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소드.. 장검편. 처절하고 신랄한 미니에피소드 묶음집이네요. 좋....다.......
*달빛과 어둠
항상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검. 냉기를 다루는 달의 신의 가호를 받는 자 만이 열기에 당하지 않고 검을 휘두를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강하고 고집센 전사가 이 검을 손에 들고 전장에 나갔다. 포효를 지르며 최전선에 달려가는 전사. 그의 눈 앞에는 수백의 궁병부대가.... 그의 몸을 수백의 화살이 꿰뚫는다.
하지만! 그의 몸에선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고, 그 뿐인가. 확실히 심장도 관통당했을 터인데 그의 힘도 쇠하지 않았다. 전쟁은 전사의 부대가 승리를 잡는다.
승리를 손에 쥐고 주둔지로 돌아가는 전사. 거기서 검을 놓자 동시에 그는 얼음에 휩싸여 절명한다. 달의 신의 강력한 마력이 그의 목숨을 영원히 뺏어간 것이다.
*철괴
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검. 보통의 인간이라면 휘두르는 건 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못하며, 지금까지 이 검을 쓰려고 하는 인간도 없었다.
이 대검을 소지했던 [밧카스 장군]은 약자의 목숨조차 아무렇지 않게 뺏는 냉혈한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죽인 적의 갑옷을 녹여 이 검을 크게 키웠다.
생명을 뺏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대검. 이윽고 옮기는 것조차 어려워져 아무도, 만든 당사자도 검을 다룰 수 없게 된다.
어느날 아침, 밧카스 장군의 참살시체가 발견된다. 시체의 옆에는 피에 절은 고깃덩이가 붙은 이 철괴가 놓여져 있었다.
대체 누가 이 검을 휘두른 것인가...
*불꽃의 피리
[화염]의 의미를 갖는 검. 파도모양의 날은 상대의 상처를 넓히고 치명타를 입힌다. 원래 이 검은 아무데나 널려있는 평범한 검이었다고 한다.
태고의 시대, 용과의 싸움에 도전한 자가 있었다. 작열의 불꽃에 계속 녹는 칼날. 전사는 최후의 힘을 짜내어 용의 혀를 뽑아 칼에 감는다.
칼날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용의 화염과 호각의 힘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작열에 의해 최후엔 용도 병사도 재가 되어버렸고 이윽고 검만 남게 되었다.
그 후로 이 검은 용의 화염과 강력한 마력이 깃들게 되어 힘없는 자가 휘두를려고 하면 즉각 홍련의 화염이 그 몸을 둘라싸게 된다고 한다.
*신의
먼 동쪽 왕국의 수도에 노래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수가 있었다.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그는 어느 날 요괴와 계약을 해버린다.
요괴의 힘에 의해 속속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게 되는 가수. 어떤 노래도 멋졌고, 도시의 모두가 호평했다. 심지어 장군가의 교육담당까지 승진하게 된다.
어느날, 요괴가 한번 더 찾아와 가수에게 말했다. "너의 평생치 재능을 전부 썼다. 너는 두번 다시 노래하지 못할 테지."
요괴의 말대로 그는 한 소절의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된다. 세상이 부질없어진 그는 자살하고 만다. 이 검은 지금도 그의 피로 날카롭게 빛난다고 한다.
*타카마사
처음 그와 만났을 때,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와 행색만이 기억에 남는 궁상맞은 요괴같은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높은 군주의 밑에서 일하는 무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옆구리에 낀 애도가 그의 이야기가 진짜인가 싶게 만들 뿐이엇다. 어째서 그가 여기까지 굴러 떨어진 것일까.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집안싸움에 이골이 난 그 스스로가 낭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외양만 신경쓰고 검의 수행에 태만한 무사에게 세간은 곱지 못했다...
"그 때... 掬鯖錆家(??)랑 잘만 되었다면...."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하늘을 쳐다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는 답없이 헤메고 있을 것인가...
*카임의 검
카임의 아버지의 유품인 검. 국왕이었던 아버지는 강하고 상냥한 존재였고 어린 시절부터 그 검을 들고 싸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경한 카임이었다.
하지만 평화로웠던 카임의 나라에도 제국의 그림자가 몰래 다가온다. 제국은 나날이 그 세력을 넓혔고 이윽고 카임의 성에 블랙드래곤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게 된다.
"카임.... 프리아에를 데리고 도망가라" 습격받는 성 안에서 아버지는 카임에게 고했다. 카임이 대답할 새도 없이 눈앞에서 양친이 참살당했다.
"나라를 멸망시키고 양친을 살해한 제국과 드래곤을 없앤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에 카임은 맹세했다.
그 맹세가 설령 증오의 화염으로 그를 태워 죽일지라도.
*사람 베는 단말마
사람을 베는 쾌감에 절어, 매일 밤 죄악감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그 피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같은 멋진 그림을 계속해 그리는 슬프고 불쌍한 화가의 검.
화가에겐 꿈이 있었다. "나의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을 터였다...
그의 그림재주는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마을사람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화가의 섬세한 마음은 차차 무너져내려갔다.
"빨강! 붉은색! 빠알간-!!!!" 소리지르며 사람들을 죽여나가는 불쌍한 화가. 최후에는 자신을 찌르며, 웃으며 생을 마감한다..
*연합병사의 검
어떤 일족이 계속 지켜온 특별한 제작법으로 연마된 검. 그 제작법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일 없이 일족에게만 전해져 내려온 기술이었다.
문외불출의 검의 제작법을 훔치기 위해 그 일족에 입문한 적국의 병사. 병사는 그 기법을 배운후 고국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커다란 고민이 있었다. 일족의 피를 이은 여성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함께 도망치자고 설득하는 병사. 결국 여자도 함께 마을을 나서게 된다.
일족의 마을에서 나가기로 한 날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여자는 비술을 지키기 위해 병사를 죽인 뒤 자신의 목숨도 끊는다. 그리고 지금도 비술은 일족에게 전해지고 있다...
*데보루포포루
자매 검 장인인 [데보]와 [포포]가 만든 검. 데보의 강력과 포포의 섬세함. 왕국의 어떤 기술자가 도전해도 그 둘을 이기는 일은 불가능했다.
어느 날, 자매의 평판을 들은 한 음유시인이 나타난다. 시인은 천사와 같은 용모와 상냥한 성격으로 자매 둘의 마음을 한 순간에 뺏어버린다.
시인의 사랑을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만드는 자매. 하지만 둘은 시인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듯 검을 만들었고 만들어진 검은 형편없는 검이었다.
그것을 본 시인은 두 사람을 아내로 맞이한다. 깊은 애정으로 채워진 자매는 더욱 더 정진하여 이 검 데보루포포루를 만들게 된다.
*호위병사의 명예
성인의 호위병사들이 지녔던 검. 장식이 없는 소박한 만듦새에, 몇 번의 전투를 거쳐도 부러지는 일이 없다.
성인을 호위하는 건 14명의 소년소녀들. 하나같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들이었다. 성인은 그런 아이들과 가족처럼 함께 살았다.
어느날 수십명의 산적들에게 습격받은 일행은, 성인을 지키기 위해 결사의 전투를 벌인다. 상처입어도 몇번이고 다시 일어나 성인이 탄 마차를 지켰다.
이윽고 산적과 함께 호위병사들은 전멸했다. 살아남은 성인은 그들의 업적에 눈물을 흘리며 이 검을 가진 자가 구원받도록 소원을 담아 축복의례를 지냈다고 한다.
*해방의 검
자유의 상징으로 그 시대의 영웅이 가지고 있던 검. 정의를 집행하는 자에게 축복으로 교회의 마술인 [신의 창]을 쓰는 것이 허락되었다.
최초의 영웅은 공략한 이국의 군대를 압도적인 힘으로 짓뭉갠 지휘관이었다. 그는 그의 손으로 적병의 피로 물들였다.
다음 영웅은 국왕에게 반하는 혁명군을 때려부순 사령관이었다. 그는 혁명군 멤버들을 차례차례 잡아들여 그 자리에서 처형했다.
최후의 영웅은 이국을 침공해 식민지로 삼은 공적을 세운 장군이었다. 점령 후엔 그는 몇만이나 되는 죄없는 사람들을 학살했다.
*남쪽 바다의 마신
일곱 바다에 걸쳐 상업을 펼친 대상인이 있었다. 상인은 새로운 대륙을 몇 개나 발견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어느날 상인은 남쪽 바다의 바닥에 태고적 옛날에 바다에 가라앉은 대륙이 있고 거기에 [어둠을 부르는 검]이라 불리는 마검이 묻혀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상인은 희귀한 검의 이야기에 남쪽 바다로 떠난다. 고생 끝에 발견한 검은 마신의 형태를 본뜬 석상의 입에 물려져 있었다.
즉각 검에서 무수한 불덩어리가 발생해 상인의 배는 바다 위에서 사라졌다. 수 일 후 상인의 뼈만이 바다에 떠오른다. 그 손에는 활처럼 굽은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백합잎의 검
아름답게 휜 칼날에선 생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저주가 담겨진 검. 자신을 배신한 연인을 자신의 몸과 함께 꿰뚫어버린 소녀의 원념이 잠들어있다.
이 검에 홀린 자는 스스로 이 검으로부터 손을 뗄 수 없게 되고,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을 벤다. 이 저주를 풀려면 자신의 팔을 잘라내야 한다.
자신의 팔을 잘라 저주로부터 벗어난 자는 이 검에 정신이 묻혀 정신을 자유자재로 조종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팔을 자르지 않고서도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검에 잠든 소녀의 혼을 매료시키는 일인 것 같다만 아직까지 팔을 자르지 않고 저주에서 해방된 자는 없다.
*도깨비를 가르는 것
도깨비에게 가족을 참살당한 장인이 복수를 위해 만든 검. 베어가른 상대의 혼을, 혹은 주인의 혼을 흡수해 파괴력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는다.
실력이 좋았던 장인은 왕국으로부터 [도깨비를 베는 명검을 만들어라]라는 명을 받는다. 명검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장인의 집에 도깨비가 찾아온다.
도깨비는 "도꺠비를 베는 검은, 분노와 증오를 가진 자가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 뒤 가족들을 참살하고 난 뒤 떠난다. 장인은 가족의 시체를 안고 피눈물을 흘렸다.
장인은 가족의 장례도 올리지 않은 채 검을 두드렸다. 검이 완성되고 복수에 불타는 장인. 하지만 그 모습은 도깨비를 베는 검을 가진 새로운 도깨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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