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DC에서 폴아웃 1의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인 팀 케인이 폴아웃 1의 개발과정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발표 도중에 언급한 Vision Statement 문서가 폴아웃/롤플레잉 게임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폴아웃 1은 개발 도중에 두 번이나 프로젝트가 취소될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는데요. 이 문서는 폴아웃 1 개발 초기에 시스템 디자이너인 크리스 테일러가 인터플레이 경영진에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쓴 겁니다.
폭력성과 도덕적 딜레마, 다양한 해법 등 클래식 폴아웃을 즐긴 분들에게도, 현세대 폴아웃을 즐긴 분들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들이 있을겁니다. (물론 클래식과 3편, 그리고 뉴 베가스가 그 철학을 실제로 구현한 방식이 각각 다른 편이지만요...)
문서중에 GURPS가 언급되는데, 원래 폴아웃 1은 테이블톱 롤플레잉 게임으로 유명한 GURPS 룰을 바탕으로 개발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룰의 원 저작사인 스티브 잭슨 게임즈 쪽에서 게임의 폭력성을 마음에 안 들어해서 없던 일이 되었죠. 결국 개발자들이 고민 끝에 폴아웃을 상징하는 SPECIAL 룰을 개발하게 됩니다.
※ 폴아웃 1의 전체적인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 개략적인 번역으로 조금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1. 무지막지한 수준의 폭력성 (당장 M등급을 주는 게 좋을 것임)
사람, 동물, 건물, 벽 등 게임에 보이는 모든 것을 쏴죽일 수 있습니다. 눈이나 사타구니를 노리는 "지정 사격"도 할 수 있는데, 지정 사격은 대미지가 더 크며 상대를 무의식 상태에 빠트리는 등 추가 효과가 있습니다. 사람이 죽을 때는 몸뚱이가 절반으로 잘리거나 녹아내려 액체 덩어리가 되거나, 피를 뿌리며 폭발하는 등 사용한 무기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죽습니다.
여긴 황무지입니다. 생명은 저렴하고 폭력은 일상입니다.
2. 올바른 해법이 없다 (도덕적 딜레마)
황무지는 썩을 곳이고, 썩을 놈들로 그득합니다. 좋든 싫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게임보다 더 사실적인 선택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플레이어가 단순히 게임을 진행하기보단 더 많은 걸 느끼길 원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살던 볼트(vault)에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복구하려면 다른 마을에 있는 중요한 장치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면 그 마을을 더이상 물을 정화할 수 없게 되고 모두 죽게 될 겁니다. 플레이어가 그 마을을 구해보려고 시도할 수 있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을에서는 두 사람이 마을의 지배권을 두고 싸웁니다. 둘 중 누구도 좋은 인간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어느 놈이 마을을 지배하게 두느냐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3. 문제에는 항상 다양한 해법이 있다 (그게 더 재밌다)
앞서 든 선택의 예시들을 플레이어가 모두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다닐 필요도 없고, 문제에는 언제나 다양한 해법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이는 건 모두 죽이고 다니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게 할 겁니다. 문제 일으키기 싫어서 조용히 다니고 싶다면 그렇게도 할 수 있습니다. 흥정이나 거짓을 통해 말로 해결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플레이 스타일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며 여러가지를 시도하게 될 겁니다. 무장 캠프에 침투해야 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잠입 기술을 이용해 잠입을 시도할 수도 있고, 말빨을 이용해 통과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투 기술을 활용해 경비를 쏴죽일 수도 있습니다.
4. 플레이어의 행동이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세계는 플레이어에게 반응한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따라 반응합니다. 플레이어가 술집에서 사람을 쐈을 경우 다른 손님도 그걸 인지합니다. 플레이어가 강해보이면 못 본 척 하고 자리를 뜨고, 플레이어가 만만해보인다면 시비를 걸어옵니다. 플레이어가 명성을 얻게 되면 NPC들도 그걸 인지하고 길을 비켜주거나 보자마자 총을 쏘는 등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하는 것입니다.
5. 긴박감이 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면 게임도 움직인다)
게임 속 시계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어떤 사건의 전개를 늦추거나 가속시킵니다.
악당은 가만히 앉아 플레이어가 자길 죽이러 오길 기다리지 않습니다. 악당은 세계를 지배하려고 합니다. 플레이어가 뜸을 들일수록 악당은 더욱 더 많은 마을을 접수하게 되며, 플레이어는 정보나 장비를 얻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물론 플레이어에게는 문제를 해결하고 탐험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단서 하나 없이 뭘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지는 문제는 피하려고 합니다.
6. 열린 세계 (가능한 노력해도 다크랜드※만큼은 안 되겠지만)
플레이어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수단이나 경험이 부족해 자신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거나 숨겨진 곳, 막힌 곳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어디든 갈수 있는 만큼 나중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 역주: 다크랜드(Darklands)는 중세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 게임 전문 개발사이던 마이크로프로즈에서 나와 RPG와 시뮬레이션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밀도 높은 서양 롤플레잉 게임 좋아하는 분들 중 안 해보셨다면 꼭 해보시길.
7. 플레이어에게 목표가 있다 (목표는 중요하다. 출시예정일처럼)
플레이어는 언제든 뭔가 해야 할 일이 있게 되며, 언제나 그 "뭔가"가 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저널을 통해 플레이어가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도울 겁니다. 이 저널은 PDA 컴퓨터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진행중인 모든 모험은 PDA에 나타납니다. PDA를 통해 이전에 본 컷씬 영상을 다시 재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이 PDA는 NPC가 제공한 중요한 정보나 단서도 기록합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플레이어에게는 워터 칩을 찾아 정화장치를 수리해야 하는 긴급한 목표가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는 황무지를 장악해 모든 인간을 뮤턴트로 바꾸려는 마스터를 저지해야 한다는 진정한 목표를 알게 됩니다.
8. 자기가 뭘 할지는 자기가 정한다 (롤플레잉 게임이니까)
플레이어는 선하게도 악하게도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건 플레이어에게 달린 일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는 할 수 없는건데?" 소리가 나오는 건 최소한으로 줄이려 합니다. 다양한 성향의 게이머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을 포괄하려고 합니다.
게임 마지막에 악당은 플레이어에게 자신을 위해 일할 것을 제안합니다. 플레이어가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얼간이가 되고 싶다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일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이 친절을 베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9. 인터페이스
사용하기 쉬우면서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겁니다. 보기에도 좋고 플레이어가 당장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될겁니다.
좋은 인터페이스는 플레이어가 게임 자체가 아닌 게임 속 행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10. 대화창 (말하는 방법)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중요한 인물에게 말을 걸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GURPS는 이런 과정을 잘 구현하고 있고, 우리 게임에서도 제대로 구현할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상대를 말로 짜증나게 하면 상대는 짜증난 것처럼 행동하며, 그 사실을 기억합니다. 플레이어가 어떤 화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NPC는 좋아하거나 화를 냅니다. 대사는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지능 수치가 할 수 있는 말을 좌우합니다. 캐릭터의 IQ※가 충분히 높으면 지능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고, NPC도 그에 걸맞게 대응해줍니다. IQ가 낮다면 복잡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고, 그냥 "응?", "뭐?" 정도로 요약되며, NPC 역시 그에 걸맞게...대응해줍니다.
※ 역주: GURPS를 쓸 수 없게 되면서 IQ는 SPECIAL의 지능(Intelligence) 스탯으로 바뀌었습니다. 3편의 경우에는 1, 2편과 달리 기본 스탯이 대화내용이나 퀘스트 전개를 좌우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뉴 베가스에서는 다시 그런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11. 다양한 무기와 행동
머신건, 레이저 피스톨, 화염방사기, 슬래지해머, 칼, 몽둥이, 개틀링 레이저, 체인건, 플라즈마캐스터, 수류탄 등등등 게임 도중에 다양한 무기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전투 중에 넉다운되거나 폭파당하거나, 불이 붙거나, 머신건으로 몸이 찢어질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화면 위에서 생생하게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물론 플레이어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행위를 할 수도 있습니다.
12. 세세한 캐릭터 생성 규칙과 미리 생성된 캐릭터
플레이어는 세세한 규칙으로 캐릭터를 만들거나 미리 만들어진 세 캐릭터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리 만들어진 캐릭터는 전투와 잠입, 협상의 세 가지 유형을 대변합니다.
플레이어가 경험치를 얻으면 캐릭터의 스킬과 속성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세세한 캐릭터 설정은 롤플레잉 게임에 있어 중요한 일이며, GURPS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일입니다.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더욱 더 관여할 수 있게 하여 게임에도 더욱 더 관여하도록 만들 겁니다.
13. 대중을 위해 만들되 GURPS 플레이어도 행복하도록
폴아웃은 GURPS 규칙을 사용한 GURPS 게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롤플레잉 게임이 되어야 합니다.
GURPS의 활용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세세하고 전술적인 전투 (턴 기반이되 느리지 않게)
- 사실적인 NPC의 반응과 스킬에 기반한 반응
- 현실처럼 복잡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
- 전투 외의 스킬의 활용
- 균형 잡힌 엔카운터
- GURPS 플레이어의 지지
14. 동기 부여된 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팀은 이 게임을 만드는 데 정말 흥분하고 있습니다. 팀원 모두가 지금 하는 일에 행복해합니다. 이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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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될 놈들은 된다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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