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지치게 하는데는 밖을 쉽게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이전까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일본여행을 어떤 학습이나 탐방 뿐 아니라 취미로 해왔던 저에게는 말이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갔던 여행 사진을 다시 돌려보는 것 뿐입니다.
이번에 쓸 곳은 작년 즈음 갔었던 일본 최북단의 두 섬. 리시리와 레분. 그리고 왓카나이입니다.
홋카이도 붐이 일면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접근성때문에 많이 유명해지지는 못한 곳이죠.
이제는 분이고 자시고간에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요.
여행의 시작은 삿포로 ANA 항공입니다.
한국에서 덜 알려진 왓카나이를 비롯한 홋카이도 북부 지방은 여름이 엄청 더운 일본인에게는 나름 유명한 피서지입니다.
가장 더운 8월에도 30도를 잘 넘어가지 않는 기후때문에 도쿄 이남의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죠.
물론 일본인이라고 딱히 접근성이 엄청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왓카나이, 리시리로 가는 삿포로발 국내선은 3~4달 전에 이미 만석이 되어버립니다.
섬나라라서 섬이 많을거라는 이미지와 달리, 일본은 생각보다 섬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규슈나 시고쿠 주변만 좀 섬이 많지 북쪽으로 올라가면 섬 자체를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확 줄어들어버리죠.
특히 홋카이도는 홋카이도 본섬 말고는 섬이 정말 없어서 리시리와 레분, 오쿠시리 섬,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야기시리 섬과 데우리섬을 제외하면 섬이라고 할 만한 섬이 없습니다.
북방영토 4개 섬이요? 그건 러시아 섬이잖아요?
그렇게 약 2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나면 리시리 공항에 도착합니다.
리시리에는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2593) 이후 1년만에 다시 오는 것이네요.
마치 공원에 있는 관리사무소처럼 생긴 저 건물이 리시리 공항 전경입니다.
하루에 한 편도 운행하지 않는 날이 많기 때문에 말 그대로 승객들이 내리는 역할 외에는 큰 용도가 없습니다.
공항에서 리시리 산을 배경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리시리 공항의 매력이건만 오늘은 구름이 잔뜩 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구름이 잔뜩 껴서 이번 여행은 망하는 것일까요?
그치만 놀랍게도 호텔을 가기 위해 서쪽으로 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날이 좋아집니다.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사이로 찢어진 것 같은 조각구름들이 수를 놓고 있습니다.
비밀은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거짓말처럼 섬의 절반만 구름이 가득한 것이죠.
동해에서 수분을 잔뜩 머금고 흘러온 공기들이 리시리산을 넘으면서 구름이 되어버린거죠.
리시리산은 저렇게 보여도 높이가 1000미터가 넘는 꽤 높은 산입니다.
이 날 묵었던 숙소는 리시리섬 서쪽 끝에 위치한 호텔입니다.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 골랐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온천도 나오는 곳이더군요.
지난번 여행에서는 단기 렌트카를 빌려서 섬을 돌아다녔지만,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이 섬은 볼 것은 많지만 그에 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너무 큰 섬이니까요.
도로가 해안가를 따라서 있지만 생각보다 고저차가 있기도 하고 지도로 보는 것보다 섬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마냥 힘들다기에는 맑은 날씨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너무나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이불을 덮은 것처럼 구름 속에 덮인 리시리섬의 경치는 경이롭다, 혹은 엄청나다는 단어를 쓸 수 밖에 없죠.
일본 최북단인 레분섬과 달리 리시리섬은 지리학적으로는 엄청 특별한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 제과 브랜드 시로이 코이비토의 로고의 배경과 함께 일본 최고 품질의 성게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카무이 해양 파크는 관광객들이 직접 성게알을 채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물론 그런걸 체험하려고 온 곳은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가 풍경이 멋있고 잠깐 쉬기 위해 들렀습니다.
아까 전 구름이 낀 것은 다 까먹을 정도로 동해 위에 펼쳐진 구름들이 너무나도 멋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여기 왔으니 성게알을 안먹어볼 수 없죠.
다시마 가루를 뿌린 문어꼬치와 가리비 위에 불로 살짝 구운 성게알을 주문했습니다.
일본 최고의 성게 산지답게 성게알의 맛은 최고입니다. 앞으로 정말 주구장창 반복할 말이지만요.
앞으로도 계속 사진으로 올릴 예정이지만, 이 여행에서는 정말로 무지개를 많이 봤습니다.
그 첫번째는 놀랍게도 리시리산 중턱에 걸린 채운
가운데 계곡을 유심히 잘 보시면 무지개처럼 색이 나뉜 것이 보이실겁니다.
채운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것도 리시리산 중턱이라니 너무 놀라운 풍경이죠.
해양 파크에서 조금만 더 달리면 해안가에 작은 신사가 보입니다.
일본에서 바닷가 바위 위에 이렇게 신사가 있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굳이 이 곳을 온 이유는
곰처럼 보이시나요??
누워있는 곰처럼 보이는 바위가 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얼추 곰같은 형상 위에 곰 귀처럼 바위 두개가 튀어나온 것이 특히 앙증맞네요.
전기자전거였으면 좀 더 섬을 둘러봤겠지만 기어도 없는 자전거라 도저히 더 갈 수는 없어서 다시 호텔로 돌아옵니다.
호텔 주변에 마을이 있어서 돌아다녀보니 당연하지만 해산물들을 팔고 있습니다.
특히 성게알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는데, 일본에서도 최고급으로 치는 바훈 우니가 100g에 2700엔입니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저걸 리시리섬 밖에서 먹으려면 5000엔은 족히 넘는다고 합니다.
너무 궁금해서 정말 사서 먹어봤습니다.
놀라운 맛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도 우니동으로 먹는걸 좋아하는데, 생으로 먹으니 그 바닷향과 단맛이 더욱 풍부하고 진합니다.
이제는 이 성게알들을 먹을 수 없다는게 너무 서럽고 슬플 정도로요.
슬슬 해가 질 시간이라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그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동해 위에 펼쳐진 수평선과 그 위를 떠다니는 휘황찬란한 구름들. 그리고 그 위에서 빛나는 태양과 석양을 등지는 초원 위의 등대까지
어디 사진첩에서나 나올 법 한 풍경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분명 현실에 있지만 현실감을 도저히 느낄 수 없었습니다.
참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사이 해는 구름 밑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말도 안되는 하늘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구름 색들은 아까보다도 더욱 신비한 색으로 물들고 있었죠.
홋카이도의 바닷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해당화 열매입니다.
하나나스라고 부르는데 이걸로 주스를 만들어 팔기도 하죠.
꽃과 열매 모두 너무 이쁘지만 가까이 가기엔 가시가 위험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구름때문에 해가 수평선 밑으로 내려가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새빨간 석양과 노을도 볼 수 없지만
신비로운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은 또다른 장관을 그려냅니다.
석양이 질 때의 바다는 반드시 어떤 모습으로든 놀라운 풍경을 그려내기 때문에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카메라를 정반대로 돌리면 드디어 리시리산의 정상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리시리산 정상도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싶었던걸까요??
저 등대는 어디를 찍던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까보다 좀 더 해가 진 풍경
구름이 잘게 찢어져 너무나도 신기하고 웅장한 풍경입니다.
보통은 석양이 질 때 구름이 끼면 슬프고 서럽겠지만 이런 석양은 또 새롭고 인상적이네요.
마치 거대한 구름의 파도가 산을 덥치는 듯한 경치
실상은 대기가 산을 넘어가면서 생기는 구름이지만
바다쪽이던 산쪽이던 평소에 보기 힘든 이색적인 경치를 볼 수 있는 신비로운 경험입니다.
멋진 풍경을 실컷 구경하고 호텔로 가는 길
마치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은 듯 한 느낌의 구름이 볼 때마다 너무 신기하죠.
호텔 저녁은 기본적으로 부페에 테이블 세팅 된 요리를 먹는 방식
역시나 부페에도 성게알은 빠지지 않습니다.
비록 부페지만 부페 각 메뉴의 퀄리티는 왠만한 식당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 높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가본 호텔중에 가장 석식이 좋았던 기억이네요
게살과 생선이 올라오는 찜요리와 일본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시미 요리들
부페 요리들의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퀄리티입니다.
원래 저녁을 먹고 적당히 주변 상가를 돌아다닐 예정이었는데 워낙 맛있게 먹어서 그냥 호텔에 죽칠 정도로요.
리시리섬은 가뜩이나 홋카이도 최북단이고, 주변에 마을이랄 것도 섬 정반대에 있는 곳일 뿐이라 밤에 별이 정말 말도 안되게 잘 보입니다.
들고간게 폰카뿐이라 사진에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폰카로도 밤하늘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별이 많습니다.
별을 이렇게 많이 본 건 이 때가 처음이었네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그렇게도 멋있는 경치를 보여준 서쪽 바다는 조금 더 차분해졌습니다.
어쩌면 이쪽이 좀 더 북방계 바다의 풍경이기도 하죠.
반대쪽 해가 떠야 할 리시리산 쪽은 어제보다 확실히 구름이 밀려났습니다.
근데 리시리산에 해가 가려서 일출이 보이지는 않네요...여기 일출 시간은 아무래도 항구가 있는 섬의 동쪽 기준인가봅니다.
그렇게 추위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보니 드디어 섬의 왼쪽에서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섬에 내렸을 때는 구름이 가득해서 아무것도 못하나 걱정했는데 해가 지는 것과 뜨는 것 모두 성공적으로 봤으니 만족이네요.
그치만 여전히 섬의 동쪽은 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리시리섬은 아까 호텔이 있던 서쪽의 리시리초와 항구가 있는 동북쪽의 오시도마리 두 마을 말고는 마을이라 부를 만한 마을은 없는 편입니다.
그나마 항구가 있어서 레분과 왓카나이로 갈 수 있는 이쪽이 좀 더 섬의 중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규모죠.
리시리섬의 경제와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우미노에키 오시도마리입니다.
외부에서의 접근성은 당연히 항공편이 더 좋지만, 이곳의 주민이라면 육지로 이어질 수 있는 배편이 좀 더 와닿을 것입니다.
배는 왓카나이에서 이곳 리시리와 레분을 이어줍니다. 주변에 워낙 섬이 없다보니 배편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왓카나이에 가면 배를 타고 러시아 사할린도 갈 수 있지만요.
배를 타고 리시리를 떠납니다.
마지막에는 멀쩡한 모습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는 못했네요.
그치만 사실 홋카이도쪽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은 기분입니다. 반쪽이라도 맑은 하루를 보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
그렇게 한 50분 배를 타면 레분섬에 도착합니다.
하나의 거대한 화산섬인 리시리섬과 달리, 레분섬은 섬 전체가 낮은 구릉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질학적으로는 레분섬이 리시리섬보다 더 오래된 섬이라는 뜻이죠.
한국인이 그렇게 엄청 많이 올 것 같지 않은데 꽤 디테일하게 한국어로 환영 인사를 받았습니다.
일본 여행을 가면 정말 엄청 시골이라 한국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없을 것 같은 곳에 한국어 안내가 있는걸 보는게 제일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물론 구글 번역도 아닌 괴상한 번역을 쓴 것 같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이렇게 정상적인 한글을 보면 반가울 따름입니다.
레분항구에서 보이는 리시리섬
두 섬 다 왓카나이로 연결된 지역 공동체인데, 인구수는 미묘하게 레분섬보다 리시리섬이 더 많습니다.
레분섬이 구릉지대라지만 바닷가 대부분이 험준한 절벽이고 거리상으로도 리시리섬이 좀 더 왓카나이에 가깝기 때문이죠. 섬도 리시리섬이 좀 더 크구요.
레분섬의 숙소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유스호스텔입니다.
과거 청어잡이 건물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는 곳입니다.
유스호스텔 뒤의 험준한 화산지형이 압도적이기까지 합니다.
레분섬의 랜드마크인 모모이와. 멀리서 봐도 복숭아처럼 생긴 거대한 주상절리 바위입니다.
레분섬은 리시리섬처럼 큰 화산섬은 보이지 않는 대신 섬 대부분이 험준한 화산지형이고 곳곳에 주상절리가 펼쳐져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탁트인 동해바다
보통 북방 지대의 바다는 차가울 정도로 시커먼 짙은 색인데 여기는 마치 오키나와를 보는 듯한 투명하고 새파란 하늘색입니다.
사실 이 때 말고는 이런 바다색을 본 적이 없지만, 여기도 바다와 자연은 한없이 투명하고 깨끗한 곳입니다.
조금 멀리서 바라본 숙소입니다.
숙소 뒤에 어마어마한 해안 절벽이 펼쳐진 것을 볼 수 있죠.
리시리나 레분 모두 아무래도 농업을 하기 좋은 위도는 아니라 어업이 중심인데, 해안가가 대부분 이런 절벽이라 레분은 상대적으로 발전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아까 모모이와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층층이 쌓인 주상절리와, 마치 터질듯한 둥근 주상절리가 인상적입니다.
용암이 거품처럼 부풀어오르다가 식어버린 지형에서 생기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레분섬의 토속요리입니다.
저렇게 반건조한 청어나 대구 등 인근에서 잡히는 생선들을 반으로 가른 뒤 숯불에 올리고
그 위에 된장과 파를 올려 구워 먹는 요리입니다.
그리고 레분 역시 성게알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우니동을 안먹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5000엔이라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리시리나 레분에서 잡힌 성게로 만든 우니동을 다른 곳에서 먹으려면 순식간에 만엔은 된다고 하니 많이 먹어둬야죠
그 어떤 소스나 양념 없이 오직 우니와 밥, 그리고 와사비만 있는 세상에서 제일 간단하고 제일 맛있는 덮밥입니다.
생선을 된장 양념에 올려 숯불에 구워먹는다는 것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지만
가장 큰 특징은 요리사가 직접 살을 발라주는데 생선살을 긁어서 준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생선 껍질은 바닥에 늘러붙게 되고 뽀얀 생선살만 간장양념에 비벼져 먹을 수 있죠.
리시리와 레분이 성게 명소가 된 것은 바로 차고 맑은 바닷물 덕분인데
이런 바닷물은 다시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고, 이를 먹는 성게의 질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가리비도 특산물이라고 합니다. 즉 성게알이 유명하면 다시마와 가리비도 유명하다는 뜻이죠.
이 생선요리의 백미는 다 먹고 남은 생선껍질입니다.
숯불에 바싹 구워진 생선껍질은 그 바삭함이 일품입니다.
뼈가 남아있지만 숯불에 구워져 뼈까지 오독오독 씹어먹을 수 있죠.
레분섬은 트래킹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래서 섬의 트래킹 코스를 걷는 것이 이 섬의 가장 중요한 관광 요소입니다.
그 루트 중 섬의 남쪽 해안길을 걷는 루트를 가게 되면 해안가에 작은 학교가 보입니다.
학교 너머로는 완전히 구름 속에 가려진 리시리섬도 보이네요.
이 학교는 예전에 실제 학교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폐교된 학교인데
일본에서 히트친 영화 "북쪽의 카나리아"의 배경으로 사용된 건물이기도 합니다.
영화 자체는 재밌진 않은데 로케 배경이 너무 압도적으로 이쁩니다. 리시리섬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의 학교라니
지나가다 만난 고양이 두마리
레분섬의 하이킹 코스는 대량 이런 풍경입니다.
레분섬의 해안절벽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풍경입니다.
대신 이 높이까지 한참을 걸어올라와야 하지만, 그 힘든 코스를 오르면 너무나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로 된 안전 지지대들도 세월과 해풍을 맞아 잔뜩 풍화되었습니다.
뒤쪽의 풍경은 대충 이렇습니다.
조릿대들이 언덕과 절벽을 가득 채우고 있죠.
대충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오르면 저 밑에 우리가 갔었던 유스호스텔도 보이고, 그 위로 모모이와도 보입니다.
저 멀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이곳과 마찬가지로 크게 높은 산 없이 구릉과 언덕, 평지가 펼쳐진 지형입니다.
해안가쪽은 가파른 절벽이지만 내륙쪽은 평탄한 지대가 연속되어 있죠.
저 멀리는 고양이 바위가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보이시나요?
여기는 모모이와의 뒷편입니다.
앞쪽에서 봤을 때와 달리 뒤에서 보면 훨씬 큰 거대한 바위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저 사이에 있는 계곡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폐쇄되엇습니다.
계곡이란 이유로 오르내리기에는 상당히 가파르거든요.
그렇게 하이킹을 마치고 다시 항구가 있는 동쪽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섬 한바퀴를 돌 수 있는 리시리섬과 달리, 레분섬은 위에서 본 것 처럼 가파른 절벽이 많기 때문에 섬의 대부분은 이곳 동쪽 항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동쪽에 해안가를 따라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북쪽까지 간간히 마을이 있는 정도지만 이 마을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죠.
섬의 서쪽, 그러니까 우리가 묵는 유스호스텔을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바로 이 터널입니다.
원래 좀 더 높은 곳에 더 작은 터널이 있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고 훨씬 긴 터널이 새로 뚤렸습니다.
문제는 인도가 없어서 이 터널을 도보로 가려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6시만 되도 대중교통이 끝나기 때문에 선택권은 없습니다.
그렇게 터널을 지나 다시 섬의 서쪽으로 왔더니 해가 지고 노을도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압도적인 장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서늘하고 창백한 풍경이 매력적이기까지 합니다.
점점 어두워지는 레분섬의 바다.
조금은 더 차분하고 침착한 레분의 밤입니다.
하지만 숙소의 밤은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숙소의 사람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종업원들이 다양한 레크레이션 활동을 하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냥 잠을 잘 사람은 숙소로 가서 자도 되지만, 남자들은 이 회장의 주변이 침실이라 편히 잘 수는 없겠죠.
사실 워낙 찾아오기 힘든 곳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레크레이션의 내용은 대부분 레분섬의 역사와 토산물, 트래킹 코스에 대한 소개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레분섬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연극을 하기도 하고 퀴즈쇼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숙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분위기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연령대와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함께 하는 분위기도 꽤 재밌었습니다.
물론 일본어는 거의 모르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라서 참여했지만, 제법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레분섬의 밤
건물은 밤에 보면 그 오래됨이 훨씬 강하게 와닫습니다.
그리고 정말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밤까지 시끄럽게 떠들다보니 게스트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쉽게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피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잠자기 힘들다는 것인데, 다시 생각해도 놀랍고 새로운 경험인 것 같네요.
제가 이번 여행에서 무지개를 참 많이 봤다고 했죠.
바로 다음날 아침 건물 밖을 나가자마자 펼쳐진 무지개입니다.
마치 구름을 반으로 가르듯 멋진 위치에서 보이는 무지개였습니다.
전날의 비는 그치지 않고 아침에도 계속 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이곳은 아침 점호(?!)가 끝나고 모두가 건물 청소를 하는데, 비가 와서 어딜 나갈 수 없다보니 다음 배 시간까지 여기에 갇혀있게 되었죠.
아무튼 배 시간이 가까워져서 다시 레분 항구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해무 속으로 리시리섬이 다시 보입니다. 이번에는 구름 없이 섬의 모습이 다 보이지만 안개때문에 뿌옇네요...
드디어 왓카나이행 배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항구에서 유스호스텔의 직원 분들이 나와서 큰 소리로 작별인사를 해줍니다.
반나절, 좀 더 따지면 하룻밤 같이 지냈던 사람이지만, 정말 유쾌하고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최선을 다해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기억에 남게 됩니다.
날씨도 썩 좋지 않고, 이래저래 시간이나 경로, 일정을 못맞춰서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이분들 덕분에 레분섬의 여행은 좋은 추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2시간 배를 타니 일본 최북단 마을 왓카나이에 도착합니다.
일본 최북단 최대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최대란 단어를 쓰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작은 어촌입니다.
그나마 러시아로 가는 국제항로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왓카나이의 의미라고 할까요?
그래도 왓카나이항구는 나름 "국제항"이기 때문에 여권수속을 할 수도 있고 항구의 규모도 도시 규모에 비하면 꽤 큰 편입니다.
그치만 사할린이 엄청 메이저한 관광지는 아닌지라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냥 국제항구인 것에 의의를 둬야겠죠.
너무 우니동만 먹은거같아서(?) 그래도 홋카이도에 왔으니 해산물 덮밥을 먹어보기로 합니다.
사실 왓카나이를 지나가면 가게 5개중에 3개는 해산물 덮밥집이기는 합니다. 나머지 중 1개는 초밥집이구요.
그치만 그중에서도 가장 재밌고 가장 유명한 해산물집을 가보려 합니다.
정말 놀라운 가격이지만, 해산물의 퀄리티와 들어가는 우니의 양을 생각하면 의외로 저렴해보이는 가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주변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가격도 대단한 구성도 아니지만 이 가게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종이들
각 종이는 여기 온 손님들이 그린 그림들입니다.
보통 이런건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이 왔을 때 싸인같은 것을 거는게 보통이지만, 이곳에 오면 여기서 밥을 먹은 모든 사람들이 유명인입니다.
음식은 홋카이도 답게 모든 생선들이 신선하고 싱싱합니다.
흔히 밖에서 먹는 카이센동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오히려 밥과 먹기 좋은 구성으로 알차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니동을 먹어주는게 예의지만 며칠동안 너무 많이 먹어서... 싸고 간단한 기본 구성으로 먹어봤습니다.
식당 근처에는 노삿푸 곶이 있는데, 거기에 노삿푸 한류 수족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왓카나이는 동해 북부와 오호츠크해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난류가 많은 일본 대부분의 바다와 달리 한류의 차가운 바다 생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한류 수족관은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가보기 힘든 수족관이라 왠지 들러보고 싶었습니다.
차가운 바다답게 추운 곳의 대명사 펭귄과 물개도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족관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수족관의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한류 수족관이라는 유니크함을 찾기에는 왓카나이는 솔직히 너무 먼 곳이기 때문이죠.
수족관 내부도 일본의 다른 거대한 아쿠아리움과 달리 그냥 동네 조촐한 전시장? 같은 느낌입니다.
시설 대다수가 낡고 보수가 되지 않았으며, 수족관 크기도 매우 작고 아담하고 동선과 구성도 조악하다는 말을 써도 될 정도입니다.
그치만 수족관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회전 수조에서는 확실히 한류에 어울리는 우락부락하고 무섭게 생긴 한류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규모가 큰 대도시의 수족관들은 왠만하면 한류관을 마련해서 북구권 물고기들도 전시하고 있지만
단순히 한류 어종을 한정으로 한다면 확실히 가본 수족관주엥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퀄리티는 좀 애매할 수는 있어도요.
그리고 이곳은 이 지역 어린이들의 과학 교육을 하는 전시관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그래도 홋카이도 북부의 중심도시다보니 영화관도 있고 교육 과학관도 있고 이래저래 문화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류 수족관 근처에는 노삿푸 곶이 위치합니다.
소야만을 포크처럼 둘러싼 두 곶 중 하나인데, 일본 최북단인 소야곶과 달리 이곳은 딱히 최북단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좀 더 왓카나이 시내에 가깝습니다.
맑은 날에는 여기서 리시리섬도 볼 수 있지만 날씨가 흐리다보니 딱히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맑은 날씨는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구름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맑은 날은 보기 힘들지만, 변화무쌍하고 칙칙하고 저채도의 거대한 날씨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북구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소야만 정 반대편에 있는 소야곶. 그야말로 확고부동한 일본 최북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북단 땅이다보니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습니다.
일본 최남/최동단은 영토라고 부르기도 애매한데다가 일반인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고, 최서단 역시 오키나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다보니
일반인이 가장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최극단 땅은 이곳 소야곳이라고 힐 수 있습니다.
실제 최북단은 소야곶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나가면 나오는 섬이지만, 그곳은 무인도다보니 그냥 여기를 최북단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소야곶 남쪽에는 너른 구릉이 펼쳐져있는데, 거기에는 다양한 조각물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과거 소련에 의해 격추된 대항항공 피해자를 추모하는 조각상도 있습니다.
소야곶 주변은 광활한 구릉 언덕들의 연속입니다.
원래는 숲이 우거진 곳이었지만, 한번 큰 불이 나서 나무들이 사라졌고, 그 이후에는 대부분의 땅이 목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과거 빙하의 흔적이 남아 패인 지형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은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다보니 풍력 발전기가 잔뜩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람때문에 나무도 크게 자라기 힘들고, 자라는 식물들도 목장에서 키우는 목초지 외에는 조릿대가 대부분입니다.
하루에 무지개를 두번이나 보는 정말 신비한 날입니다!
게다가 정말 희미하지만 저 멀리에 사할린 땅이 보입니다.
사실 언젠가는 왓카나이를 거쳐 사할린을 가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제는 러시아는 고사하고 일본조차 갈 수 있다는 기약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요.
이곳 왓카나이 구릉지대의 상징 중 하나인 새하얀 길입니다.
물론 이게 자동차 전용 도로는 아니고, 구릉지대의 목초지와 농장에 이용되는 농업용 도로입니다.
목초지 사이로 바다를 향해 쭉 이어진 흰색 길은 정말 이국적인 느낌입니다.
이 흰색 길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재료에 있습니다. 바로 조개이기 때문이죠.
홋카이도 북부에서 자갈이나 모래 등을 공수하기가 힘들고, 본섬에서 이곳까지 가져오기엔 운송비가 너무 비쌉니다.
그렇다고 일반 농작로를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깔기엔 비용이 너무 높죠. 그래서 이 주변에서 많이 나는 조개의 껍질을 부셔서 길로 만든 것입니다.
조개도 결국 석회이기 때문에 시멘트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불필요한 조개 껍질도 처리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죠.
왓카나이 공원에서 바라본 왓카나이 전경입니다.
대충 100m 정도의 낮은 언덕이지만, 왓카나이시가 워낙 작고 높은 건물도 없어서 저 멀리 소야곶까지 아주 잘 보입니다.
아까보다 확실히 날씨가 많이 개였네요. 이러면 오늘의 목표인 제대로 된 석양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 왓카나이 공원의 랜드마크로는 빙설의 문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은 2차대전 패전 후 사할린에서 남하하는 소련군을 보고 왓카나이 시민들에게 대피신호를 보낸 6명의 여성들을 기리는 조각상입니다.
그럼 왓카나이를 떠나기 전에 왓카나이의 명물 요리를 먹고 가봐야 합니다.
바로 왓카나이의 명물 문어 샤브입니다.
냉동시킨 문어를 매우 얇게 썰어서 샤브를 해먹는 요리죠.
살짝 익힌 문어를 참깨장에 찍어먹는 요리인데, 거의 맹물에 가까운 육수에 찍어먹는데 문어 자체가 짭잘해서 금방 간이 맞습니다.
참고로 홋카이도에서 문어와 연어는 냉동으로 먹는 것이 전통 방식이라고 합니다.
냉동으로 바싹 얼리면 내부의 기생충이 다 죽고 육질도 더 부드러워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곳의 특선 메뉴인 왕초밥
거대한 밥 위에 초밥 생선이 조금씩 올려져 있습니다.
말이 초밥이지 그냥 회덮밥이긴 한데 그 비주얼과 발상이 재밌습니다.
초밥 자체의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샤브샤브와 같이 먹는 쌀밥으로 아주 유용합니다.
그리고 샤브샤브를 다 먹으면 면을 넣어 먹는게 국룰이죠.
처음엔 싱거운 국물이었지만 짭잘한 문어를 여러번 넣었다 빼면 순식간에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풍부하고 면을 넣어도 간이 적절하게 들어갑니다.
칼국수 면도 넣어보고 라면도 넣어보고 야채도 좀 더 넣어봅니다. 홋카이도의 밤은 금방 추워지기 때무에 따뜻하고 든든하게 먹어야 하죠.
그 다음에는 왓카나이에서 서쪽 해안길을 따라 쭉 내려갑니다.
이곳은 일본 최고의 라이딩 코스로 손꼽히는 곳으로, 일본에서 가장 긴 직선 도로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동쪽으로는 샤로베츠 늪지대가, 서쪽으로는 동해 바다가 펼쳐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죠.
그리고 계산대로 석양이 지고 있습니다.
해가 지는 서쪽을 옆에 두고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신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슬슬 정말로 해가 질 참이라 근처 마을 항구에 내려서 해가 지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합니다.
확실히 어제나 엇그제와는 전혀 다른 새빨갛게 물든 하늘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해가 지는 모습입니다.
물론 저 멀리 정말 조금씩 구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평선 가까이에서 사라지는 해를 보는 것은 언제 봐도 짜릿한 경험이죠.
그리고 해안가에는 노루 가족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물론 운전하는 입장에선 언제 튀어나올 지 모르는 길 위의 사고뭉치지만, 같이 해가 지는 풍경을 보는 지금은 친구가 될 수 있겠죠?
그렇게 해가 진 뒤에 밤새 달려서 묵은 곳은 루모이입니다.
홋카이도 동북부의 중심지이긴 한데 삿포로나 아사히카와와 워낙 가까워서 그냥 좀 큰 항구도시일 뿐이긴 합니다.
그치만 왓카나이에서 삿포로 사이에 있는 해안가에서 "숙소"를 찾으면 정말 이 동네밖에 없습니다.
이런 동네들은 다 과거 청어잡이로 잠깐 흥하고 이제 점점 쇠퇴하는 동네들이라 점점 더 어려워지고만 있죠.
이 여행에서 무려 네번째로 보는 무지개
그리고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무지개보다 또렷하고 무려 쌍무지개입니다.
삿포로로 가는 길도 정말 맑습니다.
정말 숙소를 위해 잠깐 들린 루모이인데 뭔가 정감이 가고 재밌을 것 같은 동네였습니다.
다시 돌아올 기약은 없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삿포로에 도착해 들른 곳은 삿포로 인근에서 유명한 공원인 모에레누마 공원입니다.
매립지를 재정비해서 만든 공원으로 서울의 난지공원과 비슷한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이사무 노구치가 디자인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 공원의 랜드마크인 모에레야마입니다.
50미터 정도의 인공언덕으로, 둘레를 둥글게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오르면 공원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직선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공원들이 인상적이죠.
직선과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철학이 잘 보이는 설계입니다.
그리고 이 공원의 건축사를 볼 수 있는 유리의 피라미드입니다.
아까의 오모레야마와 함께 이 공원을 상징하는 두 장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피라미드의 내부입니다. 철근과 유리로 이뤄진 대단히 멋있는 건물이지만
한여름에 오면 아무리 홋카이도라도 말 그대로 온실이라 찜통이 되어버립니다.
멋진 디자인과는 별개로 오래 있을 수는 없는 건물이군요
이제 슬슬 여행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왓카나이에서 출발해 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운전의 끝은 마코마나이타키노 영원
공원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공동묘지이고, 특히 이곳에 위치한 불상이 유명한 곳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불상의 독특한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불상의 입구에는 앏은 웅덩이가 있어서 물 위로 하늘이 반사되고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무리된 직선이 강한 건물 디자인만 봐도 알 수 있듯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날씨도 맑아서 물에 반사된 하늘이 유난히 푸르르고 눈부시기까지 합니다.
인상적인 콘크리트 터널 너머에는 불상이 보입니다.
안도타다오의 작품 치고는 꽤 곡선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그조차도 대단히 선이 강조되고 입장객으로 하여금 불상에 대한 위엄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밖에서는 불상의 얼굴 반만 보이지만, 터널 안을 지나면 불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상을 마치 날개처럼 감싸는 돔형 구조물때문에 불상에서 느끼는 위압감이 훨씬 거대해집니다.
전체적인 구조가 부처를 강조하기 위한 구조라고 했는데, 이 터널을 한바퀴 돌면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 토마무에서의 물의 교회도 그렇고 정말 천재적인 건축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근처에는 요즘 홋카이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라벤더와 함께 의미불명의 모아이상(?)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진짜는 아니고 짝퉁입니다만, 공동묘지에 왜 모아이일까요??
드디어 4박5일의 정말 짧은 홋카이도 여행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맑은 하늘 덕분에 비행기 위에서도 홋카이도의 지형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호수는 홋카이도 유명 온천 관광지인 노보리베츠에 위치한 굿타라 호수입니다.
거의 원에 가까운 형태로 유명한 호수이기도 하죠. 그리고 저 밑에는 무로란시의 무로란 반도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무로란 반도를 관통하는 하쿠쵸 대교도 보입니다.
그리고 지큐미사키도 보이고요.
홋카이도 남쪽을 크게 감싸고 있는 우치우라만이 한눈에 보입니다.
남쪽의 고마카다케산과 하코다테와 삿포로를 잇는 야쿠모도 보이고, 저 바다 건너편으로는 오쿠시리섬도 얼핏 보이기까지 합니다.
구름만 없었으면 도야호와 요테이산도 보였을텐데 아쉽네요.
그리고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로 기차를 타고 가면 지나가게 되는 오누마 호수도 보입니다.
하코다테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는데 하필 비행기가 하코다테 바로 위로 날라가는 바람에 하코다테를 볼 수는 없었네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충주시도 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고향이 충주라 종종 가는데 그때 그 길을 위에서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요.
그리고 제가 사는 수원시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 망포 아파트단지와 중앙에 삼성전자 본사. 그리고 건너편에 광교도 보이고 근처에 제가 사는 집도 있네요.
아무튼 제 마지막 일본 여행이었던 홋카이도 여행기였습니다.
단순히 외국여행이라 그리운게 아니라, 이 때 했던 경험과 본 풍경들이 너무나도 근사하고 독특해서 유난히 아직까지도 추억에 잠기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만 해도 러시아나 태국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여행을 꿈꾸고(다 갈 수 있다는건 아니고) 있었는데 뭐...
하지만 어떻게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열심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두가 참여해야겠죠??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여러분들도 여행 사진을 보고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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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리시리, 레분섬은 아직 못가봤지만 나머지는 다 가본 지역들이라서 다시 보니 그립네요. ㅠ 두 섬은 언젠가 트레킹 여행으로 찾아가보고 싶었는데 사진 보니 멋지군요. 왓카나이부터 삿포로까지 이어진 오래 달리면 지루한 오로론 라인을 따라 숙박 한번만 하고 300 Km 이상을 달리다니 대단하시네요. 마코마나이 타키노레이엔에 있는 것은 모아이상이 아니라 33체 모아이 지장보살이라고 이름 지어졌더군요. 자기네들이 그렇다니까 그 외에 비너스상이나 미니어쳐 금각사가 있어도 문제 없나봅니다..; 그래도 부처상을 마주쳤을 때의 웅장한 느낌은 정말 대단했었어요. 그리고 일본의 섬이 유인도만 계산하면 적은 편이지만 섬같지 않은 무인도까지 모조리 포함하면 6,852개(본토 5곳과 자기땅이라고 주장하는 타국 섬 포함)라고 나오네요. 홋카이도같은 경우는 출입금지인 야생마 천국의 무인도, 유루리 섬(ユルリ島)도 있죠. 또한 해당화는 하나나스가 아니라 하마나스입니다.
(IP보기클릭)125.180.***.***
2016년 결혼 직전에 총각으로서의 마지막 자유여행으로 택했던 홋카이도 바이크여행....그 중 들렀던 곳이 왓카나이였는데 그때 들렀던 우니동 식당이 나와서 반갑네요^^ 저는 작성자님과 반대로 돌았습니다. 왓카나이까지 북상을 하는 식이었지요, 홋카이도를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았습니다. 저는 자유여행할 때 아무 정보를 가지고 가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만나는 인연들에서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북상하는 오로론 라인에서 만났던 BMW아저씨 3인방과 함께 4명이서 라이딩하는 게 어찌나 즐거웠던지~ 와카나이 거의 이르러서 소야곶 근처 구릉지대를 아저씨들이 여기 명소라면서 쭉 보여주는데 진짜 세상에 그런 풍경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네요. 왓카나이 돌면서 이것저것 구경한 후 우니동식당(사진에 나온 그곳) 에서 든든히 먹고 시레토코를 향해 동남진하면서 헤어졌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네요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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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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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리시리, 레분섬은 아직 못가봤지만 나머지는 다 가본 지역들이라서 다시 보니 그립네요. ㅠ 두 섬은 언젠가 트레킹 여행으로 찾아가보고 싶었는데 사진 보니 멋지군요. 왓카나이부터 삿포로까지 이어진 오래 달리면 지루한 오로론 라인을 따라 숙박 한번만 하고 300 Km 이상을 달리다니 대단하시네요. 마코마나이 타키노레이엔에 있는 것은 모아이상이 아니라 33체 모아이 지장보살이라고 이름 지어졌더군요. 자기네들이 그렇다니까 그 외에 비너스상이나 미니어쳐 금각사가 있어도 문제 없나봅니다..; 그래도 부처상을 마주쳤을 때의 웅장한 느낌은 정말 대단했었어요. 그리고 일본의 섬이 유인도만 계산하면 적은 편이지만 섬같지 않은 무인도까지 모조리 포함하면 6,852개(본토 5곳과 자기땅이라고 주장하는 타국 섬 포함)라고 나오네요. 홋카이도같은 경우는 출입금지인 야생마 천국의 무인도, 유루리 섬(ユルリ島)도 있죠. 또한 해당화는 하나나스가 아니라 하마나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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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하마나스 ㅋㅋㅋ 하나나스는 좀 파인애플스럽네요 그러고보니 ㅋㅋㅋ 저랑 같은 곳을 가신 분을 보니까 너무 반갑네요 ㅜㅜ 정보들도 너무 감사합니다 ㅎㅎ | 20.09.13 19: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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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5곳은 어떤게 있나요? | 20.09.30 14: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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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ker님 여행기보는낙이있었는데 이시국에 여러모로아쉽네요 댓글이라도 반갑습니다 | 20.09.30 14: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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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서는 오래전에 다녀왔던 여행기를 아직도 올리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가 잘 풀려서 언젠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입니다. | 20.09.30 2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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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만 안정되면 꼭 가시는걸 추천할게요!!! | 20.09.13 19: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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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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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름에도 전혀 덥지 않고 조금만 날이 꺾이면 엄청 춥습니다... 긴팔만 입고 다녔어요 ㅜㅜ | 20.10.01 00: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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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는 아니고 옆이지만 왓카나이에서 한발 더 가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ㅎㅎ | 20.10.01 00: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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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좋을 곳 같더라구요... 바람이 정말 많이 붑니다 ㅜㅜ | 20.10.01 00: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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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결혼 직전에 총각으로서의 마지막 자유여행으로 택했던 홋카이도 바이크여행....그 중 들렀던 곳이 왓카나이였는데 그때 들렀던 우니동 식당이 나와서 반갑네요^^ 저는 작성자님과 반대로 돌았습니다. 왓카나이까지 북상을 하는 식이었지요, 홋카이도를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았습니다. 저는 자유여행할 때 아무 정보를 가지고 가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만나는 인연들에서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북상하는 오로론 라인에서 만났던 BMW아저씨 3인방과 함께 4명이서 라이딩하는 게 어찌나 즐거웠던지~ 와카나이 거의 이르러서 소야곶 근처 구릉지대를 아저씨들이 여기 명소라면서 쭉 보여주는데 진짜 세상에 그런 풍경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네요. 왓카나이 돌면서 이것저것 구경한 후 우니동식당(사진에 나온 그곳) 에서 든든히 먹고 시레토코를 향해 동남진하면서 헤어졌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네요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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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바이크 여행은 정말 로망이죠... 멋진 여행 하고 오셨군요 ㅜㅜ | 20.10.01 00: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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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마지막 일본 바이크여행이 될 줄은....ㅠㅠ | 20.10.01 00: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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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한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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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레토코도 왓카나이와는 다르지만 엄청난 대자연의 매력이 숨쉬는 곳이죠... 나중에 기회되면 꼭 가보세요! | 20.10.01 0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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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국내산이라도 사실 저같은 맛알못에게는 맛의 차이는 없겠죠 꼭 찾아서 먹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0.01 0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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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작년에 리시리를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뭔가 반가운 풍경들이 군데군데 보이네요+ㅁ+ 아직도 히메누마에서 봤던 은하수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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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여행 갔다가 밤하늘 보고 너무 원통했었네요 조금만 더 좋은 카메라 들고 갔으면 은하수도 볼 수 있었을텐데 폰카만 들고 가서... 정말 밤하늘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 20.10.01 01: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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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ㅅㄱ 불매운동 싫어서 일부러 분탕질 쳐서 이미지 깎아내리려는 패턴 꾸준하네 ㅋㅋ | 20.10.01 1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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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러면 게임 얘기로 역관광 당하는 경우 많아서 찌질하게 비추만 남김 ㅋㅋㅋ | 20.10.01 16: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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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그런 댓글 남겨서 불판 지폈으면서 양심 도꼬? | 20.10.01 16: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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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이미지 깎아내린다고 근첩질 고생한다 이기야 | 20.10.01 16: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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