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여행도 없고 모험이라고는 와우에서 아제로스만 뛰어 다녀본 놈인 저 인데 갑자기 이벤트가 하나 팝업 됩니다.
단톡방에 친구 한명이 추석연휴에 제주도 갈 사람? 이라고 파티원을 모집하더라구요.
당시 단톡방에 스케쥴이 가능하던 사람이 저뿐이었던지라 둘이서 제주도로 향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과 친구가 찍은 사진이 이리저리 섞여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금방 제주도에 도착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제주도를 난생 처음 온건 아닙니다. 수학여행 세번이 전부 다 제주도 였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친구들과 기억빼면 늘 가던 돼지고기 식당과 말뼈가루와 도깨비도로만 기억에 남았을뿐...
그래도 오자마자 야자수가 절 반기는걸 보니 제주도구나 싶더라구요.
미리 예약해둔 게스트 하우스에다 짐을 맡겨두고 바로 버스타고 나갑니다.
협재쪽에 위치한 식당의 런치 세트였습니다.
흑돼지와 게,딱새우, 전복이 들어간 된장국 그리고 전복내장으로 만든 비빔장과 돌솥밥.
제주도와서 먹는 첫끼가 너무 맘에 들더라구요. 그래 이게 제주의 맛이지, 문득 스쳐가는 수학여행의 흑돼지 불고기들...
그리고 맛도 맛인데 여기서 보는 경치가 이렇습니다.
가게 내부에서 유리창 너머로 찍은 겁니다. 전등이 비치네요.
이런 풍경에 한상 그득 차려놓으니 냠냠긋 개꿀맛
어쩜 하늘과 바다 색깔이 이런답니까. 군생활 내내 동해를 봤음에도 감탄 했습니다.
버스 기다리는 풍경도 예쁨
낮고 하얀 파도, 투명도 높은 바닷물이 어쩜이리 이쁘던지
너무 투명해서 오히려 플라스틱 같았습니다.
촉촉한 미역(?)
끼요오오옷
모래를 털고 다음장소로 향합니다.
협재식물원이라는 카페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아메리카노 마시긴 싫어서 시향을 해보고 차를 골랐어요,
사계절 컨셉의 차였는데 여름향을 선택했습니다.
모래시계로 우려내는 시간을 재고 얼음에 붓는 갬성
물론 여기도 야외 풍경이 좋습니다.
카페 자체도 이쁜데 찍은 사진이 없네요
그런데 다음에 가보려던 푸딩집이 문을 닫았음.....Aㅏ....
여기서 시간이 뜨는 바람에 갑자기 할게 없어졌습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가볼곳 없나 이리저리 찾다가 '정물오름' 이라는 곳의 일몰이 너무 이쁘길래
어느정도 시간도 맞겠다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안와요...택시도 없어요.....카카오 택시는 당연히 없고 제주 콜택시도 차가 다 나갔대요.
그래서 좀 멀리 있는 쏘카를 이용 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이용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하도 오랜만에 운전해서 입구를 못찾고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머나먼 곳으로 모험을 떠날뻔 했습니다.
시간만 넉넉 했다면 더 늦게 갔어도 좋아겠다 싶을만큼 일몰이 기가 맥혔습니다.
이럴때 아니면 이런 설정샷 언제 찍어보겠나요.
고마운 쏘카
이래서 인프라가 중한겁니다.
차타고 오면서 친구가 찍은 사진
주홍빛 바닷가 노을
발이 되어준 쏘카를 반납하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다음날 한라산을 가야하므로 등산에 코스에 대해 설명도 듣고 짐도 챙겨 놓아야 하니까요.
게스트 하우스에서 렌탈한 스틱과 등산화를 받고 다음날을 준비하며 잠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등산에 대해 딱히 개념도 없었고, 등산에 취미도 없는 놈입니다.
어릴때 갔던 지리산, 북한산에서 생긴 별로 즐겁지 않은 기억때문에 등산은 제게 썩 좋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박혀 있습니다.
'아니 저걸 왜 힘들게 올라가지...?' 언제나 이런 생각 뿐이거든요.
그런데 뭐 평소 운동도 조금씩 했고, 체력은 딱히 나쁘다고 생각 안하고
이때 아니면 한라산 올 일 언제 있겠나 싶어서 아침일찍 관음사 코스로 향합니다.
초입이야 뭐 할만 했죠
사실 이제부터는 사진찍을 생각도 잘 안들었습니다.
다리에 쥐는 나고 같이간 친구랑 격차는 벌어져서 따라잡지도 못하고 진짜 욕 나오게 힘들었거든요
저의 체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서 하체 근육 사용법에 대해서두요.
좀만 다리 비틀면 바로 종아리 경직되고 아주 개난리부르스였습니다.
등산도 안하던 놈이라 물은 엄청 마시고 과일도 막 옆사람한테 얻어먹고
같이 올라온 친구와의 격차는 따라 잡을수도 없어서 사실상 나홀로 등산이었는데
이걸 다시 내려갈수도 없지, 다리는 안움직이지 '아니 쒸바 이거 지금 나만 힘든거야?' 싶을 만큼 다른 사람들은 쌩쌩 올라가고
'하체운동좀 할걸 귀찮아도 할걸ㅠㅠㅠ'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다가 경치한번 보면 좋은 핑계거리가 됩니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멈춘게 아니라 경치에 감탄한거다'
게스트 하우스 에서 사전 설명 들을때 주인장님이 해준 말인데 진짜 그대로 느꼈습니다.
이건 아마 친구가 찍은거
까마귀가 엄청 많습니다. 친구가 찍은건 두마리 뿐인데 많은 곳을 제가 미처 못찍었네요.
사진 한번 찍고 친구와 격차는 다시 벌어지고...반복
이 다리 앞에 약수가 나옵니다.
그자리에서 1리터 마심....
물병 든든하게 채우고 갔더랬죠.
한라산 올때는 그까짓거 높으면 얼마나 높겠냐 호기롭게 시작했던 저의 표정은 올라갈수록 점점 일그러져 갑니다.
얼마나 안좋았으면 하산하는 사람들마다 절 보며 '다 왔어요~' 하며 격려를;;
내 앞에 가던 사람들한테는 안해주던데 말입니다.
다 왔다는 등산인들의 흔한 거짓말을 들으며 결국 정상에 도착 합니다.
와....
WA......
물....
물 보세요 여러분....
미쳤네요, 말이 안되는 풍경입니다.
그동안 올라오면서 본게 백록담의 뒤통수였다는 사실을 지금 깨닫게 됩니다.
구름은 없고 물은 60%정도 차있습니다.
백록담은 내려갈수 없는 곳인데, 카메라를 길게 뻗어서 찍으니 밑바닥이 보일만큼 물이 투명합니다.
올라오면서 여기를 다시는 안오겠구나 라고 되뇌이던 생각은 싹 사라지고
'이정도 풍경이라면 고생할만 한데?' 라고 등산길이 미화되어 버립니다.
국립공원이고 입산, 하산 시간도 정해져 있으며 야영은 당연히 안되는 곳인지라 등산시간 지키는건 필수인데
저처럼 다리 멈추고 하염없이 쉬면서 올라가도 어떻게든 시간 맞춰 올라가지더라구요.
그리고 여전한 생각인데, 지리산 천왕봉 올라가는거 보다는 나았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챙겨준 주먹밥 냠냠긋
백록담 비석은 인증샷 퀘스트 완료하기에 훌륭한 장소 입니다.
그래서 줄이 엄청 깁니다....
와우 클래식 퀘스트 기다리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도 하나 찍습니다ㅎㅎㅎㅎㅎ
이제 하산합니다.
올라올땐 관음사 코스, 내려갈땐 성판악 코스
하산길에선 근육이 제대로 조립이 된건지 펄펄 뛰댕겼습니다.
하산중에 만난 노루
노루차캐요
등산내내 생각나던 스프라이트와 궁금해서 사본 한라봉쥬스
사실상 따로 올라갔지만(...) 인증서는 친구와 같이 받고
돌아온 게스트 하우스가 진짜 집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담날 스벅에서 멍 좀 때리다가
경치가 좋은 곳에서 해산물 빠에야 먹었습니다.
같이 꼽혀나온 '지금 제주' 깃발을 친구가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잘 찍더라구요
저는 갬성을 잘 몰라서 아재처럼 찍고 다녔음
하도 친구 사진을 못찍어주니까 나중엔 찍어달라고 안하드라구요....
친구 사진
레포츠 랜드에서 카트도 타봤습니다.
진짜 대 존잼이었어요. 시간도 15분으로 넉넉하게 태워줍니다.
차체는 가벼운데 핸들은 뻑뻑해서 코너 돌때 홰까닥 꺾이는게 신남 ㅋㅋㅋ
카트 탈때 휴대폰 들고 못타는데 들고타게 했다가는 손들고 사진찍는다고 사고 날거 같더라구요
썬베드가 있던 카페
저기서 세상 편하게 누워서 커피를 쪼옵쪼옵 마시고 있자니
정말 시간이 안갔으면 싶었습니다.
어딜 찍어도 예쁜 함덕
플리마켓에서 만난 멍멍이
콧잔등에 백사장 모래 뭍히고 다님
동문시장에서 만난 인형인줄 알았는데 진짜 자고있던 고양이
성격도 좋다....
저녁은 고등어, 우럭, 광어, 갈치 회였습니다.
사진을 못찍었는데 전복 게우볶음밥도 하나 먹었네요.
기념품 사러갔다가 보게된 분수쇼
나름 스토리를 두고 성우들의 열연이 나오는데 분수랑 매치가 잘 되는지는 잘 모르겠....
늦은밤이 되어서 게하로 복귀 합니다.
제주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제주 공항에서 난다 고래
월요일 아침 서울로 도착합니다.
출근해야 하는 제 기분을 대변하듯 풍경도 빡빡 하네요
출근하자마자 바꾼 백록담 배경화면(직찍)
퇴근후 헬스장에 가니 평소 눈길도 안줬던 운동기구가 다르게 보입니다.
좀 했는데 제가 발목이 약해서 오래는 못하겠더라구요....ㅠㅠㅠ
살면서 여행을 안가봤던 저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해준 3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남들처럼 휴가도 없고 공휴일도 없던 직종이었고 취준 기간도 길어 돈도 없던 날이 대부분 이었긴 했으니
당장의 만족을 주는 물건들 위주로 소비생활을 했던거긴 합니다만,
돈으로 물건을 사는것 보다는 경험을 사는게 맞는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했습니다.
한라산은 꼭 다시 갈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 회사는 정말 오래 다니고 싶네요.
회사 근처에서 보이는 남산 타워로 마무리 합니다.
글이 긴데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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