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ONI: 최고의 오니를 향한 여정 | 출시일 | 2022년 03월 09일 |
개발사 | KENEI DESIGN / 슈에이샤 게임즈 | 장르 | 3인칭 액션 |
기종 | PC, PS4, PS5, NS | 등급 | 전체 이용가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Eclaire |
비디오 게임은 흔히 종합 콘텐츠, 혹은 종합 예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종래의 미디어는 스토리, 비주얼, 사운드 등 오로지 감상만이 가능한 요소의 집합체였지만, 여기에 ‘조작’이라는 행위가 더해지면서 제작자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신개념의 놀이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 비디오 게임인 만큼 개발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더욱이 종합 콘텐츠, 종합 예술이라는 단어는 듣기엔 달콤하지만, 그만큼 콘텐츠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 각각의 요소가 따로 놀면 그것은 올바른 결과물이 아니며, 어떤 의미로는 게임조차 아니다. 본 리뷰에서 다룰 ‘ONI: 최고의 오니를 향한 여정(이하 ONI)’은 바로 이러한 부정적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ONI는 겉모양만 보면 오픈 월드 내지는 샌드박스 3D 액션 어드벤쳐 장르다. 일본의 모모타로 설화를 바탕으로 오니가시마의 싸움에서 홀로 살아남은 오니 ‘쿠타’가 오니들의 혼이 담긴 섬 ‘키세지마’를 찾아 복수를 위해 수련하는 과정을 그린다. 장르의 특성상 세계관을 구성할 풍부한 콘텐츠와 넓은 월드, 그리고 반복적인 액션에 수명을 더해줄 다채롭고 참신한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 PC 버전을 기준으로 용량이 1GB에 불과하다. '발헤임' 같은 게임이 존재하듯 용량이 게임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3D 게임에서 이 정도의 용량에 담을 수 있는 콘텐츠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문제점을 언급하기에 앞서 일단 몇 안 되는 장점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첫째로 음악이 좋다. 정성 들여 녹음된 보컬 곡은 본작의 배경인 키세지마의 쓸쓸한 풍광과 잘 어울리며, 동글동글한 캐릭터들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대변한다. 캐릭터의 디자인과 배경 등 비주얼적인 요소도 인디 게임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외양적인 요소에 이목이 쏠리기 쉬운 홍보 영상만 보면 ONI는 귀여운 캐릭터가 종횡무진하는 그럭저럭 괜찮은 3D 액션 게임처럼 보인다.
스크린샷만 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제한된 배경과 오브젝트를 색감으로 극복한 느낌.
음악과 비주얼로 빚어낸 처연한 분위기. 그게 이 게임 장점의 전부다.
하지만 게임의 내실은 겉모양에 미치지 못했다. 일단 액션 파트부터 살펴보면, 같은 장르의 여타 게임과 달리 본작에는 커맨드 입력 방식의 콤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적의 코어에 해당하는 ‘심옥’을 연타로 깨는 ‘심통연격’, 게이지를 모아 사용하는 필살기, 동료인 카제마루와 주인공 쿠타를 동시에 컨트롤하는 시스템과 ‘흡인’, ‘유체 이탈’ 등의 기술로 본작 고유의 액션을 구축하려 시도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재미나 성취감이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쿠타와 카제마루의 동시 조작은 멀티테스킹이라는 단초적 아이디어만 있을 뿐, 액션의 손맛이나 시스템의 유연한 연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몇몇 보스를 제외하면 등장하는 적의 대다수가 패턴이 너무 단순하여 회피의 무적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시스템 이외에 전투를 구성하는 전반적인 요소들에도 문제가 많다. 완성도 여부를 떠나서 있어야 할 것들의 상당수가 구현되어 있지 않다. 적의 다양성, 패턴의 복잡성, 월드와 전투 사이의 상호작용, 합리적인 밸런싱, 인풋에 따른 아웃풋, 액션과 모션 사이의 연결성 등 많은 부분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세상의 모든 3D 비디오 게임은 폴리곤 덩어리들의 가짜 놀음이지만,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마련된 덕분에 게이머는 몰입하고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ONI에는 그런 요소들이 아주 최소한만 적용되어 있어 게임이 상당히 단순하고 유아적으로 느껴진다.
게임이 단순한 만큼 전투는 많은 불합리와 단순 반복으로 난이도가 조절되어 있다. 대부분의 미션 목표는 몇 가지 고정된 조건 내에서만 이뤄지며, 흔하고 뻔한 변수만이 부여되어 있어 다양성과 확장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 전투는 2D 시점으로 바꿔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공방과 시점 사이의 아귀가 잘 맞지 않기도 한다. 동료인 제니스케를 지키는 미션의 경우 적의 리젠 지점과 목표 지점이 정반대에 위치하거나 제니스케 본인이 마구 날뛰면서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등 최소한의 합리성조차 보장되어 있지 않다. 또 일부 패턴 공략이 요구되는 적들의 경우 패턴의 유도나 무시가 거의 불가능하고 특정 패턴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면모가 매우 강하다.
게임이 상당히 단순하고 유아적으로 느껴져서 크게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미션을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난이도보다는 불합리한 조건 때문이다.
단순함, 빈약함, 불합리함으로 정리되는 본작의 문제는 전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단 게임의 주 무대인 키세지마부터가 단순 면적을 따지면 다른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마을 하나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초반에는 지역 이동에 제약이 있으며, 일정 개수 이상의 미션을 진행해야만 다른 지역이 개방되는 형태다. 무엇보다 ‘탐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게임의 스케일이 작다. 그리고 본작의 게임플레이는 이 좁은 공간 내에서 최대한의 플레이 타임을 뽑아내기 위한 꼼수로 가득 차 있다. 차별화된 게이밍 경험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작은 스케일과 단순한 시스템을 보완하려는 방편만이 가득하다.
ONI의 진행 방식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게임을 시작하면 3개의 요석을 찾아 불을 밝혀야 한다. 그러면 이동 가능한 지역 내에 2~3개의 미션이 등장하고, 그것들과 상호작용하면 전투가 시작된다. 주어진 미션을 다 끝내면 다음 미션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중간 보스에 해당하는 적까지 다 처리하면 새로운 필살기를 얻고 이동 가능한 지역이 늘어난다. 이후 앞서 언급한 요석을 찾는 과정부터 다시 반복한다. 이러한 루틴을 총 3번 수행하면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 참고로 미션의 개수는 40개가 안 될 정도로 적은데 기본적인 볼륨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모든 미션을 남김없이 수행해야만 최종 보스전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탓에 미션 선택의 자유도는 낮고, 플레이 타임만 불필요하게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수집물의 80% 이상을 찾았음에도 엔딩까지 7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7시간이라는 플레이 타임이 누군가에겐 충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선형식 게임의 7시간과 오픈 월드, 혹은 샌드박스 게임의 7시간은 명백히 느낌이 다르다. ONI의 경우 후자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각종 제약을 통해 선형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강제하는 것에 가깝다.
필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10분도 안 걸린다.
위 지역과 아래 지역이 서로 달라 보이는가? 실상은 언덕 하나 넘으면 된다.
이러한 본작의 게임플레이에는 볼륨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수반된다. 그중 첫 번째는 ‘공간’의 활용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본작의 전투는 월드맵 내를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적들과 인카운터하는 것이 아니라, 비선공인 검은 오니와 상호작용하여 미션을 발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게임의 배경인 키세지마를 구성하는 환경이자 생태계로서의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상 섬이라는 공간을 그냥 없애고 미션 선택식 게임으로 바꿔도 본작의 전투 경험은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
엄밀히 말해 전투 이외의 게임플레이가 아예 없지는 않다. 오로지 필드에서만 가능한 숨겨진 상자 찾기, 버섯 채집, 혼 탐색 및 포획 등의 콘텐츠가 그 예시다. 그런데 이러한 게임플레이는 전투와 완전히 분절한 형태로만 존재하여,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으로 이어지질 않는다. 일반적인 3D 액션 게임이라면 수집을 위해 필드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적을 만나 교전하고 변수가 발생하며 때로는 서브퀘스트가 발동되기도 하지만, ONI에는 그러한 게임플레이가 원천적으로 거세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구성은 서브콘텐츠를 반드시 플레이하도록 강요한다.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려면 화폐에 해당하는 버섯을 모아야 하고 최대 체력을 늘리려면 맵에 흩어진 혼을 포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와 전혀 연관이 없는 콘텐츠를 통해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 셈이다. 전투와의 연결점은 둘째치고 이러한 개별적 게임플레이가 재미있느냐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단 버섯 모으기와 상자 탐색은 긴장감 없는 반복 플레이에 불과하다. 그나마 혼 포획에서 추적하는 오니를 떨쳐내는 잠입 및 탈출 방식의 미션이 마련되어 있기는 한데, 그 방식이 너무 단순하고 일차원적인데다가 가끔 두 마리 이상의 오니가 달라붙을 경우 회피 이후 딜레이 사이에 또 다른 오니가 공격해오면 속수무책으로 잡혀야 하는, 매우 불합리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관을 느끼고 즐기기 위한 탐험이 아닌, 콘텐츠 소모를 늦추기 위한 탐험에 가깝다.
거대 오니와의 추격전은 제니스케 지키기 다음으로 이 게임에서 짜증 나는 부분.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도 매우 평면적이고 단순하다. 스토리의 큰 줄기는 너무 흔해 빠진 클리셰 덩어리라 별 감흥이 없고, 겉 포장만 그럴싸한 텍스트 몇 줄로 플레이어의 감정에 호소하기만 한다. 등장하는 캐릭터 수는 너무 적고 그들의 과거와 행동의 동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곁들여진 것도 아니다. 인간에게 복수하려는 쿠타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소녀인 칸나와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고, 인간 소녀 역시 오니인 쿠타에게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데 그 모든 과정이 칸나가 선하고 귀여워서, 라는 편리한 이유로 퉁치고 넘어간다. 복수와 화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앞두고 인물들이 겪은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찰 없이 무작정 서로 이해하자는, 혹은 ‘너랑 나는 친하니까 네 말이 맞다’는 식의 이야기 전개는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동화적인 연출은 나쁘지 않은 시도였지만 알맹이가 너무 부실하다.
리뷰 전반에 걸쳐 살펴보았듯이, ONI의 문제는 단순함과 분절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야기 따로, 전투 따로, 탐색 따로, 캐릭터 강화 따로, 모든 요소가 제작기 따로 노는데다가 그나마 음악을 제외하면 무엇하나 깊이 있게 완성된 부분이 없다. PC 버전의 경우 최적화가 좋지 않아 그래픽 대비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며, 그마저도 애니메이션이 30프레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실제 프레임 대비 체감 프레임이 상당히 낮다. 아마도 일본 시장에 많이 깔린 닌텐도 스위치 하드웨어에서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삼은 게임으로 추측되는데, 그것이 ONI의 안일한 기획과 단순한 구성의 변명이 되진 못한다.
작성 Eclaire / 편집 안민균 기자(ahnmg@ruliweb.com)
211.214.***.***
예구했고, 직접 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많이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각종 홍보영상에서는 이 게임이 탐색형 어드벤쳐게임인양 소개하지만 모든 전투는 스테이지 형식이며, 그마저도 특색은 없고 심지어 액션성마저 없죠. 각 요소는 연결되어있지만 어거지로 이어붙인거라 상당히 지루하고, 게임적으로 루즈합니다.(스토리 2줄 - 전투 5번 - 맵에서 영혼탐색 - 스토리 2줄 - 이하 반복) 강화요소인 영혼탐색이라도 편하게 하면 좋겠는데, 영혼탐색을 하다보면 절대로 공격할 수 없는 거대오니가 뒤쫒아오고, 무조건적으로 특정 장소로 돌아가게끔 해서 공간적으로 반복행위를 하게 만드는게 상당한 스트레스기도 합니다.(같은 장소를 10번 이상 계속 찾아다녀야 한다는게... 짜증을 확 솟구치게 만듭니다.) 게임을 같이 만들다가 비쥬얼, 음악쪽 빼고 다 도망갔다는 설이 유력할 정도로 음악이나 비쥬얼말고는 남는게 없는 게임... 솔직히 이정도로 실패했다고 느낀건, world's end club 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121.136.***.***
재미없다를 넘어서 과연 이게 게임일까? ...라는 말인듯
203.243.***.***
결론은 재미 없다는 말씀이신거죠?
119.204.***.***
저건 닌텐도 라기 보다는 지브리 감성에 더 가까운데요 지브리가 참여한 니노쿠니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지브리 에니메이션 같은 색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121.159.***.***
망겜 대충들 하3
203.243.***.***
결론은 재미 없다는 말씀이신거죠?
121.136.***.***
재미없다를 넘어서 과연 이게 게임일까? ...라는 말인듯
211.214.***.***
예구했고, 직접 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많이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각종 홍보영상에서는 이 게임이 탐색형 어드벤쳐게임인양 소개하지만 모든 전투는 스테이지 형식이며, 그마저도 특색은 없고 심지어 액션성마저 없죠. 각 요소는 연결되어있지만 어거지로 이어붙인거라 상당히 지루하고, 게임적으로 루즈합니다.(스토리 2줄 - 전투 5번 - 맵에서 영혼탐색 - 스토리 2줄 - 이하 반복) 강화요소인 영혼탐색이라도 편하게 하면 좋겠는데, 영혼탐색을 하다보면 절대로 공격할 수 없는 거대오니가 뒤쫒아오고, 무조건적으로 특정 장소로 돌아가게끔 해서 공간적으로 반복행위를 하게 만드는게 상당한 스트레스기도 합니다.(같은 장소를 10번 이상 계속 찾아다녀야 한다는게... 짜증을 확 솟구치게 만듭니다.) 게임을 같이 만들다가 비쥬얼, 음악쪽 빼고 다 도망갔다는 설이 유력할 정도로 음악이나 비쥬얼말고는 남는게 없는 게임... 솔직히 이정도로 실패했다고 느낀건, world's end club 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211.221.***.***
비주얼도 닌텐도 모 게임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 23.04.11 21:24 | |
175.211.***.***
쉿...그러면 원신도... | 23.04.11 22:36 | |
119.204.***.***
로보트택견V
저건 닌텐도 라기 보다는 지브리 감성에 더 가까운데요 지브리가 참여한 니노쿠니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지브리 에니메이션 같은 색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 23.04.12 14:45 | |
121.159.***.***
망겜 대충들 하3
59.16.***.***
112.156.***.***
182.219.***.***
12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