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춘 듯한 세월이 된 지도 어느덧 반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개의 라이브들이 취소, 혹은 무기한 연장되었습니다
아젤리아 1st, 퍼펙트 월드, 아쿠아 돔 투어, 나마 멤버들의 개인 라이브까지
이런 와중에 니지동 2nd는 무관객 온라인 라이브로의 전환이라는 형태로나마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라이브도 다소간은 그렇겠습니다만은 이번 니지동 2nd는 특히나 공연 전부터 여러가지 불안 요소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개최가 될 수 있는가 여부에 대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우선은 프로젝트 내에서 첫 시도되는 무관객 온라인 라이브라는 점
그렇기에 수많은 공연들을 개최한 러브라이브 스태프들도 이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애초에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상정하고 기획된 공연을 무관객 온라인 라이브에 맞게 변화시키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본 공연까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그 이전부터 고려나 기획은 되었을 거라 감안하더라도 2~3달 정도 남짓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에 임하는 것이 공연 경험이 넘치는 아쿠아가 아닌
단독 라이브와 페스 등에 참가를 전부 포함해서 아직 양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공연 경험만을 가진 니지동이라는 점까지
여러 불안 요소들을 안고 있는 니지동 2nd 라이브였으나 그저 이런 상황에서도 형태를 바꿔서라도 개최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며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 날은 다가왔습니다
1. 연출
이번 라이브는 프로젝트 사상 최초의 무관객 라이브입니다만 한편으로는 프로젝트 사상 최초로 '모든 관객'이 '동일'한 장면들을 보는 라이브이기도 합니다
관객이 들어서는 모든 라이브에는 어쩔 수 없이 (직관과 뷰잉의 차이를 포함해서) 좌석의 위치에 따라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라이브를 집중해서 보고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도 무대에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멀면 먼 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생기고
같은 위치에서도 그 넓은 공연장을 한 눈에 모두 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순간 어느 쪽을 보고 있었느냐에 따라 볼 수 있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이 생기게 됩니다
허나 이번에는 온라인 라이브이기 때문에 장면장면마다 정해진 카메라가 송출하는 디스플레이 화면 안의 동일한 순간을 모든 팬이 동일한 조건 하에서 보게 됩니다
이러한 온라인 라이브의 특성에 맞춰 도입된 각종 AR 연출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단 텅 빈 관객석 대신 AR로 구현된 블레이드들이 객석에서 흔들리는 것을 시작으로
무적급 빌리버의 PV에서 나오는 문자 연출을 AR을 통해 그대로 재현한다던지
무대 위에 단풍잎이나 벚꽃이 흩날리고, 연극 무대처럼 막이 열리고, 나비가 날아 다니고, 무지개가 피어나고, 살짝 내민 손바닥 위로 벚꽃 잎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기존에도 뮤즈 파이널의 엔젤릭 엔젤 무대를 비롯하여 AR 연출들이 도입된 무대들은 종종 있었지만 허나 스크린 대신 무대 위의 캐스트를 보고 있다면 볼 수 없는 연출들이기에
다소 의미가 덜한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모든 팬들이 동일하게 정해진 연출을 보게 되었기에 이러한 AR 연출들이 좀 더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온라인 라이브라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 최고의 연출 중 하나인 QU4RTZ의 Sing&Smile에서의 그네 연출에
온라인 라이브이기에 가능한 4분할 연출이 합쳐지면서 본래 공연에서도 가능하고 인상적이었을 연출이 한층 더 파워업하는 효과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AR 연출들이 '온라인' 라이브의 장점이라면 이 라이브는 '무관객' 라이브이기도 합니다
무관객 라이브가 유관객 라이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역시 객석에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건 무대 위뿐만이 아닌 텅 빈 객석 쪽을 무대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공간적인 장점을 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놓고 카메라맨이나 기타 스태프들이 공연하고 있는 무대 위에 올라온다는 NG인 상황도
현재 송출하고 있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한 관객들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상관이 없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소라면 카메라맨이 있을 수 없는 위치에 선, 꽤나 대담한 카메라 구도들이 많이 시도되어서 이 부분도 무관객 라이브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카나타가 무대 시작하며 침대에서 일어날 때 침대 바로 뒤에서 객석 쪽을 향한 구도로 찍은 것.
이게 만약 유관객 라이브에서 있었다면 침대 뒤에서 "웬 아저씨가 카메라를 들고 카나타쨩이 잠자는 모습을 찍고 있어"라는, 라이브라는 판타지를 깨는 그림이 되어버리는 것)
그리고 텅 빈 객석이라는 공간적 이점을 십분 사용한 객석 벽면에 빼곡히 박힌 LED를 사용한 연출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공연 내내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구도가 나올 때 객석 쪽이 밤하늘의 별처럼 빼곡하게 반짝반짝거리는 걸 보고 당연히 AR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전 날에 이미 앙코르에서 스페셜 스테이지로 꾸며진 빈 객석 쪽으로 내려가서 그 객석의 벽면을 배경으로 라이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데 LMUF 라이브에서 객석의 벽면에 박아넣은 수백, 수천 개의 LED가 일제히 색색의 별처럼 반짝거리며 색을 바꿔가는 모습을 보고
이 인간들 원래도 진심이었지만 정말로 진심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발표가 나기 전부터 고려나 준비는 하고 있었을 거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애초 기획에서 무관객에 맞게 전환시키기까지 짧은 준비 기간,
프로젝트 첫 무관객 라이브이기에 그에 대한 노하우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스태프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해주었다고 생각됩니다
2. 무대 구성
여러모로 캐스트들의 체력적 안배를 신경 쓴 무대 구성이었습니다. 1st 라이브 때 아무래도 2곡을 연달아 부를 때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이던 캐스트들이 있었는데(특히 곡들이 죄다 활기차고 격한 낫쨩은 ㅠㅠ) 그런 부분들을 의식했는지
본인의 솔로 곡-유닛 곡-단체 곡에서 등장하는 타이밍 사이에 적당히 텀을 줘서(특히 체력 소모가 큰 격한 안무가 있는 멤버들 위주로) 안배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솔로 위주로 계속 무대에 서려면 2곡 정도는 연달아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지향점은 어디까지나 지향점이고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 적절한 안배였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1일차는 하루에 두 공연이나 있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세트 리스트 구성에서 아쉬웠던 점은 2일차의 Back to the TOKIMEKI. 새로운 멤버를 맞이하고 근원의 두근거림으로 돌아간다는 구성 자체는 오히려 좋았으나
그런 구성을 예정하고 있었다면 1일차의 앙코르 타임에서는 다음 날에 나올 1집 곡들 대신 2집 곡들을 메들리 형태로 부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캐스트들의 연습 스케쥴이나 이런 것도 있을테니 나오는 곡 수를 무작정 늘리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아쉬운 건 아쉬운 거죠
한편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토롯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직관에서 내 앞으로 토롯코가 지나갈 때의 그 기쁨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 잠깐의 순간의 기쁨을 얻기 위한 손해가 큽니다
제대로 된 안무를 보여주기 어렵기에 공연 자체에서도 그렇고 특히 나중에 영상화된 라이브를 볼 때 아쉬운 점들이 많은데
토롯코를 통한 이동 자체가 특별한 연출이 되는 경우나 특정한 안무를 넣기 힘든 조용한 발라드 등을 제외하면
차후에도 토롯코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캐스트
1) 엠마-츙룽
애온의 시는 아마 1일차 공연의 MVP를 꼽는다면 가장 많은 득표를 받을 것이 확실하지 않을까 싶은 압도적인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정적인 곡과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다니고 단풍잎이 흐드러지는 연출과 츙룽의 타고난 음색,
부채를 돌린다던지 계단에 걸터 누워서 노래하는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정말 황홀한 시간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일차의 에버그린 무대에서도 츙룽이 1st나 러브라이브! 페스까지는 약간 자세가 구부정한 부분이 있어서 춤선이 덜 예쁘게 나온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완전하게 교정하고 나와서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발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리나-쳬미
사실 언제나 흠 잡을 데 없이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기 때문에 반대로 딱히 말할 거리가 생각 안 나는 사람, 쳬미입니다
비교적 안무가 격한 편인 도키삐뽀에서도 음정이든, 안무든 항상 흐트러짐 없이 소화해 내고 신곡인 아날로그 하트도 뭐 첫 무대인데도 너무 안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의 무대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자책하는데, 그러한 향상심이 이런 무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기도 하겠지만
언젠가 스스로가 자신감 있게 방금 내 무대 너무 완벽했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를 만들 수 있을 날을 기대합니다
여하튼 이번 라이브도 정말 완벽했어요!! 2일차 저스트 빌리브에서 너무 신난 나머지 자기 파트를 까먹은 귀여운 실수를 제외하구요 ㅋㅋㅋㅋㅋㅋ
3) 카나타-아카링
사실 언제나 흠 잡을 데 없이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기 때문에 반대로 딱히 말할 거리가 생각 안 나는 사람 2, 아카링입니다
아카링은 쳬미의 안정적인 느낌과는 좀 다르게 어려운 것을 너무 쉽게, 쉬워 보이도록 해내는 타입이라 평가 쪽에서 좀 손해를 보는 타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
일단 기술적인 부분들을 전부 제외하고서도 카나타로서 말할 때의 음색 자체가 워낙 몽환적이라
카나타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에 맞춘 몽환적인 음악과 너무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무대가 '쉬워 보인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쪽도 쳬미 쪽과 마찬가지로 노래든, 퍼포먼스든 언제나 흠 잡을 데 없어서 뭔가 엄청 칭찬해 주고 싶어도 크게 할 말도 없는 게 뭔가 아쉽습니다 ㅋㅋㅋ
4) 시오리코-모에삐
이래서 사장님들이 노양심으로 경력 있는 신입, 경력 있는 신입 찾는구나 싶었던 무대였습니다.
시오리코로서 서는 것이 처음이어서인지 무대 경험이 많음에도 다소 긴장된 모습도 보였지만 첫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근데 학생회 완장 달고 등장한 서기&회계 백댄서 분들 때문에 자꾸 댄스에 적성 드립이나 공권력 남용 같은 드립들이 떠올랐습니다 ㅋㅋㅋ
아이 무대에는 꼭 필요했다고 보고 카린 무대까지는 괜찮은데 시오리코 무대에까지 백댄서가 선 건 약간 미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경력 있는 신입으로서 훌륭한 무대를 꾸며줬으면 좋겠습니다. 환영해, 시오리코!!
5) 시즈쿠-카오링
카오링의 무대는 언제나 볼 때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연극계 스쿨 아이돌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정말 표현력이 훌륭하다고 느껴집니다
일단 이상적인 히로인의 무대는 볼 때마다 손끝 하나의 움직임과 각도까지 너무나도 영상 속의 시즈쿠와 싱크로율이 높아서 항상 감탄스럽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하나의 이야기에서는 키즈나 에피소드의 전개와 마찬가지로 낭독극과 라이브를 합친 형태의 무대가 카오링의 표현력과 합쳐지면서
아이돌의 라이브가 아닌 듯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시즈쿠의 무대로 국한하지 않더라도 뮤즈나 아쿠아가 2D 속에서 일어난 이야기와 무대를 '재현'한다면
니지동은 현실의 무대가 곧 스쿠스타를 축으로 한 이야기의 '일부'라는, 게임 속의 스토리와 현실의 무대가 구분 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장점을 여실히 드러낸 무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6) 카린-미유땅
멤버들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무대 경력을 갖고 있는만큼 격한 안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미유땅입니다
어린 애들은 보면 안 되는 스타라이트와 한층 더 매운 맛으로 돌아온 파이어 버드
1일차 라이브 티셔츠 입고 나와서 이건 밖에서 봐도 되는 스타라이트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파이어 버드는 장미꽃을 물고 붉은 색의 의상을 입은 파이센이 정열의 플라멩코를 추는데 춤 추던 중간에 백댄서 분이 갑자기 매우 밀착해서... 어휴...
미성년자는 가라, 미성년자는 가(※ 파이센도 미성년자입니다)
7) 세츠나-토모리루
양일에 걸쳐서 뭔가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아보여서 내내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예전의 토모리루만큼 폭발적인 느낌이 아니었다고 할까요
허나 그렇게 뚜렷이 신체적인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체이스나 라이킷 같은 격렬한 곡들을 소화해 내면서 애드립도 넣고
중간에 음이탈을 더 높은 쪽으로 이탈하는 걸 보면서(ㅋㅋㅋ) 새삼 토모리루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다음에 좀 더 완벽한 몸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세츠나의, 토모리루의 다이스키를 전력으로 부딪쳐 오는 무대를 보고 싶습니다
8) 아이-낫쨩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이만큼 어울리는 상황이 있을까요? 워낙에 격한 안무라 1st나 특히 러브라이브! 페스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던 낫쨩이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무대에 선 낫쨩 본인이 그걸 가장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 곡은 멧챠 고잉 이상으로 엄청나게 격하고 한 시도 쉴 틈이 없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지더군요
반년 조금 넘는 기간만에 이 정도로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건 그 뒤에 얼마나 큰 노력이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러브라이브 패밀리 내에서 안 따라해본 사람이 없다는 멧챠 고잉의 스스메 안무에 이어서 이번의 풍차 돌리기 안무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따라하면 더 즐거워서
아이쨩은 정말 즐거움의 천재가 맞구나 싶었습니다 ㅋㅋㅋ 물론 하는 입장에서의 체력 소모는... 공식의 살해 음모에 대항하여 체력을 키우는 낫쨩...
9) 아유무-아구퐁
여러분, 제가 진짜 자랑 하나만 할께요. 제 소꿉친구가! 이렇게 성장했습니다아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
다른 멤버들은 아무래도 처음 선보이는 3rd 곡들이 주목 포인트이고 1일차의 세이 굿바이 나미다도 좋았습니다만 특히 2일차 유메잇뽀!!
1일차 MVP가 츙룽이라면 2일차 MVP는 아구퐁을 주고 싶을만큼 완성도 높은 무대였습니다
화려하게 성장했다, 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처음 선보였던 교내 마칭 페스티벌부터 1st를 거쳐 여기까지, 그저 같은 곡을 차곡차곡 반복하며 쌓아온 것들이
눈에 보이는 성장과 완성도의 점진적 상승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 꾸준성실계 아이돌, 아유무 그 자체인 스토리라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퍼포먼스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교내 마칭 페스티벌의 소감 파트에서 눈물을 터뜨려 다른 멤버들에게 위로를 받던 아구퐁이,
1st 1일차 개화선언의 무대에서 노래 가사가 자신의 지금까지와 겹쳐 보여서 노래 중에 눈물을 터뜨렸던 그 아구퐁이,
다른 멤버들이 소감에서 전염되듯이 눈물을 터뜨리는 상황에서도 전혀 울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하던 모습이 정말이지...
아구퐁과 아유무의 서사는 지켜보고 있으면 생판 남인데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부터 같이 해온 소꿉친구이고 그런 소꿉친구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는
정신조작(?)을 하는 분위기라고 할지, 오라라고 할지 아무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묘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소꿉친구 정말 최고다 ㅠㅠㅠㅠㅠㅠ
10) 카스미-마유치
토모리루가 신체적인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면 마유치는 멘탈적인 부분이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마유치의 경우 스스로도 몇 번 자신은 무대 위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그게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게 1st 1일차 아구퐁이 울음을 터뜨렸던 개화선언의 무대가 끝나고
회장 전체의 분위기가 단숨에 거기에 먹혀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단숨에 카스밍 월드로 끌어들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마유치가 이번 2nd에서는 여러모로 긴장하고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가사를 까먹는다던지 하는 이런저런 실수들도 있었구요
여러가지로 카스밍처럼 능청스럽게 자기 페이스대로 회장을 휘어잡던 마유치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서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또 동료들과 함께 하는 유닛이나 전원 곡에서는 솔로곡과 다르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기에 마유치가 솔로 곡에서 저렇게 불안정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이후 이번 라이브에 대한 마유치의 소감이나 트윗들을 보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마유치가 그렇게 불안정해 보였던 이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객이 없는 텅 빈 곳에서, 자신의 퍼포먼스에 아무런 피드백도 없이 공연한다는 것이 주는 또 다른 형태의 압박감
아마 (수많은 관객들을 앞에 두고)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마유치도
관객이 없는 곳에서의 고독함이 자신에게 이렇게 긴장과 압박감을 줄 거라고는 생각치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카스미의 곡에는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주고받는 형태의 구절들도 있는지라 더욱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4. '나'의 소중함을 느꼈던 라이브
여러가지로 니지동으로서도, 프로젝트 내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것들이 많은 라이브였습니다만
공연에 관계된 모두가 한정된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무관객 온라인 라이브로 기획이 급 변경된 니지동 라이브도 이렇게 훌륭하게 해냈으니
애초부터 온라인 라이브로 기획된 로스트 월드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고
(소감이 늦어지다 보니 글을 쓰는 시점에 이미 그 기대감은 기대 이상으로 돌려받았습니다만 ㅋㅋ)
애니 방영과 함꼐 본격적으로 빅 웨이브를 일으키기 시작하는 니지동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게 했습니다
허나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깊게 와닿은 부분은 캐스트들이 무대에 설 때 그냥 상투적으로 하는 멘트인 것만 같은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라는 말이
단순한 인사치례가 아닌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습니다
공연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타인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내가 아무리 열심히 불러도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 무대 위에서 고독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못 하고 있는 것인지 관객의 반응이라는 가장 확실한 피드백 없이 아무 것도 확신하지 못한 채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상상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솔로에서 다소 힘들어 보이는 모습을 보이거나 이런저런 실수를 하던 멤버들도 유닛이나 단체곡에서는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짐작할 수 밖에...
Aqours의 아시아 투어 서울 공연에서 관객들의 열광으로 멤버들의 기세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즐거움이 묻어 나오는 멤버들의 퍼포먼스에 관객들의 환호가 더욱 커지는,
그러한 상승 작용을 체감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형태로 공연자와 관객의 상호 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체감한 것 같습니다
Aqours 4th 2일차에서, 1일차 때 주변이 조용해서 눈치 보여서 앙코르 콜을 전력으로 외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워 2일차 때는 전력으로 외쳤고
앙코르가 끝나고 나서도 아쿠아를 목청 터지게 외치자 기적처럼 더블 앙코르로 Aqours가 나타났던 그 순간 이후,
라이브에서 절대로 주변의 분위기가 조용하다던가 이런 거에 신경쓰지 않고 최선을 다해 멤버들에게 화답해준다고 결심했고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 번 공연장 속에서 그냥 수많은 점 중에 하나로 보이는 '나'라는 존재가,
사실 '나'라고 쓰긴 했지만 스스로를 포함한 객석에 있는 나, 너,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시국이 끝나고 마침내 화면 너머가 아닌 회장에서 직접 멤버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환성으로 멤버들이 최고의 무대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줘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언젠가 꼭, 멤버들을 만나러 가서 응원하던 특별한 '일상'을 되찾을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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