어느 순간부터 몸에 달라붙어서 밖에서까지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HDD의 산소를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무진을 향하기로 했습니다.
원작대로 라면, 버스를 타야 했지만,
버스를 오래 타면, 멀미를 하는 지병이 있는 지라... 열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현재 용산역에는 건담이 있습니다.
실은 어느 순간부터 애니메이션과 거리감이 생기다보니 요즘 애니메이션은 잘은 모릅니다...
아마도 건담이라고 하니까
너희들의 목숨이라는 칩을 내게 걸어. 하는 그건가 봅니다. (막말)
?????
열차 시간까지는 꽤나 남았으니까, 현대인의 필수품, 카페인을 섭취합니다.
몸은 카페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야를 지내도, 불패.
오랜만의 여행인데, 여친님께서 심기가 안 좋은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마지막 여행이 4년전인가요...
실은, 여친님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나서, 이곳저곳을 찾았습니다..
락앤락통에 방부제와 함께 잠들어 있던 여친님을 꺼내, 4년만의 밖의 공기를 쐬는데 기분이 좋을리가 없겠지요...
열차는 남쪽을 향해 출발합니다.
열차를 타자, 오랜 지병인 피로가 찾아옵니다.
열려진 차창으로 들어와서 나의 밖으로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간지럽히고 불어 가는 6월의 바람이
나를 반수면 상태로 끌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열차의 차창은 열리지 않았지만,
대신 창을 통해 은은하게 눈을 감겨주는 오전의 햇빛에, 나는 이겨설 수 없고, 이겨서는 안되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Zzzz.........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아오이 소라(푸른 하늘) 였다...
여기는 '낮별', '대공'은 무사히 전달했다.
열차에 내리면서 시키칸은 오늘도 일퀘를 깹니다.
역 밖으로 나오니, 날이 참 맑습니다.
이런날 마르크스를 만난다면 "칼 맑스, 날이 참 맑습니다."
같은 농이나 던지지 않을까...
혼자만 즐거워하면서 바삐 움직입니다.
현재시간은 15:20... 오늘 가야 할 곳은 18:00 문을 닫습니다.
역의 반대쪽으로 가기 위해서, 육교를 건넙니다.
오랜만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움직이는데, 이전 같은 체력이 아님을 느낍니다.
왕년에 말이야, 라면서 과거를 떠올려보는데 그때도 평지를 걸으며 헉헉거리는 시기 뿐입니다.
다행히다, 나는 변하지 않았구나.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버스를 놓칠까봐 서둘러 뛰어오면서 같이 지쳐버린 여친님.
고개 숙인 모습도 사랑스럽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목적지를 향할 버스가 오고 있습니다.
약 40여분 정도의 이동 끝에 도착한 곳은,
전남도립미술관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써 이곳을 정한 이유가 몇개 있는데,
1. 무진여행
2. 가능한 멀리
3. 전남도립미술관
4. 아슬날
5. 순천만
몇년전부터 취미가 생겼는데, 바로 전시회에 갑니다.
미술관이든, 사진전이든 서울쪽에서 하는 행사들은 짬을 내서 가다보니, 늘 얼리버드 티켓을 확인 하기 위해 티켓판매처를 들락날락 거리다가,
이번에 이곳에서 하는 전시회를 보았으나, 서울이 아니여서 갈 생각을 접어두었는데, 마침 순천여행을 가게 되면서,
집돌이특) 한 번 나갈때, 볼일은 다 본다. 를 실천하기 위해 왔습니다.
미술관 폐관은 18시 이므로,
앞으로 남은 2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합시다.
그러고 보니, 왜 예술 전시회에 취미가 생겼을까, 생각을 해보는데,
제가 예술을 사랑하는것도, 관심이 많은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뭘까.. 고민하다가
예술을 관람하는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 결론 에 이르렀습니다.
아아.. 지독한 자기애를 다시금 느끼며 전시회를 걷습니다.
예술 작품을 보면서 그림, 사진에, 도슨트의 도움이나, 설명이 없다면 작가의 의도를 제가 읽어내기란 아직은 어린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 공백을 혼자만의 상상으로 채워나갈 뿐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왜 이 구도인지, 왜 이 색이 많이 쓰였는지, 왜 이 장면인지.
부분부분 얻은 작가의 정보와 제 생각이 뒤엉켜 가다보면 어쩔때는 그 추측이 우주를 향하기도 합니다.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빠지지 않는 덕질, 전시 굿즈를 삽니다.
굿즈를 사야, 전시의 끝을 보았다는 기분이랄까요...
관람이 끝나고 밖을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이 하루의 마지막에 남아 있는 빛들이 만들어내는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특히 가장 좋아하던 때는, 7-8교시가 끝나고 그날의 청소당번이라 남들보다 뒤늦게 학교를 나올때,
그때 붉게 물들어가던 복도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후... 어째서일까요 청소당번은 2명인데 왜 저만 청소를 한 것이였을까요.
튼튼체조-
이제 오늘 할 일은 끝입니다.
미술관 근처에 숙소를 잡았으니 숙소로 이동합니다.
숙소에 들어서자 마자 지쳐 쓰러 누우신 여친님...
여친님, 저녁 드시러 가야죠...
커피 말고는 마땅히 먹은게 없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실은 미술관 옆에 숙소가 있어서 가깝고 좋네, 하면서 여기로 잡았는데
지금 시간이 되어서야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음식점으로 검색했을때,
이 근처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우소다!!!!!!
거짓말이지? 그렇지? 거짓말일거야.
숙소 근처를 탐방해봅니다.
... ...
뭔가 발업을 해야 할것 같은 가게가 있습니다.
음식점은 아니군요...
...지도에서 식당이 많이 있는 곳으로 걷기로 합니다.
걷는건 좋아하니깐요...
지도앱에서는 이쪽으로 걸으라는데,
차도와 인도가 역전된 세계인가 싶습니다.
인도에는 차들이 주차 되어 있고, 주민들은 차도 가운데를 걷습니다....
이세계인가?
상태창! 상태창!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것 보면, 현실인가봅니다.
마침 걷다가, 문구점을 발견해서 문구점에서 연필을 샀습니다.
제 최애 필기구는 연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몽땅연필을 만들어서 모으는게 취미이다보니,
연필을 살때 연필의 형태나, 연필심을 주의 깊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필의 끝부분부터 약 3~4cm 정도의 모양이 어떨지를 제일 신경씁니다.
그래서 요론류의 연필이 있으면 미칩니다...
네 아주 미쳐요...
그나마 요번에 구입한 연필은 조금은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집에 없는 연필이다보니 일단 구매는 합니다.
연필도 Get 햇겠다,
도착한 곳은, 광양 불고기 거리 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여행은 다녀도 혼자서 고깃집에 들어갈 정도로 대담성은 없어서,
그냥 적당히 혼자서 식사할 수 있을법한 가게에서 밥이나 먹습니다.
후에,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와 안줏거리를 삽니다.
비니류를 쓰지 않고, 재활용 쇼핑백을 애용합니다
떼야-떼야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쩌고 하는게 아니라 어떤 생각들이 나의 밖에서 제멋대로 이루어진 뒤 나의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듯했었다.
무진에 가까워서 그런것일까요 별별 생각들이 몰려옵니다.
예를 들면 신호 앞에서 횡단보도의 줄을 보면서
줄의 개수는 홀수, 짝수 (또는 소수)로 하는 무슨무슨법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짝수파와 홀수파의 대립. 그 속에서 태어나는 홀수도 짝수도 아닌 미지의 개념.
이런 생각과 함께 술을 홀짝이며,
이후 여친님과 메챠-쿠챠- 코코넨네 했습니다.
굿모닝 -.
오늘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광양->순천 으로 이동해서 순천만을 갑니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정류장에 내리는데,
정류소 외에는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횡한곳에 내려줬습니다.
바람만이 저를 맞이 할뿐입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제가 타야할 버스를 대기하면서 저 코너 너머에서 오는 차들을 바라보는데,
제가 탈 버스가 아닌 버스가 오는데,
그냥 쌩--- 하고 지나갑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지나갑니다. 마치, 자신은 이곳 정류장에 서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지요.
인터넷에 본 글이 생각납니다.
이곳도 수동적인 인간은 살아 남을 수 없는, 거친 야생의 버스 정류장 인것입니다.
눈만 마주친다고 싸움을 거는 포켓몬스터의 세상이 아닙니다.
그때부터, 저는 맞바람에도 지지 않은채 눈을 잠시라도 깜빡여서, 제가 탈 버스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채, 구애의 춤, 아니 탑승의 춤을 준비합니다.
멈춰!
다행히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어찌어찌, 순천만국가정원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1컷
2컷
⑨컷
꼬박 꼬박 여친님 사진도 챙겨드립니다.
이 다리를 건너서 스카이큐브라는 모노레일을 타러 갑니다.
다리를 건너면,
스카이큐브라고 해서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이 있습니다.
물론 걸어서도 갈 수 있는데, 그 거리가 어마어마 합니다...
원래는 6~8인이 탑승해야 하지만,
오전이다 보니, 탑승객이 없어서
저와 여친님 단 둘만의 데이트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스카이큐브를 타고 이동하면, '문학관'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이곳이, 오늘의 목적지가 있습니다.
바로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관이 있습니다.
그의 생애와 그의 작품들과 관련된 것들을 볼 수 있죠.
좋아하는 아이를 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소설가를 알아가는 것 역시 설레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픈일 이기도 하지만요.
짧게나마 들러보고 나서, 잠시 앉아 쉬면서.
<목포의 눈물>을 들어봅니다.
당시의 감성을 싱크로할 수 없기에, 제게는 그저 흘러간 옛 노래일뿐입니다.
역시, 요즘 채신 노래인
플라워의 <눈물>이 제게는 맞습니다.
이제... 일정도 다 끝났겠다, 더 이상 할게 없습니다.
국내 여행의 장점이라면 곧바로 이동 할 수 있다는 거겠고,
그것을 반대로 본다면,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겠지요.
오늘은, 이승에 한이 남아 있는 여귀가 내뿜는, 무진의 명물인 안개 없이, 맑고 쾌청한 날입니다.
쏠라빔이 원턴에 발휘 될 정도로 말이지요.
기왕 여기 까지 온 김에, 갈대밭으로 향합니다.
갈대열차를 타면 7분정도에 가는데, 제가 열차를 타러 가려니 막 출발합니다.
걸어서 15분, 열차로는 7분 거리라고 하는데,
대기 시간도 있을테니 걸어 가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왠지 걸어가면 후회할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증명하듯이,
걸어가면서 열차가 무려 4번이나 지나갑니다...
제가 발걸음이 느린것도 없잖아 있지만,
이 길.. 꾀나 길군요...
그래도 드문드문 가는 길거리에서 여친님과 함께 할 추억들이 늘어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여기 온 이유는 HDD의 사망이라는 이유를 붙여서 왔는데,
HDD 이야기는 초반에 살짝 하고 끝나버렸군요.
걸어가면서, 또다시 깊은 망상에 빠집니다.
제가 슬퍼하는건, HDD의 사망인것일까요.
아니요, 저는 그보다 HDD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 중 백업되지 않은 몇몇 DATA에 대해서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조금 확장해버립니다.
만약, 누군가가 죽는다면
저는 그 사람이라는 신체에 슬퍼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과 같이 공유하던 시간, 목소리, 체온, 냄새, 미소 와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더욱 슬퍼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는건 굳이, 사람 향해서 사랑을 할 필요 없이,
사람이 아닌 것에도 사랑을 하면서 나오는 형태가 없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말없이 미소 짓는 그녀를 보니, 더이상은 그 의미의 가치를 잃은 쓸쓸함만이 나를 두들깁니다.
걷고, 또 걷다보니,
저 멀리 종착점이 보입니다.
망원으로 땡겨보니, 관광객들이 엄청 많습니다.
유치원, 학생, 어르신분들까지 굉장히 많은 인파가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그룹으로 온 조합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제가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저것봐, 저 사람 (소근소근)
하물며,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같이 노니는데
저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요.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뇨, 솔직히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다만... 이 글을 끝내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누가 칼들고 협박이라도 해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그래야지 이 곳, 무진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인거죠.
실은...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하루만에 체력이 바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이상 돌아다니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급작스러운 초과운동량에,
몸이 버티지를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거.. 분명 며칠간 앓아 누울각이 보입니다....
그렇게,
하루 이상의 회복시간을 갖고서 어느 정도 키보드를 누를 정도의 기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정신력은 아직도 헤롱헤롱하다 보니, 이상한 소리가 많았을 것 같군요...
내일 아침에 보면 이불킥 각이 보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겠지요
(IP보기클릭)122.43.***.***
제목보고 분노에 차서 들어왔다가 힐링하고 돌아갑니다.
(IP보기클릭)175.200.***.***
푸른눈이라길래 블루아이즈 화이트드래곤인줄...
(IP보기클릭)175.200.***.***
푸른눈이라길래 블루아이즈 화이트드래곤인줄...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21.165.***.***
(IP보기클릭)14.0.***.***
(IP보기클릭)218.147.***.***
(IP보기클릭)14.55.***.***
(IP보기클릭)223.39.***.***
(IP보기클릭)122.43.***.***
제목보고 분노에 차서 들어왔다가 힐링하고 돌아갑니다.
(IP보기클릭)118.130.***.***
(IP보기클릭)223.39.***.***
(IP보기클릭)118.37.***.***
(IP보기클릭)14.32.***.***
(IP보기클릭)218.50.***.***
(IP보기클릭)112.167.***.***
(IP보기클릭)58.76.***.***
(IP보기클릭)210.179.***.***
(IP보기클릭)119.194.***.***
(IP보기클릭)116.34.***.***
(IP보기클릭)114.30.***.***
(IP보기클릭)58.120.***.***
(IP보기클릭)175.223.***.***
콜라보다는환타
대신 답변 드리자면 지샥 mtg 2000 같습니다. | 22.11.02 15:03 | |
(IP보기클릭)121.131.***.***
(IP보기클릭)211.119.***.***
(IP보기클릭)59.5.***.***
(IP보기클릭)116.84.***.***
만나카 사이즈 여친분 새로 나왔던데...
(IP보기클릭)220.118.***.***
(IP보기클릭)39.7.***.***
하마터면 방아쇠 당길 뻔 했습니다. 충성! | 22.11.02 14:51 | |
(IP보기클릭)2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