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랜덤채팅의 그녀 |
출시일 |
2023년 03월 28일 |
개발사 |
테일즈샵 |
장르 |
비주얼노블 |
기종 |
PC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ahnmg |
지난 3월 28일 출시된 테일즈샵 신작 '랜덤채팅의 그녀'는 원작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를 각색한 비주얼노블로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으로 유명한 자드PD와 케로AD가 개발에 참여했다. 4인 4색 히로인과 연애하는 이야기를 풀보이스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원작과 다르게 다양한 히로인과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히로인 수만 봐도 테일즈샵의 역대 작품 중 가장 많은 4인이며, 남자 캐릭터는 녹음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빌런 및 조연으로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를 모두 녹음하는 등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다.
※ 최근 랜덤채팅의 그녀 스토리 전개 관련 이슈에 대하여
테일즈샵은 29일, "유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확인했으며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작성해 무료 업데이트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기존 시나리오는 '웹툰 원작 버전'으로 취급되며, 새로운 시나리오가 업데이트되도 계속 플레이할 수 있을 예정이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유저 피드백을 기반으로 문제를 개선한 내용이 될 것이며, 주인공은 최준우가 아닌 유저가 직접 이름을 정할 수 있는 새로운 주인공으로 대체된다. 분량은 기존 히로인 개별 루트와 동일한 수준이다. 관련 내용은
테일즈샵 한준 대표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리뷰는 앞으로 적용될 새로운 시나리오와 관련 없는, 웹툰 원작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방황하는 십대들의 성장 이야기
주인공인 최준우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흔히 말하는 '아싸'다.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나쁜 것은 멀리하는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졌지만 뭐든 일단 쌓아두고 고민부터 하는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모종의 사건으로 학교 양아치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면서 그로 인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외롭고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이야기는 최준우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랜덤채팅을 즐기다 우연히 또래의 여자아이와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익명의 신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채팅 앱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준우는 본인이 처한 처지에 걸맞지 않게 다양한 고민상담을 해주며 여자아이와 친해지게 되는데, 그 여자아이가 사실은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에 재학 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집에서 랜덤채팅을 하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인 주인공


독백부터 아싸 기질이 다분하다
여자아이의 정체는 같은 반에 재학 중인 미모의 여학생 윤성아. 성아도 왕따까진 아니었지만 준우처럼 외롭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아이였고, 준우는 그런 성아의 고민을 랜덤채팅으로 들어주면서 내적 친밀감을 쌓게 되며 현실에서도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는 준우가 랜덤채팅 중 성아에게 자신을 25세 연상의 오빠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준우는 모른 척 성아에게 최준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딘가 대하기 불편한 상대라는 것. 자신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랜덤채팅 앱에서의 준우에 대한 성아의 호감도와 의존도는 높아져 가는 가운데, 준우는 이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정체를 밝히고 현실에서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욕망이 공존하는 답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랜덤채팅에서 우연히 같은 반 여자아이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랜덤채팅의 그녀, 윤성아
그 와중에 왠지 모르게 준우에게 잘해주는 옆 반 반장 박하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옛 친구 이유리, 랜덤채팅으로 접근해 애정을 강요하는 위험한 가출녀 서리라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주인공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최준우가 되어 윤성아, 박하민, 이유리, 서리라 등 히로인을 공략하면서 4인 4색 위험하면서도 '씁쓸달콤'한 학원물 로맨스를 감상하게 된다.
랜덤채팅의 그녀가 보여주는 대주제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다. 주인공과 히로인들은 저마다 정신적인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찐, 왕따, 비행 청소년 등 십대가 불행하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대놓고 묘사한다. 게임 이용 등급은 청소년 이용 불가인데, 그 이유는 야해서가 아니라 욕설이 난무해서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무릇 그렇듯, 온갖 비속어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 단순히 텍스트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풀보이스까지 더해지니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몰입도가 높다.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보고 나름의 수위 높은 서비스씬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확실히 말하겠다. 그런 것은 없다. 미성년자가 주인공인 만큼 수위 조절은 확실히 이뤄졌으며, 선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러스트는 있어봤자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과 엔딩 부근 키스씬 정도다.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는 놀랍게도 정말 순수하게 욕설 때문이다.

이 게임이 청소년 이용불가인 이유는 욕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다.

작중 등장하는 히로인들은 각자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보다 더 게임답게, 진화한 테일즈샵 시스템
테일즈샵이 만드는 게임들은 대부분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비주얼노블이지만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를 조작하거나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를 집어넣는 등 간단한 게임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랜덤채팅의 그녀 또한 그런 테일즈샵 게임의 특징을 따른다.
주어지는 시간은 120일, 볼 수 있는 엔딩은 성아 엔딩, 성아 배드 엔딩, 유리 엔딩, 유리 배드 엔딩, 하민 엔딩, 리라 엔딩, 솔로 엔딩 등 7개다. 엔딩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교실, 학교, 거리, 뒷골목 등 4가지 맵을 돌아다니며 보고 싶은 이벤트를 보고, 메신저인 '샵톡'과 SNS인 '인별'을 주시하며 공략하고 싶은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려야 한다. 뭘 할 것인지는 자유지만 120일이라는 날짜 제한이 있으므로 완벽한 공략을 위해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 특정 이벤트는 보는데 돈이 들거나, 히로인의 호감도 제한이 걸리는데, 그 경우 알바로 돈을 벌어서 돈을 충당하고 선물을 구매해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리면 된다.

맵을 돌아다니며 이벤트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다
쓸 곳은 없지만 점프도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맵을 돌아다니며 메인 스토리, 서브 스토리, 선물 해금 이벤트 등 세 가지 이벤트를 볼 수 있다. 메인 스토리는 특정 루트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이벤트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루트가 숨겨져 있지 않고 대놓고 이벤트별로 색과 아이콘으로 구별돼 있다. 메인 이벤트는 각자 대응하는 루트의 히로인 아이콘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보고 싶은 히로인의 이야기를 골라 보면 된다. 메인 이벤트의 경우 진행 시 인게임 시간 하루가 지나간다.
서브 스토리는 루트를 진행 시키지 않는 이벤트다. 대부분 간단한 텍스트 위주의 내용으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만 빠르게 감상하고 싶다면 무시해도 좋다. 서브 스토리에는 테일즈샵 관련된 드립이 자주 나오므로 테일즈샵 팬이라면 익숙한 내용이 많을 것이다. 서브 스토리를 진행하면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고, 퀘스트를 달성하면 'QP'라는 재화를 얻을 수도 있다. QP는 맵에 서 있는 캐릭터들에게 씌워줄 치장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대부분 메인 스토리와 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안 봐도 그만인 서브 스토리


퀘스트를 달성하면 재화를 받을 수 있고, 그것으로 치장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선물 해금 이벤트는 서브 스토리의 일종이지만, 볼 경우 보상으로 선물 가능한 물품이 늘어나게 된다. 각 선물은 히로인마다 오르는 호감도 수치가 다르다. 특정 히로인 루트를 빠르게 진행하고 싶다면 같은 가격으로 최대한 호감도가 많이 오르는 선물을 주는 것도 팁 중 하나다. 선물은 하루에 최대 한 번 밖에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 선물이 해금되는 서브 스토리도 있다
샵톡과 인별은 메인 스토리를 볼 때마다 갱신된다. 먼저 샵톡은 등장인물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메신저로, 읽을 경우 선택지에 따라 특정 인물에 대한 호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메세지는 일반 메세지와 중요 메세지로 나뉘며, 일반 메세지는 읽지 않고 시간을 넘길 경우 사라져 버린다. 중요 메세지는 메인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읽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별 의미 없는 메세지가 오기도 하지만

호감도가 오르는 메세지도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별은 캐릭터들이 이벤트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적게 되는 SNS로, 플레이어는 '좋아요' 기능을 통해 게시물을 추천할 수 있다. 샵톡과 달리 당장 보지 않아도 몇 일 동안은 표시되서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할 수도 있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누르면 해당 히로인의 호감도가 오르는 단순한 글부터, A 히로인의 호감도는 오르지만 B 히로인의 호감도는 떨어지는 글, 호감도가 오르진 않고 떨어지기만 하는 글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은 눈치를 시험하는 대목이라고 해야할까, 이 글은 좋아요를 누르면 호감도가 오르겠구나, 떨어지겠구나는 대충 예상이 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별 좋아요 기능을 통해 자신의 눈치를 시험해보도록 하자.

좋아요를 눌러 특정 히로인의 호감도를 얻을 수 있는 '인별'
샵톡과 인별에서 등장하는 선택지를 잘못 골랐다면 메인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히로인 호감도가 부족하게 된다. 이 경우 히로인에게 선물을 줘서 호감도를 채울 필요가 있다. 선물을 사려면 용돈이 필요한 데, 용돈은 알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알바는 편의점, 분식집, PC방, 게임 QA, 오컬트 카페, 인형탈 알바 등 6종이 있다. 편의점은 '썸썸편의점', 분식집은 '기적의 분식집', 오컬트 카페는 '니그레도 라비린스'를 패러디한 것으로, 모두 과거 자드PD와 케로AD가 참여한 작품들이다. 알바는 하면 할수록 등급이 올라 받는 금액이 높아지게 되며, 등급에 따른 간단한 이벤트도 볼 수 있다.

호감도가 부족하다면 선물을 사서 줘야 한다

선물은 알바를 통해 용돈을 벌어 사줄 수 있다
각 히로인 루트 엔딩은 각 루트 메인 스토리를 끝까지 진행하면 볼 수 있다. 공통 루트 진행에 필요한 시간은 50일, 한 히로인 루트 엔딩을 보는데는 약 30일이 소요된다. 엔딩 하나에 약 80일이 걸리는 셈인데, 선물 구매나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자금을 벌기 위해 알바를 뛰게 되는 것을 감안해도 120일이라는 제한 시간은 게임 진행에 큰 문제가 없는 널널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엔딩 직전까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한 후 남은 시간에 천천히 서브 스토리까지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히로인 동시 공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공략 제한 시간은 120일, 그 중 50일은 공통 루트에 쓰이게 된다. 남은 시간은 70일, 하나의 히로인 루트 엔딩을 보는데 약 30일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40일이 남는다. 그럼 두 명까지는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엔딩을 보기 위한 최소 호감도가 부족해서 불가능하다.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특정 히로인 호감도가 80 이상이어야 하는데, 특정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리려고 하면 나머지 히로인의 호감도가 하락하는 구조로 시스템이 짜여 있기 때문에 미리 알고 시작부터 작정하고 준비해서 공략하는 것이 아닌 이상 동시 공략이 힘들다.
세이브/로드 신공으로 모든 이벤트를 완벽히 소화하고 이득을 볼 수 있는 호감도를 모두 챙긴 후 하루에 한 번 선물을 줘서 호감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론상 최대 두 명의 히로인 엔딩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에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사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1회차 엔딩을 보면 공통 루트 스킵 기능이 해금되기 때문이다.
2회차부터는 타이틀에서 이야기 시작을 누르면 공통 루트를 스킵할 것인지 선택지가 나오고, 스킵을 선택하면 50일차에 용돈 6만원 상태로 공통 루트 마지막 메인 스토리인 '애매하면 죄가 된다' 직전 상황에서 시작하게 된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각 루트가 독립된 평행 세계 취급이라 동시 공략한다고 해서 스토리가 변하진 않으며, 하렘 엔딩 자체가 없어서 굳이 동시 진행할 필요가 없다. 다른 엔딩이 보고 싶다면 얌전히 2회차 플레이로 진행하도록 하자.


동시 공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개발자가 의도한 부분이다. 자드 PD는 지난 인터뷰에서 "공략 중 특정 히로인에게 호감을 표현하면 다른 히로인의 호감도가 떨어지게 설계했다."면서 "무시하고 동시 공략을 하려고 하면 솔로 엔딩을 보게 될 수 있다. 원작에서 애들끼리 시기와 질투가 많은데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NS에서 다른 여자에게 조금만 눈길을 줘도 쭉쭉 떨어지는 호감도를 보면 한 눈 팔면 안되겠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랜덤채팅의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드PD와 케로AD가 개발에 참여한 전작, '기적의 분식집'과 '썸썸편의점'의 경우 경영 시뮬 요소를 더해 이야기 감상과 더불어 주인공의 입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그 과정이 단순하고 다소 반복적인 플레이가 강요되다 보니 '편하게 이야기만 보고 싶은데 경영 요소가 지루하고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종종 있었다. 또 가만히 정해진 이야기를 감상하는 형태라 직접 주인공으로서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이야기를 감상하는 관전자 느낌이 더 강했다.
이번 랜덤채팅의 그녀의 경우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 맵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원하는 히로인에게 말을 걸어 이벤트를 골라볼 수 있는 형태라 내가 주인공이며 뭘 하고 있다는 느낌이 선명하다. 특정 이벤트를 보고 난 후 맵을 돌아다니면 캐릭터들이 그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씩 중얼거리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소문이 퍼져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여전히 공략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행동이 그리 많지 않고, 정말 캐릭터를 조작해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는 정도 뿐이라는 점은 아쉽다.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
랜덤채팅의 그녀는 조금씩 테일즈샵이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비주얼노블에 게임성을 더하면서도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모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그런 진화를 기반으로 앞으로 출시할 게임 또한 기대된다.

내가 주인공으로서 직접 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준비된 모든 엔딩과 서브 스토리를 다 즐기는 데에는 약 20시간 정도 소요됐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원작 웹툰과 테일즈샵 게임을 모두 즐겨왔던 사람, 웹툰만 알고 테일즈샵은 모르는 사람, 테일즈샵은 알고 웹툰은 모르는 사람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져 극과 극인 느낌인데, 필자의 경우 원작 웹툰을 전혀 모르고 게임으로 이야기를 처음 접한 부류다. 개인적인 히로인 루트별 만족도 순위를 붙여보자면 1위 박하민, 2위 이유리, 3위 서리라, 4위 윤성아다.
※ 루트 별 소감에서는 각 캐릭터의 성격이나 루트 특징과 같은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으니 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보고 싶지 않다면 다음 소제목이 나올 때까지 스크롤을 내려주길 바란다.
▶ '루트 별 소감' 넘어가기
박하민 루트가 1순위인 이유는 네 루트 중 연애 묘사가 가장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미연시 치고는 전체적으로 연애 비중이 적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연애 비중이 높다는 것 만으로도 큰 호감으로 다가왔다. 또 박하민 루트는 주인공의 찌질함이 어느 루트보다 극에 달하는 루트기도 한데, 그 찌질함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혐오에서 끝내 공감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연애 묘사가 가장 많았던 박하민 루트
이유리 루트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고, 주인공과 히로인이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고 의지되는 존재로서 거듭나게 된다는 전개를 보여주며, 어떻게 보면 가장 왕도적인 전개였지만 그만큼 맘 편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히로인들과 달리 등장 시점 정신적인 상처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고, 주인공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이 의지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다. 박하민 루트를 1순위로 두긴 했지만, 인간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히로인을 꼽으라면 이유리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고민, 왕도적인 전개를 보여준 이유리
서리라 루트는 상상했던 것과 달라 김 빠졌다랄까, 비행 청소년의 어둠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루트인 만큼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전개가 펼쳐질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순탄하게 흘러간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또 서리라는 작품 내에서 속된 말로 굉장한 미친년으로 묘사되는데, 서리라 루트에 들어서면 금방 순해진다. 특히 서리라는 별다른 선물을 주지 않아도 엔딩 시점 호감도가 100을 훌쩍 넘길 정도로 공략이 쉬운 히로인이기도 하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인 것 치곤 공략이 쉬운 것이 의외였으며, 서리라 자체가 상당히 입체적 인물인 만큼 색다른 전개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무난한 전개로 흘러갔던 점이 아쉽다.

생각보다 미친 사람(?)이 아니었던 서리라
가장 아쉬웠던 것이 윤성아 루트다. 결말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뿌려진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성아 루트에서 빌런 역할로 등장하는 임대현이 왜 그토록 랜덤채팅 앱을 증오하는지에 대해 결국 알려주지 않으며, 주인공과 유일하게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끝이 난다. '랜덤채팅의 그녀'가 윤성아인 만큼 사건의 중심에 서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결과적으로 속이 시원하지도 않고 해피하지도 않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전개와 결말을 보여줬다.

누구보다 히로인이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윤성아
카카오 82%, 씁쓸달콤 연애 이야기
랜덤채팅의 그녀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윤성아, 이유리, 박하민, 서리라. 4명의 히로인 모두 각자 다른 고민과 이야기를 보여줬으며, 지나치게 현실적인 내용에 다소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만큼 와 닿는 여러모로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보통 미연시의 경우 히로인과의 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 같은 미연시랄까, 재미는 있지만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먼저 다가오는 그런 미연시다.
전체적으로 씁쓸하지만 아예 달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먼저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몰입을 높여주는 성우들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케로AD 특유의 부드러운 화풍에 웹툰 느낌을 더한 하이브리드(?) 그림체로 탄생한 일러스트는 게임과 원작의 연결성을 표현하면서도 이전 작품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며, 여기에 메인 히로인부터 남자 조연까지 하나 하나 신경 써서 녹음한 풀보이스가 더해져 몰입감을 더한다. 또 여러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끝에는 회개(?)한 주인공과 히로인이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숨 막히는 전개 끝에 결국엔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 묘하게 현실적인 학창시절 묘사였다. 개발팀이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말투부터 단어 선정, 인간 관계 묘사까지 수준급이었다. 필자는 학창시절 주인공 최준우처럼 인간관계 측면에서 다양한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런 공감성이 나름의 재미 포인트로 다가왔다. 다만 인간 관계 묘사에 집중하다 보니 주인공을 너무 찌질한 인물로 만들어 버렸고, 그런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챙기다 보니 미연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애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욕설까지 더해지니 플레이어가 감당해야 할 감정선이 너무 많아진다.
특히 욕설과 비행 청소년에 대한 묘사는 사람에 따라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학창 시절 좋지 못한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기분 나쁠 법한 내용이고, 그런 것에 내성이 있더라도 잦은 욕설에 기분 나빠질 만 하다. 게임이 재미없거나 지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씩 쌓이는 스트레스로 한 번에 오래 플레이하기 힘들다고 해야할까. 필자의 경우 스토리 진행 도중 스트레스가 쌓여 게임을 끄고 잠시 쉬었다가 와서 다시 플레이 하곤 했다. 물론 가해자와 범죄를 미화하거나, 의도적으로 불쾌한 묘사를 보여주는 것은 절대 아니며, 어디까지나 소재로 다루기 힘든 사회의 부정적인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러 의미로 충격적이었던 캐릭터 '보라'

음습함의 끝을 달렸던 '유림'

여러 모로 찌질함의 끝을 달렸던 박하민 루트의 주인공과 임자유
실제로 욕설과 비행 청소년에 대한 묘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유저도 많았다. 관련하여 테일즈샵은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기대했다 실망했을 팬들을 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작성해 무료 업데이트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주인공이 최준우가 아닌 유저가 직접 이름을 정할 수 있는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이며, 분량은 기존 히로인 개별 루트만큼 충분한 볼륨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업데이트는 히로인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기존 시나리오는 '웹툰 원작 버전'으로 취급된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순수하게 미소녀와 연애하는 '달콤'한 이야기가 아닌, 현대 십대들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씁쓸달콤'한 이야기다. 만약 고민 따윈 필요 없는 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원한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향후 선보일 새로운 시나리오에서는 씁쓸함보다는 달콤함이 부각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작성 및 편집: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112.154.***.***
세상에서 주인공이 제일 X신 같은 게임
221.155.***.***
워낙 말 많아서 인방으로 좀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주인공은 학교가 아니라 정신병동에 집어넣어 사회랑 격리 시켜야 할 환자입니다. 썸썸 재밌게 했던 게임이라 엉망이지만 않으면 살려고 했는데 포기했어요.
211.52.***.***
현대 십대들은 대체 무슨 생활을 하고있는건가
125.141.***.***
후속작이 아니라 동일 게임에서 기존 주인공을 배제하고 리메이크로 완전히 바꿔버리겠다고 하는 게임은 처음봤음.
220.119.***.***
없던 암세포가 무한증식하는 게임
27.126.***.***
112.154.***.***
참치요시
세상에서 주인공이 제일 X신 같은 게임 | 23.04.04 19:45 | |
220.119.***.***
참치요시
없던 암세포가 무한증식하는 게임 | 23.04.04 20:51 | |
125.141.***.***
참치요시
후속작이 아니라 동일 게임에서 기존 주인공을 배제하고 리메이크로 완전히 바꿔버리겠다고 하는 게임은 처음봤음. | 23.04.04 21:46 | |
183.107.***.***
랜덤채팅이 주가 되야되는데 그냥 서브인느낌? 아니 랜챗으로 뭔가 진행이되야되는데 걍 일진물 이여서 좀 이게 뭔가 싶긴했는데 ㅋㅋㅋㅋ 좀 별로였어요... | 23.04.04 22:24 | |
1.240.***.***
그게 무슨 소리임? 리메이크함? | 23.04.05 04:10 | |
182.229.***.***
유저들 피드백 반영해서 시나리오 갈아엎은 버전 내놓기로 했어요 | 23.04.05 08:44 | |
220.124.***.***
무료 업데이트로 새로운 주인공의 신규 시나리오가 추가된다고 발표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이 게임은 발매 이전부터 원작과는 다른 신규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게임이라고 열심히 홍보했는데 실제로는 원작과 별로 차이가 없는 작품이라서 허위광고였다고 욕을 뒤지게 먹으니까 이제라도 광고 멘트에 걸맞게 원작과는 다른 신규 시나리오를 만들겠다고 발표를 했죠. 기존 시나리오는 '웹툰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바꾼다고. 그런데 이 신규 시나리오에서 아예 주인공을 바꿔버리겠다는군요. | 23.04.05 17:37 | |
1.240.***.***
세상에.... | 23.04.05 19:41 | |
1.240.***.***
엄청 오래 걸리겠네요 근데 히로인은 그대로 하고 주인공만 바꾸면 잘못하면 유사 NTR소리 들을수도 있을건데 음... | 23.04.05 19:42 | |
121.170.***.***
'랜덤채팅의 그녀' 라기보단 그냥 '인간붕괴의 그녀' 인듯.. | 23.04.07 19:45 | |
118.42.***.***
직접한사람도 그렇고 인방에서 하던 사람이든 그걸 지켜보든 시청자든간에 다 똑같이 이겜은 미연시라는거 자체가 없고 엄청 불쾌한 겜이라고 짜증만난다는 평가가 보통이에요. 이걸 4만원주고 살 이유조차 없을정도입니다... | 23.04.08 09:32 | |
121.176.***.***
한국판 렌탈 여친 + 김성모 주먹물 유니버스 + 주인공 심기체 처녀충 겸 흑화 = 랜덤채팅 | 23.04.08 14:43 | |
121.176.***.***
랜덤채팅 주인공 최준우가 워낙 인간쓰레기라는 평가라서 그러함 그래서 차라리 주인공을 다른 놈으로 갈아버리라고 하는 거 한국판 렌탈 여친 + 김성모 주먹물 유니버스 + 주인공 심기체 처녀충 겸 흑화 = 렌덤채팅 랜덤채팅이 이래서 욕먹고 주인공을 바꾸라는 거도 이러해서 그러함 | 23.04.08 14:45 | |
121.159.***.***
좋게 말하면 일러가 아까운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일러스트분이 현재 한국 최고 수준의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분 이라 생각하는데 진짜 낭비해버림 -_- | 23.04.28 11:40 | |
114.206.***.***
센티멘탈 그래피티2 라는 게임이 있었지... | 23.05.10 10:46 | |
122.202.***.***
112.149.***.***
--- Out of memory ----- | 23.04.04 21:16 | |
175.112.***.***
깨알같은 타회사 작품도 언급
220.89.***.***
야겜인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3.04.06 15:47 | |
211.2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3.04.07 16:13 | |
211.52.***.***
현대 십대들은 대체 무슨 생활을 하고있는건가
175.210.***.***
시나리오 쓴 사람 10대임? | 23.04.05 17:32 | |
124.53.***.***
해보면 전혀아님 최소3040 | 23.04.30 22:23 | |
59.10.***.***
59.11.***.***
211.217.***.***
221.155.***.***
워낙 말 많아서 인방으로 좀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주인공은 학교가 아니라 정신병동에 집어넣어 사회랑 격리 시켜야 할 환자입니다. 썸썸 재밌게 했던 게임이라 엉망이지만 않으면 살려고 했는데 포기했어요.
121.159.***.***
39.117.***.***
시나리오 라이터가 ㄹㅇ 무엇무엇이라서.... | 23.04.29 07:47 | |
220.79.***.***
218.38.***.***
125.143.***.***
나의 10대 시절은 순수 했는데..
122.35.***.***
95년 5월19일.....................날짜가..... | 23.04.08 18:39 | |
118.130.***.***
mz세대 입니다만 .....문제라도?...... | 23.04.17 15:09 | |
121.146.***.***
163.152.***.***
이기야 하지 않은 것만 다행(?) | 23.04.06 10: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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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세계가 디스토피아니깐 그렇지. | 23.04.07 18:39 | |
118.45.***.***
진짜 이 게임에 불편하다고 사이버펑크, 용과같이, GTA랑 비교하는 애들은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은게 참.... | 23.04.08 1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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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때는 벗을거잖아요 ㅜㅜ | 23.05.02 1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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