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은 일과 고초(?)를 겪었더니 13화가 많이 늦었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뭐...?"갑자기 난입한 남궁가 막내 자제인 남궁천에 의해 본래 직접 밝히려고 했던 인간도의 사실이 폭로되어 온부인의 의지가 무너지게 되었다. 이는 온부인 역시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라 그의 선언에 놀라 굳어버렸다. 용상은 그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에 두 눈 부릅뜨고 남궁천을 바라보았다."뭐, 뭐라고? 너, 너 지금 무슨 소리를......!""누님!!"조활이 이성의 끈을 풀어버리려는 용상의 손을 꽉 잡아채고 끌어당겼다. 용상의 표정은 그 덕분인지 잠시 넋나갈 뻔한 눈을 겨우 붙잡는데 성공했다."아...""누님. 지금 저 이야기에 현혹돼서는 안되오.""미, 미안. 하지만, 지금 저 도련님이 뭐라고 하는 거니?? 왜 저런 뜬소문을 사실인 양 폭로하는 거냐고?"조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용상의 흐릿한 눈빛을 마주할 뿐이었다. 이어 용상은 고개를 조심히 끄덕이는 조활의 모습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뭐? 아, 알고... 있었어?""미안하오. 본래 이 일은 궁주께서 직접 이야기 하려 한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뿐, 지금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 중 단순한 시작에 불과하오."용상의 표정이 단숨에 찌그러졌다."지, 지금 일어난 일이 '단순하다'고? 게다가 시작? 지금 진심인거니??""하지만 누님. 지금 상황에서 뛰쳐나간다거나 난입한다면 누님도 의심 살 것이 뻔하오. 누님은 인간도가 아니잖소?""의, 의심? 저들이 저 도련님이 하는 이야기에 나도 인간도라고 생각할 거란 말이야? 난 금향궁도야! 착각도 유분수지! 그리고 금향궁 사저, 사매들이 인간도라고?? 소설도 적당히 쓰라지!!""누님!!"용상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을 확인한 조활의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게 젖기 시작했다."지금 누님이 이러는 건 궁주님이 원한게 아니란 말이오! 어떻게든 인간도와의 연관관계를 끊으려고 누님을 파문한 것인데, 그걸 누님이 직접 부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오! 궁주님의 결정에 오점을 남기실 셈이오?!"궁주의 상황을 조활이 헤아리자 용상은 터져나오는 진심 속에 숱한 고민들이 막아서 주저하게 만들었다."큭...! 하지만...! 하지만!"용상은 울먹이며 온부인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온부인이 두 눈을 감고 평안히 남궁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용상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온부인이 여태 자신을 길러주고 보살펴줬는데 하루아침만에 전 무림의 공적인 니교, 인간도라고 떠벌린다. 게다가 어째서 온부인이 자신에게 단 한마디도 안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라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말도 안돼. 조 동생. 난 스승님을 만나러 가야겠어...!""누님! 안된다고!!"조활은 어떻게든 용상의 손목을 붙잡고 안간힘으로 버텼다."이거 놔!!""으윽!!"용상은 평소보다 거칠게 조활의 손을 뿌리쳤고, 조활은 그 아픔을 호소하며 뒤에 있던 나무와 부딪히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용상은 미안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조활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용상은 뻗었던 손을 가슴에 포개고 속삭였다."......미안해. 동생. 아프게 밀쳐내서 미안해. 하지만 가봐야겠어. 그래도... 그래도 날 길러주신 은인이야. 어머니와 다름없는 분이란 말이야!"그런 아주 간단하면서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는 용상은 서둘러 온부인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녀를 차마 잡지 못한 조활은 왠지 쓸쓸해졌다. 잘 알고는 있었다. 용상에게 온부인이란 그런 존재라는 것을. 그러나 온부인은 자신에게 용상을 맡겼건만, 그럴 수가 없었다. 조활은 밤새 고민했었다. 그녀를 막으려면 이를 악물고 막아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녀를 막을 순 없었다.짐승이야, 자식들에게나 어미에게나 매몰차게 독립하고 홀로서기를 해야 했지만 그녀는 짐승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딸이자, 자신을 키워준 사람에 대한 공경과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제 아무리 자신의 배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도 용상은 온부인에게 자식이나 다름 없었다.용상은 그런 온부인의 자식이었다."하아... 이걸 어쩐다."조활은 쓰러진 바닥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주변 당문 사형제들이 바라보자 머쓱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중, 당문의 소선풍 당삼 사제가 다가와 조활에게 물었다."사형. 부인을 따라가시겠소?"조활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당삼의 어깨를 쓸쓸히 잡았다."......어수선한 지금 상황에 당문이 허둥대선 안된다. 정세를 파악하고 자리를 고수해 결코 움직이지 말라. 나는 잠시 다녀올테니, 부디 사형제들을 부탁한다."당삼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오시오. 우리들은 무너지지 않소. 당신이 이끌어온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들지는 않겠소. 대신에 집안 일은 꼭 잘 마무리 하시오, 조 사형."조활은 미소지었다."......부탁하지."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스승님! 스승님!"사방이 금향궁을 향한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고, 용상은 도중에 금향궁 사형제들을 마주쳤지만 용상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공세를 막아낼 뿐이었다. 용상은 다급했다. 이들을 도우려니 절대 자신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것 같았고, 지금 상황에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뛰쳐나와도 막막할 뿐이었다. 그때 눈에 익은 자신의 동기가 보였다."아경! 아경! 스, 스승님은?!""......"용상의 동기는 용상을 본체 만체 흘끗거리더니 두 눈을 감고 서둘러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용상은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동기가 용상의 눈 앞을 지나쳤다."사요! 사요!""윽...... 미안, 아상(兒湘). 제발 여기로 돌아오지마...""뭐...? 사, 사요!"용상의 동기는 또다시 그녀를 무시하고 전장으로 갔다. 무언가 용상을 향한 마음이 남아있기는 한지, 바로 떠나는 것은 망설였지만 그래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궁주, 법왕의 말은 절대적이었고, 용상은 인간도와는 별개의 인물이어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모두는 용상에게 싸늘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용상의 얼굴은 찌그러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고개가 들썩이며 훌쩍거렸는데 이전 같았으면 다들 용상이 울면 그녀를 다독이기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있는 동기, 사저, 사매가 이제는 없었다. 용상은 천상검을 잡은 오른손이 부들부들 거렸지만 아무도 그녀를 알아볼 생각을 안한다."정말... 너무해..."용상은 손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온부인의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용상의 다리는 꿋꿋하며 용감했지만 그 발걸음도 곧 갑자기 닥쳐온 바람과 함께 멈추게 되었다."......거기까지.""사저! 성설사저!"그리고 또다른 그림자도 다가왔다."사매. 이러지 말거라. 넌 여기 와서는 안된단다.""주, 중선 대사저까지..."성설이 자신의 검을 빼들고 용상에게로 한 걸음 다가갔다. 성설의 눈에는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절대 용상을 금향궁에 들이지 않겠다는 결연함이었다. 용상은 그런 그녀를 보고 살짝 뒷걸음질 쳤지만 이내 입술을 꾸욱 물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 이상은 널 보낼 수 없어. 그만와, 용상."성설은 다가오는 용상에게 검을 겨눴다. 그러나 용상은 다가감에 거리낌이 없었다. 용상이 성설의 겨눠진 검끝을 그대로 자신의 가슴팍을 찔러가며 다가가자 성설이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금향궁의 흰 도복이 빨갛게 물들어도 용상은 주저하지 않았고, 성설은 그제서야 검을 빼어냈다."용상! 정신차려! 넌 더 이상 이곳에 와서는 안된다!""왜요! 금향궁은 제 집입니다! 누가 저를 내친단 말씀이십니까!? 제 일생의 반 이상을 지낸 소중한 곳입니다!"화중선이 호통쳤다."니교인 인간도가 네 집이라? 시덥잖고 얼토당토않는 소리 말거라! 너의 집은 금향궁이 아니다. 파문된 이상, 너에게 금향궁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이상 경거망동한다면 너는 결코 살아돌아가지 못할 것이다!"용상도 지지 않았다."금향궁의 어미가 소영향이면 본 녀의 어미고, 인간도의 어미가 소영향이면 그분 역시 본 녀의 어미입니다! 어미가 있는 곳은 아이인 제 집이기도 하니 어찌 이집 자식을 내친단 말씀이십니까!!"성설이 검을 쥔 채 부들부들 떠는 용상의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용상, 너는 영웅의 자식이다! 용가의 핏줄이란 말이다! 어째서 너의 위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야!!"용상은 이슬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뿐이었다. 용상은 한순간 저주스런 핏줄이 원망스러웠다. 아비는 생사조차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자신을 보러오는 사람도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지 못하게 다잡은 사람은 아비가 아닌 소영향 스승님이었다. 아비는, 아버지는 영웅의 이름을 가졌지만, 자신을 버리고 사라졌을 뿐, 가족은 금향궁의 모두와 스승님 뿐이다.용상은 치가 떨렸다."그딴 핏줄! 뭐가 대수라고! 난, 내 어미를 보러 갈 것이야!!"용상은 그 말을 뱉고 갑자기 투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투확! 휘오오오오...!"...!!""요, 용상, 너...!"용상이 뿜어내는 투기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건 경고였다. 자신을 막아선다면 그것이 나를 막는 것이 가족이라도 베어버리겠다는 각오를 투영한 것이었다. 금향궁 사저인 성설은 용상의 실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지금 내비치는 모습은 평소와 너무나 달랐다. 마치 방금전 무림대회에서 보였던 귀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은 살기를 보였다.성설의 무림 안에서의 실력은 적야자등(寂夜慈燈)이라는 별호를 용상보다 먼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빼어나다고 자자했다. 별호가 만들어진 경위는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평소 무림에서의 명성만큼 실력으로는 확실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용상은 느낌이 달랐다. 그녀의 사저로서 벽 하나만을 등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성설은 그 뒤를 바라보니 벽이 몇 겹이나 쌓여있던 철옹성과도 같았다. 그녀의 잠재력에 성설은 식은 땀이 오른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줄도 모를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이, 이게... 내가 알던 사매... 라고...?? '화중선이 용상의 모습에 넋을 놓은 성설에게 일갈했다."사매! 눈앞에 살기를 그냥 두고있을 셈이더냐!!""...아앗! 죄, 죄송!"화중선도 용상의 본 모습을 직접 맞닥뜨리려 하니 생각 외로 강고한 투기와 살기에 놀랐다. 불어오는 바람이 오른 뺨이 저릿저릿해져 왠지 모를 망설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금의 용상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제압하려면 꽤나 힘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화중선은 손가락 끝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길... 왜 하필이면 사매냐고. 게다가 천살성(天殺星)이라니, 저 저주받은 재능이 왜 지금 터져나오는 거냐고. ..! '용상에게는 천부적인 살인의 재능이 있었다.천살성(天殺星).온부인이 일찍이 그녀를 제어하고 제압했던 이유도 이를 염두하고 한 일이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 재능이 만약 극락교에 의해서 휘둘렸다면 시대가 낳은, 떠오르는 살인귀가 될 뻔하기도 했다. 정작 자신은 몰랐겠지만, 용상의 아버지인 용연이 온부인에게 맡겼다는 것은 혹시 모를 후환을 없애기 위함도 있었다. 금향궁에 꼭꼭 숨겨 온부인이 그녀를 직접 제어 했으니 극락교는 그녀를 모를만 했다. 화중선은 온부인이 왜 그리 용상을 잡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용상은 여전히 투기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성설 사저. 중선 대사저. 제발... 나를 막지 말아주세요.""...큭!"그때 멀리서부터 비파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분명히 온부인의 비파소리였다."어, 언니...?""스승님!온부인은 천천히 그녀들에게 다가왔고, 전장속에 있어야 할 그녀가 직접 용상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온부인의 숨소리는 차분했고, 비파소리는 청아했으며, 무엇하나 적의를 드러내지 않고 용상의 앞에 섰다."......상아."용상은 스승의 평소와도 같은 모습과 함께 살기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스승님."평소같았으면 온부인의 비파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 겁에 질렸을 용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온부인은 두 눈을 감고 짧게나마 미소를 지었다."후후. 극복하였느냐."용상은 온부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다."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극복이라뇨?""내 비파소리를 들으면 항상 겁먹고 숨었던 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금은 당당히 내 앞에 서있지 않느냐?""......아...!"살기와 투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미 앞에 딸자식마냥 아이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용상의 모습에 성설과 화중선은 그저 벙찔 뿐이었다. 온부인은 인자하게 미소지으며 용상을 바라보았다."역시. 조 소협은 너에게 큰 선물이었구나.""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님. 소녀는 그... 어? 어??"갑자기 온부인이 용상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 따뜻하게, 포근하게."내가 너를 제대로 안아본 기억이 없구나.""스, 스승님......?"온부인은 용상을 더욱 끌어안았고, 그녀의 포근함에 그만 눈물이 펑펑 쏟아지듯 떨어져내렸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온부인의 포근함에 용상도 그녀를 세게 끌어안았다."본 궁은. 아니, 나는 너에게 있어서 올곧은 길잡이가 되려 했다. 그리고 성공했지. 스승은 감격스럽다.""...흑흑. 왜 이러세요. 대체 왜! 왜 저한테 이렇게 모질게 구시는 겁니까! 흑흑."온부인은 용상의 등을 토닥였다."하지만 이 이상의 심마(心魔)에 빠지는 것은 좋지 않구나. 스스로를 다스릴 줄 모른다면, 언제 너에게 천살성의 재능이 덮칠지 모른단다. 오늘도 그랬지? 조 소협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심마에 빠져 살육의 인형이 되었을 터, 그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단다.""처, 천살성?""상아, 너는 살인에 재능이 있단다. 네 아비도 그것을 염려해 나에게 맡긴거지. 세간에서 너를 뭐라고 부르던?"용상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백운화(白雲花)라는 별호가 생기기 이전, 자신을 부르던 별칭이라 함은 그다지 좋은 어감의 것이 있지는 않았다. 용상은 고개를 슬쩍 사선으로 흘리며 말했다."......닭다리 사, 살...인마 입니다.""그게 괜히 나오는 이야기더냐?""스, 스승님!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것입니까?"온부인은 용상을 슬쩍 밀어내고 눈을 맞대 이야기를 했다."들리는 이야기로는 네가 지나가는 길에 시체가 끊이질 않는다구나. 물론 그것은 모두 악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유독 그들을 죽이는 데 있어서 망설여 본 적이 있느냐?""그... 그러게요. 그랬... 던가... 머리보단 손이 먼저 나가버리는 바람에..."온부인은 용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신기하구나. 그러면서도 심마에 빠지지도 않고 이성을 유지하다니. 내가 제대로 키운게 맞긴 한가 보구나."
"스승님... 대체 무슨 이야기를... 설마 그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가 결국, 살인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는 제 마음가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온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마음가짐이 너에게는 보통이겠지만, 강호에 너처럼 하고 다니는 이가 몇 있겠느냐? 하여 조 소협이 남의 목숨을 악인이라 하여도 막 대하는 법이 있었더냐?""그, 그야... 조 동생은 그런 인물이 되지 못하니까요.""그럼 상아, 너는 가능하고?""그, 그렇습... 어라?"온부인의 기습적인 질문에 용상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자신이 어색해서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온부인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니 용상이 무언가 깨달은 듯 되물었다."설마 악인들을 죽여도 거침없던 모습이 천살성의 재능... 이란 것 인가요?""너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천살성이란다. 웃기지도 않지.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데 거리낌이 없다니. 너무 가볍도다. 그래서 나는 너를 극도로 제어했단다. 비파의 음공으로. 그러나 지금의 너는 어떻느냐? 내 음공을 듣고도 멀쩡하잖니?"스승의 말마따나, 용상은 음공을 듣고도 멀쩡한 자신의 반응에 의아해했다."그, 그러고 보니... 이상해요. 왜 이러는 것이죠?"온부인은 용상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용상은 그녀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진중한 분위기에 차마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자신의 몫이었으니 이것만큼은 참아내기가 어려웠다."스, 스, 스, 스승님, 대체 왜 이러시는...?!"온부인은 용상의 시선을 마주하며 나직이 이야기했다......."이 안에 조 소협이 있기 때문이란다.""......예? 조 동생이......?"온부인은 조심스럽게 그녀에 가져다 댄 손을 떼어내고 용상의 손을 소중한 보물을 감싸듯 포개어 잡았다."사랑의 힘은 너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잡아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한단다. 조 소협이란 버팀목이 시간이 지날 수록 너의 마음속에 뿌리내릴 것이며 천살성의 재능에 눈을 뜨기도 전에 네 정신을 잡을 것이다. 아직 네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그 의미를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결코... 그 사랑이란 소중한 감정을 상아, 너는 잃지 않길 바란단다. 알겠느냐?""사, 사, 사랑......?""그렇단다."용상은 가슴이 요동쳐 손으로 겨우 진정시킨 뒤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아, 알겠습니다, 스승님. 조 동생에게 고맙다고 전해야겠군요.""후후......"그때 용상이 무언가 떠오른 듯, 온부인에게 물었다."맞다. 스, 스승님! 어째서 저를 파면한 것인가요? 어째서? 어째서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입니까?"온부인은 잠시 미소를 거두었다."사저, 사매, 동기들이 말하지 않았더냐? 너는 영웅의 자식이다. 한때 극락토벌의 주요 축이었던 용 대협의 딸이 니교인 인간도라니. 아버지의 명성에 누를 끼칠 생각이더냐?""그, 그런... 그래도 너무 합니다! 소녀에게 금향궁이 인간도라고 귀띔이라도 해주셨다면, 저도 당연히 인간도에...!"온부인은 용상의 입에 담아선 안되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녀의 한 쪽 볼을 살짝 톡 하니 때렸다."이래서 안되는 것이다. 어찌 가문에 먹칠하는 짓을 가문의 일원이 자진해서 한단 말이냐? 얼토당토 없는 아이의 어리광이다. 그걸 아는 모두들이 너에게 그런걸 왜 권하겠느냐?""하, 하지만 스승님! 저 역시 금향궁의 일원입니다! 어째서 저를...! 자, 잠깐... 이 살기는......!?"...."......기어이 오셨습니까."드디어 올 것이 왔다.무림대회의 주최자이자 드높은 가문의 가주.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호걸."소영향. 본 좌가 재밌는 소리를 들었는데,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소?"용왕도(龍王刀) 상관준(上官準).전장을 지휘하다가 간만에 손이 간질간질 거려 참을 수 없던 그가 직접 금향궁 궁주, 인간도 법왕인 온부인을 손보기 위해 금배용왕도(金背龍王刀)를 빼어들고 앞에 모습을 내보인 것이다. 그는 일찍이 무림을 은퇴했다고는 하나, 그 옛날부터 지녔던 별호는 결코 운으로 얻은 것이 아님을 보이듯 투기와 살기를 실감나도록 풍겨냈다. 그야말로 위풍당당, 산중호걸을 현현시키고 있는 장본인, 그 자체였다온부인은 그의 모습에 나직이 입을 열었다."상관대인... 직접 본 궁을 처단하러 오신 겁니까?"상관준은 상당히 거만한 표정과 남을 깔보는 특유의 눈빛으로 금향궁의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용상도 빠지지 않았다."니교 처단의 문제는 당연한 것이오. 영향, 그대는 인간도의 법왕이니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겠지? 니교라는 것은, 이 무림계에 있어서는 안될 저속하고도 파렴치한 들이다. 본 좌는 그대를 과거에는 같은 무림계의 동료로 생각했거늘, 어쩌다가 인간도를 칭하고 다니는 것인가? 참으로 안타깝도다. 마치 강릉 사변의 정원랑을 보는 것 같군. 혹시, 둘이 짰소?"온부인은 그의 거침없는 무례함에 치를 떨며 소리쳤다."당신이 감히 그분의 이름을 먹칠하지 마시오! 어째서 대인이나 되시는 분께서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한단 말씀이십니까! 도가 지나치십니다!"상관준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흥! 니교 무리들은 밥버러지들이다. 싹이 썩어도 그것을 햇볕에 바싹말려 불태워버리는 것 조차도 아까울 지경이지. 하지만 반드시 지워 없애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어째서 그것을 모르고 니교를 칭했다는 말이더냐, 영향!""상관대인, 당신이란 사람은...!!"그때 문득 상관준이 들었던 이야기 중 재미있는 것이 떠올라 말을 잘랐다."아! 그리고 지금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지."상관준의 시선은 온부인에게서 용상에게로 서서히 옮겨갔다.
"비무대회때 저 여협의 성이 용씨라는 것에서 미심쩍었는데, 과연 그의 딸이었던가? 재밌군 그래.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도다. 보아하니 천살성을 몸에 지닌 것 같던데, 지금은 별 이야기도 아니니 넘어가리다. 그런데 어째서 그대가 인간도에 있는 것인가? 금향궁에서 파면 되었다길래 이후로 당문에 귀의 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용상이 자신의 스승을 욕보이는 상관준을 보고 앞서서 그에게 따졌다."선배께서는 집안이 상관세가 씩이나 되면서, 명문세가로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고명하신 분께서 남을 헐뜯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까마득한 후배가 감히 여쭈어도 괜찮겠나이까?"상관준은 삐죽 웃었다."지 아비를 닮아서 그런지 배짱 한 번 두둑하구나. 좋다. 내 선심쓴다 치고 가르쳐주마. 네가 말하는 '남'이라는 것은 우리의 선량한 무림인 혹은 그에 걸맞으며 한뜻을 지닌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니교인 인간도는 우리와 뜻이 완전반대. '남'이 아니다. 그러면 뭐겠느냐? 인간도는 그것도 아니니 아무리 내가 고명하다고 한들 취급이나마 해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니더냐?"그 말을 들은 용상은 스승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그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꾸할 가치가 없었을까? 아니면 무언의 긍정? 용상은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쪽은 예의치레를 무시하고 고명한 척 내리깔아 볼 뿐이었고, 한 쪽은 묵묵부답. 용상은 분노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손에 쥐고있던 천상검이 떨려오는 쇳소리가 들릴 정도로 부들거렸으니 온부인이 차분히 용상을 말렸다."상아. 아서라.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구나.""스, 스승님! 어찌하여 저런 이야기를 듣고도 멀쩡하단 말씀이십니까! 억울하지 않으십니까?"쾅!!상관준의 용왕도가 내려쳐지자 큰 소리를 내며 바닥을 갈랐다. 자신이 생각한 흐름과 다르게 흘러가니 화가 치밀어 올랐던 모양이었다."재밌군. 본 좌는 인간도의 법왕에게 볼 일이 있다. 용연의 딸. 네가 인간도가 아니라면 이번 한번만큼은 눈감아 주겠다. 그러니 이제 삼자는 물러나라. 내 볼일은 인간도 법왕에게 있다."그 이야기를 들은 성설과 화중선이 상관준을 막아설 기세로 전투태세에 들어가 용상의 앞을 가로막았다."파문당한 사매야. 여긴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언니의 보살핌을 받았으면 이제 자리를 떠나거라. 독립하거라. 어서!""상 사매! 넌 인간도의 사람이 아니다. 영웅의 자식이다. 네 핏줄에 오명을 남겨선 안된다. 그러니 어서 가!"용상은 그녀들의 호통에도 물러서지 않았다."중선 대사저! 설 사저! 나는 안갑니다! 그, 그러니 같이...!"온부인이 일어서서 같이 대적하려는 용상의 팔을 잡고 당겼다."가거라. 어서.""스승님!!""그가 왔구나.""......예?"온부인은 용상의 얼빠져버린 얼굴을 잡고 조용히 뒤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조활이 머쓱하게 서있었고, 용상의 표정은 그의 얼굴을 보자 다시 일그러져 울먹이기 시작했다."조, 조 동생......""거참... 참으로 어려운 자리로고......"조활은 용상과 온부인의 모습을 보고 두 손을 들어 정중히 예를 표했다."당문 조활. 온부인을 뵙습니다."온부인은 서둘러 용상을 보내야 했고, 조활 역시 그래야 했다."네. 어서 이 아이를 데려가 주십시오.""스승님!"조활은 온부인의 의도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용상이 이 이후에 마주해야 할 진실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용상이 자신을 강하게 뿌리쳤음에도 그녀를 따라가 무슨 이야기가 오가도 묵묵히 들으며 모습을 보일 순간을 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조활은 사태가 사태인지라 서둘러 용상에게 다가왔고 온부인이 넘겨준 용상의 손목을 잡아당겨 손에 깍지를 꼈다."소협. 상아를 잘 부탁드립니다.""......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녀는 인간도와 별개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조활, 이 두 글자를 걸고 절대 그럴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용상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물어 입을 닫았지만 떨리는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소리에 누가 보아도 구슬피 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으윽... 윽... 흑... 흐으윽......"온부인은 울고 있는 용상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있던 옥색 피리를 조활에게 넘겨주었고, 조활은 별다른 말없이 그것을 한쪽 손으로 받아들었다. 이것은 자신이 아껴온 피리를 마치 용상에게 물려준다는 일종의 계승의식으로 보였다. 조활은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활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온부인은 울면서 떨고있는 용상과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이제 가거라. 상관대인께서도 이정도면 인내심이 바닥이겠지. 어서."용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조활을 끌어안고 우는 얼굴을 숨겼다. 조활 역시 말없이 용상을 품으로 끌어 안았다. 고이 정돈된 용상의 머리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지만 그리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조활은 용상을 양팔로 안아든 채 그대로 경공을 쓰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온부인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과거 용상과의 첫 만남과 그녀를 대하던 모든 세월의 조각들.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었지만 용상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심이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에, 바람이 그것을 흐트려놓아도 굳게 기억될 흰색 꽃봉오리로 남을 것이었다.쿵."자, 이제 사제지간의 정리는 끝났겠지. 이제 슬슬 제대로 끝을 봅시다, 인간도 여러분. 안타깝게도 내 인내심이 바닥이라. 눈물 질질 짜며 볼 수 있는 촌극은 성미에도 안맞고 말이지. 자... 그럼......"스릉.상관준의 거대한 용왕도는 태양빛을 머금고 난반사하여 사방을 휘황찬란하게 비췄다. 어깨에 짊어진 거대한 도는 이제 인간도를 처단하리라 마음먹은 상태였다. 화중선과 성설은 그런 위압감을 뿜어내는 상관준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세를 정비하여 대적하려 했다. 그러나 온부인은 조심히 숨을 고르며 둘을 멈춰세웠다."중선아, 설아야. 검을 거두거라.""네? 스승님,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갑자기 왜 그러시오, 언니?"온부인은 한 번은 상관준의 시선을, 이어서 한 번은 화중선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러자 화중선은 온부인의 눈빛에 무언가를 읽은 듯, 들키지 않게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흥. 한번 몸 좀 푸나 싶었는데 언니께서 그리하시다니, 알겠소. 그럼 나머지 사매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겠소."성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화중선의 움직임에 이의를 제기했다."예?! 중선 대사저,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눈 앞에 죽음을 마주하려는 것 아니었습니까??"그때 성설에게서 온부인의 전음이 들려왔다.' 설아. 아서라. 우리 인간도의 목적은 달성했다. 모두를 하나로 모아서 한가지 목표로 하여금 대적하게 했으니 우리들의 목적은 달성했단다. 그러니 이제 나는 금향궁을 살리려한단다. 인간도는 끝이다. 그러니 부디 살아남거라, 설아. 넌 아직 젊단다. 아직 목숨을 버릴 때가 아니란다. '성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온부인의 전음을 끝까지 들었고, 그것을 들키지 않게 화중선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연기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중선은 성설의 재빠른 대처에 감탄하며 능청스러이 말했다."우리는 인간도의 손아귀에 제대로 놀음 당한 것이다. 나는 더는 이자리에 있지 못하겠으니 이만 자리를 무르련다. 다른 모든 사매들에게도 이 일을 전파할테니 그리 알거라. 나는 가련다.""대사저!! 너, 너무 무책임한 것은 아닙니까?! 갑자기 왜?!"화중선은 성설을 빤히 바라보았다."내가 하는 일이 워낙 복잡하잖니. 그러니 내 성격이 이 모양이 된거고. 책임 뒤에 무책임이란게 나, 화중선 아니겠니? 인간도에서의 '연기', 계속하려무나. 호호호!"....' 연기......? '그 말을 남겨놓고 화중선은 자신의 모습을 전장으로 섞여들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상관준은 어이가 없었다."흥.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거지? 무슨 꿍꿍이오, 소영향?"온부인은 두 눈을 감았다......."보시면 아실 일입니다."(13) 끝.
* 무림대회 끝이 슬슬 보이는데 아직 느낌으로는 2화정도 남은 듯? 내용 수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다음 소설은 제 개인 소설 -마이라-입니다. 링크는 밑에.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마이피도 운영합니다. 마이피에서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