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디스아너드의 공동 디렉터 하비 스미스가 했던 인터뷰에서 일부 발췌했습니다.
좀 지난 인터뷰긴 해도 이 게임이나 하비 스미스,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에 관심 있는 분들은 재밌게 읽을 거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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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진 모두에게 큰 뜻이 있다면 한 쪽이 다른 쪽에 타협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 예를 들어 아티스트가 보기에 굉장한 도시를 만들었는데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도로와 터널만 보도록 만들기도 하지 않은가.
좋은 의미로 투쟁의 연속이다. 라파엘과 내가 공동으로 디렉터를 맡고 있는데, 우리 둘 사이에도 다툼이 있다. 대체로 85%는 일치하지만, 뭐 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비주얼 디자인 디렉터인 빅토르 안토노프와 아트 디렉터 세바스티앙 미통 사이에도 조율이 필요하고, 또 그 아트 팀과 우리 사이의 조율도 필요하고, 또 리드 레벨 디자이너와의 조율도 필요하다. 모두 조율해야 한다. 그게 투쟁이다. 가령, 아티스트가 아주 긴 테이블이 있는 귀족스러운 식당을 하나 만든다고 하자. 아티스트는 테이블 주변에 의자를 열여섯 개 놓으려고 한다. 그럼 우리는 플레이어가 테이블 아래 숨으려고 할 때 의자를 건드려 소음을 만들면 경비가 들어오는 상황을 가능하게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러면 의자가 너무 많을 때 퍼포먼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그런 식당이 여럿 있으면 더 그렇다.
정리해보면, 아티스트는 의자가 있길 원하고, 프로그래머는 의자가 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길 원하고, 우리는 퍼포먼스가 잘 나오면서도 보기에도 좋으면서 또 역동적이길 원한다. 그런 게 계속 된다. 매 단계가 협상 과정과 다름 없다.
게임에서 쥐가 활용되는 방식은 특이하다. 보통은 조무래기 적으로나 등장하지 않는가. 이건 처음부터 계획했던건가?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흑사병으로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는 설정은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흑사병을 상징하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시체 더미와 벽에 빨간 페인트로 X표를 해놓은 봉쇄된 건물, 그리고 거기에 더해 아트 디렉터가 쥐의 숫자를 늘리자고 했다. 으스스하고 멋지겠다고 생각해서 오케이하고는, 라파엘과 함께 이 쥐로 어떤 게임플레이가 나올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리드 프로그래머와 프로듀서를 두고 협상을 시작했다. 쥐를 전부 조종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하니, 설마 나오는 쥐들 전부 AI로 작동해야 하는 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면 우리는 전부 개별 AI여야 한다고 답한다. 쥐떼를 하나의 오브젝트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쥐 하나하나를 죽이거나 하나하나를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쥐떼를 하나의 오브젝트로 만들면 안 된다.
팀원 모두가 '시스템과 규칙, 메커닉을 최대한 연결한다'는 목표를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 개발진 전체가 완전히 그 목표를 향해 가면서 퍼블리셔는 총력으로 지원해주는 환경은 데이어스 엑스 이후로 오랜만이다. 정말 만족스럽다.
라파엘이 항상 하는 말 중에 '보이지 않는 가치'란 게 있다. 게임에 건물이 있다고 하자. 아주 큰 건물이고 경비가 주변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순찰하고 있다. 대부분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 경비의 범위 밖으로 텔레포트 같은 걸 해서 나가면 경비를 멈춰버린다. 플레이어가 조금 있다가 다시 그 곳으로 텔레포트해서 돌아오면 그 경비는 아까와 같은 자리에서 다시 작동을 시작한다. 갔다온 사이에 저기 있는 시체는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이 경비가 항상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경비가 다른 자리에 있어야 일관성 있고 살아있는 세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가치를 퍼블리셔에게 전하는 건 힘들다. 프로그래머들조차도 그 경비가 보이지 않을 때는 멈추고 정보를 캐싱[저장]해놔야 최적화가 된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플레이어가 보지 않을 때 모델링은 출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 경비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만큼은 계속 추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항상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살아 숨쉬는 환경을 만드는 단계에 더 가까이 가고 있다.
그건 열 명 중 여덟 명은 눈치채지도 못 할 것 아닌가? 캐싱된 경비의 비현실성을 눈치채는 건 두 명 정도 아닌가.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신경쓰는 건 캐싱된 경비의 비현실성을 느낄 두 사람이 아니라, 경비가 살아 움직인다는 걸 안 두 사람이 경험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은 그런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는 이 두 명이 그 차이를 보고, 다른 지점에서는 다른 두 명이 그 차이를 본다.
무슨 뜻이냐면, 게임에 정말 다양한 선택과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잠입과 슬라이딩, 기울이기, 질주하기 등 다양한 이동 옵션이 있고, 그 이동은 다양한 유형의 바닥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선 자세히 말하지 않겠지만 철제 바닥은 시끄럽고 뭐 그런 식이다. 거기에, 레벨 디자인의 비선형성이 있다. 레벨의 순서는 선형적인 연속이지만 레벨 안에는 많은 경로와 접근법이 있다. 지붕 위로 올라가거나, 물고기 몸 속에 들어가 강을 헤엄치거나, 앞문으로 들어가거나 뒷문으로 들어가거나...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다양한 초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을 한 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 처음에는 룬을 모아서 능력의 단계를 높이거나 다른 능력으로 전개하는 선택이 있다. 장비를 여러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다양한 악세서리를 찾을 수 있다.
거기에 카오스 시스템이 있다. 카오스가 높은 접근법이 있고, 낮은 접근법이 있다. 액션과 전투 위주로 나가거나 아무도 모르게 잠입하거나 둘을 섞을 수 있다. 이 모든 변수 덕분에 당신의 플레이는 나의 플레이와 다를 것이다. 어떨 때는 미묘한 차이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미묘한 선에서, 또 커다란 선에서 자신이 만들어나간다고 느낀다.
요는 다른 사람은 하지 못할 조우로 내적 서사는 물론 심지어 플레이어의 목적까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초능력을 계획되지 않은 방식으로 조합하고 통하는 걸 보게 된다. 매번 테스터들이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일을 하는 걸 본다. 시간 멈추기를 예로 들어보자. 테스터가 방에 들어갔는데 적이 여섯 있다. 우리 게임에서 여섯이면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테스터는 시간을 멈추고 적에게 하나하나 화살을 쏜다. 시간을 멈춘 중에 플레이어가 만지는 것은 실시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화살을 쏘면 0.5초 정도 날아가다 멈춘다. 테스터가 시간을 되돌리면 모든 적이 한 번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 처음 우리가 그걸 봤을 땐 정말 마법 같았다.
미친 예시도 하나 들어보자. 적이 총을 쏘는 순간 테스터가 시간을 멈춘다. 그리고 적의 몸을 조종해 총알 앞으로 걸어간 뒤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와 시간을 되돌린다. 그러자 그 적은 자기가 쏜 총알을 맞고 죽게 되었다. 우리가 계획하지 않았던 온갖 미친 조합이 있다. 우리가 시스템을 보편적 목적에 부합하게 만든다면 그걸 플레이어가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게 멋진 거다. 그게 우리 게임의 핵심이다.
어떤 행동이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게 보장해야 한다는 건 왠지 힘들어 보인다.
맞다. 많은 플레이테스트를 거친다. 어떤 때는 망가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고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어떤 때는 망가지는 방식을 그대로 놔두고 안전망만 쳐놓기도 한다. 팀원이 그걸 고쳐야 하냐고 물어보면, 그 괴상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게 놔두고 안전망만 치면 된다고 답한다. 그런 식으로 이게 우리의 비전이고 철학이라고 팀원들에게 숙지시키면 모두 그런 식으로 일을 하게 된다.
언제는 팀원 중 한 명이 시간을 멈추고 스프링 면도날 지뢰를 쥐의 등에 붙인 적이 있다. 스프링 면도날 지뢰는 날과 스프링과 철사를 날려 사람을 갈가리 찢어놓는 지뢰다. 그리고 그 팀원은 쥐를 조종해 경비병 무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 뒤 조종을 해제하고 시간을 되돌렸다. 그러자 막... [닌자가 표창 던지는 소리를 낸다] 다섯 명의 경비병이 죽었다.
처음 했을 때는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프링 면도날을 쥐에 붙이고 쥐를 조종하면 시야를 지뢰가 가리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그래서 팀원이 이걸 막을지, 아니면 할 수 있게 할지 물어본다. 우리는 이걸 할 플레이어는 소수겠지만 멋지니까 할 수 있게 하자고 답한다. 다만 쥐의 시야가 가리지 않게만 해달라고 한다.
즐거운 일이다. 대부분 게임에서 그런 놀라운 일이 발생하는 건 드문 일이니까. 보통 게임은 '여기 다리가 있네. 도시는 아름답지만 이 다리를 떠날 수는 없어. 그리고 다리 끝에는 기관총을 든 녀석이 차 뒤에 숨어 있고, 나는 엄폐물 사이사이를 움직여 다가가 그 녀석을 날려야 한다.' 이런 식 아닌가.
맞다. 보통 거기서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곤 이쯤에서 죽일지, 아니면 이쯤에서 죽일지, 기관총으로 죽일지, 수류탄으로 죽일지 정도지 않나.
그렇다. 별로 변수가 없다. 다리에서 뛰어내려 헤엄칠 수 없거나, 다양하게 독창적으로 즉흥적인 해법을 시도할 수 없다면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물론 일부는 손잡아끌기나 유도가 필요하다. 가령 쥐구멍의 배치 위치 같은 게 그렇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플레이어가 시뮬레이션 안에 있는 것과 같다.
가령, 업그레이드된 초능력 점프로 뛸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에서 업그레이드된 순간이동을 시전한 테스터가 있다. 테스터는 궤도를 그리며 지붕 위로 날아갔다. 그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다니. 처음에는 맙소사, 마나를 축적해놓은 잠입 플레이어는 이렇게 미션 끝까지 지붕 위로만 다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쩌지 하다가,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는 데다가, 멋지니까 할 수 있게 놔두는 게 좋겠다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리 짜놓거나 배치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따금은 환경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그런 일을 하지만 모든 것은 보편적 목적으로 존재한다.
그런 자유의 제공에 잘 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끌어줘야 하지 않나?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에서 그렇게 했다. 우리는 언제나 플레이어가 정문에서 대판 싸울 수 있는 선택권을 두었다. 그냥 수류탄 까면서 돌진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그런 플레이스타일도 완전히 유효하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벌하지는 않는다. 다만 디스아너드 같은 경우에는 그런 행동에 적들이 신속하게 반응하게 만들려고 한다. 때문에 잠입에 어느 정도 이득이 있긴 하지만,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정문에서 대판 싸우는 것도 된다.
세계를 그런 변수와 조합으로 채워둔다고 하면, 그런 디테일과 깊이를 대부분 못 보고 지나치게 되는 저격이나 막무가내 플레이는 방지하게 만들지 않는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타입의 플레이어들을 사랑하고, 그런 가능성이 존재할 것도 생각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계를 만드는 일이 만족스러운 거다. 세계를 만들고 플레이어가 이런 굉장한 경험을 자신이 결정한대로 할 수 있게 만든다면, 그건 위대한 음반이 의미 있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전혀 그런 플레이를 방지할 생각이 없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오직 사운드를 끄고 플레이하는 짓 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미친다. "뭔 짓거리야? 어두운 방에서 헤드폰 쓰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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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화장실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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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수있는 사람은 얼마 없겠지만 멋지니까 가능하게 만든다 멋진 제작사다 데이어스 엑스 대작홍수에 밀려서 건너 뛰었는데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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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그래서 언제 나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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얏홍도 헤드폰쓰고 봐야 됨 하지만 문단속 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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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굉장히 교활하다. 딱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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