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남기는 것은, 오로라
당신 사라지고 당신 주변 사람들은
당신의 기물 앞에 앉아
당신의 비밀번호를 조합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노트북의 비밀번호를 찾는 사람들은
당신 생일부터 떠올립니다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도출해야 일이 되는 동료들은
당신의 배후를 관심 있어합니다
통장과 카드의 비밀번호를 더듬어보던 가족들은
당신이 했던 말들의 내력을 곱씹습니다
어쩌면 비밀번호가 숫자에 관련되지 않았을 거라 추측합
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잠겨 있습니까, 라고 누군가 묻기도 합
니다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나자 막 잠기기 시작한 영혼을 맟추
기 시작합니다
가위를 들고 몸체를 잘라나갑니다
비밀번호를 동그라미라든가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지 않고
사람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숫자를 대한 것이라고
어제로 통하는 통로를 그런 식으로 찾곤 했노라고
몇백 년 후레 누군가는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한 사람의 지도 조각들이 다 맞춰진다 치더라도
한 사람의 심연이 내뿜는 저 밤하늘의 마지막 전기를 만
질 수 있을까요
이병률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