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즈음에 조립한 모데로이드 마독스의 사진을 이제야 업로드합니다. 그동안 일상이 바빠서 사진 정리하고 글 쓸 여유가 이제서야 좀 생겼네요.
색분할은 최신 모데로이드 킷 치고는 좀 부실한 편이지만 이거야 원래 원작의 마독스 자체가 색지정이 단순한 메카였으니 실제로 조립해 놓고 보면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부분이고, 또 조립성 자체도 최신 모데로이드 킷들이 다들 그렇듯 양호한 수준입니다. 다만 조립해 놓고 보니 고관절 고정 문제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긴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밑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완성해 놓고 나서 조금 아쉬운 점은 1/18 스케일이라는 애매한 스케일 때문에 사이즈 역시 참 애매하게 나와서 뭔가 많이 아쉽다는 것.
보통 갑옷이나 강화복 같은 걸 입은 사람을 입체화한 이런 종류의 프라모델이나 피규어에서 국제적 표준 스케일로 통하기에 피그마나 여러 메이커들의 걸프라에서 흔히 보이고 동양만이 아니라 서양 쪽 피규어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는 1/12 스케일(6인치=약 15cm 전후)이었다면 적당했을 거고, 굳이 작은 스케일로 내겠다면 (제품 크기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도 노리는 김에) 코토부키야 헥사기어에서 쓰고 있고 자동차 모형 쪽에서도 메이저한 스케일인 1/24 스케일(3인치=약 7.5cm 전후) 정도로 만들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묘하게 그 둘의 중간 정도의 스케일로 나와서 여러모로 애매해졌습니다. 적어도 프암걸 같은 걸프라와 같이 조합해 전시하기는 사이즈가 너무 작고, 그렇다고 헥사기어와 조합하자니 또 사이즈가 너무 크고...
물론 이 1/18 스케일 역시 자동차 모형 쪽에서는 메이저한 스케일이어서 1/24 스케일이나 1/20 스케일과 더불어 자주 볼 수 있는 스케일이긴 하고 또 워해머40k 관련 피규어로 유명한 조이토이 같은 회사들이 특히 애용하는 스케일이기도 하기에, 그쪽 계열의 프라모델이나 피규어와 같이 조합해서 전시하기에는 또 어울릴 것 같다 생각되긴 합니다. 아마도 굿스마일 역시 그걸 염두에 두었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 참고로 이 킷은 모데로이드답게 조립성 자체는 좋은 편이어서 조립 난이도가 낮은 킷이긴 하지만 조립할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관절 조립순서 문제. 설계상 결함이 있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조립 설명서에서 나온 조립순서대로 그대로 정직하게 조립하면 고관절 고정이 도통 안 됩니다.
이게 왜 그런 지 이유도 모르겠고 대처법이 뭔지도 몰랐었는데, 이야기 게시판에서 maniac0321님이 제보해주신 바에 따르면(https://bbs.ruliweb.com/family/232/board/300079/read/30671456 의 maniac0321님 덧글 참조) 조립 설명서에 기재된 조립순서를 무시하고 몸통에서 바로 다리를 끼우고 조립해야 고정성이 확보되는 구조이기에 그렇다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maniac0321님이 알려주신 정보를 토대로 이미 한 번 조립한 킷을 다시 분해해서 재조립을 하여 고관절 고정 문제를 비로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12.7mm 개틀링건과 25mm 개틀링건은 동시에 장비하는 게 불가능한 설계라는 것. 이건 마독스 원작 설정상 원래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백팩에서 12.7mm 개틀링건의 탄통과 25mm 개틀링건의 탄통이 장비되는 부위가 서로 동일한 부위이기 때문에 두 무장을 동시에 장비할 수가 없습니다.
구조상 오른팔 팔뚝에 12.7mm 개틀링건을 달려면 백팩에는 12.7mm 개틀링건용의 탄통 뚜껑 부품과 탄띠 부품을 달게 되고, 또 오른손에 25mm 개틀링건을 쥐어 주려면 역시 백팩에는 25mm 개틀링건용의 탄통 뚜껑 부품과 탄띠 부품을 달게 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로 두 무장의 동시 장비가 안 됩니다. 다만 오른팔 팔뚝에 대전차미사일을 달고서 동시에 오른손에 25mm 개틀링건을 쥐어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세 번째는 팔뚝 파츠. 이 킷의 팔뚝 파츠는 무장이 설치되지 않는 일반 팔뚝하고 무장이 설치되는 무장 탑재형 팔뚝의 두 종류가 부속됩니다. 근데 문제는 일반 팔뚝은 양쪽 팔 모두에 동시에 쓸 수 있도록 2개가 들어 있는 반면, 마독스의 특성상 오히려 그 일반 팔뚝보다도 더 중요한 무장 탑재형 팔뚝은 1개 밖에 안 들어 있어서 오른팔과 왼팔 중 어느 쪽의 팔뚝에게 무장을 설치할 것인가에 따라 거기에 맞춰 끼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오른팔에는 12.7mm 개틀링건을 달고 왼팔에는 대전차미사일을 다는 식의 편성으로 양쪽 팔의 팔뚝에 다 무장을 설치한 형태를 구현하려면 이 가격만 8만원이 넘어가는 비싼 킷을 두 세트나 주문해야 되더군요. 완성품도 아니고 프라모델 그것도 사이즈가 참 작은 킷에 16만원 넘게 쏟아부어야 하게 됩니다. 전 그걸 미처 몰라서 하나만 구입했기에 돈은 아꼈을 지언정 제가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모습으론 조립할 수 없게 되어 버려서 감성적으론 뭔가 통수 맞은 기분이었고...
네 번째는 손 파츠의 악력 부실로 인한 35mm 기관포의 장비 관련 문제. 이 무장은 손에 쥐어주는 무장인데... 문제는 이 킷의 손 구조가 무장을 확실히 쥐지 못하는 구조라 35mm 기관포의 그립을 제대로 잡질 못합니다.
그래서 포징을 하다 보면 수시로 35mm 기관포를 떨구는 현상이 벌어지므로 이 점은 좀 고려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 결국 다 포기하고 이 무장을 빼놓고서 전시하게 되었네요. (하는 김에 대전차미사일을 달아 놓은 무장 탑재형 팔뚝도 오른팔에서 왼팔로 옮기고... 마지막 3장의 사진은 그걸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