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의 대모험을 좀 늦게 보기 시작해서... 방금 막 해들러가 아방의 품 속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원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명장면이었는데, 멋지게 뽑아준 애니 제작진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냅니다.
성우가 성우다보니, 기동무투전 G건담의 그 장면과 겹쳐 보이더군요. G건담에서는 보내주는 역할, 다이의 대모험에서는 떠나가는 역할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아직 여기까지 못 봤는데 이 글 쓰려고 이 장면만 미리 보고 왔습니다 ㅎㅎ)
다이아몬드 9 속에서 해들러가 필사적으로 포프를 감싸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델무린 섬에서 둘이 처음 마주쳤을 때가 생각나더군요.
이 때만 해도 해들러는 포프한테 관심조차 두지 않았죠. 실제로 이 때 포프는 재능이 있을지언정 햇병아리에 불과하기도 했고요.
해들러와 포프의 뜨거운 인연 그 첫번째 ~메라편~
다이의 잠재력에 위협을 느낀 해들러는 이 기회에 아방의 제자들도 확실히 죽여둬야겠다고 생각을 바꿉니다.
이후 포프는 해들러를 만날 때마다 '뜨거운 맛'을 보게 됩니다 ㅎㅎ
이 시절 포프는 순도 99.5%의 겁쟁이였기 때문에 살려달라고 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죠.
해들러는 해들러대로 잔인하고 막나가는 악당이었기 때문에 아방을 들먹여가며 포프를 모욕하죠.
절체절명의 순간... 뭐 다들 아시다시피 다이가 '나 화났다 해들러!'를 시전하는 바람에 해들러는 후퇴합니다.
델무린 섬에서 살아남은 포프는, 로모스를 거쳐 파프니카의 발지 섬에서 다시 해들러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슬슬 해들러도 포프의 얼굴 정도는 기억합니다. 여전히 깔보고 있지만 말이죠.
해들러로서는 자기가 있는 쪽으로 다이가 오길 바랐을 텐데, 포프(와 마암)가 와서 대놓고 실망스러워합니다.
해들러의 트래시토크가 작렬!
하루 세 번 아방을 까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히신답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포프는 여전히 안중에 없다는 게 느껴지는군요.
해들러와 포프의 뜨거운 인연 그 두번째 ~베기라마편~
오물은 소각이다!
포프를 버러지라고 부르며 베기라마를 쏘는 해들러. 그러나...
사나이는 사흘만 못 봐도 괄목상대라...
마트리프의 속성과외를 받은 포프는 같은 등급의 주문이라면 해들러를 오히려 능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해들러와 포프의 뜨거운 인연 그 세번째 ~베기라곤편~
하지만 어림도 없지 코찔찔이한테 극대주문 갈겨버리기!
다행히 근처에 있던 빙마탑이 무너질까봐 해들러가 살살 쏴준 덕에 살아남긴 합니다.
티배깅에도 충실한 해들러...
이 뒤에는 아시다시피 흉켈이 구원하러 옵니다. 흉켈이 해들러를 상대하는 동안 포프는 마암과 함께 중앙탑으로 이동하죠.
해들러가 암흑투기로 부활하는 몸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포프는 이 다음부터 해들러를 볼 일이 없었겠죠.
프레이저드도 물리치고... 바란도 물리치고...
용마인 바란과의 격전에 지친 동료들이 오두막에서 쉬는 동안 보초 서기를 자청한 포프는, 하필 혼자 있을 때 자보에라의 독에 당한 채 해들러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해들러가 발지 섬 전투 후 암흑투기로 되살아난 것처럼, 포프도 바란과 싸운 뒤 용의 피로 되살아났네요.
'아방의 제자들은 다들 그렇다. 잠시 못 본 사이에 힘을 크게 불려 이빨을 드러낸다.'
이 때부터 슬슬 아방의 제자들에 대한 해들러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방의 제자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하필 기습과 암살이라는 데서 한계가 보이기는 하지만요.
포프와 해들러의 관계 변화가 느껴지는 장면.
포프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해들러를 당당하게 꾸짖는 한편, '예전의 넌 잔혹할지언정 비겁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해주는 발언을 합니다.
반면에 해들러는 애송이라고 깔보던 포프의 말에 크게 동요하며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하죠.
이 다음에는 아시다시피 마트리프와 주문 경연을 펼치다가 다이가 '나 화났다 해들러!'를 시전하는 바람에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해들러는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교만도, 야심도, 마족의 신체마저도.
어쩌면 포프의 통렬한 꾸짖음이야말로 해들러 각성의 방아쇠를 당긴 걸지도 모르겠네요.
초마생물 개조를 마치고 죽음의 대지에 나타난 해들러.
이 시점 이후의 해들러는 기본적으로 다이를 최대의 라이벌로 생각하기 때문에 포프는 보는 둥 마는 둥 무관심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방과 싸울 때 포프에게 꺼져 있으라고 할 때와는 명백히 눈빛이 다르기도 하죠.
이 때의 해들러는 다이에게 일 대 일 승부를 신청했기 때문에 다이에게 집중했을 뿐, 포프를 깔봐서 방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들러와 포프의 뜨거운 인연 번외편 ~마염기편~
다이를 향해 쏜 불꽃의 암흑투기, 마염기의 열기 때문에 한 발 물러서는 포프.
이 때 다이는 귀암성을 파괴하느라 상당히 소모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해들러에게 밀리는 것을 보다 못한 포프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다이를 루라로 낚아챕니다.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서 포프는 단언합니다.
'너 혼자서는 저 해들러를 당해낼 수 없다.'
'예전의 해들러와는 다르다.'
'저렇게 한 꺼풀 벗어던진 놈은 틀림없이 강해지는 법이다.'
해들러는 아방의 제자들 중 다이를 자신의 최대 라이벌로 여겼지만, 아방의 제자들 중 해들러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포프였을지도 모릅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포프도 마법력을 소진해서 루라를 쓰지 못하는 상황.
토베루라만으로 최선을 다해 날아보지만...
녀석을 쫓아 초마폭염패를 맞았으니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드래곤볼을 방불케하는 가속력으로 포프를 따라잡은 해들러.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
해들러가 최초로 포프를 이름으로 부르는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아방이나 다이의 부속품이 아니라,
일개 '마법사 애송이'가 아니라,
'포프'라는 독립된 존재로서 기억하고 호명하는 장면입니다.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는 그렇습니다.
다시 시간을 좀 건너뛰어...
버언 1차전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린 다이 일행.
다이의 검이 부러지고 다이 본인도 전의를 상실한 상황에서, 다이 일행을 탈출시켜 준 것은 다름아닌 해들러였습니다.
자기를 속이고 팽하려고 했던 버언에게 극도로 분노한 상태인데다가, 다이 일행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쓰러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 때 다이 일행 중 다른 누구도 아닌 포프가 해들러를 바라보며 나레이션을 넣는 것이 왠지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포프와 마암 이외에는 다들 의식불명이기는 했지요 ㅎㅎ)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다이 일행은 버언 팔레스에 다시금 도전합니다.
죽음을 앞둔 해들러는 다이에게 재차 일 대 일 승부를 요구하고,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게 패배하게 되지요.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다이와 해들러는 킬 번의 함정 '다이아몬드 9'을 통해 나타난 마계의 불꽃 속에 갇히게 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포프까지 다이아몬드 9 안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해들러의 마지막 불꽃이 장렬하게 타오르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크린샷을 찍으면서 엄청 고민했습니다. 한 컷 한 컷이 주옥 같거든요.
다이아몬드 9 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희망을 잃어가는 포프를 질타하는 해들러.
원수의 말을 통해 아방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용기를 되찾는 포프.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해들러.
이번에도 저세상의 아방을 언급하며 포프를 자극하긴 하지만, 델무린 섬이나 발지 섬에서 아방을 모욕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얼굴 작화도 많이 바뀐 터라 이쯤 되니 동일인물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해들러의 질타를 계기로 탈출의 아이디어를 짜낸 포프.
메드로아로 불꽃을 흩어놓고, 그 순간의 틈을 이용해 루라로 빠져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다이와 포프는 해들러를 불길 속에 버려두고 나가는 것에 저항을 느끼지만, 체력도 마법력도 한계에 가까운 두 사람으로서는 둘이 탈출하는 것만 해도 빠듯합니다.
그래, 어차피 적이니까.
어차피 이제 살아날 수 없으니까. 불타지 않더라도 곧 붕괴해서 사라질 몸이니까.
포프는 마음을 다잡고 탈출을 감행하려 합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9의 화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빙계 주문의 출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다이아몬드 9의 불길에 밀려버리기 때문에 메드로아를 만들 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퇴양난의 순간...
초마생물의 신체가 붕괴하기 시작하여 숨이 끊어지는 순간만 기다리고 있던 해들러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다이아몬드 9의 불길을 막아줍니다.
프레이저드를 해들러가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해들러 본인이 빙계 주문을 쓸 수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해들러의 특기는 화염계, 폭렬계, 섬열계 주문.
작중에서 빙계 주문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태워 죽인다'는 말은 거의 입버릇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랬던 해들러가 다이와 포프를 살리기 위해 빙계 주문을 사용한다는 것이 제게는 몹시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해들러의 도움으로 완성한 메드로아...
메드로아로 탈출구를 만들어낸 순간, 한계에 다다른 해들러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며 쓰러지고 맙니다.
포프는 그런 해들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죠.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포프는 타이밍을 놓치고 해들러와 함께 다이아몬드 9 안에 다시 갇히게 됩니다.
해들러와 포프의 뜨거운 인연 ~종막~
해들러는 포프를 살리기 위해 다이아몬드 9의 불꽃을 자기 몸으로 받아냅니다.
한때는 포프를 태워 죽이려던 해들러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는 자기 몸을 바쳐 포프를 불로부터 지켜주다니 참...
해들러 말마따나 인간들의 신은 아이러니가 뭔지 잘 아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미 포프는 방금 전 메드로아로 모든 걸 다 쥐어짜낸 상태.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해들러는 대체 왜 그런 멍청한 실수를 했냐고 포프를 다그치죠.
'우리와 뭐가 다르지?'
'적을 구하려다 죽다니... 아방 선생님께 꾸중 들을까?'
'아니... 안 꾸짖으실 거야... 분명히 내 마음을 알아주실 거야...'
마왕으로서, 마군사령으로서 해들러가 여태껏 해온 일이 있으니 좀 비뚤게 보면 세탁이라고 볼 여지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아방이 말해주듯, 이 시점의 해들러는 '내가 알던 마왕 해들러와는 전혀 수준이 다른 남자'인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는 이미 스승의 원수도, 애송이 마법사도 없었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두 남자가 있었을 뿐입니다.
해들러의 절규.
처음 봤을 때에는 정말 눈물 펑펑 쏟으며 봤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울면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음은 다들 아시다시피 아방의 토라마나(파사의 비법 ver.)로 다이아몬드 9은 깨어지게 되죠.
크으으으으 이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볼 날이 올 줄이야...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성우 분의 열연 덕분에 킬 번이 당황하는 모습이 한층 더 고소하더군요 ㅋㅋㅋㅋㅋ
아이에에에에에 아방? 아방 왜?
도-모 킬 번=상. 아방 드 지뉴얼 3세입니다. 예의도 모르는 산시타놈 이아이도를 보여봐라
폭발사산! 사 요 나 라 (진짜 폭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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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러의 최후를 보고 나니, 문득 포프와 해들러의 관계가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관련된 장면만 모아 봤습니다.
사실 해들러가 아방의 제자 중 자신의 숙적으로 여기는 건 다이이긴 한데, 막상 해들러와 다이 사이의 관계는 좀 평면적이거든요.
해들러 각성 전에는 '햣하 죽어라 아방의 제자!' -> '나 화났다 해들러!'
각성 후에는 '나와 승부하자 다이!' -> '알았다 해들러!'
이 두 패턴에서 거의 벗어나지를 않다 보니까...
마궁의 문에서 해들러와 마주쳤을 때 바란하고 협공했던 것 정도가 유일한 예외인 것 같네요. 그 때에는 어차피 해들러 쪽에서도 일 대 일을 요청하진 않았지만...
반면에 해들러와 포프는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관계성의 변화가 눈에 보여서 재미있었습니다.
아방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언급하는지도 매번 달라지는 것이 보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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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방영 자막: "미스트 버언 님 대체 이유가 뭡니까!" 실제로 한 말: "왜↗︎ 이러는 거↘︎야↗︎ 미스트 버언 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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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들러를 가장 많이 닮은 히임은 말투가 쌩 양아치 입니다.(표현 못한 번역이 밉다!!!) 즉 해들러는 근본이 양아치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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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 뿐인 브록 말투 못살린게 제일 빡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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