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루리웹 애니메이션 유저 칼럼 시리즈입니다. 일정기간 동안 루리웹 애니갤러리 상단 공지로 노출될 예정입니다.
필진으로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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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자왕 가오가이가는 TVA 49편만으로도 충분한 완결성이 있다고 보기에, 파이널 이후의 전개는 배제하고 TVA만을 토대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덧글도 가급적 TVA안에서 이야기해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사건은 무엇인가
분석의 역사나 비평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영화 쪽과는 달리 TV애니메이션은 아즈마 히로키와 엮인 사람들 외엔 크게 부각되는 이야기가 없으니, 대충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상식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오가이가 TVA에서는 대개 한 화 단위로 한 번씩 일상이 언급되다가 적 로봇이 사건을 일으키고, 그때마다 아군 로봇을 이용하여 적을 물리치는 구성이 반복됩니다. 이렇게 꾸준히 반복되는 사건, 혹은 가장 비중 있게 드러나는 요소가 있다면 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정도는 해석이 이루어져야 작품성이나 주제의식 등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반례를 들어서, 만약 가오가이가가 46화 동안 존다와의 전투를 반복한 이후 나머지 3화 분량 전체를 투자해서 주인공들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싸우던 전사들이라도 효도는 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어. 어린이 여러분도 알겠지? 바이바이-."
라는 말과 함께 작품이 끝난 다음 '가오가이가의 주제는 효도였다'라고 말한다면 아무도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죠.
용자왕 가오가이가는 기본적으로 아군 로봇군단과 적들과의 충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충돌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전체적인 의도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그 구성요소 중 하나, 기계문명 존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미쳐 돌아가는 과학력'과 옛 시대의 공감대
고전 SF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과학 발달이 언젠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시대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과학발달의 이면을 그려낸 작품들도 폭넓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죠.
예를 들어 건담은 '미쳐 돌아가는 과학력이 더해져 근현대의 전쟁 양상이 우주 전쟁으로 발전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공각기동대는 '미쳐 돌아가는 과학기술이 인간 육체와 사고영역까지도 침범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전개하고 주제의식을 전달하여 작품성 측면에서도 그만큼의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본작의 기계문명 존다 역시 그런 과학적 상상력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건담의 발상의 뿌리가 '기술적으로 과발달한 시대의 전쟁'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된다면, 본작은 '신비한 외계 행성'과 '폭주하는 기계문명'의 두 가지 축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중 전자는 신비감을 유지하면서 과학설정을 납득시키기 위한 맥거핀에 가까운 작용을 하므로 결국 본작에서 드러나는 대립 구도와 주변 환경을 포함한 대부분의 비일상 요소는 '폭주하는 기계문명'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됩니다.
외계에서 발생하여 문제를 일으킨 기계문명 존다는 설정상 인간 같은 생명체의 심신을 정화하려는 기계가 폭주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이 본편에서 직접 언급되진 않습니다만, 존다 메탈에 잡아먹혔다 풀려나는 사람들이 어딘가 정화된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라던가, Z마스터가 직접 자신의 목적을 설명하는 부분 등을 통해 '좋은 명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정도는 추정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작의 대립구조를 풀어서 설명하면, 적들은 인간을 강제적으로 기계생명체라는 그다음 차원으로 진화시키려 하는 것이고, 주인공들은 그 강제적인 진화에 저항하며 아직 거기까진 진화하지 않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작에서 존다나 원종이 활동하는 과정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포감을 전부 집어넣은 것처럼 묘사됩니다. 인간을 집어삼키고 포자를 만들어내는 전염성, 현대병기를 방어막으로 무력화하는 방어력, 주변의 기계를 무차별적으로 흡수하고 목적수행을 위한 형상으로 변이시키는 확장성, 그리고 인간적인 지성, 때로는 거대함, 압도적인 위력 등.
이제 아군 로봇군단을 보겠습니다. 존다만큼 극단적으로 폭주하는 존재까진 아니기 때문에 전염성도 없고 흡수하지도 않습니다만, 가오가이가의 형상은 어딘가 비행기와 기차와 사자 머리 등을 덕지덕지 끌어모은 듯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작중 다른 아군 로봇들이나 다른 용자 시리즈와 비교해도 이 정도까지 합체 전의 형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합체 형태는 없었죠. 충격을 견디는 실용성이 있어야 하는 팔다리 끝부분 정도만 예외고, 몸통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디자인으로 아무리 가려보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잡동사니 같은 인상이 지워질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오가이가 디자인의 특이성은, 주변 기계를 전부 끌어모아 흡수하는 존다 로봇이 연상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디자인만이 아닙니다. 존다 로봇이 인간을 흡수하고 존다핵으로 만들어야 구동 가능한 것처럼, 가오가이가 역시 갈레온의 입속에 사람이 한 명 들어가 줘야 '가이가'라는 메카노이드로 변신할 수 있고, 가오가이가의 핵심파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자 로봇군단과 존다 로봇의 근원기술은 모두 삼중련태양계라는 곳에서 왔으며, 용자 로봇군단은 그 근원기술에 지구의 과학력까지 합쳐서 복원된 것이지만 존다 로봇 역시 지구의 기계를 흡수해야 그 기계의 특성을 반영한 변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존다 메탈의 힘과 G스톤이 부딪히면 한 쪽이 상성우위로 작용하는 관계가 아니라 쌍소멸합니다. 정확히 반대되는, 어떻게 보면 닮은꼴의 에너지라는 이야기죠.
즉, 아군 로봇이나 무기들도 때로는 적 로봇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초룡신이나 볼포그 등 다른 초AI 로봇군단은 이 점을 작중에서 부각하진 않습니다만, 물질적 측면에서 가장 기계적인 신체구성 하나만으로도 이런 요소들은 잠재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위기상황과 위험한 도구의 딜레마
적에게서 위험을 느끼는 것과는 분명 다른 프로세스로 진행되긴 합니다만, 1화에서 성공률 제로에 가까운 합체를 억지로 해낸 결과 가오가이가는 합체의 대미지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안에 있던 가이는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아마 성공적인 합체가 아니기 때문이었겠죠.
합체 위험은 소프트웨어의 개선 등과 함께 점점 괜찮아집니다만, 그 후엔 필살기 헬&헤븐을 쓸수록 부담이 누적되어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이 부각됩니다. 그래서 이후 그를 대신하는 골디언 해머가 등장하는데, 그 도구 역시 잘못 쓰면 굉장한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언급은 하고 넘어갑니다.
디바이딩 드라이버는 처음 사용할 때부터 '만약 실패하면 도시가 괴멸되는' 위험을 지닌 무기라고 언급됩니다. 하지만 그 사용을 처음으로 허가한 건, 사용하지 않아도 어차피 도시가 괴멸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이 작품의 모든 극복수단에는 그런 속성이 있습니다. 때론 코즈믹 호러를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런 위험한 수단이라도 활용하고 위험 속에 뛰어드는 딜레마와 함께 싸워야만 하죠.
킹 제이더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입니다만, G스톤의 행성이나 존다 메탈의 행성도 아닌 제3 행성 출신의 '파괴 머신'으로 묘사되며, 아군이 회수하려던 존다 크리스탈을 방해하듯 그쪽에서 가져가는 등, 중후반까지도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행동을 같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후에는 적 보스까지 끌어들여서 같이 파멸하는 길을 택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 이후로 두 번 다신 볼 수 없게 되어 버리죠. (적과 함께 자폭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양산형이라는 뒷설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작중에선 관련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본작의 클라이맥스 격인 탄환X때도 더 파워 때도 그랬지만, 마지막 배틀에서조차 '건드리면 승화되는 위험한 상대'에게 직접 다가가서 육탄전을 벌여야 하는 딜레마가 형성되며, 그럼에도 그 속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에서 권하고자 하는 '올바른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 그리고 용기
본작에서 주인공들을 둘러싼 딜레마는 그리 단순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무조건 평화를 외쳐도 안 되지만 극단적인 파괴력에 빠져서도 안 되고, 덮쳐오는 위험을 막아야 하지만 그를 위해 위험한 방법을 더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고, 항상 올곧게 살아야겠지만 마이너스 사념을 완전부정하는 건 잘못되었고, 지구가 기계로 뒤덮이는 기계승화는 막아야 하겠지만 현재의 기계들을 버릴 수도 없으며, 최후엔 모든 기계를 없애버리는 무차별 물질승화도 막아야 하는 상황.
결국, 기계적이고 강제적인 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적에게 맞서는 주인공들의 논리는, 상대를 근원부터 완전히 부정하는 반박도 없고 별개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도 없이, 현재의 인간성과 사회환경을 잃을 수는 없다는, 혹은 치우치지 않은 지금의 중간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극히 방어적인 논리였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라 여러 가지 극단성을 경계하며 각종 변수에 대한 다방면의 고려가 필요해집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퍼져 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풍룡과 뇌룡이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이 부분이 특별히 부각되어 '전투적인 효율성만을 고려한 근시안적 사고'의 한계도 드러나죠. 그 화에서 임무를 맡고 처음으로 나오는 행동부터가 '적 제압만을 생각하지 말고 사람들도 동시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자'는 제안, 하지만 당시 상황의 특이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피신을 잠시 제쳐놓고라도 모든 인력을 적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제압조차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본작은 현실사회보다도 위험성이 훨씬 극단적으로 강조된 딜레마 속에서, 단순한 목적이나 단순한 마음만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 속에서도 더 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저 없이 그때그때 가장 옳다고 믿는 길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건 때에 따라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단 거시적인 대립 관계와 신념을 유지하는 올곧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어떤 면에선 확고함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은 단순한 선악의 개념 정의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본작에서는 '용자'가 가지고 있는 '용기'라는 한 마디로 그 모든 것을 축약하고 있습니다.
이 신념의 대립은 Z마스터와의 대화에서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동료의 죽음을 두고 분노하는 용자 로봇에 대해, Z마스터는 '그 증오와 분노가 마이너스 사념이며 그것이 우주를 혼돈으로 이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마이너스 사념을 전혀 발산하지 않는 기계로 승화되는 것이야말로 필연적인 진화라고 주장하죠.
그에 대해 솔다트J는 '그 마이너스 사념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이는 우리들의 용기를 마이너스 사념이라는 배제대상으로 취급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죠. 어디까지나 '현재의 생명 그대로의 형태'를 존중해야 한다는 항변을 끝으로 Z마스터에게 최후의 공격을 하고, 모든 싸움이 끝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GGG의 대원들이나 초AI 로봇군단에게는 기계문명이나 그에 사로잡힌 자에게는 없는 '용기'가 있다고 묘사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적들과는 구분해서 '용기 있는 자'로 분류하는 걸 보면, 용기란 그들의 행동 양식이나 사고방식 전반을 총칭해서 축약한 용어라고 봐야겠죠.
용기의 일반적인 의미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이 작품에서의 용기란, 절망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그걸 해결하는 수단조차도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스스로 위험의 근처까지 뛰어들 수도 있는 판단력, 결단력, 행동력 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타인의 위기에 대한 절박함이나 분노 등을 느끼는 감정도 포함하는 말이겠죠. 그 선택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초AI가 탑재된 기계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초룡신, 볼포그, 골디맥 등 그 누구도 인간의 위협이 되지 않았던 건, GGG에서 도와주는 사람들 포함 그 누구도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고 망설임 없이 자기 일을 행하는 올곧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슈퍼로봇물에 대한 리스펙트
이 작품의 작품구성은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주제의식 외에도, '기존 슈퍼로봇물에 대한 존중'이 동등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모든 것을 말하려면 주제의식뿐만이 아니라 고전 슈퍼로봇물의 근원과 존재의의까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걸 제대로 전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하려면 애니메이션 전체의 근원까지 포함해서 책 한 권 분량의 설명이 필요해지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주제의식까지는 전할 수 있으나, 그것만을 중심으로 작품을 다시 보시면 초반부 26화 분량의 존재의의라거나 영혼이 된 부모님과의 의사소통 등 여러 가지 군더더기가 눈에 띌 수 있습니다. 그 부분들은 주제의식 측면의 군더더기라기보단 투 트랙으로 동시에 접근해야 하는 고전 슈퍼로봇물의 문법과 엮인 부분이라는 점까지만 인식해 주신다면 혼란 없이 작품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조누다, 그리고 끝맺음
기계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기계신종'이라는 새로운 적이 나옵니다.
이는 과발달한 기계문명의 자율진화를 넘어선 그다음 단계의 진화를 나타냅니다만, 그 진화형상은 인간문명은 물론이고 직전 단계의 기계문명조차도 파멸시키는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이 작품에서 말하는 '과도한 진화'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죠.
그리고 주인공들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이상의 딜레마 속에서 진퇴양난의 위기를 해결해야 합니다.
- 걷는 것만으로도 주변 문명을 멸망시키는 적이지만 그 안에는 주인공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인질처럼 붙잡혀 있습니다.
- 상대의 행동은 악의를 가진 파괴보다는 기계문명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정화행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기동부대들은 그 본질이 신인지 악마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 옆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오비트 베이스의 모든 것이 정지하고 용자 로봇들도 AI만이 겨우 살아남았습니다만, 그 AI라도 위험한 싸움에 직접 동원하지 않는다면 달리 저항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
결국 근접한 모든 것을 물질승화하는 상대에게 접근해서 헬&헤븐을 때리는 것 외엔 공격방법이 남아 있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까지 몰립니다만,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지켜주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저항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그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용기 덕분이었습니다.
이 엑스트라 에피소드는 이제까지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듯 더욱 강조하며 한 곳에 모음으로써, 본작의 주제의식을 다시 조명하는 동시에 완결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공감대의 저편
내적인 일관성에 대해 이렇게 길게 이야기했지만, 이 점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는가를 본다면 방영 당시엔 작품 자체가 다른 화제작만큼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우선은 본작에서 이야기한 고전 SF적 공포감은 그 당시의 '시대적 공감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2~3년만 더 일찍 방영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일본 서브컬처의 화두는 과학 발달의 위험에 대한 관심이 끊어지고 모에한 캐릭터의 극단적 자극 쪽으로 집중되기 시작한 면이 있었죠.
그리고 주제의식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고전 슈퍼로봇에 대한 리스펙트' 역시, 특히 당시엔 고전 로봇은 낡았고 구리다는 인식이 가득 차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로봇 애니라면 정의로운 고전 로봇물과는 흐름을 달리하는 인간 내면 강조 혹은 폭주에 가까운 극단성 등의 차별화가 있어야 관심이라도 한 번 더 받을 수 있는 시대였죠.
그 외에 아동 타깃의 상업성을 희생했던 부분도 있었고, '용자 시리즈'라는 레이블에 안 어울리는 이야기 구성 역시 용자 특유의 감각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해당 시대의 유행과는 분명 어긋난 면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럼에도 시대의 유행을 초월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최소한의 화제성과 함께 잠재적 상업성까지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에서 일관되게 끌어낸 작품성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봅니다.
PS. 어디까지나 본작의 잠재적 상업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건담이나 야마토도 방영 당시엔 크게 인기가 없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본작도 이후 후속작 전개를 어떤 식으로 했느냐에 따라선 지금 아는 것보다도 더욱 많은 인기를 끌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AI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화두가 될 수도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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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뒤에나온 파이널이 티비판의 요소들을 부정했다고 괜히 욕하는게 아니라는....(특히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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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가이가의 매력은 이런 양면성이죠. 언뜻보면 용기와 기적으로 이겨나가는게 슈퍼로봇같으면서도 까딱 잘못하면 오히려 이쪽이 위험해지는 상황에서 내리는 결단과 그 대가가 리얼로봇같기도 하지요...가오가이가가 재미있는 이유는 리얼로봇의 치열함과 슈퍼로봇의 장렬함을 성공적으로 합친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그럴듯하게 현실적으로 보이는 설정들도 재미에 한몫했고요
(IP보기클릭)112.153.***.***
와, 진짜 읽으면서 소름돋았습니다. 추강합니다 정말.........
(IP보기클릭)27.115.***.***
이걸 보니 이 작품의 주제가 원래 이런쪽이었군요. 워낙 어릴때만 봐서 걍 싸우고 때려부수는건줄 알았더니. 용기라는건 매우 불분명한 개념이긴합니다. 지나치면 만용이 되고, 신중하면 계산적인 행동이 되버리는데 이 사이에서 그것이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하기 어려우니까요. 시대의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건 일본의 상황이겠죠. 아니면 한국의 상황까지 포함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선 어차피 계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방영되었을텐데 그래도 세기말이긴 세기말이었단말이죠.
(IP보기클릭)210.113.***.***
티비판에서 인상적이었던게 그간 성공만 잘 했길래 안전필드로만 생각했던 디바이딩 필드를 함정으로 사용한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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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뒤에나온 파이널이 티비판의 요소들을 부정했다고 괜히 욕하는게 아니라는....(특히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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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부정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널에서 용자들의 행동은 얼핏 보면 무모하고 무조건 이 악다물고 목숨걸고 싸우면 승리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가장 승률이 높은 합리적인 작전의 성사를 위해서 압도적인 전력차에도 한순간도 꺾이지 않고 저항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내용으로도 보이거든요. 이렇게 보면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하고, 승리를 위한 전략적인 큰 그림에 따르면 결사의 각오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음가짐이 파이널의 용기인거죠. 그보다 앞단계인 신념이 결여된 상대는 당연히 용기와는 거리가 멀고 TV판에서 그랬듯이 필패의 조건을 만족한 거구요. 제네식 외의 용자로보들 각자의 싸움도 가만 보면 상당히 지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악지릅니다. 그냥 이 악다물고 소리지르면 이긴다! 가 파이널 주제인 것 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 분량상의 문제와 표현이 수위가 높아진 부분이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다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비록 파이널이 오지게 용기드립 많이치긴 했지만 TV판과 용기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변질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자극적인 묘사가 호불호를 크게 가르는 부분이 돼버렸지만요. 여러모로 보나 그냥 악지른다고 이기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용기드립 치면서 악지르면서 이기니까요ㅋㅋㅋㅋ 정말 이 악다물고 광기롭게 소리지르면 이기는 애니는 신겟타로보라던지가 있죠. 직접 1:1로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느껴지실 겁니다. 전 이런것도 궤변충 때려부수는 재미가 있어서 좋아하긴 하지만요ㅋㅋㅋ 파이널 얘긴 작성자분이 바라지 않을 듯 하니 여기까지만 하죠; 결국 이런 미친듯이 싸우는 모습이 기존 팬층에게 큰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니. 뭐 저처럼 어느정도 우호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주세요 | 17.08.25 17:37 | |
(IP보기클릭)14.33.***.***
솔직히 말하자면 파이널은 싫어하는건 아닙니다. 한창 할때는 재미있게 보긴 했지요 가오파이가나 제네식도좋아하고... 오히려 요즘 하는 폐계왕을 싫어한다고 봐야겠지요... 티비판에서 언급하던 목성이나 더파워을 풀어가는건 좋은데... 전작에서 크게 고생하던애들의 취급이 좀 안습이랄까... | 17.08.25 20:26 | |
(IP보기클릭)112.153.***.***
와, 진짜 읽으면서 소름돋았습니다. 추강합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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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니 이 작품의 주제가 원래 이런쪽이었군요. 워낙 어릴때만 봐서 걍 싸우고 때려부수는건줄 알았더니. 용기라는건 매우 불분명한 개념이긴합니다. 지나치면 만용이 되고, 신중하면 계산적인 행동이 되버리는데 이 사이에서 그것이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하기 어려우니까요. 시대의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건 일본의 상황이겠죠. 아니면 한국의 상황까지 포함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선 어차피 계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방영되었을텐데 그래도 세기말이긴 세기말이었단말이죠.
(IP보기클릭)165.132.***.***
가오가이가는 픽션인 작품이니까 용기라는 말도 성립이 되는거라 봅니다. 작중의 '용기'는 모종의 절대선 스러운 느낌이죠. 다만 이 작품의 용기를 본받고자 하면, 호기로운 마음가짐 만으로도 물리적인 힘 만으로도 전략적인 효율 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 정도는 생각하게 될겁니다. 이 모두를 가지고 냉정히 판단한 작전을 가진 최대한의 힘과 필승의 마음가짐이 합쳐지며 또한 동료간의 협력과 신뢰의 도움을 얻어서야 간신히 승리해내는 것이 가오가이가의 주된 플롯이니까요. 이렇게 단순히 정의가 이긴다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라 용자물 중에서 특히 좋아합니다. | 17.08.25 17:45 | |
(IP보기클릭)211.211.***.***
한국은 일본과는 흐름이 다른 면도 많았고, 그 땐 인터넷이라던가 교류가 활발했던 시대도 아니라서... 한국의 시대적 공감대를 말하려면 이 글은 제껴놓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해봐야 할 겁니다. | 17.08.25 23: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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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가이가의 매력은 이런 양면성이죠. 언뜻보면 용기와 기적으로 이겨나가는게 슈퍼로봇같으면서도 까딱 잘못하면 오히려 이쪽이 위험해지는 상황에서 내리는 결단과 그 대가가 리얼로봇같기도 하지요...가오가이가가 재미있는 이유는 리얼로봇의 치열함과 슈퍼로봇의 장렬함을 성공적으로 합친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그럴듯하게 현실적으로 보이는 설정들도 재미에 한몫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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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믹
티비판에서 인상적이었던게 그간 성공만 잘 했길래 안전필드로만 생각했던 디바이딩 필드를 함정으로 사용한 적들;;; | 17.08.25 13: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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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기 위해 한 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조누다 때도 가이는 한 마디도 안 했죠. | 17.09.21 00: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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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애니도 옛날 작품은 애들 보는 것 치고는 파격적인 연출이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이야기의 저변에 흐르는 가치관이 올바른 편이라고 보기에 역시 어린애들도 타겟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 17.09.21 0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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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데커는 주로 다른 분들의 리뷰를 통해 본 겁니다만, AI와 인간성에 대해 본작보다도 좀 더 직접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본작도 맥락을 통해 이 점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그걸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 17.09.21 21: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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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발달하는 기계가 해악이 되어 인간을 덮칠 때, 그걸 외면하지도 의존하지도 않고 극복하는 사람의 마음을 로봇만화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인간성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축약하면 용기 맞습니다. ㅎㅎ | 17.09.21 2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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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은 '폭주하는 기계문명'의 재앙이라는 극단적 특수상황에 대처하는 구조대 같은 면이 부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성과 휴머니즘의 여러 벡터 중 '용기'라는 측면이 더욱 부각되었죠. | 17.09.21 2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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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제가 쓴 리뷰를 몰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일관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나마 다가올 작품 의도를, 혹은 알 것 같아도 말로 정리하긴 쉽지 않은 부분들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죠. 그걸 쓸 수 있는 자리가 있길래 저도 한번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ㅎㅎ | 17.09.21 21: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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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는 인간성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기계적인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표현해두었죠. 동료의 죽음을 두고 분노하는 마이크 사운더스 13세에 대해 Z마스터가 격렬한 증오와 분노(마이너스 사념)를 느꼈다는 것처럼, 기계문명의 기준에서 보기에 '기계승화해야 할 사람의 마음'을 일정 부분 용자 로봇군단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정의에 혼란이 없을 겁니다. 아마 전체까지는 아니고 일정 부분이겠죠. 일정 부분이지만 기계문명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 17.09.21 22: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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