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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마부자가 텐도도장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아카네는 한 연상의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접골원 의사 토후 센세입니다.
아카네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다칠때마다 토후 센세에게 치료를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토후 센세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카네의 큰언니, 텐도 카스미 입니다.
카스미는 출연비중은 낮지만, 알고보면 란마1/2 내에서 가장 여성적인 캐릭터중 하나입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텐도가의 장녀인 카스미는 집안의 어머니 역할을 대신합니다.
일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면에서도 부처님 같은 온화하고 자상한 성품을 가졌죠.
막내딸인 아카네의 입장에서 친어머니는 기억도 안날정도로 아주 어렸을때 돌아가셨기에,
아카네는 항상 큰언니 카스미를 통해서 어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다쳐서 돌아올때마다 늘 자상하게 치료해주는 토후 센세에게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느낍니다.
물론 아카네의 친아버지는 건강하게 잘 살아 계십니다.
하지만 이사람은, 인성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상적인 아버지상이라 하기엔 어딘지 좀 부족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직업은 무도가. 다행히 란마 아빠처럼 완전히 떠돌이 무도가는 아니고, 엄연히 자기 이름을 걸고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도장을 다니는 문하생이 단 1명도 없다는 것이죠. 때문에 사실상 집안을 유지하는 수입원이 한푼도 없습니다.
중반부 에피소드에서는 이 때문에 쌀이 떨어져서 집안식구가 밥을 굶는 상황까지 발생하죠.
여담이지만 둘째딸 텐도 나비키가 유독 심하게 돈을 밝히는 모습은, 집안의 이런 경제적 현실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간에,
아카네는 친아버지로부터 느끼고 싶었던 부성애를 토후 센세에게서 느낍니다.
그런데 아버지 같은 토후 센세가 어머니 같은 카스미 언니를 좋아합니다.
토후 센세는 카스미 언니만 보면 좋아서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가 됩니다.
어머니를 좋아하는 아버지..
생각해보면 당연한거지만, 아카네는 그래도 어머니와 대등한 입장에서 아버지를 좋아하고 싶습니다.
아카네는 어머니처럼 머리를 기르기로 결심합니다.
동경하는 어머니처럼 되고 싶어서,
아니 언젠가는 그 어머니를 뛰어넘고 싶은건지도 모릅니다.
머리를 기르면 좀 달라질거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자신을 귀여운 딸로써만 바라볼 뿐, 어머니처럼 봐주질 않습니다.
어머니만 보면 신이나서 동네방네 춤을 추며 뛰어다니는 아버지.
아카네는 아버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할 자신이 없습니다.
애초에 자신은 어머니에게 상대가 안된다는걸 아주 오래전부터 알았으나,
알면서도 쉽게 포기할수 없는 맘에 애써 부정하며 머리를 길러온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머리가 잘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분명 본인이 원해서 자른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건이란 것은 때론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어필할수 없다는걸 알게된 때부터 이미 아카네 마음속의 머리는 짧게 잘려져있었고,
그게 하나의 외적인 사건으로 드러났을 뿐입니다.
아카네는 일종의 라이벌이었던 카스미에게 직접 머리를 예쁘게 다듬어 달라합니다.
카스미에게 유일하게 대항할수 있었던 그 머리를요.
이로써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던 어머니는 다시 큰언니로 돌아옵니다.
언니는 어머니같아도 어디까지나 언니일뿐, 진짜 어머니가 아닙니다.
짧은게 아카네 답다고 말하는 토후.
여전히 아카네를 어린 존재로서만 볼 뿐입니다.
토후 역시 아버지 같아도 어디까지나 자상한 이웃 아저씨일뿐, 진짜 아버지는 아닙니다.
머리가 잘렸던 날, 알고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것을 한껏 울고 난후 속시원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사실을 속시원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수 있게된 진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동갑내기 소년의 갑작스런 등장입니다.
이 낯선 소년이 집안에 들어온 후부터,
비록 부모님이 멋대로 정한 약혼이긴 하지만
오로지 토후만을 향했던 일방적 사랑이 서서히 소년에게로 옮겨가고 있다는것을,
소녀는 은연중에 이미 알고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토후에 대한 미련을 버린 후 아카네의 마음은 점점 란마에게로 옮겨갑니다.
보통 아카네를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란마쪽은 확실히 그렇지만
아카네의 경우 회를 거듭해나갈수록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려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주로 란마에게 여자다운 여자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이죠.
란마가 이상한 음식을 먹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을 껴안는 증세가 생겼는데
아카네를 껴안자 '네가 좋아서 그런게 아니야'라고 합니다.
오히려 아카네는 자신을 강제로 안았다는거보다 그 말에 큰 상처를 받죠.
란마1/2은 언뜻보면 짱구처럼 늘 그때그때의 에피소드만 반복되는 일상물 같지만,
란마를 향한 아카네의 마음이 발전해가는 과정 속에서 이 만화에도 어느정도 시간의 흐름이 있다는걸 느낄수 있습니다.
반면 란마는 뭐...
사실 란마1/2의 세계관에서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철'이 좀 없어요.
아카네는 아닌것 같지만 의외로 일편단심 란마 뿐입니다.
아직 애니는 다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코믹스판에서 아카네는 단 한번도 다른 남자에게 끌린 적이 없어요.
반면 란마는 샴푸나 우쿄,흑장미 등등 여러 여자가 유혹해대면 그걸 확실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애매모호하게 대처하거나, 꼭 아카네에게 오해살 짓을 하고 다니죠.
물론 란마도 아카네를 좋아한다는 설정이긴 합니다만..
꼭 아카네가 위기에 처하거나 다른 남자와 썸이 있는것으로 오해를 할때만 자기 마음을 드러내죠.
아카네처럼 조금씩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은 잘 안하는 편입니다.
상대방이 곁에 있을땐 느끼지 못하다가, 꼭 무슨일이 생겨야만 그때가서 뒤늦게 자기감정을 깨닫는 란마.
비록 철없는 란마지만 어찌됬든 그에게 있어서 아카네는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란마1/2에서 아카네는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어쩐지 이건 루미코 만화의 특징인것 같아요.
이누야사도 주인공은 이누야샤이고 요괴를 물리치는 힘도 그가 갖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사혼의 구슬을 정화할수 있는건 카고메뿐입니다.
남자가 주인공이지만 곁에서 돕는 히로인이 없으면 안되는 주인공.
때문에 아카네는 란마 1/2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떤면에서는 소녀의 성장물 같은 느낌도 듭니다.
아버지를 좋아하고 어머니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심리를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하는데요.
융의 관점에서 이러한 콤플렉스가 극복되어가는 과정은 낯선 세계와의 대면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릴때는 아직 낯선 세상과의 직접적인 대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틀을 통해서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죠.
때문에 세상의 유일한 여자와 남자는 어머니와 아버지입니다.
그러나 점점 자라면서 낯선 세계와 직접 부딪치게 되고, 그 세계 속에서 낯선 타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 세상에 여자와 남자는 꼭 어머니,아버지만 있는 것이 아니란걸 깨닫게 되죠.
근친상간욕의 금지는 꼭 사회가 만든 도덕관념이라기보다,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것이라 볼수도 있는거죠.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라 보는것이 더 맞는것 같습니다.
세상 바깥에 널린게 여자,남자인데 굳이 부모한테서만 연애감정을 찾아야할 필요가 없는거죠.
아카네에게 란마라는 낯선 소년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부터, 아버지같은 토후에 대한 일방적 연애감정은
란마에게로 옮겨가기 시작한거에요. 이제 더이상 그래야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 란마의 주변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란마를 찾아 복수하러 온 료가.
란마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샴푸, 샴푸의 증조할머니.
또 샴푸 때문에 란마를 싫어하는 무스.
란마의 또다른 약혼녀 우쿄.
란마에게 반한 흑장미 코다치.
여자란마를 쫓아다니는 검도부 주장 쿠노,변태 할아범..등등
하여튼 란마를 둘러싸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아카네집의 주변은 하루도 조용한 나날이 없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나날은 란마가 오기전까진 경험할수 없었던, 매일매일이 낯선 세계,낯선 타자와의 끝없는 마주침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카네라는 한 소녀는 점점 성장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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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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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기준으로 초반에는 아카네가 란마에게 츤데레적인 면모를 보였다면 중반 이후로는 오히려 란마가 아카네한테 진성 츤데레가 되고 아카네는 란마에게 준 메가데레에 가깝게 태도가 변합니다 란마가 아카네에게 조금이라도 상냥한 말을 해주면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사랑에 빠진 아가씨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애니는 딱 원작 중후반 내용까지만 만든데다가 츤 요소를 강조하는 바람에 이게 좀 덜 드러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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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어어어어어어어엉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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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려 로그인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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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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