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일 SCEK에서 PSP를 한국에 정식발매한 지도 벌써 4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1000번대 PSP 모델의 출시 이후 2007년 9월 7일에는 훨씬 가벼워지고 얇아진 2000번대의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고, 2008년 10월 16일에는 색감 표현력이 개선된 액정을 채용한 3000번대가 정식발매되었습니다. 새로운 모델이 발매될 때마다 가격 변동과 함께 메인 메모리가 늘어난다거나 마이크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되는 등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PSP의 기본 형태와 UMD 드라이브 위주의 게임 발매 등 초기 PSP가 걸어왔던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0월 1일 정식 발매된 PSPgo는 1000/2000/3000번대로 이어지는 PSP의 계보에서 상당히 벗어난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기기 자체가 슬라이드 방식이 되었고 액정 양옆에 있던 조작부가 액정 밑으로 들어가면서 하드웨어의 크기가 많이 작아졌습니다. 한때 소니가 야심 차게 포터블 미디어로 밀었던 UMD(Universal Media Disc)를 완전히 배제하는 구조가 되면서 자연히 UMD 드라이브도 빠졌고, 이로 인해 PSP 3000번대보다 얇고 가벼운 모델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존 모델에서는 외장 메모리만 지원했던 것과 달리 PSPgo는 외장 메모리와 함께 16GB의 내장 메모리도 채택하면서 기존의 PSP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기기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PSPgo(좌)의 외관은 얼핏 소니의 휴대용 기기인 마일로(우)의 계보를 잇는 듯한 인상이다. |
PSP 2000번대에서부터 박스가 많이 얇아지긴 했지만 PSPgo의 박스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부품을 담으면서 크기를 많이 줄였습니다. PS3의 블루레이 케이스를 3개 반 겹친 크기로, 그만큼 기존 모델에 비해 작아진 PSPgo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기존 PSP 모델이 방향키와 버튼이 전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면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한 PSPgo는 어느 정도 PMP에 가까워진 인상이며, 크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진 만큼 휴대성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자 안에는 PSPgo 본체, 전용 USB 케이블, 전원 어댑터 본체, 전원용 케이블이 들어 있으며, 사용 설명서와 함께 미디어 GO 시디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휴대용 파우치와 손목 스트랩은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슬림형 PS3 박스와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 |
2000번대 모델과 비교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
초기 발매된 PSPgo의 색상은 피아노 블랙과 펄 화이트의 두 가지 색상입니다. 피아노 블랙은 초기 PSP와 같은 느낌의 색상으로, 탁월한 지문/먼지 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1000번대와는 달리 뒷면까지 유광 처리되어 있습니다. 뒷면이 유광 처리되어서인지 이전 버전의 금속 링이 사라지고 고무 재질의 돌출부가 PSPgo의 뒷면이 바닥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피아노 블랙 색상은 괜찮을 듯하지만 펑 화이트 색상은 조금 사용하다 보면 아무래도 색이 변질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듯합니다. 슬라이드를 열면 무광 처리된 조작부가 나오며, 얇은 금속 링이 방향 버튼부와 도형 버튼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슬라이드 방식이 되면서 방향키와 버튼부가 가까워지면서 기존의 듀얼쇼크에 가까운 느낌이 되었지만 아날로그 패드의 위치도 안쪽으로 밀려들어 가면서 발매 전부터 PSPgo의 조작감에 대한 불안감을 꽤 심각하게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PSPgo를 만져보면 조작감은 의외로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L/R 버튼은 매우 부드럽게 눌러져서 인식이 잘 되는데다 묵직해진 느낌의 아날로그 패드도 걱정했던 것만큼 애매한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슬라이드 방식이 되면서 버튼의 높이가 꽤 낮아진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2000번대와 3000번대로 넘어가면서 버튼부가 높아지고 조작감 자체도 굉장히 향상되었던 것에 비하면 PSPgo의 버튼부는 슬라이드라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적응에는 꽤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또한 L/R 버튼부와 일반 버튼부와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L/R 버튼부에 손가락을 댄 상태에서 방향키나 아날로그 패드를 조작하려면 은근히 힘이 드는 것도 안락한 PSPgo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줄 듯합니다.
PSPgo의 방향 버튼(좌)과 PSP-2000번대의 방향 버튼(우). 당연히 조작감 자체도 많이 달라진다. |
본체 상단에는 L/R 버튼과 함께 디스플레이 버튼, 볼륨 조절 버튼, 사운드 조절 버튼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버튼은 한 번 누를 때마다 액정의 밝기가 조절되며, 배터리 구동 상태일 때는 3단계, 어댑터 연결 시에는 4단계까지 조절이 가능합니다. 또한 디스플레이 버튼을 1초 정도 누르면 액정이 꺼지고 5초 정도 누르면 외부 출력으로 화면이 전환됩니다. 액정부 양옆으로 스테레오 스피커가 위치하며 스피커 위에 있는 램프는 블루투스(우측 램프), 무선랜(좌측 램프) 기능이 동작함을 알려줍니다. 액정 좌측 하단에는 홈 버튼이 있고 전원 ON/OFF 스위치와 무선랜 스위치(블루투스 스위치 기능도 겸함)는 PSP 1000번대와 동일한 슬라이드 하단 양옆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체 하단부에는 이어폰/마이크 단자와 함께 멀티유스 단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어폰은 범용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멀티유스 단자는 기존 모델과 달리 PSPgo 전용 단자를 채용했습니다. 덕분에 1~2천 원이면 구할 수 있었던 기존 모델의 USB 케이블과 달리 PSPgo 전용 케이블은 분실하게 되면 만 원 정도를 주고 구입해야 합니다. 게다가 나름 험하게 굴려가며 사용할 수 있었던 미니 B 형식과 달리 얇고 긴 PSPgo용 케이블은 상대적으로 부서질 위험이 많이 늘었습니다. 데이터 이동과 충전 용도 외에 영상 출력 기능도 겸하고 있고 얇아진 디자인에 맞춰야 했겠지만 굳이 편하게 사용하던 것을 더 불편하게 바꾸면서 기존에 구입했던 케이블을 못 쓰게 한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전 모델과는 많이 달라진 배열의 버튼 조작부. |
PSPgo는 전용 멀티유스 케이블을 사용해야 한다. |
PSPgo 전용 단자를 채택하면서 데이터 전송/충전/영상 출력 기능을 하나의 멀티유스 단자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기존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영상 출력 케이블과 전원 어댑터는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기존에 발매되었던 PSP용 카메라 모듈과 DMB 수신기를 PSPgo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주변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한마디로 주변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주변기기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도 PSPgo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존 PSP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 노선의 PSPgo이긴 하지만 예전의 주변기기를 사용할 수 없거나 주변기기용 주변기기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은 개그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차라리 DMB 가능을 내장으로 돌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멀티유스 케이블을 연결해 사용하는 전용 어댑터. |
예전엔 세가가 저런 식으로 게임기끼리 연결하곤 했었지요. |
전체적인 PSPgo의 하드웨어적 완성도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PSP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는 무리하게 디자인에 맞추기 위해 심각한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네모 버튼이 다른 버튼과 입력 감도가 다른데다 PSP를 좌우로 비틀 듯이 잡으면 UMD 드라이브가 저절로 열리면서 UMD가 힘차게 날아가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PSPgo에서 불안한 부분은 메모리 스틱 뚜껑이 쉽게 떨어질 것 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불만스러운 부분은 없습니다. 슬라이드 구조가 불안하지 않을까 염려도 했지만 이미 슬라이드 구조의 기기가 많이 발매되어 있는 상태에다 이미 오래 전부터 소니에서도 슬라이드 구조의 휴대용 기기를 여럿 내놓은 덕분인지 제법 단단한 느낌입니다.
4년 전 PSP 리뷰 쓸 때 만들었던 추억의 짤방. |
외장 메모리 커버. 솔직히 조금 걱정되는 모습. |
이전 모델은 배터리 탈착이 간편했고 대용량 배터리를 따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PSPgo는 내장 배터리로 바뀌면서 배터리의 용량도 930mAh로 크게 줄었습니다. 물론 NDSi의 배터리 용량(840mAh)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다 UMD 드라이브를 빼면서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내부적으로도 저전력 설계로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선랜의 배터리 소모는 격렬하며, 블루투스 역시 배터리를 잡아먹는 귀신이기 때문에 사비를 들여 대용량 배터리로 교환할 수도 없는 PSPgo의 설계 방침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전 모델에서는 [시스템 설정]에서 [배터리 정보] 메뉴를 통해 정확한 충전률과 남은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PSPgo는 해당 메뉴를 삭제하고 아이콘으로 간략화된 배터리 용량만 표시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사용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휴대용 기기치고는 불편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장 배터리 채택은 불법 해킹을 막기 위한 대의명분이라도 있었지만 기존 모델에서는 뻔히 볼 수 있었던 배터리 사용 정보를 일부러 삭제한 것은 괜한 눈속임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1000번대의 배터리 용량은 1800mAh. |
PSPgo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화면. |
이번 PSPgo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경점이라면 역시 UMD 드라이브의 삭제라 할 수 있습니다. 소니가 개발한 소형 미디어였던 UMD는 PSP용 게임 외에도 비디오를 수록한 UMD-VIDEO로도 시장에 나왔지만 사실상 UMD를 사용하는 기기는 오로지 PSP뿐인데다 그마저도 UMD 비디오 시장의 발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PSP 출시 당시 소니가 꿈꿔왔던 UMD 시장의 환상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게임 데이터를 기록함에 있어서도 긴 로딩과 모터 구동 소음, 배터리 소모 문제의 주범으로 꼽혔기에 메모리스틱에 일부 게임 데이터를 인스톨해서 로딩을 줄이는 게임이 다수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PSPgo는 UMD라는 개념을 아예 배제한 디자인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물론 다시 UMD 드라이브를 채택한 PSP 4000번대가 나온다거나 로딩을 줄이고 용량을 늘린 신형 UMD를 사용한 PSP2가 나올 수도 있기에 PSPgo의 등장이 곧 UMD의 사장으로 이어진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PSP 3000번대가 PSPgo와 함께 판매되고 있으며 발매되는 게임 역시 다운로드 판매와 함께 UMD 패키지로도 동시에 발매되기에 당분간은 UMD 제조 공장의 생산 라인이 멈출 일은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PSPgo는 내장된 16GB 메모리나 외장 메모리에 게임 데이터나 동영상, 음악 파일을 넣어서 구동하는 방식이며, PSPgo 발매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발매되었던 많은 PSP 게임들이 PS 스토어에 올라온 상태입니다(물론 기존 모델 역시 다운로드 구동이 가능합니다).
휴대용 게임기에 사용된 최초의 광미디어였던 UMD. |
PSPgo는 UMD를 구동할 수 없습니다. |
UMD 드라이브가 사라진 대신 16GB 용량의 내장 메모리가 추가되었고 블루투스 기능과 게임 일시 중단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박스에 16GB라는 표시를 따로 한 것으로 보아 추후에 PS3처럼 용량을 달리 한 버전이 발매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게임 일시 중단 기능은 기존 모델의 슬립 기능보다 훨씬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으로, 게임 도중 언제라도 홈 버튼을 눌러서 플레이하고 있던 상황을 그대로 저장한 뒤 XMB 메뉴로 빠져나와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인터넷 웹서핑을 하거나 혹은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다른 볼일이 끝나면 다시 저장해둔 데이터를 구동해서 플레이하고 있던 지점에서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게임 기능 외에 PMP 기능에도 신경을 쓴 듯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서 블루투스 헤드셋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PSPgo는 가방 안에 넣어두고 MP3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해 감상하면서 재생/일시정지/넘기기 등의 입력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블루투스 방식인 PS3용 식스액시스/듀얼쇼크3를 PSPgo에 연결해서 무선으로 PSPgo를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PSPgo가 휴대용 기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패드를 이용해 게임을 하는 것이 그리 어울리지 않겠지만 PSPgo로 조작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데다 집에서도 PSP로 자주 게임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있어서 나쁠 기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덤으로 듀얼쇼크3를 PSPgo에 블루투스로 연결한 뒤 TV 영상 출력으로 PS1 게임을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작은 PS1이라며 허무한 감격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센스미 채널도 일시 중단 기능이 지원. |
헤드셋과 PS3용 컨트롤러를 블루투스로 붙일 수 있다. |
음악 파일은 소니의 ATRAC3/MP3/WMA 등 일반적으로 다루는 코덱에는 기본으로 대응하며, 사용 방식도 기존의 MP3 플레이어처럼 그냥 탐색기에서 폴더를 따로 만들고 파일을 옮기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음악 감상 메뉴를 보면 예전 펌웨어에는 없던 센스미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은 음악의 성향에 따라 분류해서 원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입니다. PSPgo 전용 기능이라기보다 소니의 MP3 플레이어에 있던 기능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PSP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PSPgo의 네트워크 기능을 활용해서 인터넷 라디오로 실시간 스트리밍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PSP 출시 전 선보였던 떡볶이 리모컨은 그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건가요).
기본 음악 플레이어보다 훨씬 화려한 센스미 채널. |
이젠 그냥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넘어간 느낌이랄까. |
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PSP 자체의 비디오 성능도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초창기에는 UMD 비디오를 의식해서인지 비트레이트 제한과 함께 해상도 제한을 두어서 기껏 4.3인치 디스플레이를 쓰고도 제대로 된 풀화면으로 볼 수 없었는데다 영상 재생 시의 기능도 최소한의 기능만을 넣었지만 이제는 480×272 풀 해상도의 영상을 볼 수 있으며 전체 영상을 5분/2분/1분/30초/15초 간격으로 잘게 나눠서 원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재생 속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등 동영상 재생기로서는 제법 쓸만한 성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일 이름도 형식에 맞게, 폴더에 맞게 넣어야만 했던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는 비디오 폴더에 원하는 파일명으로 아무렇게나 집어넣어도 인식됩니다.
간단한 PMP로 쓰기엔 충분한 성능. |
굉장히 유용한 원하는 장면 찾기 기능. |
물론 5년 전과 달리 요즘엔 MP3P와 PMP를 비롯해서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기기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보니 PSPgo의 동영상 뷰어 기능은 크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PSPgo는 PSP와 달리 액정 사이즈가 4.3인치에서 3.8인치로 꽤 많이 줄었기 때문에 대화면이라는 장점도 어느 정도 줄어든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0.5인치라는 작은 차이지만 그동안 구형 모델을 사용해왔던 유저에게는 그 차이가 꽤 심하게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다만 이전 모델에 비해 가벼워지고 얇아진데다 전체적인 사이즈 자체도 많이 작아졌고 지금으로서도 꽤 대용량인 16GB 내장 메모리 때문에 그야말로 휴대용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PMP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PS 스토어를 통해서 무선으로 동영상을 다운받거나 PC로 동영상을 인코딩해서 감상하는 것이 기본적인 감상 방법이며, PS3의 리모트 플레이 기능을 이용해서 PS3에 들어 있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해서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PS3에 있는 동영상을 PSPgo로 직접 복사할 때 PSP로 재생할 수 있는 영상으로 인코딩해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파일 복사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당연히 PSPgo로는 재생 불가). 결국 PSPgo로 재생하는 동영상은 주로 사용자가 직접 인코딩해서 PSPgo가 인식할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PSPgo를 구입하면 미디어 GO라는 프로그램도 들어 있으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지만 솔직한 감상으로는 동영상 인코딩을 할 것이라면 그냥 유마일 인코더나 다음 팟 인코더를 사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라이브러리 구성은 어느 정도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사용자에겐 익숙할지 몰라도 PMP를 사용하면서 파일 단위로 가볍게 다루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에게 미디어 GO는 프로그램 접근성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 성능 또한 눈에 띄게 우수한 편이 아니기에 힘들게 미디어 GO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간편하고 쉬운 프로그램에 손이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미디어 GO는 무선 속도가 너무 느려서 대용량의 게임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없고 PS3도 없어서 PC로 다운받아야 하는 사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가깝습니다.
물론 미디어 GO가 쉽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프로그램은 미디어 GO보다 훨씬 쉽고 또 빠르다. |
위에서 누차 언급했듯 PSPgo에는 UMD 드라이브가 없는 대신 16GB의 내장 메모리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결국 PSPgo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내장 메모리에 게임 데이터를 다운받아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내장 메모리를 활용한 게임 플레이 자체는 게이머 입장에서 무척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UMD의 단점이었던 긴 로딩 시간, UMD 드라이브의 구동 소음, 배터리의 소모 문제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는데다 UMD 구동부가 사라지면서 PSPgo도 가벼워지고 얇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게임을 판매해야 하는 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골치 아픈 일이라고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굳이 판매업자의 문제까지 같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 모델을 사용해왔던 유저들이 그동안 구입해온 게임 UMD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소니에게는 이를 보상할 생각도, 뚜렷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 문제로 다가옵니다. 결국 UMD로 소장하고 있는 게임도 PSPgo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다시 PS 스토어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예전에 발매되었던 PSP용 게임이 모두 PS 스토어에 올라오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 PS 스토어에도 많은 게임이 올라오곤 있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느껴지는 수준이고, 솔직히 가격 또한 UMD 패키지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한 경우도 많습니다.
PSP용 게임을 다운받으려면 PSPgo의 무선랜 기능을 이용해 직접 다운받거나 PS3, PC로 다운받아 전송해야 한다. |
PS3 유저라면 지역마다 계정을 하나씩 만들어서 일본이나 북미 계정으로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생각에 가깝습니다. 물론 일본이나 북미 계정을 만들어서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는 있지만 PSPgo는 PS3와는 달리 하나의 기기로 하나의 계정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계정을 만든 상태에서 일본 계정을 로그인하려면 한국 계정은 풀리게 되며 그 기기는 일본 계정으로만 접속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국 계정으로 접속하기 위해서는 일본 계정을 무효화해야 한국 계정으로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PS3처럼 하나의 기기에 각 지역마다 계정 로그인 버튼을 만들고 버튼 하나로 편하게 로그인/로그아웃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은근히 귀찮아집니다.
여러 국가 계정을 편하게 오고갈 수 있는 PS3. |
계정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PS3보다는 불편하다. |
사실 PSPgo가 기존의 PSP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탔다고 하지만 기능적으로 따지면 기존 PSP와 PSPgo와의 차이점은 미미합니다. 블루투스 기능과 대용량의 내장 메모리, 게임 일시 중지 기능 외에는 기존의 PSP와는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기존 모델도 PS 스토어에 접속해서 게임을 다운로드받아서 플레이할 수 있으며, 메모리스틱 듀오의 가격도 많이 내려가서 5만원 정도면 8GB 용량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3000번보다 눈에 띄게 액정의 성능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니며 가벼워지고 얇아졌다고는 하지만 2000번대나 3000번대는 그만큼 액정이 크고 조작감도 훨씬 좋은 편입니다. 블루투스나 내장 메모리를 채택한 PSP 4000번대가 등장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PSPgo는 1000번대-2000번대-3000번대로 모델이 바뀌면서 기존 모델의 판매를 중단한 완전 대체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PSP-3000번대와 함께 매장 진열대에 놓이게 되는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00번대나 3000번대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PSPgo를 구입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가벼워지고 작아져서 휴대성이 강화되었고 블루투스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음악이나 동영상 감상을 중시한다면 PSPgo로의 기변도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 모델 역시 10만원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큰 액정과 여유로운 배터리, UMD 게임과 다운로드 게임 둘 다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종 선택의 권한은 유저에게 있으며, 유저들은 사용 용도에 맞게 구입을 하면 그만입니다.
게임기보다 PMP에 무게중심을 놓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 |
PSPgo, PSone, PStwo, 슬림 PS3의 브레멘 음악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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