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소(虹咲)학당 학생인 나와 아유무(娥柳霧)는 매우 막역한 친우이다.
어느 날, 나는 아유무(娥柳霧)와 함께 저잣거리에 나가 쌈지도 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돌아다녔다. 조금 피곤해져 저잣거리에서 파는 식혜나 수정과라도 한 잔 사먹을까 하던 그때, 갑자기 저편에서 사람들이 요란스럽게 소리를 높이며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귀를 세워보니 무언가가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유무(娥柳霧)와 나는 대체 뭐가 시작된다는 건지 몹시도 궁금해져 인파의 뒤를 쫓았다.
따라간 곳에는 열여덟 명의 소녀들이 있었다. 우리 또래정도로 보이는 소녀들은 하나 같이 다 아름답고 고와서 그야말로 선녀와 다름이 없었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함께 하나가 되어 보아요!"
무리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소녀가 관객들을 향해 외치자, 여러가지 색으로 빛나는 요상한 막대기들을 들고서 기뻐하고 있던 사람들이 크게 환호했다. 슬쩍 훑어 보니 관객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데 섞여 있었다. 그들이 내뱉는 환호 사이에 섞여 들리는 이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호노가(虎努暇)와 치가(治哥) 였다.
이윽고 그녀들은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노래와 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절로 눈이 가고, 입을 벌려 감탄하게 되었다. 멍하니 지켜보다가 나는 옆에 있는 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라, 그쪽도 이걸 보러 온 거 아닌가요? 무주(舞姝)와 아구아(衙求兒)의 합동 공연 말입니다"
대답을 들은 아유무(娥柳霧)가 뭔갈 아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무주(舞姝)와 아구아(衙求兒) 라면 '학당 우상' 말인가요?"
"맞습니다! 우연히 온 것 같은데, 운이 좋으시네요.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저 두 학당 우상이 합동 공연을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재미있을테니 시간이 있다면 꼭 끝까지 보고 가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학당 우상 무주(舞姝)와 아구아(衙求兒)... 그러고 보니 동무들이 학당 우상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떠들어대던걸 언뜻 들은 것 같긴 했다. 그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리 생각하며 다시 무대로 눈을 돌렸다. 좌중을 압도하는 환상적이고 열정적인 노래와 춤, 힘들법 한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저 아름다운 얼굴들, 그에 질세라 열성적으로 그녀들을 응원해주는 관객들의 열기... 그 대단함에 잠깐 눈앞이 아찔해져 한숨 같은 감탄을 흘리자, 아유무(娥柳霧)가 혹여 내가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가 싶어 걱정하였다. 나는 괜찮다고 답하며 중얼거렸다.
"학당 우상은 정말 굉장하구나...!"
그때 보라색 머리 소녀가 외쳤다.
"여러분, 저희들의 합동 공연 어땠나요?"
"굉장했어요!"
"아하하... 무대가 멀어서 그렇게 외쳐도 잘 안 들릴거야"
"앗, 그렇지... 나도 모르게 그만"
아유무(娥柳霧)의 현실을 꼭 집어주는 말에 머쓱해진 나는 뒷통수를 괜히 만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반짝거리고, 두근거리고, 너무 즐거워서 눈물이 날 뻔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아유무(娥柳霧)는 내 말을 듣고 살짝 놀랐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와 눈을 맞추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학당 우상의 공연을 본 건 처음인데, 이렇게까지 큰 감동을 주는 존재일 줄은 몰랐어! 지금까지 몰랐던게 너무 아쉬워!!! 그렇지, 아유무(娥柳霧)?"
"어? 아, 응! 맞아!"
내가 이렇게까지 열광할줄 몰랐던지, 아유무(娥柳霧)는 어쩐지 얼떨떨해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눈치 챌 겨를도 없이, 무대에서 한쪽에 동그란 경단 같은 걸 붙인 것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소녀가 입을 열었다.
"작은 악마들이여... 학당 우상 축제의 문을 통과할 준비는 됐니?"
"학당 우상 축제?"
그게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마침 딱 좋게 양갈래를 한 검은 머리 소녀가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학당 우상은 물론, 학당 우상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다 함께 즐기는 축제니까! 당연히 올 거지?"
뒤를 이어 양갈래를 했지만 빨강에 가까운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모두 멋진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할게요! 그러니까 꼭 만나러 와주세요!!"
"네!!!"
관객들과 함께 큰 소리로 대답한 우리는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학당 우상 축제라... 그런 것도 있었구나"
"오늘 같은 공연을 또 볼 수 있을까? 가보고 싶다!!!"
그렇게 말하다보니 어느새 공연이 완전히 끝난지라 관객들이 여기저기 우르르 흩어졌다. 우리 둘도 이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지, 노을이 뉘엿뉘엿 지는 걸 바라보며 걷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한숨이 계속 흘러나왔다. 그런 내가 신경 쓰였는지, 아유무(娥柳霧)가 피식 웃으며 왜 이렇게 한숨을 쉬냐고 물어보았다.
"아유무(娥柳霧)도 봤잖아? 아까 그 무대. 무주(舞姝)와 아구아(衙求兒)... 너무 멋졌어!"
"후후, 정말 맘에 들었었나 보네"
"학당 우상은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가슴이 벅차서 터질 것 같아. 아아... 학당 우상 축제란건 또 뭘까"
"아, 사실 나 그거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는데 말야"
아유무(娥柳霧)는 잠깐 눈을 껌뻑이더니, 곧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전국의 학당 우상들이 모이는 대규모 축제라고 해. 축제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다 우리랑 같은 학생들이라고 하던데"
"뭐?! 대단하다... 학당 우상들을 정말 좋아하니까 그런 대규모 축제를 운영할 수 있는거겠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롭고 커다란 세상을 알게 되자 가슴이 벅차 올라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저 앞으로 잠깐 달음박질을 한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아유무(娥柳霧)를 향해 소리쳤다.
"아, 우리 홍소(虹咲)학당에도 학당 우상이 있으면 좋겠다! 무조건 응원할 텐데!"
"그러게 말야~"
눈과 눈이 마주치자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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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다음편! 시대를 조선시대로 맞춘다면 순우리말이나 고어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축제 대신 잔치로 한다거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여하튼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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修謳粹妥 세계관이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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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다음편! 시대를 조선시대로 맞춘다면 순우리말이나 고어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축제 대신 잔치로 한다거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여하튼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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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아니고 그냥 뭔가 조선시대 느낌이 나는 희한한 세계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ㅋㅋㅋ 사실 원래 잔치라고 썼다가 학당 우상 잔치는 뭔가 너무 풍악을 울려라 느낌이라서 바꿨네요ㅋㅋㅋㅋ | 20.10.21 16: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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修謳粹妥 세계관이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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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했더니 수구수타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0.21 16: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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