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전에 썼던 리뷰를 쓰면서 맥락상 뺐던 내용들과 다소 중복되는 내용들, 확신이 들지 않아 뺐던 내용들을 버리려다가 게임이 출시된지도 3달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어차피 다음 어떠한 업데이트가 있을때까지 적적한 기다림이 이어질 것 같아 근거가 확실치 않더라도 추측이라는 명목으로 버리려던 내용을 모아 글을 써봅니다. 때문에 이전 리뷰보다 더 확대해석이 들어가 갸우뚱 하시는 부분도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되니 그저 자유로운 감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글에 있는 이전리뷰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이 글에서도 이해하기 쉽게 내용 함께 서술했으니 굳이 이전 글을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https://bbs.ruliweb.com/pc/board/185357/read/8820 이전 리뷰 Future days 총괄,통합ver
A. 문신이 완성되기까지
A-1 양치식물과 나방
(A-1-1) 문신의 디자인과 제작 중 제작사에서 직접 몸에 테스트 해 본 문신 이미지
디렉터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문신은 양치식물과 나방으로 구성 돼 있습니다. 양치식물에 대해선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됐듯이 꽃이 아니라 포자로 번식하는 관다발식물군입니다. 문신을 굳이 구분하여보면 두 가지의 양치식물이 있고 그 둘은 서로 다르게 생긴 다른 종의 양치식물입니다.
(A-1-2) 보스턴 고사리와 왕관 고비
고비와 고사리 둘다 양치식물로 사실 양치식물 종류가 너무 많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세세한 차이로 종이 갈리느라 위 사진에 나온 두 종은 최대한 찾아본 것 중에 식물의 특징이 라오어2 서사와 유의미한 것과 디자인 된 문신 속 이미지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종을 찾아온 것입니다. 둘의 이미지적 차이는 마치 날개 같은 잎이 1번 분화돼 있는냐와 2번 분화돼 있느냐로 구분하시면 됩니다.
일단 보스턴 고사리는 꽤 대중적으로 키워지는 양치식물입니다. 보스턴 고사리를 문신 속 흰색의 양치식물로 추측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이름이 보스턴 고사리이기 때문입니다. 보스턴은 아시다시피 엘리가 태어난 곳이며 동시에 엘리가 라일리와 함께 쇼핑몰에 갔다가 처음으로 감염자에게 물리게 된 도시입니다. 마치 상처에서 뻗어 나오는 듯한 양치식물들의 이미지를 생각해봤을 때 엘리가 최초로 물린 도시와 관계성이 있는 식물의 이름은 꽤 유의미해 보입니다.
두번째로 왕관 고비, 영어로는 주로 Royal fern으로 불리는 이 양치식물의 학명은 Osmunda regalis로 다른 양치식물들과 다르게 마치 꽃과 닮은 특정한 갈색 잎들에서 포자를 만들어 내어 “Flowering fern”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저는 이 식물의 꽃과 닮은 갈색 부분이 아닌 푸른 잎으로만 구성돼있는 다른 줄기 부분이 문신 속 검은 양치식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는 과대 해석일 확률이 크긴 한데, 문신 속 검은색 양치식물을 자세히 보면 분화된 줄기의 끝이 보통의 양치식물의 모양과 다르게 부자연스럽게 잎이 양분화되어 있거나 잎이 아닌 줄기로 끝맺음 되어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돌연변이를 뜻하거나 확장성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식물에 대한 추측 또한 Flowering fern이란 이름에서 시작 된건데 사실 검은 양치식물의 정체에 대해선 확신이 없기도 하고 조금 뒤에 쓸 내용과 이에 대한 설명이 관련돼있기에 추가 내용을 ‘A-2’에서 보충하겠습니다.
(A-1-3) 마지막 대화를 나두던 밤 조엘의 컵과 조엘이 죽은 뒤 엘리가 조엘의 집에서 발견한 컵
(A-1-4) 엘리의 일지에 있는 나방 날개 속 문양과 관련된 문양들, Owl moth(흑백사진)
다음으로 문신 속 나방 문양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썼던 리뷰에서 한 번 다뤘던 주제인데 그 리뷰(이하 통합리뷰)에서는 조엘이 죽은 뒤 컵을 발견하는 상황이 선택사항이라 뺐던 내용입니다. 엘리는 조엘이 죽은 뒤 조엘의 시선과 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됩니다. 그것이 나방 문양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간 과정에 마지막 대화를 하던 날 밤 보았던 조엘의 컵 겉면에 있는 부엉이가 트리거 역할을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문신의 나방 날개 속 눈 모양의 문양이 일지 속 부엉이의 눈 모양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나방문양을 보고있자면 부엉이가 응시하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듭니다. 실제로도 마치 부엉이의 눈처럼 생긴 패턴이 있는 나방들을 “Owl moth”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부엉이 문양은 조엘과 일지 속 나방 문양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엘리가 가진 나방 문양에 대한 집착 속에 그날 밤 미완 된 조엘과의 관계에 대한 엘리의 미련과 후회가 담겨있음을 말하기도 합니다.
A-2 문신의 변화
(A-2-1) 엘리의 흉터와 문신의 변천사
서사의 초반 부 언급되었듯이 엘리는 자신의 팔목에 있는 물린 자국을 숨기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해 물린 자국을 변형시킵니다. 스스로 했다고 했으니 아마 잭슨에 들어온 직후 시행한 뒤 팔 토시로 가린 듯합니다. 그리고 그 후 그대로 둔 채 살다 문신으로 총 2번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3년 전 박물관에 갔다 온 뒤, 2년 전 조엘과 큰 갈등을 겪은 뒤. 두 번의 변화에는 모두 통합 리뷰에서 다뤘던 엘리 자신의 면역성과 그에 대한 부채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엘리는 박물관에 갔을 때 파이어플라이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이 때마다 각각 문신을 현재 시점의 디자인까지 발전시켜왔는데 여기에서 시각적으로도 꽤 큰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A-2-2) 2년전 엘리가 병원에 가기전에 쓴 일지
1편 엔딩에 관한 얘기를 짧게하자면 엘리는 조엘의 거짓말에 대해 “Okay..”라고 말한 것에는 총 2가지의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조엘을 믿고 싶은 마음’과 ‘엘리 자신도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합리화’ 이 두가지 감정이 2편에서의 엘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에게는 조엘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기본적인 전제로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 요인으로 결국 진실을 선택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자기부정은 흉터의 시인성을 점점 낮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저 흉터를 뭉개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저 옅은 문신을 하는 것을 거쳐 진실을 알고 나서는 거의 보이지 않게 검은 잉크로 덮어 버리는 현재의 모습까지. 나방도 검은 잉크로 채색했지만 새롭게 추가한 검은 양치식물에 궁금증이 더 생겼습니다. 통합리뷰 ‘11-1’과 ‘A-1’에서 한 설명을 토대로 보스턴 고사리와 나방을 그린 것은 자기부정으로 출발하지만 결국엔 자기확신적이고 자기위로적인 긍정적인 체념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엘리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Flowering fern의 이름처럼 꽃피우고 싶다는 욕심, 또는 뻗어가는 줄기의 확장성으로부터 엿볼 수 있는 독립과 성장을 향한 열망. 이러한 감정들이 문신의 변화를 따라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치식물을 문신하는 것은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고 하니 이런 단순한 상징성에서의 해석에서 봐도 문신의 문양들은 독립과 성장에 대한 엘리의 열망을 엿볼수 있는 장치 같습니다.
(A-2-2) 엘리는 자신의 면역성을 숨기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
단순히 보자면 문신의 변화는 자기부정의 부산물들입니다. 문신뿐만 아니라 서사에서 느껴지는 엘리의 본심은 마치 오히려 문신을 지워 버리고 싶어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 한다고 느꼈습니다. 사족에 가까운 얘기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저는 차기작의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일지에서처럼 표백되고 연약해진 엘리에게 검은 잉크로 가려졌던, 나방이 머물고 있던 나방 아래의 빛을, 꼭 백신은 아니더라도 엘리가 기타 속 나방의 이미지를 떠나보냄으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이 빛이란 상징성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기작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론 이러한 엘리의 억압된 열망들이 해소되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 연약함을 찬양하며
(B-1) 엘리와 애비의 체형 변화
개인적으론 근육질인 애비의 체형에 대해서도 불만은 없는 입장입니다만 적어도 이 게임의 서사의 방향성은 오히려 연약함에 대해 예찬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비의 근육질인 체형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얻은 집착의 부산물로 작용하고 있으며 산타바바라에서 그 부산물을 잃고 난 뒤 애비는 집착에서 벗어나 평안을 얻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엘리도 이미 마른 체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타바바라에서 더욱 마른 모습으로 복부와 손가락에 큰 상처를 얻은 뒤에야 집착에서 벗어나 평안을 얻었습니다. 엘리와 애비는 비로소 연약해지고 나서야 스스로의 구원을 해낸 것 입니다. 이러한 작가들의 연약함에 대한 예찬은 다른 부분에도 나타나있는데 바로 애비의 고소공포증과 엘리가 엔딩에서 얻게 된 삶에 대한 태도입니다.
(B-2) 애비가 고소공포증으로 높은 곳을 무서워하자 레브가 조언을 해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애비에게 레브는 위와 같은 말을 합니다. “비로소 약할 때로서야 진정한 힘을 짊어질 수 있으리”.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라오어 2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먼저 언급한 장면에서 애비와 엘리가 비로소 연약해지고 나서야 평안을 얻는 방법을 깨달았듯이 애비는 고소공포증이 있기에 높은 곳에서 안전할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높은 곳을 무서워하여 조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아 조심하지 않는 사람들일 테니까 말입니다.
‘11-2’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엘리는 잭슨이란 마을에서 마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마르지 않아야 될 이유가 없으며 마르면 안 될 위험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즉 연약할 수 있다는 것은 평화롭다는 것을 뜻합니다. 엘리는 마지막 일지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연약해질 때까지(아름다워질 때까지)”. 엘리는 그렇게 새롭게 연약해질 자신을 소망하며 길을 떠났습니다. 이렇듯 강인함보다 예민한 연약함을 진정한 강함이라고 예찬하며 그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작가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C. 예언자
C-1. 세라파이트의 예언자
(C-1-1) 예언자의 벽화와 생포된 예언자에 대한 기록을 남긴 WLF
주요 캐릭터만큼 중요한 인물이 있다면 엘리를 플레이할 때도, 애비를 플레이할 때도 각종 벽화, 조각상 등으로 여러번 언급되었던 세라파이트 예언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계에 의존적인 문명이 감염이라는 재앙을 불러왔다는 다소 사이비스러운 근원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긴 합니다만, 이 예언자가 전했던 말들의 본질이 애비와 엘리에게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C-2’와 ‘C-3’에서 하기로 하고 우선 이 인물이 이끌었던 세라파이트가 조직적인 의식으로 행하고 있는 양 볼의 흉터(스카)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C-1-2) 엘리파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문조각과 애비파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록
세라파이트의 기원, 정확히는 예언자가 사람들의 믿음의 중심에 서게 된 시발점은 위 사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발병 직후 로워 퀸 메리라는 버려진 도시에서 예언자가 벙커에 보급품을 비축해 둔 덕분에 그 마을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자신들을 인도했다는 마을사람들의 추앙을 받으며 예언자는 종교 지도자로 거듭났고 지금의 세라파이트가 만들어집니다. 벽화 속 예언자의 볼에 나타나있는 흉터가 어떤 원인으로 생기고 어느 시점에 생긴 건지는 아직 확신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만 몇 개의 기록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세라파이트들이 흉터를 새기는 것은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그녀(예언자)에게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로 이 흉터는 Glasgow smile라고 불려지기도 하는데, 입 가장자리를 칼로 그은 상처로 피해자가 고통에 소리칠 수록 상처가 벌어지는 결과를 낳는데 고통이 결국 웃는모양의 흉터를 만들어내는 기묘한 고문방식입니다. 이러한 점들에서 저는 흉터가 정작 예언자에게는 실제로 없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봤습니다. 예언자는 벙커 때의 기억으로부터, 두려움(연약함)과 불완전함이 오히려 강할 수 있다는 역설에 대해 설파했고 바로 이것이 세라파이트들이 자신들의 볼에 새길만큼의 기반적인 종교관이 됐다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C-1-3) 예언자의 조각상들과 벽화, 세라파이트의 표식.
흉터 외에도 이 인물에 대한 몇가지 특징들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습니다만 유의미한 이야기를 아직 찾지는 못했습니다.
1. 조각상들에서 볼 수 있는 부자연스러운 손의 모양 : 마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손바닥에 어떤 의미나 흔적들이 있었던걸까? (확대해보니 손금밖에 없는 듯 하긴 합니다)
2. 세라파이트의 표식 : 기원에 대한 궁금증. 흉터일까? 단순히 빛에 대한 기호화일까? 등등.
C-2. 애비의 예언자
(C-2-1) 상승과 하강
(C-2-2) 호텔에서 발견되는 예언자에 대한 흔적과 애비와 레브의 역할 변화
애비의 가장 큰 약점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고소공포증입니다. 그리고 하늘다리로 향하는 과정에서 레브는 애비에게 예언자가 전하는 가르침의 본질에 대해 전합니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던 “비로소 약할때로서야 진정한 힘을 짊어질 수 있으리”. 세라파이트라는 집단에 거부감이 있는 애비에게 레브라는 존재는 그 거부감을 상쇄시키고 가르침의 순수한 본질을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하늘다리와 호텔, 그리고 병원이라는 장소는 하나의 거대한 수행과 극복의 장이 됩니다. 호텔이란 장소를 상승과 하강으로 나눠 말하자면 하늘다리로 향하는 상승은 애비가 가진 두려움의 크기를 드러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하늘다리에 도달해 건너는 장치는 그 두려움의 실질적인 크기를 나타내고 두려움과 직면하는 과정인것이죠. 하늘다리를 무사히 건너지 못한 것은 극복의 미완을 나타내고, 하강의 과정에서 그 두려움의 실체를 해부해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승 과정에서 레브가 애비의 인도자 역할을 하며 전한 예언자의 가르침이, 수많은 절벽들이 산재해있는 하강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역할 역전이 일어나며 애비가 “진정한 힘”에 다가가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언자가 레브에게 깨달음을 줬듯 레브가 애비에게 마치 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역할이 역전되며 애비 또한 예언자처럼 어둠속에서 레브를 인도하게 됩니다. 이로써 애비와 레브의 관계가 세라파이트 예언자의 탄생처럼 서로에게 믿음의 관계로 형성됩니다.
(C-2-3) Trauma Center에 살고있던 레트킹과 구급차에 있는 애비를 습격하는 레트킹.
최종 목적지였던 병원에서 수행과 극복에 대한 묘사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애비가 수술도구를 얻었던 병원의 지하실과 그 곳에 있었던 레트킹은 애비의 두려움 자체를 상징합니다. 실제로 발전기 가동을 시키기 전, 레트킹이 갇혀있던 곳은 ‘트라우마 센터’라는 부서였으며 이로 보아 레트킹은 애비의 두려움, 트라우마 자체를 상징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애비는 병원 지하실에 도달하여 “진정한 힘”을 짊어지고 내면(지하)의 트라우마와 싸운 것 입니다. 이 곳에서의 극복이 수족관으로 돌아갔을 때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의 극복을 암시합니다.
(C-2-4) 벽화 “SHE IS ETERNAL(그녀는 영원하다)” , 세라파이트 여성들의 머리 모양.
병원에서 보트를 타고 돌아가는 장면에서 레브가 애비를 바라본 뒤 벽화 속 예언자를 발견하고 응시하는데, 이것은 예언자의 면모가 애비에게서 피어나고 있음을 뜻합니다. 애비와 예언자의 머리스타일의 유사점에서도 이러한 암시를 엿볼수 있었는데, 세라파이트의 여성들은 모두 예언자에 대한 존경을 담아 땋은 머리를 감은 형태의 동일한 머리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라파이트 여성 그리고 예언자와 애비의 땋은 머리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우연에만 치부하지 않는다면 애비가 예언자의 본질과 가까워질 것에 대한 암시였다고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3. 엘리라는 예언자
(C-3-1) 엘리파트에서 발견된 벽화들 중 일부와 엘리의 마지막 일지
엘리는 예언자에 대해 겨우 작은 조각상과 벽화들로 아는 것이 전부입니다. 방송국으로 가는 도중 와이어트랩을 피하기 위해 “그녀의 사랑(Feel her love)”을 느끼는게 다죠. 애비와는 다르게 가르침을 전해 받을 매개체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엔딩에서 엘리가 선택한 연약함에 대한 갈구와 깨달음은 온전히 엘리 내면으로부터 발생한 것입니다.
(C-3-2) 세라파이트 표식과 엘리의 잘린 손가락
세라파이트의 표식은 세라파이트의 예언자로부터 유래된 것이겠지만, 엘리의 잘린 손가락과도 유사점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엘리의 잘린 두 손가락, 2개의 선을 가르는 듯한 가로획의 표식. 연약해지고 싶다는 엘리의 희망을 바라는 외침이 세라파이트 예언자의 연약한 것이 강한것이다라는 설파에 닿는 것은 우연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증오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며 서로 끊임없는 폭력의 순환 아래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세라파이트의 실패한 예언자를 대체하는 이 시대를 진정으로 구할 또 다른 예언자가 엘리임을, 엘리의 결정임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Feel her love는 결국에 엘리의 사랑을 느껴보라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FEEL HER LOVE (사진 출처 : 레딧)
글 서두에 밝혔다시피 과대해석이 많이 들어간 내용들이라 게임에서 관찰되는 장치들을 중점으로 이 글 내용에 대한 반박이 생기는 것이 오히려 꽤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예전에 이미 써놨던 내용들을 추가 교정, 보충했던 내용이기에 리뷰는 정말 여기서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통합리뷰에 내용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쓸까도 생각해봤는데 역시나 넣을만한 적절한 구간을 찾지 못하겠네요. 써놨던 글이 아까워 털어낼 요량으로 쓰느라 글이 간결하지 못할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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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같아선 100개 드리고 싶네요 ㅠㅠ | 20.09.20 01: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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