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40시간 만에
엔딩까지 본 소감을 두서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저는 딱 "샘 지명의뢰"(메인스토리)만을 진행했고
메인 진행하면서 행선지가 겹치는 일반의뢰나 분실물만 같이 옮겼기 때문에
트럭 제작이나 백팩커스터마이즈(+백팩커버)도 없이 진행을 했네요.
저것들을 얻으면 편하다는 이야기는 팁글에서 읽었지만
메인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서 쭉쭉 밀다보니 어느새 엔딩이더라구요.
[정교한 레벨디자인과 아이템해금]
다른분들의 감상이나 리뷰영상에서도 많이 본 이야기지만
직접 해보니까 체감이 많이 되네요.
1. 일단 있는 장비를 갖고 도착지까지 간 다음
2. 도착지에서 해금되는 아이템/장비/건설물들을 사용해보면
3. 내가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보충해줍니다.
4. 하지만 완벽히 채워주진 않았습니다.
빡침을 덜해줄 만큼만, 게임 진행할 의욕이 빡종을 이길 만큼만.
이게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진행에 따라 지형지물/뮬/BT등의 배치에
얼마나 세밀히 신경을 썼을지 차마 상상도 되지 않네요.
나는 내 멋대로 이상한 루트를 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느낌을 받을 때 마다
결국 개발진 손바닥안에 있구나 싶었어요.
[빡종과 호기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유지.
-빡종 part.1]
하지만 진행이 수월하진 않았어요.
아래에도 적겠지만 제 성향이 이 게임하고는 다소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서
힘들 때가 많았거든요. 제 게임센스 자체가 좀 부족하기도 하구요.
특히 BT 대처를 잘 못하는게 너무 힘들었네요.
일단 한번 캐처(?)에게 끌려가고 나면 너무 짜증이 나서
빡종할 때가 많았습니다.
비는 계속 오지
갖고있는 수리 스프레이도 없지
겨우겨우 BT지대 빠져나오나 싶었는데
한번만 실수해도 사로 잡히고
싸울거면 그냥 제자리에서 싸우게 하든가
왜 쓸데없이 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질
끌고 가서 떨어뜨린 화물하고도 멀어지게 만드는지 ㅠㅠ
한번 끌려가고 나면 화물상태도 개판이 되어있고..ㅋㅋ
나중에서야 ex그레네이드나 탯줄끊기등에 익숙해져서
그나마 짜증이 덜했지만(이건 처음부터 아이템활용을 제대로 안한 저의 실책)
질척거리는 타르지대를 낑낑 대며 걸어다니게 만든건
너무 짜증나고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이었어요.
[빡종 part.2]
저는 평소 여행 갈 때 계획을 많이 세우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주제에 불안감은 커서 "혹시나 쓸 일이 생길거 같은" 물건들을 다 우겨넣어요.
그 결과 짐은 엄청 무거워지는데 막상 여행 가서 쓰는 물건은 많지 않습니다.
정작 필요한 물건은 챙기지도 않았을 때가 많아요 .
이 게임을 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졌습니다ㅋ
나름 열심히 계획 세워보고 필요한 만큼 짐을 꾸렸는데
막상 실제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사다리/앵커/pcc/무기를 너무 많이 갖고와서
무게만 늘고 타임폴에 맞아 손상도만 높아져서 결국 재활용으로 갈갈이..
그래서 이번엔 정말 가볍게 가져가보자! 하고
간결하게 짐을 꾸렸더니 정작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안 겪어도 됐을 고초를 겪고.. 그게 너무 지쳐서 빡종 ㅠㅠ
이건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제 센스의 문제,
정확히는 여행짐을 꾸리는 센스의 문제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이 게임을 하면서 필요한 능력치가 뭔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야하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배송 출발 전 가져갈 짐이나 경로를 세밀하게 계획하고
그렇게 계획적으로 챙겨온 짐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을때의 기쁨이란게 상당하더라구요.
이런걸 원체 못해서 빡종을 일삼던 저도 재미를 느낄 정도였으니
처음부터 이런걸 잘하시는 분들은 이 게임이 정말 잘 맞으실거 같아요.
반면 저랑 비슷한 여행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고생할 각오를 하셔야할 겁니다 ㅠ
(바이크가 있으면 좋겠다 싶을때 딱 마주한 바이크와 표지판에는 좋아요를 주지 않을수가 없었다)
[빡종을 극복하게 한 것들]
초중반부 즈음엔 스트레스 땜에 게임을 진행하기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게임의 끝을 보기 위해 방침을 바꿨습니다.
어차피 고심해봤자 계획한대로 잘 안되니까 단순하게 가기로요
사다리나 PCC등은
괜히 아끼거나 자주 쓰일만한 위치를 고심하기보다는
가는 길에 필요하면 1회용이다 생각하고 막 깔아버렸습니다.
루트도너무 가파른 곳이 아니면 그냥 일직선으로 짰습니다.
근데 이게 오히려 활로가 됐어요.
길을 갈수록 짐이 가벼워지니까 진행하기도 편하고
일단 몸으로 때우겠다는 생각으로 가니까 스트레스가 적더라구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점은,
이전보다 더 많은 온라인 구조물을 마주하게 됐다는 겁니다 ㅋ
그리고 제 구조물을 사용하고 좋아요를 받는 비율이 늘었어요.
그걸 보면서 제가 너무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했었구나 싶더라구요.
그러면서 내가 이용한 구조물을 설치한 사람들, 내 구조물을 이용한 사람들
=즉, 나와 같은 루트를 밟은 유저들에게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예의상 하는' 좋아요' 보다 찐텐으로 하는 '좋아요'가 많아지고
내가 받는 '좋아요'도 전보다 더 기분을 좋아지게 하더라구요.
이렇게 라이크신에 중독된다
다크소울 할 때 필드에 널려있던 납석 낙서에
동질감 느끼던거랑 비슷하단 느낌도 받았구요.
이 앞 슬픔 있다
다크소울하고는 전혀 다른 게임이지만
약간의 공통분모를 느끼면서 깨닫게 됐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전해주려고 했던 경험과 감정은
반드시 "고생"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요.
딱히 고생할 일이 없었다면
데스스트랜딩의 구조물이나 표지판,
다크소울의 납석 같은게 특별히 재밌지도 않았을거에요.
하지만 갖은 고생을 하고,
같은 고생을 했을 사람들과의 동질감을 획득하고
그것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는,
이런류의 게임을 "유투브 에디션"으로 훑어보는 사람은
절대 얻을 수 없는 경험일 겁니다.
[빡종을 극복하게 한 것2. 스토리]
저는 컷씬 많은 게임을 좋아합니다.
조작이 재밌고 몰입되는 게임도 좋아하지만
스토리가 좋은 게임들을 더 좋아합니다.
데스스트랜딩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좋았다기보다는
게임을 끝까지 하게 만드는 호기심으로서 역할을 잘했다고 봅니다.
그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처음부터 모든걸 다 친절하게 말해줄수는 없었을 겁니다.
처음부터 다 말해줬다해도 이해할 수 없었을거에요.
게임을 끝까지 이어갈 동기만 하나 뺏기고 말 뿐이었을겁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를 통해
이 세계관의 설정을 조금씩 단계별로 이해해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스토리도 그나마 이해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아쉬운 건 분량 배분에 있죠.
후반부의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한데 얽혀있다보니
그걸 조금씩 나눠서 보여주기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일부 컷씬들에서 보여지던 미묘한 위화감,
BB연결시 보여주던 BB아부지의 영상등이
후반부 가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앞에서 보여준 복선을 다시 되짚어주면 좋앗겠다 싶은 것들은
마지막까지 언급을 안해줘서 아쉬웠고
이미 몇번이나 암시하고 복선을 깔고 말로 설명해줘서
다 알겠다 싶은 것들을 다시 또 반복해서 설명해주니
조금 지치는 면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매우 감동적이었어요.
해변 뛰어댕기게 한건 여전히 이해가 안가지만.
엔딩 크레딧을 두번 보여주고 싶었나.
[빡침:4 플레이재미:3 스토리재미:3]
이 게임의 주제가 '연결'이라는 것은 전부터 유명했죠.
A.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간의 연결을 강조했고
B. 스토리를 통해 NPC간의 연결을 강조했다고 보여집니다.
중반엔 A에 치중되어 있고 후반엔 B에 치중이 되어있는데
이것도 어쩌면 계획된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둘중에선 아무래도 A를 먼저 느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게 정말 의도된 배치라면 조금 소름이 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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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이 게임이 주는 빡침은 4점 정도입니다.
그리고 배달이 주는 재미는 3점 정도구요. 빡침이 이기죠.
스토리를 통해 받은 호기심과 재미도 3점 정도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빡침이 이깁니다.
하지만 배송에 대한 재미와 스토리에 대한 재미를 더하면
6:4로 아슬아슬하게 빡침을 앞섭니다 ㅋ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을 끝까지 할 수 있었고
다 끝낸 지금 시점에서는
이 빡침과 재미의 아슬아슬한 균형도
참으로 대단한 부분이었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위에 말했듯이 빡침을 유발할 정도로 고생을 시켜야만
직접 체감 할 수 있는 경험이란게 이 게임에서는 중요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스토리의 재미를 다 소모한 지금 시점에서
에피15를 플레이하진 않을거 같아요.
그게 어떤 재미를 줄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해했다고 봅니다.
단지 제게는 그런 재미를 충분히 느끼기위해
필요한 센스가 많이 부족하다는것을 알고 있을 뿐이에요.
[최고의 완성도, 사운드, 최적화]
이 부분을 얘기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어서 덧붙힙니다.
이 게임이 갖고 있는 높은 완성도는
게임이 의도한 경험을 선사하는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니, 넘칠 정도죠.
제가 2020년에 한 게임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게임이라고 느껴져요.
사운드도 정말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배송 중에 해금되는 OST가 참 좋았는데..
정말 감질맛나게 조금씩 풀어주는게 아쉬웠네요.
뮬/테러리스트/BT와의 대치시
긴장감을 높혀주는 음향효과는 정말 최고였어요.
뮬/테러리스트랑 대놓고 붙으면 사실 별거 아닌데 ㅋㅋ
음악이 쫄리게 하더라구요
1060 6Gb 사용자로서 최적화도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 그래픽에 이정도 프레임이 나와줄 줄은 몰랐어요.
호라이즌 제로 던이 같은 엔진을 쓴다죠.
호제던도 PC판 나오자마자 했었는데
망할 버그랑 튕김 때문에 정말 짜증이 많이 났었네요.
물론 같은 엔진인거랑 최적화문제는 좀 다른 얘기지만
호제던의 망할 pc이식을 경험한 입장에서
데스스트랜딩의 pc이식은 너무나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전 메탈기어솔리드를 해본 적이 없어요.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이 호불호를 많이 탄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데스스트랜딩이 코지마 히데오의 장점과 단점
양쪽을 모두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말도 들었구요.
저는 데스스트랜딩을 짧게 훑어본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코지마 히데오의 차기작이 출시된다면 무조건 사서 플레이 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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