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건프라 관련 글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 이게 제가 이곳에 쓰는 마지막 프라모델 글이 될 것 같네요. ㅎㅎ
왜인지는 글 마지막에..ㅎㅎ
2022년 11월에 하이뉴 RG 킷을 구매합니다.
2~3년 주기로 PG 킷을 하나씩 풀도색으로 만들곤 했는데 그 과정이 매번 만들 때 마다 재미있으면서도 부담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해서 다음엔 RG나 MG를 만들자 하던 차에 RG 하이뉴가 맘에 들게 나와서 흘깃거리던 중에 재묘묘 컨버전 킷을 봐버렸습니다.
레진 킷을 한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저는 뒤에 벌어질 일은 생각도 못하고 홀린듯 재묘묘 킷을 구매합니다.
일단은 예의상 오리지널 킷을 한번 조립해 줍니다.
역시 잘 나왔고 크기만 작지 MG와 PG 그 사이 어딘가인 것 같은 디테일에 많이 놀랐습니다.
며칠 후 재묘묘 킷을 받습니다.
이 때부터 뭔가 잘못됨을 감지합니다.
그나마 재묘묘가 퀄리티가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 킷이라고 했고, 정확한 용어가 기억이 안나는데.. 레진 킷을 복재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그런 재탕? 레진이 아니라서 그런지 실제로 기포도 딱 2개밖에 없고 누락된 것도 없어서 거기까지는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작업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ㅎㅎ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 가공할 부분이 정말 많았고 레진 정리에만 2주정도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가공을 끝내고 먹선 넣어보며 라인 확인도 하고 여기까지는 그래도 버틸만 했고..
겨울이기도 했고 스프레이 냄새의 압박에서 벗어나 보고자 아크릴 도색을 처음 도전하면서 정말 여러가지 반복적인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아크릴용? 검은색 프라이머 2회 > 흰색 프라이머 4~5회를 거쳐 겨우 흰색 바탕을 만들어 놓고 구상해둔 컬러로 1호붓을 들고 나름 열심히 해봤는데.. 역시 제 부족한 실력으로 아크릴 붓도색은 무리였습니다.
위 사진 속 헤드 하나 겨우 해놓고 보니 어느새 2023년 5월입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렇게 이 킷은 2024년 1월까지 장식장 안에 그대로 방치되게 됩니다.
...
그리고 올 해 1월을 맞이하여 방 대청소를 하던 와중 눈에 걸리는 이녀석..
처음 이 킷을 잡을 땐 해보지 않았던 킷 가공을 해보려고 다수의 패널라이너, 갓핸드 드릴, 프라판, 다양한 굵기의 사포 등등등 공구에만 30만원 정도 투자했는데 이걸 이렇게 버려두고 있다는걸 생각하니 여러모로 후회가 되더군요.
그런데도 이걸 멋드러지게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고 뭔가 숙제처럼 찜찜함만 남겨둔 상태로 7월이 되었고..
최소한 형태라도 완성시키자 라는 생각으로 회색 스프레이 서페이서 두캔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틈틈히 뿌려서..
킷 전체를 회색으로 덮어버렸습니다.
이 회색 덩어리들을 찹찹 붙여주어서..
이렇게 누군가에겐 중간과정인 상태로 완성을 시켜버렸습니다.
프라를 만들 때 마다 언젠가는 회색으로만 도색된 녀석을 한번 만들어보자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킷을 이렇게 마무리 한 것이 회색 키트로의 완성을 목표로 작업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끝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이 회색 덩어리를 감상하면서.. 정말 작은 면에 엄청난 정보량을 담고 있음에 감탄하기도 하고..
누군가 더 능력있고 열정있는 사람에게 갔더라면 훨씬 멋진 킷으로 완성될 수 있었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몇 년 전 부터 일과 남편/아빠로써의 역할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에 대한 욕구나 흥미가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건프라도 자주 만들지는 못해도 키트 하나 하나 작업할 때 마다 부담스럽거나 힘들지언정 그 이상의 만족감과 즐거움이 저에게 행복한 경험과 기억을 남겨주었는데 이 킷을 거의 2년을 끌고 오면서 이제 이것도 그만 해야겠다 싶은 마지막 작업이 되었습니다.
레고 창작도 정말 열심히 했었고 감사하게도 이곳에 레고 창작 글을 쓸 때 마다 거의 오른쪽에 갈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결과물로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많이 식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나마 게임은 1년에 3~4 타이틀 정도는 왠만한 도전과제는 다 파고들 정도로 깊게 즐기긴 하지만 사실 이것도 점점 심드렁해 지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려다가 올린 마지막 회색 키트 사진을 보니.. 회사원으로써, 가장으로써의 나를 제외하면 남는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게되면 뭔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요즘의 제 모습을 보는 것 만 같기도 하네요... ㅎㅎ
이상한 짧은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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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재미있게 즐겼던 취미여도 한동안 쉬어갈때가 오기도 하더군요. 아예 놔버리기보단 불현듯 생각날때 한번씩 해줘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생활 하실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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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프라 정말 좋아했는데, 아이생기고 취미 못하면서 스트레스였다가 최근에 육아에 전념했더니.. 다 귀찮아지더라구요. 발매정보나 작례 보는게 제일 재밌고 그 외에는 딱히 아무런 재미가 없네요. 이럴 때 쉬는 것 같아요. 또 언젠가 아이가 제 손에서 좀 멀어지면 다시 찾지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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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쉬어가도 괜찮아요. 인생은 빠른것같아도 생각보다 느릿할때도 있으니까요. 언젠가 Violettail님의 손끝에서 완성될 이 건담의 완성작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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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느 날 퇴근 길에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난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 아빠, 아내의 남편, 회사의 직원이었지만, 정작 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는 다 크면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아내는 그저 같이 늙어갈 것이고 회사에는 내 인생을 갈아 넣고 있지만 그 대가로 받은 월급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지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비록 지독하게 불안정한 삶이지만 최소한 시간이 지났을 때 '내 작품'은 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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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최선의 선택인지 아닌지 고민하시겠지만 지난 뒤에 문득 돌아봤을때 늘 최선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소년에서 남편으로 남편보다 아버지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던터라 현타도 오고 마음도 붕 뜨기도 하고 저 아래 심연으로 가라앉기도 하는 반복이었는데 내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과 일상은 다르게 흘러가는것 같더라구요. 가끔은 쉬자구요. 아무렴 어때요.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서툴게 부리는 여유부터 저는 조금씩 부려보려구요 쉽진 않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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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재미있게 즐겼던 취미여도 한동안 쉬어갈때가 오기도 하더군요. 아예 놔버리기보단 불현듯 생각날때 한번씩 해줘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생활 하실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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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될지 마지막이 될지 나중 일을 알 수는 없겠죠? ㅎㅎ 다만 지금의 이 감상이라면.. 아마 마지막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ㅎㅎ.. 씁쓸하기도 하고 헛헛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 | 24.08.11 23: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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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프라 정말 좋아했는데, 아이생기고 취미 못하면서 스트레스였다가 최근에 육아에 전념했더니.. 다 귀찮아지더라구요. 발매정보나 작례 보는게 제일 재밌고 그 외에는 딱히 아무런 재미가 없네요. 이럴 때 쉬는 것 같아요. 또 언젠가 아이가 제 손에서 좀 멀어지면 다시 찾지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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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이 둘 키우면서 저나 와이프나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아이들에게 쓰여지다보니 아이들이 어릴 땐 조금만 크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할 때가 있었고 조금씩 여유가 다시 생길 때 이것저것 해보던 시기도 분명 있긴 했지만 이젠 금전적인 부분은 별로여도 시간은 여유가 생겼는데도 뭔가 열정적으로 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ㅎㅎ 말씀대로 쉬어가는 시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이 심정? 으로는 나와 가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 그것을 평탄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할 시기가 도래하다 보니 취미는 언제 다시 마음편히 즐기고 싶은 욕구가 들게 될런지 기약이 없네요 ^^: | 24.08.11 2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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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쉬어가도 괜찮아요. 인생은 빠른것같아도 생각보다 느릿할때도 있으니까요. 언젠가 Violettail님의 손끝에서 완성될 이 건담의 완성작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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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일지 쉼이 될지 미래의 시간이 되어보면 알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후회만 없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 24.08.11 2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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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ttail
언제나 최선의 선택인지 아닌지 고민하시겠지만 지난 뒤에 문득 돌아봤을때 늘 최선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소년에서 남편으로 남편보다 아버지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던터라 현타도 오고 마음도 붕 뜨기도 하고 저 아래 심연으로 가라앉기도 하는 반복이었는데 내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과 일상은 다르게 흘러가는것 같더라구요. 가끔은 쉬자구요. 아무렴 어때요.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서툴게 부리는 여유부터 저는 조금씩 부려보려구요 쉽진 않겠지만요. :) | 24.08.11 23: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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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이걸 내가 계속 해도 되나 싶은 압박? 염려?가 점점 더 맘을 채우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 먼저 해야할 것이 많아지다보니 지금은 뭔가 하고싶은데 못한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이걸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상태인 것 같아요. ^^; | 24.08.11 23: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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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대로 수집에 대한 생각도 잠시잠깐 해보긴 했습니다. ㅎㅎ 근데 제가 뭔가 반골? 성향이 있는건지 뭔지.. 조금이든 많이든 타인의 것과는 다른 나만의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다보니 건프라도 레고도 뭔가 다른걸 자꾸 시도했던 것 같아서 멋드러진 메빌이나 초합금도 오오 하면서 보긴 하지만 막상 구매는 안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 | 24.08.11 2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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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ㅎㅎ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ㅎㅎ 이게 즐겁고 행복해야 취미로써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 24.08.11 2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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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뭘 사든 요리조리 탐구하고 사진도 수백장씩 찍어 기록도 남기고 열정적으로 들이붓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그렇게 못하는 내가 되었구나 싶은 지난 2년여 간의 시간이 이런 결론을 내리게 한 것 같습니다. ㅎㅎ 말씀대로 하든 말든 취미니까 제가 하고싶은 대로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ㅎㅎ | 24.08.11 23: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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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정말 맘 넓게 다 이해해 줘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인데 이제 제가 뭔가 식어버린 느낌이랄까요. ^^;; 금전적인, 시간적인 여유가 순수하게 취미라는 영역에 다시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생긴다면 그떈 혹시 또 모르죠!? 작례 하나 들고와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될 지도요 ^^: | 24.08.11 2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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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남자아이라서 그것도 나름의 로망 리스트?에 있긴 합니다 ㅎㅎ | 24.08.11 2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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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10여년 후 50 중반 즈음의 저를 그려보면, 그 때 제가 노년을 잘 준비해 두었다면 말씀대로 내가 과거에 행복하게 즐겼던 취미라는 것들을 다시 맞이할 여러 종류의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 24.08.11 23: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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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느 날 퇴근 길에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난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 아빠, 아내의 남편, 회사의 직원이었지만, 정작 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는 다 크면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아내는 그저 같이 늙어갈 것이고 회사에는 내 인생을 갈아 넣고 있지만 그 대가로 받은 월급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지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비록 지독하게 불안정한 삶이지만 최소한 시간이 지났을 때 '내 작품'은 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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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인생의 선배이실텐데 제가 느낀 감정과는 다소 다르겠지만, 그 열정마저 어딘가에 쏟아야 할 만큼 강렬하게 소중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이제 그것에서 졸업하시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 | 24.08.28 0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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