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이 되는 가이요도의 1/35 헬다이버는 89년에 발매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카이요도로 쓰지만, 당시에는 흔히 '가이요도'로 쓰였죠.
당시의 꼬꼬마들에게 '가이요도' 하면 '고급자용' 제품 같은 이미지도 있었던 것 같네요.
모형 잡지의 '가이요도' 제품 작례들이 하나같이 근사했던 탓도 있겠습니다.)
저도 90년대 초에 세미나의 잉그램을 사서 조립만 마치고 갖고 놀았던 기억은 나는데,
당시에는 이 소프트비닐 헬다이버를 본 기억은 없네요.
몇 해 전에 친구가 보관만 하고 있던 키트를 선물해 주어 인연이 생겼습니다.
설명서에서는 오리지널 작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적판 키트지만 세미나 제품들의 박스 작례는 나름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서 좋았네요.)
90년대 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입체물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때,
그 주력은 역시 반다이의 1/60 프라모델 시리즈(1/144 건프라 사이즈)였지만,
때마침 국내 업체들도 발매하기 시작한 소프트비닐 키트 덕에
더 큰 사이즈와 멋진 조형의 레이버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제일 상징적인 키트는 세미나의 1/24 제로가 아니었을까요?)
(원본인 가이요도의 1/24 제로는 재판이 된 것 같습니다. 크기만큼 가격도 아름다운 18000엔...)
당시. 아직 낯설었던 소프트비닐 키트 제작을 돕기 위해 동봉된 가이드북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 보니 필요한 얘기는 다 담겨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그때는 재료 이름부터 시작해서 '대체 뭔 소린지...' 싶었죠.)
패트레이버, 가이버, 사일런트 뫼비우스, 나디아 등이 보이네요.
당시의 라인업을 짐작케 합니다.
퐁퐁을 탄 물에 잘 삶아서 헹궈주고 물기를 뺐습니다.
(뭔가 요리 레시피 같기도 하고...)
설명서 대로 군살을 잘라내고 가조립해 세워 봅니다.
반다이의 1/60 헬다이버 역시 프레임도 있고 장비도 풍부한 좋은 킷이었지만,
1/35도 역동적인 포즈와 프로포션으로 소프트비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습니다.
같은 스케일인 MG 잉그램과 세워 봅니다. 포즈의 차이도 있겠지만 경찰 레이버 주제에
군용 레이버를 압도하는 떡대를 자랑하는군요. 패트레이버 MG 시리즈가 나왔을 때,
해외에서도 이 헬다이버의 제품화를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MG 시리즈가 불완전 연소로 끝나자 이 가이요도 1/35의 가치가 재조명 받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팔에 장착하는 레진제 고속 머신건이 들어 있는데 성형 상태가 너무 안 좋네요.
처음에는 총신만 프라봉으로 교체하면 될까 싶었는데 결국 다 포기하고,
21세기답게 로봇 프라모델용 별매 옵션 파츠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설정상 헬다이버에게 전용 개틀링포가 있긴 합니다.
A-10 선더볼트 II의 그것을 참고하여 디자인된 것 같네요(이름도 비슷).
제일 흡사하게 생긴 빌드 커스텀 파츠의 '자이언트 개틀링'을
골라 봤습니다.
소프트비닐 키트 입수가 점점 곤란해지니 이 나름 귀한 키트를 뭔가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LED 이식을 위해 일단 카메라 부분을 도려내 봤습니다.
본격적인 도색 작업에 들어가 봅니다.
원래 좀 올리브 그린 계열의 색을 구상했는데, 집 정리하다가
10년쯤 전에 사둔 녹색 군제 락카 캔스프레이를 발견했습니다.
도료 값을 아끼기 위해 일단 갖고 있는 색으로 칠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색이 너무 2차 대전 일본군의 제로ㅅ...
어차피 육상자위대 기체니 아무려면 어떠냐 하며 레드썬 하고 가기로 했는데,
다시 방을 정리하다가 원하던 색깔의 병 락카를 발견, 위에 덧뿌려줬습니다.
그렇게 기본 도색 완료!
그 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완성에 이르렀습니다.
아래부터는 완성 샷을.
사실 레이버에게는 눈이 빛나는 기믹이 거의 없죠.
다만 키트의 포즈 자체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이 너무 안 보이길래
궁여지책으로 푸른 LED를 심었습니다. 요즘은 납땜을 할 줄 몰라도
전구와 어댑터를 연결하고 어댑터에 USB 케이블로 전원을 연결하면
불을 켤 수 있는 LED 키트를 팔고 있어서 저 같은 곰손도 큰 고생 없이
목적을 이뤘네요.
빌드 커스텀 파츠 '자이언트 개틀링'은 조합의 수가 다양하고 사이즈도 큼지막해서,
1/100 건프라만 한 이 헬다이버에게도 맞춤형으로 제작한 듯한 개틀링포를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TV판 후반부에서 헬다이버는 이미 조금씩 구형 기체가
되어 가고 있어서 나구모 대장의 친구인 자위대의 후와 타마키 중위(2위)가
염려하는 대목도 나왔죠...
(TV판 이후의 시대에서는 결국 한니발에게 자리를 내준 것 같지만요...)
(여러분들이 의견을 주셔서 극장판 2편의 시대에도 헬다이버가 활약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다행이네요 ㅠㅜ)
그래서 이 헬다이버는, 퇴출되기 직전의 중화기용 시험기라는 콘셉트를 붙여 봤습니다.
극장판 1편의 인트로를 멋지게 장식하고 OVA나 TV판에서도 종종 활약을 보여준
기체에게 바치는 마지막 꽃다발 같은 느낌으로...
전체적으로 앞으로 숙인 포즈에 대형 개틀링포까지 달았으니 잘 서 있도록 만드느라 고생했습니다.
부랴부랴 발등 아래나 뒤꿈치 안에 에폭시 퍼티를 욱여넣어 겨우겨우 균형을 맞췄네요.
하반신 전체에 석고를 부으면 된다는데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ㅠㅜ
액상 재료를 다루는 데에 대한 쪼렙으로서의 본능적인 두려움 같은 것도 있고요(...)
부품 조합에 따라서는 이렇게 쇼트 개틀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무난하게 서있네요. 왼쪽 어깨의 개폐식 미사일 포드는 아이가
갖고 놀던 케로로 로보 시리즈에서, 주인 허락도 없이 빌려 왔습니다(...).
(쇼트 개틀링으로 하니 약간 우주해적 코브라 느낌도 나고...)
80년대 말~90년대 초에 <호비 저팬>에서 대대적으로 패트레이버 관련 연재가 있었고
단행본으로도 묶여져 나온 만큼 좋은 작례들이 많았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소프트비닐 키트 자체가 귀해진 시대에, 거기 수록되지 않았던 작례 하나를 더
남기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궁리를 더해 봤는데 부족한 완성도지만
나름의 만족감이 있습니다.
(추억의 책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년에 나올 굿스마일의 1/60 헬다이버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로써 제가 갖고 있던 소프트비닐 키트는 동이 났네요.
약간 90년대를 향해 작별 인사를 고한 듯한 시원섭섭한 기분입니다.
촬영 이후에는 컴퓨터의 USB 허브에 연결해서
LED를 껐다 켰다 하며 갖고 놀고 있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덤.
어릴 적, 제가 처음 샀던 <취미가>에 실려 있던 같은 시리즈의 '제로'입니다.
제품에 부속되지 않은 방패를, 반다이 키트 설명서에 나온 작은 설정도를 바탕으로
완전 자작하는 기사 내용을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나네요.
심지어 원래 제품의 포즈는 이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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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아이템입니다. 옛날에 세미나에서 카피한 1/24 소프비 제로를 만들면서, 1/60 반다이 인젝션 키트의 방패를 뻥튀기해서 프라판으로 만들어 달아줬던 기억이 나는군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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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 MG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헬다이버 네요. 세미나가 사업 시작하던 초창기 제품이니 저녀석 나이가 27, 8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프라산 뒤져보면 그때 소프비 두서너개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젠 가족들과 가장의 책무 라는 핑계로 프라 손대기도 힘든데 언제쯤 저녀석들에게 빛을 보여줄까 싶네요. 아재가 새벽에 일어나서 중고딩 시절 물건을 보니 이래저래 감수성만 예민해지는듯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빨리 키트들 만들어 올리고 싶네요. 멋진 추억과 작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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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레이버 진짜 재미있게 본 애니죠. 저번에 1/60 스케일 프라모델 재판할때 잉그램시리즈도 구매했지만 헬다이버도 2개 구매했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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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제 1/35 헬다이버라니 레어템이군요. 이번에 쓰리제로 잉그램이 정말 잘 나와서 동스케일의 다른 레이버들도 구해서 같이 놓고 싶은데 MG그리폰 외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매력적인 기체들 정말 많은데...모데로이드에서라도 다양하게 뽑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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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레이버 진짜 재미있게 본 애니죠. 저번에 1/60 스케일 프라모델 재판할때 잉그램시리즈도 구매했지만 헬다이버도 2개 구매했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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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프라모델 시리즈는 박스와 설명서 일러스트도 정말 멋졌죠. 친구 집에 가면 설명서를 방문에 포스터처럼 붙여 두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20.09.24 16: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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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 펼치면 박스아트로 만든 포스터가 되죠. 저도 시간되면 헬다이버 도색해봐야겠습니다. 멋진 작품 잘봤습니다. 애니 또 보고 싶어지네요. | 20.09.24 16: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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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제 1/35 헬다이버라니 레어템이군요. 이번에 쓰리제로 잉그램이 정말 잘 나와서 동스케일의 다른 레이버들도 구해서 같이 놓고 싶은데 MG그리폰 외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매력적인 기체들 정말 많은데...모데로이드에서라도 다양하게 뽑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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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모처럼 레이버 하나 만들고 나니 라인업들이 하나같이 그리워지네요. ㅠㅜ 작년부터 패트레이버 30주년 기념으로 여러 매체로 기획들이 나오는 것 같던데, 새 프라모델 시리즈들 잘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20.09.24 16: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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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에서는 어쩌면 이대로 추억의 카테고리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 | 20.09.24 16: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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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 MG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헬다이버 네요. 세미나가 사업 시작하던 초창기 제품이니 저녀석 나이가 27, 8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프라산 뒤져보면 그때 소프비 두서너개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젠 가족들과 가장의 책무 라는 핑계로 프라 손대기도 힘든데 언제쯤 저녀석들에게 빛을 보여줄까 싶네요. 아재가 새벽에 일어나서 중고딩 시절 물건을 보니 이래저래 감수성만 예민해지는듯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빨리 키트들 만들어 올리고 싶네요. 멋진 추억과 작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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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라스틱 쪼가리로 된 친구들의 장점 중 하나가 오랜 세월 돌봐주지 않아도 마냥 기다려 준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잘 보관하셨다가 여유가 생긴 어느 날 상자를 열면 별 일 아니라는 듯 반겨 주겠지요. 키트도, 제작 의욕도 잘 숙성시켜 두셨다가 기쁨을 맛보실 날이 올 겁니다. | 20.09.25 10: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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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아이템입니다. 옛날에 세미나에서 카피한 1/24 소프비 제로를 만들면서, 1/60 반다이 인젝션 키트의 방패를 뻥튀기해서 프라판으로 만들어 달아줬던 기억이 나는군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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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맥주 캔이 시대를 말해 주네요.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당시 모형 동호회 활동 하시던 분들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종종 SNS 등을 통해 꾸준히 모형을 즐기시는 모습을 뵙고 있는데, 그 시절의 작업도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 20.09.25 21: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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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것 같습니다. 극장판 2편 원래 기획에서는 낙하산 부대의 헬다이버 등장 신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 20.10.07 18: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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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오히려 샘슨의 후계기면서도 극장판 2편 시대까지 한니발이 용케 현역으로 버티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잉그램이 장착한 리액티브 아머도 헬다이버 혹은 그 후계기용으로 개발 중이었다는 설정도 있었던 모양이네요. 헬다이버, 잘 버텨줬구나 ㅠㅜ | 20.10.07 18: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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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쪽의 헬다이버가 더 유명하겠군요 ㅎㅎ | 20.10.07 18: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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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저도 드라고나 관절 이식하는 작례를 어디선가 본 것 같네요. 제오라이머, 보고 싶습니다. 기회 되면 꼭 완성하셔서 구경시켜 주십시오. | 20.10.07 18: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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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으로는 역시 그렇겠지요? 다만 제 기억에 구판 1/60 시리즈에선 저 정도로 차이가 안 났던 것 같아서 MG 잉그램이 살짝 뻥튀기(?) 된 게 아닌가 싶어 해본 이야기였습니다. 위압감 얘기 하니, 노아 꿈인가에서 나왔던 슈퍼 잉그램(?) 같은 것도 누가 좀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 20.10.07 18:26 | |
(IP보기클릭)218.159.***.***
같은 1/35 스케일 인데 MG 인그램 하고 크기차이가 나는게 소프트 비닐 특성 때문인데요 소프트비닐이 카피를 하면은 원 크기보다 대략 20~25% 정도 줄어들어서 그렇습니다. 일제 카이요도 원본으로 비교를 하면 비슷한 덩치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세미나 헬다이버는 1/35 스케일이 아니라 1/40~45 정도 스케일 이지 않을까 합니다. | 20.10.07 22:33 | |
(IP보기클릭)115.21.***.***
아, 카피를 하면 그 정도까지 줄어드는군요. 납득이 갑니다. | 20.10.07 23:58 | |
(IP보기클릭)175.200.***.***
(IP보기클릭)27.95.***.***
폴리염화'비닐' 재질이니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20.10.07 18:27 | |
(IP보기클릭)211.184.***.***
민주주의!!!!! 인줄 알고 헐레벌떡 들어왔습니다.
(IP보기클릭)27.95.***.***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ㅎㅎ | 20.10.07 18: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